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1조4천억원에 가까운 재산분할에 대한 파기환송 결정으로 위기를 면하게 됐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비자금 관련 오명을 벗고 경영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글로벌 경영환경 급변 대응과 인공지능(AI) 산업 확장, 한미 관세협상 지원 등 현안과 그룹 경영에 한층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대법원 판결 이후 최 회장측 변호인은 "지난 항소심 판결에서 있었던 여러 법리오해와 사실오인 등 잘못이 시정돼 다행이다.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현재 최 회장과 SK 그룹은 공식 반응 없이 평소와 같은 경영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룹 주요 계열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도 평소와 다름 없이 조용한 분위기로, 지난해 5월 2심 판결 이후 주요 경영진 긴급회의가 소집된 것과 달리 이날은 별도의 공지나 회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최대 위기는 넘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2심에서는 1심 결과 665억원이던 재산분할액이 20배가 넘는 1조3천808억원으로 대폭 상향되면서 최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SK 그룹은 지주회사인 SK㈜가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말 기준 SK㈜ 지분을 17.9%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최 회장 측 SK㈜ 지분은 30% 정도로 추산돼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은 계열사 지분 매각이나 거액의 대출 발생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재산분할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이 큰 고비를 넘기면서 관세 리스크와 공급망 문제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대응과 AI·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 육성 등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그는 이날 오후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또 최 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후에는 오는 28~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의 의장을 맡아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 예정이다.
내달 3~4일에는 SK가 주관하는 AI 서밋에 참석하고, 6~8일에는 그룹 최대 경영회의인 'CEO 세미나'에서 그룹 미래 방향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등 숨 가쁜 행보가 예고돼 있다.
SK 그룹 관계자는 "이번 판결 덕분에 'SK가 비자금으로 성장했다'는 오해가 해소된 만큼 구성원들의 명예와 긍지가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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