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트에서 만난 라면, 길에서 본 한복…에스토니아 사로잡은 'K-컬쳐'

세종학당, 에스토니아 사아레마서 한국 문화 체험 진행
불닭볶음면, 신라면 등 해외에서도 매운 라면 인기

22일 세종학당에서 개최한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에서 한복을 입어보는 에스토니아 사람들. 김세연 기자
22일 세종학당에서 개최한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에서 한복을 입어보는 에스토니아 사람들. 김세연 기자

"안녕하세요!"

에스토니아 쿠레사레의 마을 광장을 지나는데 누군가 바지를 잡고 인사를 건넸다. 7살쯤 돼 보이는 금발의 푸른 눈의 아이가 한국어 인사말을 건넨 순간, 기자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름도 낯선 이 나라에서 한국어를 들을 줄 몰랐다.

주변을 둘러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아름다운 색깔의 한복을 곱게 입은 에스토니아 여성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종이로 한복을 접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23일(현지 시간) 오후 2시 쿠레사레 광장에서는 한국 문화 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이번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에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초청한 에스토니아의 오페라 극장 에스티 콘서트의 요청으로 세종학당이 주최한 프로그램이다.

24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한복 입어보기, 조개 부채 만들기, 한복 색종이 접기 등이 마련됐다. 특히 한복 체험은 가장 인기 있는 코너로 관심이 집중됐다.

22일 세종학당에서 개최한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에서 한복 종이 접기를 체험하고 있는 에스토니아 아이들. 김세연 기자
22일 세종학당에서 개최한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에서 한복 종이 접기를 체험하고 있는 에스토니아 아이들. 김세연 기자

세종학당의 이동연 파견 교원은 "여기가 관광지다 보니 현지인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핀란드 분들도 많이 오신다. 방금 프랑스 커플이랑 스페인 가족 관광객도 왔었다"라며 "한복을 입어보고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머나먼 에스토니아에서도 한국 문화는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벌써 에스토니아에 거주한 지 30년이 넘었다는 교민 정정임 씨는 "이곳에 적응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K-컬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인 탈린에서는 카페나 옷 가게에 들어가면 K팝을 쉽게 들을 수 있고 과거에 비해 한국 음식점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행사가 진행 중인 광장 바로 옆 마트에서도 한국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라면 코너에서다. 판매대에는 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이 가운데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가격은 낱개 1봉지에 2~3유로(한화 약 4천800원)로 비싼 수준이다. 그럼에도 인기를 입증하듯 매대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에스토니아의 한 마트 라면 코너에 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이 자리잡고 있었다 .김세연 기자
에스토니아의 한 마트 라면 코너에 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이 자리잡고 있었다 .김세연 기자

현지 매체에 보도된 한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에스토니아의 즉석라면 시장은 2025년 0.63% 성장률에서 출발해, 2029년에는 7.24%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매운맛 라면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산 라면은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색적인 식사로 주목 받고 있다.

마트에서 만난 익숙한 라면, 광장에서 마주한 한국 전통문화.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에서도 한국은 점점 더 가까운 이름이 되고 있다. 이제 'K-문화'는 유럽의 작은 마을에서도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에스토니아 사아레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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