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만을 용기라 부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높은 자리, 더 넓은 무대, 더 많은 기회를 향한 질주는 대개 긍정과 성취의 언어로 포장된다. 관성에 몸을 맡긴 채 무작정 앞을 향해 달리는 일은 어쩌면 가장 수월한 선택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우리 삶과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때를 알고 제자리에 멈춰 설 줄 아는 결단이다.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궤적을 그리다 보면 나아가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관행이 된다.
익숙함은 책임이라는 무게로 변모하고, 그 책임은 다시금 특정한 역할을 강요한다. 이 가파른 속도전 속에서 스스로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기회는 의외로 많지 않다.
'지금 나의 자리는 여전히 유효한가', '이 역할은 공동체의 더 나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내가 이곳에 서 있어야 할 본연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뼈아픈 질문들 말이다.
멈춤은 결코 포기가 아니다. 역량이 고갈되어 내리는 백기투항도 아니다. 오히려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한 걸음 물러나 자리를 비워내는 고도의 이성적 선택이다.
이는 겉보기엔 속도를 낮추는 행위이지만, 결단코 후퇴를 의미하지 않는다. 전력 질주할 때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멈춰 서는 순간 비로소 선명하게 조망되기 때문이다. 함께 땀 흘린 이들의 노고, 지나온 과정의 명암,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남겨야 할 가치 있는 기준들이 그때야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멈춤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정교한 정리의 시간이다.
정리는 마침표를 찍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다음을 설계하기 위한 필수 공정이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어렵고, 시작하는 것보다 제때 끝맺는 것이 더 큰 결단을 요구한다. 무언가를 기꺼이 내려놓는 행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위대한 결단이며, 자기 책임의 가장 성숙한 형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시작의 용기에만 유독 박수를 보내왔다. 하지만 진정한 어른의 징표는 제때 멈출 줄 아는 절제에서 완성된다. 지속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을 향해 있는가이며, 속도보다 절실한 것은 그 걸음이 품고 있는 의미다.
멈춤은 끝이 아니다.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이 서 있는 지표를 다시금 냉철하게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 깊은 성찰의 시간은 우리의 다음 발걸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앞으로 나아갈 용기만큼이나, 기꺼이 멈출 수 있는 용기를 함께 고민하고 존중하는 사회야말로 비로소 건강하고 성숙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MCA 아카데미 하태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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