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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성은에 1년6월 구형…조성은 "검사 고발할 것"

2020년 2월 조 씨와 측근 텔레그램 대화. 조 씨는 김 전 대사로부터 받은 월남전 참전 유공자 명단(원본 파일)을 브랜드뉴파티 당원 명부로 바꾼 뒤 이 파일을 측근에게 보내 각 지역 당원명부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매일신문 DB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고발인 조사를 위해 23일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정당법 위반과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를 받는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조 씨는 최후 진술에서 "검찰이 핵심 증거인 대질신문 녹취를 재판부에 내지 않았다"며 "녹취가 사라졌을 경우 담당 수사 검사를 증거인멸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2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선 조 씨와 김종구 전 몽골대사, 이재섭 전 브랜드뉴파티 경기도당 위원장의 정당법 위반 관련 결심공판이 열렸다. 조 씨는 2020년 2월 '브랜드뉴파티'라는 정당을 창당하려 김 전 대사로부터 받은 월남전 참전 유공자 1만8천여명 명단으로 브랜드뉴파티 입당원서 위조를 기획·지시한 혐의를 받아 2023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대사는 조 씨의 이런 계획을 알고도 명단을 넘긴 혐의를, 이 전 위원장은 조 씨 지시에 따라 1천162장을 위조해 실제 경기도 선관위원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피고인 조성은과 김종구는 범행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반성조차 하고 있지 않다. 이 점을 참작해 조성은에 대해 징역 1년6개월, 김종구에 대해 징역 1년6개월, 이재섭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재판 내내 조 씨는 "김 전 대사가 '즉시 정당 가입을 시켜도 문제 없는 명단'이라며 준 것이라 나는 죄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고 김 전 대사는 "그냥 명단만 넘긴 것일 뿐 정당 가입 여부는 일일이 조 씨가 확인 전화를 걸어 해결했어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왔다. 조 씨의 단독 기획이었는지 김 전 대사가 이를 알면서도 협조한 것인지가 공범 여부를 가르는 쟁점이 됐다.

김 전 대사 측은 "조 씨가 김 전 대사에게 문자로 SOS를 친 지 하루만에 김 전 대사가 1만8천여 명 명단을 조 씨에게 줬다. 김 전 대사가 하루만에 명단 속 1만8천여명에게 동의를 받아서 이를 정리하고 명부 작성까지 해서 줬다는 조 씨의 주장은 상식과 경험칙상 말이 안 된다"며 "김샛별(당시 브랜드뉴파티 사무총장) 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조 씨가 문서를 위조했고 이에 대한 위법성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특히 조 씨와 김 씨 녹취록을 보면 김 씨가 조 씨에게 이를 명확히 지적했지만 조 씨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 씨가 결심공판 뒤인 23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 스레드 갈무
2020년 2월 조 씨와 측근 텔레그램 대화. 조 씨는 김 전 대사로부터 받은 월남전 참전 유공자 명단(원본 파일)을 브랜드뉴파티 당원 명부로 바꾼 뒤 이 파일을 측근에게 보내 각 지역 당원명부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매일신문 DB

이에 조 씨는 대질신문 녹취에 이에 관한 '진실'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양 당사자가 사건 실체를 모두 인정하는 대질신문 녹취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에 하나다. 그런데 검찰 측이 그걸 제출하지 않았다. 함재원 검사(수사 담당 검사)가 일방적으로 폐기했다면 증거 인멸에 해당하는 좀 심각한 사안"이라며 "재판부가 직권으로라도 대질신문 녹취를 파악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조 씨가 말한 대질신문 녹취란 2023년 가을쯤 검찰에서 있었던 조 씨와 김 전 대사의 수사 기록을 말한다. 이 재판은 2023년 12월 시작됐는데 재판이 이어지는 1년 반 동안 검찰 등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던 조 씨가 결심공판에 이러르서야 검찰 측에 '이 자료를 왜 안 낸 것이냐'고 따진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대질신문 녹취를 우리가 받는 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수사기록이 있다면 선고기일 전에 열람신청청구를 하든가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재판부에 제출하라"고 했다. 이에 조 씨는 "검찰에서 받은 뒤 제출하겠다. 만약 대질신문 녹취가 없다면 증거인멸로 함재원 검사를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조 씨가 결심공판 뒤인 23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 스레드 갈무

선고기일은 오는 9월10일 열릴 예정이다. 조 씨는 "8월에는 휴가 기간이 있으니까 시간을 좀 더 달라"며 "열람신청청구나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시일이 걸리니 선고를 늦춰달라"고 말했다. 판사는 조 씨 요청을 거절하며 "일단 9월10일로 하겠다. 다만 추가 증거 자료 제출이 가능한데 행정 처리상 늦어지면 그때 가서 선고일을 변경해 주겠다"고 했다.

한편 조 씨는 법정에서 '내가 손준성 검사 관련 고발사주 사건을 폭로해 검찰로부터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조 씨가 고발사주를 폭로한 건 2021년 9월2일이었다. 브랜드뉴파티 창당 사기 사건이 최초 언론 보도로 수면 위에 올라온 건 이 보다 1년 반 정도 앞선 2020년 5월15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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