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 상승세가 무섭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깨자 은도 덩달아 뛴다. 상승률은 금을 압도(壓倒)한다. 금에 가려졌던 은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듯하다. 물론 가격은 금이 훨씬 비싸다. 21일 한국금거래소 기준 순금 한 돈(3.75g) 시세는 92만원(살 때), 은 시세는 1만1천790원으로 금이 80배가량 비싸다. 지난 5월만 해도 국제 금과 은 가격 격차는 100배에 달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128배까지 벌어졌다. 역사적 평균은 40~60배 정도였는데, 올 들어 은이 기록적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아직 80배라는 말은 여전히 은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은의 독특한 물리적 성질 중 하나는 반사율(反射率)이다. 가시광선을 90% 이상 반사한다. 고가의 거울은 은으로 코팅돼 있다. '진실을 비추는 금속'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다만 반사성은 오래가지 않는다. 공기 중 황화물에 닿으면 쉽사리 검게 변색된다. "거울이 흐려지면 거짓이 깃든다"는 서양 미신이 생겨난 배경이다. 은은 정화(淨化)의 금속이기도 하다. 은 이온은 세균 단백질을 분해해 번식을 억제한다. 중세 수도사들은 은잔에 물을 담아 '썩지 않는 물'이라 불렀고, 20세기 초까지 은은 항생제가 등장하기 전 가장 신뢰받는 살균제였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는 우주선 식수 정화장치에 은을 쓴다.
현대 산업에서 은은 더욱 필수적 존재가 됐다. 구리보다 전도율(傳導率)이 뛰어나지만 가격과 공급 문제로 제한된 곳에만 쓰인다. 태양광 패널, 반도체, 전기차, 스마트폰 카메라도 은이 있어야 완성된다. 국제은협회에 따르면 2024년 은의 산업용 수요 비중은 전체의 56%로, 10년 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그런데 공급이 문제다. 은광 자체는 줄어들고, 대부분 은은 구리·납 광산의 부산물로 얻어진다. 2024년 세계 은 생산량은 2만5천500톤(t)인데 수요는 3만7천600t에 이른다. 은의 부활은 가격 상승이 아니라 기술적 전환의 신호다. 1GW 전력을 생산할 만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은 200t가량이 필요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30년까지 세계 태양광 설비가 3배 늘면, 은 수요는 지금의 2배가 된다고 내다봤다. 금은 쌓이지만, 은은 에너지와 함께 흐른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4대강 재자연화 외친 李 정부…낙동강 보 개방·철거 '빗장' 연다
李대통령, 24일 대구서 타운홀미팅…"다시 도약하는 길 모색"
李대통령, 24일 취임 후 첫 대구 방문…"재도약 길, 시민 목소리 듣는다"
나경원은 언니가 없는데…최혁진 "羅언니가 김충식에 내연녀 소개"
김현지, 국감 첫날 폰 2번 바꿨다…李 의혹때마다 교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