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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태진] '단식(斷食) 정국'의 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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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단식(斷食)이 정치권에서 대유행이다. 뭐라도 해야 지지층이 결집한다는 강박(強迫)이 '단식 정국'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그러나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라던 소설가 김훈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려는 본능에 가깝다.

물론 종교적 깨달음을 목적으로 한 단식도 있다. 개신교에는 금식기도가 있고, 이슬람교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라마단 기간이 있다. 통상 한 달 정도 이어진다. 올해는 메카를 기준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9일까지라고 한다. 해가 지면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동물은 어딘가가 아플 때 먹는 행위를 포기한다. 의사소통이 명확하지 않은 반려동물도 밥을 먹지 않는 행위로 신체적 불편을 호소한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숟가락을 놓으셨다면 이상 신호로 풀이해야 한다. 유명(幽明)을 달리하실 것 같다고 후손들이 짐작하는 때다. 암 환자들도 암세포에 영양분을 덜 준다는 명분으로 단식하는 경우가 있다. 의사들이 소스라치며 극구 만류한다. 암세포 증식이나 전이 때문이 아니라 영양실조로 병원을 찾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단식은 작정하고 곡기(穀氣)를 끊는 것이다. 밥맛이 없어진 김에 하는 게 아니다. 물만 마시며 동선을 최소화한다. 대개 일주일이 고비다. 그 즈음부터는 판단력도 흐려진다. 단식의 부작용은 명확하다. 죽음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3년 단식하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 "나도 23일 동안 단식해 봤지만 굶으면 죽는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탄핵이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는 한 여당 국회의원의 결기가 한동안 회자(膾炙)했다. 당내 명확한 피아 구분이 됐다는 빈정거림도 있지만 투사(鬪士)적 이미지가 상당 부분 배가된 건 확실해 보인다. 종교적 수행 방식이던 삭발, 삼보일배 등도 비폭력적 투쟁 방식으로 차용된 시대다. 최근에는 함께 걷는 것도 연대를 다지는 방식으로 떠올랐다. 결기를 보이며 단단한 각오를 다지는 비장함은 덜하지만 생명을 담보로 한 혐오감이나 거부감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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