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보다는 성악가라는 말이 어울릴만한 외양이다. 최근 만난 이일남 작가에게 그런 말을 건네자 익숙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대구의 중견화가인 그는 실제로 노래를 좋아하며 다양한 문화 행사에서 축가를 도맡아 부르는 자타공인 '낭만가객'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율동성이 돋보인다. 음악을 들으며 영감을 얻고 그것을 화폭에 옮기는데, 자유롭고 활기찬 붓질, 흩뿌려진 물감 등에서 리듬이 느껴진다.
이러한 그의 작품을 오는 31일부터 갤러리인슈바빙(대구 중구 동덕로 32-1)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16년 수성아트피아에서의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다.
"지난 전시는 구상에서 추상으로 전환한 이후 처음 작품을 내놓은 때였어요. 원색적이고 강렬하며 활동적인 작품들이었죠. 이번에는 그보다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들의 작품이 주를 이룹니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신작들은 대부분 인생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랑을 주제로 한 작업들이 눈에 띈다. 작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시는 등 슬픈 일이 많았고, 세상도 너무 각박하게 느껴졌다"며 "그럴수록 사랑이 모든 것을 치유하고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술가는 그러한 메시지를 사회에 던지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림 그리는 그 순간의 감정에 의존한다. 좀 더 내면의 것을 거침없이 펼쳐보이기 위해 눈을 감고 그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추상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는 지역에서 '인물화의 대가'로 통한다. 지금까지 한강 정구 선생의 영정을 비롯해 초상화 수백점을 그렸다. 대구상공회의소에 걸린 역대 회장들의 초상화들도 그의 작품이다.
사진으로 착각할 만큼 섬세한 묘사는 물론, 해당 인물이 가진 분위기를 잘 살려 따뜻한 느낌으로 그려내는 것이 이일남 인물화의 매력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미군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셨어요. 무명천에 연필로 스케치하고 붓에 물감을 묻혀 정성을 다해 칠하는 과정을 어깨 너머로 보곤했죠. 저도 따라 초등학생 때부터 영화배우 등 인물화를 그렸는데, 지금까지 이어오게 됐습니다."
작가는 인물화에 대한 애정이 여전하지만,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 그리는 것을 넘어 마음 속의 형태를 그려나가는 데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걱정과 의욕이 교차했다. 오랜 기간 구상 회화로 쌓은 탄탄한 조형적 바탕을 토대로 변화를 시도해나갈 것"이라며 "무엇보다 내 속에서 우러나오는 순간의 행복과 자유로움에 충실하며 그림을 그렸다. 관람객들에게 그 감정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 053-257-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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