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기(73) 전 지방시대위원장은 요즘 책 집필에 한창이다. 경북 의성 출신인 우 전 위원장은 영남대 총장과 대구가톨릭대 총장, 대구시교육감을 지낸 인물이다. 대구가톨릭대 총장 재직 중 윤석열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취임준비위 부위원장으로 윤 정권과 인연을 맺은 뒤 지난 4월까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퇴임 후 대구로 내려와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자신의 할아버지인 애국지사 우희원 선생의 추모집을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책은 '애국지사 노송 우희원'이란 제목으로 최근 세상에 나왔다.
지난 1일 대구시 중구 계산동 매일빌딩 10층 집필실에서 우 전 위원장을 만나 책 출간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방시대위원장 재임 시절 가장 공을 들인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란 결실을 맺지 못해 아쉬움이 클 것 같다.
▶무척 아쉬웠다. 3년 가까이 지방시대위원장을 맡아 일하며 느낀 게 있다. 정부 중심의 균형 발전 정책이 시장 경제 원리에 대한 불균형 심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나온 게 지방 분권화고, 그 배경 속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추진됐다. 경북 출신인 만큼 애착도 컸고 공도 많이 들였다. 특히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부분을 조율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대구시와 경북도,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원회 등 4자간 공동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비상계엄에 따른 국정마비 사태가 오면서 이게 중단이 되니 너무 안타까웠다. 재임 기간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완성시키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쉽다. 행정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닌 시장·도지사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애국지사 노송 우희원'이란 책을 냈다.
▶제가 성장하는데 있어 큰 사랑과 엄한 가르침을 주신 제 할아버지에 관한 책이다. 지난 4월 30일 퇴임 이후 대구로 내려와서는 그동안 미뤄두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하고 있다. 이 책을 발간하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올해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오래 전부터 이에 맞춰 추모집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행히 올해를 넘기지 않고 책이 나오게 됐다.
-어떤 내용을 담았나.
▶할아버지는 경북지역 첫 독립만세운동인 비안공립보통학교 학생 만세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3월 12일 학생 50여명을 모아 학교 뒷산인 목단봉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이를 계기로 만세운동이 경북 전역으로 확산됐지만 할아버지는 이 일로 인해 대구형무소에서 8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이 같은 공적을 인정해 2006년 건국포장을 추서했다. 광복 이후엔 안계면장을 지냈다.
유년시절 저는 의성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심부름을 비롯해 여러 가지 밥상머리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할아버지는 아침이면 늘 애국가를 부르셨고, 저에게 국어사전을 외우게 하셨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대구에 혼자 다녀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시기도 했다. 대구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형의 하숙집을 찾아가 등록금을 전해주라는 것이었다.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기르게 하시려는 의중이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제 뒤에 사람을 붙여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셨다고 한다. 그런 할아버지의 엄한 가르침은 훗날 제 삶의 지표가 됐다.
이 책엔 경북 최초의 독립운동을 주도한 애국지사이자, 안계면장으로 주민 교육과 복지에 힘썼고 유년시절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할아버지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할아버지께 받은 교육을 후대에 기록으로 남겨 알려야겠다는 뜻이 강했다.
-대구시교육감 시절에도 조손(祖孫)간 교육에 대한 애착이 컸다.
▶'격대교육(隔代敎育)'이란 말이 있다. 세대를 건너뛰어 이뤄지는 교육, 다시 말해 조부모가 주관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교육감 재직 시절 경북 성주에서 '양아록(養兒錄)'이 발견됐다. 16세기 관료이자 학자였던 이문건(1494~1567)이 경상도 성주에서의 유배 생활 기간에 직접 손자를 기르며 그 자라나는 모습을 기록한 책이다. 할아버지가 쓴 양육 일기 같은 거다. 이는 제 삶의 지표가 된 할아버지의 가르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대구시교육청은 '1교 1경로당 자매결연을 통한 조손관계 회복교육'을 시작했다. 매년 1박 2일 일정으로 팔공산수련원에서 조손캠프도 열었던 것도 할아버지의 사랑과 가르침에서 비롯됐다.
-이 책 외에도 전공분야인 '위기 발생과 대응'이란 책도 최근 냈다. 이것 외에도 준비하는 게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 전공이 도시경영론이다. 도시 행정의 3요소를 꼽자면 도시경영, 위기관리, 협상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국내 대학에서 처음으로 이 과목들을 개설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동안 대학총장과 대구시교육감을 지내고 지방시대위원장을 맡는 등 '외도'를 하느라 책으로 내지 못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앞서 도시경영론 책인 '도시. 경영의 옷을 입다', 협상과 관련한 '협상 주고받기' 등의 책을 냈고 이번에 정리해서 낸 게 '위기관리론'과 '위기 발생과 대응'이란 책이다.
특히 '위기 발생과 대응'은 대구지하철 참사와 일본 고베지진, 미국 9.11 테러에 대한 현장 조사 사례집이다. 특히 9.11 테러는 안식년을 맞아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 뉴욕주립대에 위기관리론을 공부하러 갔었을 때에 발생해 상황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요즘은 대구시교육감 시절 일화 등을 담은 수상록을 낼 계획으로 그간 써뒀던 글을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단시간에 많은 책을 낼 수 있는 건 틈틈이 자료를 정리해두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 같다.
▶할아버지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고등학생 시절 때였다. 1960년대 후반 매일신문에서 경북의 3·1 만세운동에 대한 기사를 다뤘는데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있었다.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신문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지방시대위원장 재직 때는 정부기록보존소의 협조를 얻어 할아버지의 재판기록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기록의 가치다.
사실 제가 자료정리를 잘 하는 편이다. 기록이란 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에 근무할 때는 어떤 큰 프로젝트를 할 때면 제자들이나 실무자들에게 백서를 꼭 만들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만 있지 이유나 과정은 사라지기에, 실무자들이 겪었던 가장 소중한 자료는 사장되고 경험이 축적될 수도 없다.
-내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고 있다. 출마 의사는 전혀 없는 건가.
▶그렇다. 사실 선거 때마다 이런 말은 한 번씩 나왔었지만, 이번엔 개인적으로도 조금은 달랐던 게 사실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이루지 못한데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았고, 소명도 있었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현 정부 아래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이끌어내기엔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고, 경선 등을 치러야하는 여건을 고려해봤을 때도 출마하지 않는 게 맞다고 결론지었다.
정치활동은 이제 안 할 생각이다. 대신 지금처럼 저술활동 등을 통해 그동안 겪었던 경험이나 지식을 나누며 학술적으로나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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