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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론새평] 이타심을 강요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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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얼마 전 어떤 글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의료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은 누군가(집단)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주장을 보았다. 그 주장은 이기적인 '누군가'로 병들고 다친 이들을 외면하는 의사들과 이런 상황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정부를 지목하고 있다. 이들 모두에게서 국민을 생각하는 이타심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타심(이타주의)의 개념을 찾아보면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내 행동의 목적을 타인에 대한 행복에 두는 태도, 자기 이익보다 다른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반대 개념이 이기심(이기주의)이며, 타인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라고 정의한다. 이타심은 인간에게는 타인에게 혜택을 주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보는 윤리적 원칙으로 이어져 종교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타심의 개념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이타심과 이기심 중 어떤 것이 인간의 본성을 많이 차지할까? 우리가 성인(聖人)을 추앙하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의 본성을 초월한 이타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인간의 본성을 넘어 진정으로 이타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타심은 매우 특별한 사람에게나 가능한, 보통 사람들은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어찌 보면 지극히 이상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이타적인 행동이 늘 우리들의 공감을 얻는 것은 아니다. 낯선 사람이 당신의 생일 파티에 와서 기뻐해 주는 걸 공감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타적인 행동은 어느 정도 인간관계의 친숙성에 의해 달라진다.

둘째, 행동의 '목적'을 타인의 행복에 둔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따라야 할 도덕적 원칙으로서 바람직한가라는 점이다. 나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게 인간인데 도대체 다른 사람의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타인의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내 행동의 목적을 그의 행복에 둘 수 있다는 말인가. 평범한 사람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 같은 이타심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타인의 행복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그의 행복을 지레짐작으로 판단하게 된다. 제일 가까운 관계인 부모 자식조차 서로의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아무리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라도 선생은 그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선생은 제자들이 요청하지 않는 한 먼저 조언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도움을 청하지 않을 때 도움을 주지 말고, 손 내밀 때는 그 손을 외면하지 말라"는 현인의 말을 늘 잊지 않으려 한다.

세계적인 법학자인 리처드 엡스타인 교수는 "소득재분배의 재원은 이 정책이 통과되도록 표를 준 집단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늘한 주장을 한다. 이 말에는 타인을 돕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즉, 입으로만 떠들며 남의 주머니를 털어 선행을 하려 드는 것은 정치인, 지식인, 시민운동가 등의 누구보다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이타적인 존재이다. 그 누구도 온전히 이기적이지도, 온전히 이타적이지도 않다. 눈앞의 이익만 좇는 이기심은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타심은 무엇보다도 필요한 덕목이며, 그래서 조건 없이 남을 돕는 행위는 분명히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번지르르한 감언이설로 꾀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타심을 강요하고 남을 돕는 행위를 강제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누군가 이타적 행동이 많은 세상에 살고 싶다고 한다면 그에게 "당신이 먼저 이타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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