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에 '저속노화'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쌀밥이나 밀가루 대신 혈당지수가 낮은 잡곡밥, 가공되지 않은 식품으로 구성된 건강식에 대한 수요가 부쩍 높아진 것이다. 업체들은 잡곡이나 다양한 채소로 만든 메뉴를 선보이며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외식업트렌드는 저속노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2025 외식업트렌드 Vol.1' 주제로 저속노화를 소개했다. 외식업트렌드는 배민과 국내 외식 전문가들이 함께 선정한 트렌드 키워드를 선보이는 콘텐츠다.
배민이 공개한 통계를 보면 배민 앱 내에서 노화, 면역, 항산화, 혈당, 저당 등 저속노화와 관련된 키워드를 메뉴명 등으로 활용하는 가게 수는 지난 2021년 1월 말 8천300곳에서 2023년 1월 말 약 2만곳, 지난 1월 말 2만4천500곳으로 급증했다. 4년여 만에 3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저속노화 키워드를 활용하는 가게는 도시락 카테고리에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약 3.3배 늘어나며 가장 큰 성장률을 보였다. 또 지난해 음식점 1만6천곳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속노화 핵심 식재료인 현미를 포함한 메뉴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 상승했다.
저속노화 트렌드에 따라 관련 제품 매출이 늘어나면서 배민은 장보기 서비스 B마트의 '건강·이너뷰티(먹는 화장품)' 카테고리 명칭을 '건강·식단관리'로 변경해 운영 중이다. 이 카테고리는 닭가슴살과 다이어트 식사·간식, 홍삼 등 건강즙, 건강식품 등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건강·식단관리 카테고리에서 판매 중인 상품 개수는 지난 1월 기준으로 1년 만에 약 22% 늘었고, 카테고리 매출은 같은 기간 약 30% 늘어났다. "닭가슴살과 닭가슴살 만두, 볶음밥 등 식사대용 제품, 고단백 과자, 제로 아이스티 등 식단 관리에 도움이 되는 간식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게 배민 설명이다.
외식업계는 식사를 가볍고 빠르게 해결하려는 소비 동향과 저속노화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계절적으로 여름이 가까워진 만큼 저속노화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습관 개선해 노화속도 지연"
저속노화 식단은 '신체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식단'으로, 단순 당과 정제 곡물을 줄이고 통곡물과 채소 위주로 구성한 건강한 식단을 말한다. 액상과당이나 단순 당류, 밀가루나 흰쌀밥 같은 정제 곡물이 아닌 현미·렌틸콩·귀리 등 잡곡을 섞은 밥과 두부·나물·생선 등 반찬, 신선한 채소와 달지 않은 과일을 섭취하는 식이다.
최근 저속노화 식단 바람을 몰고 온 건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다. 정희원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를 통해 저속노화와 고속노화에 대해 알리고, 양배추·두부 등을 활용하는 '저속노화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식습관을 포함해 기본적인 생활습관 요소만 개선해도 노화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게 정 교수 설명이다. 40세 남성 기준으로 ▷잘 먹기 ▷잘 움직이기 ▷마음 챙김(스트레스 관리) ▷잘 쉬고, 잘 자기 ▷술, 담배 줄이기 등 5가지만 지켜도 20년가량 수명이 연장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익숙한 재료를 활용해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레시피를 선보인 점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 소비자는 물론 젊은 소비자까지 선호하게 된 이유로 꼽힌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칼로리가 높고 정제 탄수화물이 주를 이루는 가공식품, 액상과당을 섭취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고혈압, 당뇨, 비만 질환자가 급증한 탓에 더 주목받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교수는 "지금 우리가 즐기는 음식들은 '한식'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 60년대, 70년대 집밥과는 다른 음식이 됐다. 더 자극적이고 맵고 달고 짠 음식들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서로 경쟁을 한다"면서 "내가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내가 오늘 어떤 운동을 했는지, 어제 얼마나 잘 잤는지와 같은 미세한 생활습관들의 조합에 의해 노화시계가 가는 속도는 계속해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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