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시장 급등의 영향으로 유례없는 운용 성과를 기록했다. 연간 수익률은 20%를 웃돌았고, 운용 이익도 200조원 안팎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기존 2057년에서 최대 2090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연금 문제가 해결된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반응도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1월 현재, 이러한 낙관론은 오히려 연금 개혁의 본질을 흐릴 위험이 크다.
무엇보다 이번 성과는 구조적 개선의 결과라기보다 시장 급등에 따른 일시적 효과에 가깝다. 국내외 증시 상승과 국민연금의 높은 주식 비중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일 뿐, 이를 지속 가능한 추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주식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률의 변동성도 커진다. 시장이 조정을 받는 순간, 연금 수익률 역시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2090년 고갈' 전망은 특정 연도의 이례적 성과를 전제로 한 조건부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연금 재정을 압박하는 인구 구조의 변화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초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연금 재정의 구조적 위기를 심화시키며, 이는 운용 수익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제도 설계 자체를 손보지 않는 한 연금의 지속 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료율은 국제 기준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수급 구조 역시 재정 안정성과 거리가 있다. OECD 주요국들이 보험료율 인상, 수급 연령 상향, 지급 구조 개편 등 고통스러운 개혁을 이미 실행해 온 것과 달리, 우리는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20년 가까이 실질적 개혁을 미뤄왔다. 이번 '반짝 성과'에 대한 안도감이 개혁 논의를 다시 지연시킨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구조적 개혁과 신뢰 회복이 동시에 필요하다. 보험료율과 수급 기준을 포함한 중장기 재정 안정화 방안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동시에 주식 편중 위험을 완화하고 해외·대체투자를 포함한 안정적인 자산 배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재정 전망과 운용 성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는 독립적 거버넌스 구축도 필수적이다. 연금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사회적 계약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고 청년층 유출이 심한 지역일수록 연금 구조 변화의 충격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연금 개혁은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2025년의 높은 수익률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성과에 취해 구조적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 수익이 아니라 정직한 개혁과 책임 있는 선택이다. 연금은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약속이다. 이 약속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실질적 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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