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세 협상' 데드라인 임박…韓. 조선업 '마스가' 히든 카드 제시

30~31일 마지막 협상 무대…쌀·소고기 테이블 올릴 수도
과시 욕 강한 트럼프가 만족할 '숫자' 제시가 중요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을 나흘 앞둔 28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본사에 대형 크레인이 보인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을 나흘 앞둔 28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본사에 대형 크레인이 보인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조선 산업과 농산물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25일(이하 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이틀 연속 통상 협상을 벌인 뒤 본국과 소통하며 협상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유럽연합(EU)과의 무역 담판 및 미한중 무역 협상을 위해 모두 유럽으로 떠난 상황이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한 뒤인 30∼31일 상호관세 발효 전 마지막 협상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조선을 비롯해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 협력 강화, 가스·원유 등 에너지 수입 확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 사업 참여 검토 등을 패키지로 묶어 카드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한미가 조선 분야 협력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어 이번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한국 측은 미국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이름 붙인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정부는 농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민감도를 고려해 농산물 품목 중 쌀과 소고기를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농업계 안팎에선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두 품목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 협상 성과를 자랑하고 과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그가 만족할 만한 '숫자'를 제시하기 위해 '원스톱 쇼핑' 방식의 패키지를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이미 2023∼2024년 미국 투자 1위 국가로, 대미 투자를 미국의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카드로 더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민감한 농산물 분야에서도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검역 등과 관련한 기술적 이슈는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실질적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생색을 낼 수 있는 카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농업인단체들은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협상 카드로 쓰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길 등 농축산업 단체들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곧 농민 생존권 말살"이라며 "전국농축산인은 식량주권 사수를 위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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