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권세호 코레일 상임감사위원 "감사, 견제자 역할뿐만 아니라 조언자 역할까지 확대"

대구 출신…코레일 감사 중점 '안전과 재무'
성심당 대전역 철수…감사원 중재 제안해 무마
명철열차표, 매크로 활용 선점…AI 기술로 막는다
내부 통제 구조 형성…청렴 교육·내부고발 제도 필요

권세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상임감사위원.
권세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상임감사위원.

권세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상임감사위원을 21일 대전 중구 코레일 본사에서 만났다. 코레일 제공
권세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상임감사위원을 21일 대전 중구 코레일 본사에서 만났다. 코레일 제공

"감사는 더 이상 적발과 통제 중심의 견제자 역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전문적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지원하는 조언자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7월 공공기관 감사의 역할과 국제적인 감사 트렌드를 담은 책인 '별에서 온 감사'를 펴낸 권세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상임감사위원은 21일 대전 중구 코레일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권 감사는 2023년 9월부터 2년간 하루 350만명이 이용하는 철도의 내부 통제와 규율을 점검하는 '3차 방어선' 역할을 해왔다. 시속 300㎞에 가까운 고속으로 달리는 고속철도와 4천㎞에 달하는 철도망을 관리하는 임직원 3만여명 규모 거대 조직에서 단 한 번의 사고도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실무자와 관리자들이 1선, 2선이라면 감사는 3선"이라며 "사각지대가 있는지, 매뉴얼대로 잘하는지 매뉴얼은 빠진 게 없는지 찾는 게 감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재무 두 축으로 감사 활동"

공인회계사이자 기술경영학 박사인 권 감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감사위원장, 한국재정정보원 감사 등 다양한 공공기관 감사를 역임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코레일 감사는 그에게도 도전적인 업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역 작은 역을 4조 2교대로 운영하는데 직원이 8명이다. 사회복무요원 지원을 받아도 무척 빠듯한 환경이다. 코레일은 적은 인원에도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주셔서 철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빠듯한 환경은 코레일의 고질적 재무 문제 때문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6조원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1천114억원에 달했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 부채가 쌓이면서 누적 부채가 21조원에 이르는 실정이다.

권 감사는 "코레일에 와서 안전과 재무 두 가지에 방점을 두고 감사해왔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수익성이 좋은 것에 좀 더 투입하고 손실이 많은 곳은 줄이는 경영 개선에 관심을 갖고 일했다"고 말했다.

권세호 코레일 상임감사위원은 자신의 감사 경험과 새로운 감사 트렌드를 담은 책
권세호 코레일 상임감사위원은 자신의 감사 경험과 새로운 감사 트렌드를 담은 책 '별에서 온 감사'를 펴냈다. 코레일 제공

◆감사원 사전컨설팅으로 성심당 철수 위기 해결

권 감사가 코레일에 몸 담은 기간 가장 보람 있는 기억으로 꼽는 것은 대전의 명물 성심당의 대전역 철수를 막은 일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대전역에 입점한 성심당에 대해 기존 매출액의 5%(1억3천만원) 수준의 임대료를 다른 역 매장들과 같은 17%(4억4천만원)로 상향하려 했다. 임대료 부담에 성심당이 대전역에서 철수할 위기에 몰리자 권 감사는 감사원의 사전컨설팅 제도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감사원은 운영자 모집이 계속 유찰될 경우 예정가격을 재산정하고 임대료를 낮춰 공고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여섯 번째 입찰에서 6%(1억5천만원) 수준으로 임대료가 결정돼 코레일과 성심당이 재계약할 수 있었다.

권 감사는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감사 방식도 도입했다. 부임 후 인공지능(AI) 감사부를 신설하고 전통적인 감사 방법으로 해결하기 힘든 리스크들을 극복했다. 머신러닝, 시계열 분석 등 각종 디지털 감사 기법을 도입해 매크로를 통한 좌석 선점, 명절 예매 시 좌석 다량 선점 후 취소, 열차 승차 후 환불 등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았다.

이러한 성과로 권 감사와 코레일은 한국감사협회 '자랑스런 감사인상 대상', '준법감시 부문 기관 대상' 등을 받았다.

◆"감사 시스템 발전이 신뢰 자본 키울 것"

권 감사는 청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도 여전히 기업 내 횡령 사건이 숙지지 않는 것에 대해 "감사의 중요성에 대한 국내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회사 내 부정을 막고 내부 통제 구조를 갖추기 위해 구성원에 대한 반복된 교육을 통한 청렴한 조직 문화 형성과 내부 고발 제도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감사는 "눈에 보이는 유형 자산만 자산이 아니라 서로 간에 약속을 믿고 이행할 수 있는 신뢰 자본이 있는 게 선진국이다. 감사 시스템의 발전은 우리 사회의 신뢰 자본을 계속 키우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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