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틴, 돈바스 넘기면 평화협상 가능"

NYT "재공격 중단 서면 약속 제안"
러시아에 전쟁 지속 '프리패스' 부여?
휴전 절박한 우크라이나 사정 외면하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에서 영토 분할과 관련해 '조건부 휴전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을 포기한다면 신속한 평화협상에 나서겠다는 게 제안의 골자다.

◆돈바스 지역 넘기면 평화협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회담 결과를 유럽 정상들에게 전하면서 조건부 휴전 제안도 함께 전했다고 유럽 고위급 관리 두 명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하고, 우크라이나 또는 유럽 국가를 재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서면으로 약속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현재 루한스크주 거의 모든 지역, 도네츠크주의 75%가량을 장악했다. 도네츠크주 서부의 전략적 요충지는 우크라이나군 통제 하에 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알래스카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면 남부전선을 동결하고 공격을 멈추겠다"는 제안이 나왔다고 전한 바 있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확보를 전제로 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기존 영토를 절대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FT는 전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까지 "즉각적 휴전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 정상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지 않다.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 지위는 아니더라도 미국이 유럽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일종의 안보 보장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발언한 것에 고무됐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을 구체화하는 쪽으로 유럽 주요국들이 눈길을 돌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핀란드·폴란드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6일(현지시간) 미·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에 '프리패스' 준 거냐?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을 무기한 지속할 수 있는 '프리패스'를 부여했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NYT는 16일(현지시간) 알래스카 회담 결과를 분석하는 기사를 통해 "푸틴이 요구하는 평화협정의 조건이 현실성이 떨어져 합의 도달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푸틴의 장기 평화협정 조건이 광범위해 우크라이나와 유럽 정상들이 동의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제한 뒤 "트럼프는 회담 이후 합의 달성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유럽으로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는 "트럼프는 또다시 농락당했다"며 "휴전, 심각한 경제적 후과, 실망감에 대한 모든 약속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트럼프를 다시 농락하는 데 레드카펫 위에서 2분, 미국 대통령 전용 차량 안에서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