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극우 세력 활개친 '예루살렘의 날' 깃발 행진

'6일 전쟁' 승전 기념한다며 도발
팔레스타인 주민에 폭력 휘두르기도
무슬림 쿼터 들어가 혐오 구호 외쳐
국가안보부 장관도 충돌의 불씨 당겨

26일(현지시간)
2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이스라엘 국기를 든 시위대가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다마스쿠스 문 앞에서 '깃발 행진'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극우 시위대의 '예루살렘의 날' 기념 '깃발 행진'에 혐오 구호와 폭력이 난무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차갑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의 승전일(5월 26일)로 이스라엘이 '통곡의 벽' 등 성지가 있는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국경일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깃발 행진'을 이어가던 시위대 일부가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기자들을 괴롭히고 폭행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구시가지에 조성된 무슬림 거주 구역인 '무슬림 쿼터'에 난입해 문을 연 상점 주인들을 위협하고 히잡을 쓴 여성들에게 침을 뱉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아랍인들에게 죽음을(Death to Arabs)" 등 혐오 구호를 외치면서 무슬림 쿼터를 관통해 '통곡의 벽'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선을 넘은 듯한 '깃발 행진'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무슬림 주민들과 크고 작은 충돌을 빚으며 갈등의 도화선이 됐던 이력이 있다. 2021년에는 '11일 전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 이스라엘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다마스쿠스 문 밖에 모인 시위대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 이스라엘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다마스쿠스 문 밖에 모인 시위대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날 극우 성향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도 무슬림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알아크사 모스크'를 찾았다. 이곳에서 그는 "이스라엘 인질들의 안전과 전쟁 승리를 기도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유대인의 종교의식이 허용된다고 선언해 무슬림을 자극했다.

알아크사 모스크의 치안 유지 권한은 이스라엘에 있지만 관리를 맡은 요르단은 경내 기도를 무슬림에게만 허용한다. 1994년 맺은 평화협정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벤그비르 장관의 행동에 정치적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대사관 직원 커플 총격 피살 사건 등과 관련해 자국민 결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확대되는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한편 이스라엘 야당인 민주당 야이르 골란 대표는 이번 폭력 사태를 두고 "충격적"이라며 "증오, 인종 차별, 집단 괴롭힘일 뿐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건 이런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나빌 아부 루디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은 "알아크사 모스크 영내에 반복적으로 침입하고, 이스라엘 국기를 게양하는 도발적인 행위가 지역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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