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들의 지옥'이던 금호강, 원앙 떼가 둥지 틀었다…무슨 일?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북구 공항교 상류 구간서 원앙 100여 마리 서식 확인
죽은 강에서 원앙·수달의 터전으로
금호강 회복 핵심은 하수처리장 확충·관로 정비

최근 대구 북구 공항교 하류 구간에서 원앙 약 100마리가 관찰됐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제공
최근 대구 북구 공항교 하류 구간에서 원앙 약 100마리가 관찰됐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제공

대구의 젖줄 금호강이 '죽음의 강'이라는 오명을 벗고 생태하천으로 회복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포착됐다. 최근 대구 북구 공항교 하류 금호강변 일대에서 천연기념물 원앙 약 100마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과거 산업화 시기에는 수생식물조차 살기 어려웠던 하천에서, 멸종위기종과 1급수 지표종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원앙 떼 출현이 금호강 수질과 먹이 생태계가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됐다는 신호로, 금호강 변화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 원앙 100마리, 공항교에 내려앉다

27일 영남자연생태보존회에 따르면 최근 대구 북구 공항교 하류 구간에서 원앙 약 100마리가 휴식을 취하거나 인근 들판을 오가며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 일대에서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에서 봄 사이 1~2쌍 정도만 드물게 확인됐으나, 올해 들어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해당 구간에서 이처럼 큰 규모의 원앙 무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앙은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전 세계 개체 수가 약 2만 마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장식깃과 통통한 몸집으로 잘 알려진 원앙은 금슬 좋은 부부애의 상징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관찰되는 원앙의 대부분은 철새로, 우리나라의 하천과 저수지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면 러시아 등지의 번식지로 이동한다. 생태학적으로는 수질이 깨끗하고 수변 먹이자원과 은신처가 충분히 확보돼야만 서식이 가능한 종이다.

김정태 산에들에생태연구소 박사는 "긍정적으로 보면 원앙 떼의 집단 서식은 금호강변 먹이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다만 다른 서식지가 개발 등으로 훼손되면서 개체들이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0년대 금호강 전경.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제공
1990년대 금호강 전경.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제공

◆ '죽음의 강'이라 불리던 금호강

금호강은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섬유·염색 산업이 전성기를 누리던 1970~1980년대, 공단에서 배출된 오폐수가 대거 유입되면서 하천은 사실상 산업 폐수의 배출구 역할을 했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염색공단 무단 폐수 방류, 낙동강 악취 파동 등이 잇따르며 금호강 수질과 생태계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 일부 구간에서는 물고기는 물론 수생식물조차 살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졌다.

전환점은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환경기초시설 확충이었다. 1987년 달서천 하수처리장 가동을 시작으로 신천·북부·서부·지산·안심·달성 하수처리장 등 총 7곳의 처리시설이 단계적으로 구축됐다. 이후 고도처리시설이 도입되며 하폐수 처리율과 처리 기술이 지속적으로 향상됐고, 2012년에는 총인 제거 시설까지 설치해 부영양화를 억제했다.

이진국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박사는 "과거에는 하수 차집관로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생활하수와 공장 폐수가 그대로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수처리장 확충과 관로 정비를 통해 오염원을 차단한 것이 금호강 회복의 결정적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 수질 회복이 부른 생태계 복원

수질 개선은 곧바로 생태계 복원으로 이어졌다. 현재 금호강에서는 1급수에만 서식하는 어종인 쏘가리가 확인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도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수달은 수생태계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종이자 하천 건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종이다. 도심 하천에 수달이 정착했다는 것은 수질과 생물 다양성이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구시는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2021년부터 총사업비 1조3천억 원 규모의 '금호강 1급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핵심은 우·오수 분류화, 노후 하수관로 정비, 스마트 하수도 구축 등이다. 특히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우·오수 분류화 사업은 금호강에 합류하는 달서천 유역을 1~5구역으로 나눠 하수관로와 기반시설을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시는 2027년 상반기 착공,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규모 개발 위주의 하천 정비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진국 박사는 "하수 인프라 개선은 필수적이지만, 최근 추진되는 '금호강 르네상스'처럼 하천을 대규모로 파헤치는 사업은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한동훈 전 대표의 거취 문제가 국민의힘 내홍의 중심에 놓이며 지지율 반등을 꾀하는 장동혁 대표의 단식투쟁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4일, ...
원·달러 환율이 25원 급락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환율 관련 발언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코스...
서울중앙지법에서 임신 36주차 산모에게 임신중절 수술을 시행한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윤모(81) 씨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으며, 산...
지난 주말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지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신치토세공항과 주요 교통편이 마비되어 한국인 관광객들이 고립된 가운데, 일본기상..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