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농촌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농업의 위기는 물론, 우리나라 식량 주권까지 심각하게 훼손될 지 모른다. 농업의 미래 인력 육성을 국가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이에 매일신문은 농촌에 정착해 농업에서 새 희망을 일구고 있는 지역 청년농부들을 시리즈로 집중 조명하는 기획물을 마련했다.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혁신 농업부터 가공·치유·관광이 결합된 농업 서비스, 지역과 상생하는 협업 모델, 가업 승계와 귀농 청년의 도전까지 지역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고 있는 청년농부들의 다양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농업과 농촌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관심을 촉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의 농가 인구는 2024년 기준 31만9천582명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이 중 65세 이상 농가 인구는 18만9천321명, 고령화율은 59.2%로 충남(60.8%), 전남(60.7%)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농촌에서의 정착 여건도 충분하지 않은 탓에 청년층은 도시로,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 경북 농업 현장에서는 새로운 흐름이 포착된다. 자동 환경 제어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팜과 데이터 기반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청년농부들은 농산물 생산에 그치지 않고 가공, 체험, 관광을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농업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나아가 마을과 협력해 공동 작업이나 지역 연계 사업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일자리와 협업 구조도 만들고 있다. 청년이 바꾸는 경북 농업의 미래, 그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올해까지 디지털 청년농부 5천 명 육성
경북도는 청년농부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전국 최초로 지난 2018년 경북농업기술원에 청년농업팀을 설치한데 이어 2022년부터는 '경북 디지털 청년농업인 육성 계획'을 통해 진입-정착-성장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까지 청년농부 5천 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천300명을 유입해 목표 달성률 86%를 기록했다.
경북 청년농부 육성책의 골자는 농업에 첫 진입하는 청년에게 3년간 영농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1년차는 매월 110만원, 2년차 100만원, 3년차 90만원을 지급해 초기 소득 불안을 완화하고 독립 경영을 돕고 있다.
초기 자금과 농지 확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도 있다. 농지 임대료의 50%를 도비로 지원하는 정책을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청년농부들은 최대 5억원의 창업자금을 5년 거치 20년 상환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다.
도는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임대형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농업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개월 과정의 스마트팜 창업 보육센터를 통해 지금까지 212명의 청년들이 교육과 실습을 마쳤고 이 가운데 105명이 경북에 정착했다.
◆소득 증가, 농촌 정착 등 질적 성장 지원
경북도는 청년농부의 양적 확대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소득 증가와 농촌 정착으로 이어지는 정책도 펴고 있다. 생산·가공·유통·교육을 연계해 청년농부의 질적 성장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경북농업기술원은 '청년농업인 자립기반 구축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총 17명을 대상으로 1인당 1억원을 지원한다. 생산기반 조성을 위한 가공·유통 시설 설치, 체험·관광 연계 브랜드 육성 등을 돕는다. 사업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사업 참여 청년농부 44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소득은 1억7천530만원으로 전년 대비 28.9% 증가했다. 소득 증가 요인은 유통 개선이 40%로 가장 높았고, 생산비 절감과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향상이 뒤를 이었다.
도는 농촌 노동력 부족 대응 및 청년농부의 안정적인 부가 소득 창출을 위해 청년농업인들로 구성된 드론 병해충 방제단과 영농대행단 운영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드론 방제단은 2019년부터 결성돼 현재까지 23개 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3천329헥타르(ha)에서 총 702회 방제 작업을 해 단원 1인당 1천120만원의 부가소득을 올렸다. 영농대행단은 현재 총 15개 단이 구성돼 있다. 경운·파종·방제·수확 등 농작업 전 과정을 대행한다. 지난해 기준 단원 1인당 연간 부가소득은 평균 2천150만원이다.
디지털 농업 분야에서는 청년 디지털 농창업 기술 지원 사업을 통해 자동화 시설을 보급하고 있다. 올해에는 3곳에 복합 환경제어, 자동관수, 무인방제 등 통합 제어 장비 도입을 지원한다.
◆고령농+청년농, 상생 협동 모델 추진
경북도는 올해 고령농과 청년농이 함께 하는 지역 상생 협동 모델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영천과 의성 2곳에 각 5억원 규모로 공동작업장, 선별·포장시설, 판매 공간을 구축해 안정적인 협업 기반을 마련한다. 청년농부는 선별·포장·영농대행·마케팅을 맡고, 고령농은 생산과 기술 전수, 농지 제공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와 지역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첨단 농업 교육을 위한 과정으로 올해 '청년 애그테크(농업과 첨단기술의 결합) 창업 아카데미'도 개설한다. 챗GPT 등 생성형 AI 활용 교육, 농업분야 드론 조종사 자격증 취득 과정, 라이브커머스 실습 등 실전 중심의 교육으로 청년농부들이 스마트농업 기술과 디지털 역량을 동시에 갖추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일련의 청년농부 지원사업을 통해 도는 청년들의 '농촌 진입-소득 창출-농촌 정착'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단계적으로 완성하고 참여자의 만족도와 소득 증가율 등을 지표로 정책 효과도 세심하게 점검해나갈 계획이다.
[인터뷰] 조영숙 경북농업기술원장
경북농업기술원은 청년농부의 역할을 경북 농업의 중요한 변화 출발점으로 보고 다양한 사업과 지원을 하고 있다. 조영숙 경북농업기술원장을 만나 청년농부 육성을 위한 과제와 향후 정책 방향 등을 들어봤다.
-청년농부 육성, 왜 중요한가.
▶농업은 단순히 생산을 담당하는 산업이 아니라 지역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지금 농촌의 인구 구조를 보면 농업 인구의 절반이 70세 이상이고, 앞으로 5년 안에 농업인 47.8%가 은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여건에서 농업을 이어갈 수 있는 핵심 인력이 바로 청년이다. 청년은 새로운 기술과 관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농업의 혁신 속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청년들이 농업·농촌에 진입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뭔가.
▶농지와 초기 자금 마련 문제가 가장 크다. 농지는 취득하기에 접근성이 낮고 초기 시설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주거·교육·교통 등 생활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점도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농업 기술 습득 기회가 부족한 점도 어려움 중 하나다.
-경북의 청년농업 정책 방향은 뭔가.
▶청년농부들이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맞춤형 교육과 다양한 시범사업을 통해 실직적인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이를 위해 청년농부 전담팀인 청년농업팀은 이들에 대하 초기 영농 지원에 그치지 않고 생산 기반과 가공·유통을 연계해 실제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특히 드론 방제, 영농대행, 디지털 농창업 등 곧바로 소득이 발생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청년의 자립 속도를 높이고 있다.
-청년농업의 미래를 전망해본다면.
▶청년들이 주도하는 미래 농업은 더 높은 부가가치와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AI, 드론, 스마트농업 등 첨단 기술을 현장에 도입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며, 6차 산업화 등 농업 비즈니스로 영역을 확장해나갈 것이다. 청년농업, 청년농부가 앞으로 경북 농업의 경쟁력을 다시 세우는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한다.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업은 충분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 분야지만 동시에 도전할 가치와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다. 미래에는 스마트농업과 에그테크 확산으로 청년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다양한 교육과 현장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농업 모델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경북도는 청년들이 농촌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농촌에 정착하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개선 및 지원할 것이다. 농업은 더 이상 한계 산업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희망의 무대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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