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를 겪은 국민의힘이 좀처럼 당을 수습하지 못하자 과거의 위기 극복 사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무현 탄핵 역풍', '차떼기 정당' 사태를 겪으며 최대 위기에 처했던 당이 천막당사의 절박한 시절을 거치고, 당권-대권 분리 등 혁신안을 시행하며 뺏겼던 정권을 되찾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보수 정가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을 이끌던 한나라당 당시 '천막당사' 시절을 소환하는 대화들이 적지 않다. '1인 보스'였던 이회창 총재가 연거푸 대선에서 패배한 뒤 '차떼기'로 대선 자금을 불법 수수한 사건에 휘말리며 당이 최대 위기에 빠졌던 시절과 현재를 견주어 보는 맥락이다.
당시 제17대 총선(2004년)을 앞두고 당 대표에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천막당사 집무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변화를 향한 절박한 심경을 행동으로 실천한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불어닥친 역풍에 '80석도 건지기 힘들다'던 총선에서 크게 패하지 않고 120여 석을 얻은 것도 천막당사란 묘수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공천을 총괄했던 김문수 심사위원장이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를 하고 '사천 없는 공천'을 한 것도 주요했다는 평가다. 유망한 새 인물들을 대거 전진 배치해 공천을 했고 그 결과 주호영, 유승민, 나경원, 최경환 등 주요 보수 정치인들이 금배지를 달았다.
이듬해 출범한 홍준표 혁신위원회도 당의 체질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회자된다.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대선 1년 6개월 전 당권·대권 분리' 원칙이 이때 나왔고 후보 공천 시 일반 국민 여론을 50% 반영하는 등 민심과 동행하는 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는 것.
이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고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당권·대권 분리안을 수용하는 등 자기희생의 모습도 보였다.
보수 정가 관계자는 "중진 의원들의 내려놓기, 공정한 공천, 민심과 동행하는 혁신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식적 조치들이 있어 당내 민주주의, 시스템 정당화가 실현됐다. 그 결과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연속 창출하며 '보수 전성기'를 누린 게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 당시 대표는 당의 정책 정당화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며 끊임없이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고 발표했다. 그 결과 정책 어젠다도 선점하는 등 실력을 갖췄던 것"이라며 "지금은 정책도, 인물도, 자기희생도, 당내 민주화도 없고 절실함도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자기 금배지를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대구 찾은 조경태, 강력한 인적 쇄신 강조 "한남동 관저 앞 45명 인적청산"
[단독] 허위 저격 논란 '백종원 저격수'… 과거 허위 방송으로 징계
정부 관심 벗어난 '대구경북신공항'…TK 정치권 뭐하나
홍준표 "해산될 정당으로 안 돌아가…9월부터 홍카콜라 재개"
우상호 "강선우 임명 강행은 與 지도부 의견…대통령 고민 많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