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은 여분의 달로 19년 동안 7차례 돌아 온다. 2~3년에 한번씩 발생하는 달로 '공짜달', '공달'이라 해 '귀신이 탈을 부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하루 만에 멀리 떨어진 세 곳의 절을 다니며 불공(세절밟기)을 드리고,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손질 하기도 하고, 수의(壽衣)를 미리 준비하거나, 유골을 수습해 화장 후 납골당에 모시기도 한다.
특히 지난 3월 대형산불이 발생한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동부 지역에서 조상 산소가 타 버린 사례들이 많은 가운데, 유교문화와 민간에서 전해오는 후손들의 다양한 의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안동의 한 유림 인사는 "조상 산소가 불에 타는 것은 후손으로서 불효한 일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조상 산소가 훼손되거나 불에 탈 경우 지역과 종중, 집안의 전통에 따라 제사 등의 의례를 통해 속죄해오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속죄제'나 '고유제' 형식으로 일반 제사와 유사하게 제물을 차리고, 술 대신 맹물을 사용해 제사를 올리면서 산소가 훼손된 사실을 설명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것.
이 밖에 묘소의 훼손에 따라 묘지를 정비해 다시 봉안하거나, 봉문을 쌓고 석물을 정비한다거나 경우에 따라 화장 처리 후 납골당으로 다시 모시는 방식으로 조상의 분노나 서운함을 달랜다는 것이다.
안동의 유림 A씨는 "지난 산불로 조상 묘소가 모두 불에 탔다. 그동안 산 전체가 불에 타면서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4개월여가 지나면서 상황이 좋아져 조만간 산소 정비에 나설 계획"이라며 "지난 4월초 간단한 고유제를 올렸지만, 윤달을 맞아 재정비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
산불피해가 심했던 안동과 영양 등 북부지역 일부 민간에서도 산불에 탄 조상 묘소에 민간에서 전해오는 '양밥', '밥 떠먹이기', '산제' 같은 전통 의례 행위가 치러져 관심이다.
유림사회가 말한 유교적 의례와 달리 민간신앙과 풍습으로 전해지는 행위는 조상 산소가 불에 탔을 경우 '양식(養食)을 드린다'는 뜻의 양밥으로 조상의 혼백이 노여워하거나, 원혼이 떠도는 경우에 밥을 차려서 먹게 해드리거나, '볏짚'을 뿌려 정화하고 조상의 영혼을 안정시키고 있다.
특히, 볏짚을 이용한 조상숭배·재액방지·정화 행위는 최근까지도 민간에서 간간히 행해졌던 의례로 윤달을 맞아 산불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자리나 재가 된 묘지 주변에서 짚단을 모아 태우며 액을 막거나, 산불로 묘가 완전히 훼손된 경우 일시적으로 조상의 혼백을 모시는 공간을 '짚으로 만든 단(壇)'이나 집 모양으로 꾸미기 위해 볏짚을 묘지위해 씌우기도 한다.
경북 영양군의 주민 B씨는 "산불로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산소 4기의 잔듸가 불에 타 잿더미로 변했다. 수개월이 지나면서 잡풀이 조금씩 자라고 있지만, 완전한 모습을 찾기까지 시간이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며 "윤달을 맞아 볏짚을 썰어 묘지위에 뿌리는 전통의례를 가족들과 논의해 진행할 계획"이라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3월 열흘간 이어진 울진지역 산불이 꺼진 이후 북면과 죽변면 등의 산소에 후손들이 짚을 덮어두는 사례가 눈에 띄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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