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시장 성장은 과거와 차원이 다릅니다."
14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1세기 대구경제 포럼' 연사로 나선 박재근 한양대학교 석학교수는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이날 'AI 시대의 도래로 인한 반도체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박 교수는 "2025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6천20억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 약 6.5%를 기록했다. 오는 2030년까지 약 8천240억 달러 규모, 2033년에는 약 1조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AI 반도체 분야는 성장 폭이 더 크다"면서 "과거 PC가 보급되던 시기에 1차 파도, 스마트폰 생태계가 확대되던 2차 파도에 이어 AI가 이끄는 3차 파도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향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HBM은 8단, 12단 앞으로는 16단까지 수직으로 적층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두께가 마이크로미터 단위인 칩을 여러 장 쌓고 정밀하게 연결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공정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메모리 칩을 만들고 적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생산 기간이 긴 만큼 공급량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한국 기업인과 접촉하는 이유도 HBM을 제때 받고 싶기 때문이다. HBM은 출하량 대비 매출·영업이익 기여도가 높아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강국으로 가는 데 필수 요소로 전력 공급망를 꼽기도 했다. AI 핵심 인프라 데이터센터 가동은 물론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전력망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반도체 공장 한 개를 제대로 돌리려면 1GW(기가와트)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사용하는 전력 규모가 5GW인 점을 고려하면 한 회사가 도시 몇 개 분량의 전기를 쓰는 시대에 진입한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의 경우 GPU(그래픽처리장치) 5만 장을 돌린다고 가정하면 원전 한 기와 맞먹는 1GW 전력이 요구된다.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는 이보다 더 수요가 크다"고 짚었다.
또 "기술뿐만 아니라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전력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지, 지역 반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양한 문제가 산재해 있다"고 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반도체 공장 입지 논쟁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교수는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되지만 실제 클린룸에 상주하는 인력은 200명 안팎이고 대다수가 R&D에 집중한다. 공장을 유지하는 인력들은 수도권에 분포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소속이 많은데, 입지를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공장은 인허가, 환경 조사, 토지 수용, 인프라 구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전력, 용수, 인력 배치 등 조건을 하나하나 다 따져야 하는 일"이라며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안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한국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잘하는 국가로 AI 테스트베드 역할에 적합하다. 대구는 특히 새 정부에서 강조하는 제조업의 AX(AI 전환)의 거점으로 로봇, 제조 자동화 부문에서 성공 사례를 창출해야 한다. 대구의 성공이 전국으로 퍼져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재근 석학교수는 한양대에서 전자공학 석사 학위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반도체 학술 상임위원장과 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 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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