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 해소를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한 '육아휴직 공시제'가 시행 첫해부터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지침 수준에 머물러 있고, 공시를 누락해도 제재가 없기 때문에 기업의 참여 의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비례)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가 코스피 상장사 848곳을 전수 분석한 결과,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정보를 미공시(221곳·26.1%) 하거나 정보를 미기재하여 파악 불가한 경우(77곳·9.1%)가 3분의 1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0%로 공시된 기업도 13.9%에 달했다.
육아휴직 공시제는 지난해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도입한 제도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23년부터 근로자 1천명 이상 기업은 육아휴직 사용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 시행하기도 전부터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금감원 지침으로 도입돼 공시를 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가정양립 정책의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를 두고 금융감독원에 업무를 맡기면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계 부처들의 책임 회피도 문제로 여겨진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비례)이 제도 설계에 참여한 기관들에게 관련 통계를 요구했지만 모두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김위상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상장기업 육아휴직 사용 현황 공시제도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라고 회답을 보내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해당 제도를 관할하는 부처(고용노동부 또는 금융감독원)에서 관리할 사항"이라고, 금융감독원은 "육아휴직 제도 사용 공시 관련 데이터가 없다(관련 통계를 취합·관리할 의무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코스피 기업만 전수조사 됐을 뿐, 1천781개에 달하는 코스닥 상장사는 실태조차 파악되지 못한 상태다.
김위상 의원은 "저출산 해소라는 국가적 과제를 위해 육아휴직 공시제가 도입됐지만, 법적 근거와 부처 간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벌써부터 제도가 사문화돼 가는 상황이다"며 "상장 여부가 아닌 상시 근로자 수(300인 이상)를 기준으로 육아휴직 사용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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