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 대목 매출 3분의 1도 안 돼요."
설날을 2주 앞둔 지난 15일 오전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동(매천시장)에는 물건을 사러 온 손님보다 호객행위를 하는 점원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았다. 여러 점포가 밀집해 있는 시장 1층 약 20m를 걸어가는 동안 "어떤 물건을 찾느냐"며 말을 거는 이들만 10명이 넘을 정도였다.
매천시장 1층 중앙수산에서 일하고 있던 배모(59) 씨는 "올해 설 대목은 유난히 매출이 더 안 나온다. 작년, 재작년과 비교해도 처참한 수준"이라며 "주말에는 사람이 좀 오긴 하지만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지나치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고물가·고환율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명절 특수마저 사라지고 있다. 매천시장 상인들은 "1년 중 가장 큰 대목임에도 장사가 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시는 농·수·축산 도매법인 등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갓 들어온 수산물을 정리하고 있던 최모(52) 씨는 "연말부터 설까지가 수산물시장에는 가장 큰 대목이다. 여름보다 겨울에 수산물 인기가 높기 때문"이라며 "평소 같았으면 발주량을 더 늘렸을 텐데 올해는 30% 이상 줄였다. 그래도 재고가 많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고 했다.
수산물은 러시아, 일본, 베트남 등 해외 각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대부분인 만큼 높아진 환율 영향을 직접 체감하고 있었다. 이날 매천시장에는 러시아산 킹크랩이 1㎏당 10만2천원, 랍스터는 1㎏당 6만6천원선에 판매되고 있었다.
갑각류와 소라, 가리비 등을 판매하고 있던 신모(64) 씨는 "환율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사 오는 가격은 실시간으로 높아지는데 판매가는 멋대로 올릴 수도 없다. 안 그래도 매출이 저조한데 가격을 올리면 사 가는 사람이 더 적어질 것"이라며 "그렇다고 장사를 접을 수도 없다.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틸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태 1마리를 사 가던 도건록(60) 씨는 "옛날에는 시장에 오면 생선도 여러 마리 사고, 소라나 조개도 안주용으로 사 갔지만 요새는 딱 필요한 것을 최소 양만큼만 사게 된다"며 "금리가 높아 대출이자 갚기도 막막하다 보니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설 명절을 앞두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 안정화를 위해 대구시는 이날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대구경북지역본부, 농·수·축산 도매법인, 백화점 및 대형마트 등과 함께 성수품 가격안정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 등은 설 명절을 맞아 각종 할인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기환 대구시 경제국장은 "이상기후와 국내외 정세 불안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앙정부 물가정책에 맞춰 지자체 차원에서도 유관기관, 단체, 업체 등과 능동적으로 협조해 설 명절 성수품 수급과 가격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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