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전쟁 충격이 외환시장을 강타했다.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서며 서민 가계와 기업 경영에 동시다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과 대출 이자 부담, 해외직구 비용 급등까지 고환율의 피해가 실생활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3일) 중동사태 영향으로 전 거래일 대비 26.40원 급등한 1466.10원에 정규장을 마쳤다. 이후 야간 거래에서 상승 폭을 빠르게 확대하며 한국시간 4일 0시 5분께 1500원을 돌파했고, 장중 한때 1506원 근처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50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이후 당국 개입 등으로 1490원대에서 야간 거래를 마감했다.
직접적인 도화선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다. 중동 분쟁이 확전될 수 있다는 공포심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빠르게 쏠렸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3일(미 동부시간) 전장 대비 1% 가량 상승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군사작전이 4∼5주간 지속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한층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이창용 총재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긴급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소집해 원화, 채권, 주식 시장 등에 대한 파급 효과와 정책 옵션을 점검했다.
환율 충격은 이미 실물경제 전반에 번지기 시작했다. 수입물가 통로가 첫 번째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포인트 뛰는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이미 전월 대비 2.6% 상승하며 2024년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상태다. 1월 원화기준 수출물가도 전월 대비 4.0%, 전년 동월 대비 7.8% 상승했다. 고환율이 고물가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가시화하는 것이다.
대출자의 주머니도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은행은 2월 26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6회 연속 동결했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국내는 환율 불안과 가계부채 부담으로 추가 인하 여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이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달러 매도 유인은 제한적이다.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23% 수준으로, 연내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외직구족과 유학생 가족도 고환율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1년 전 환율 기준 100달러짜리 직구 상품을 구매할 때보다 지금은 수만 원을 더 얹어야 한다. 유학비 송금이나 해외여행 경비도 같은 처지다. 반면 수출 기업은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환차익이 발생해 수혜를 입는 구조로, 고환율이 계층별 희비를 엇갈리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 향방의 핵심 변수로 중동전 장기화 여부를 꼽는다. 국민은행은 미국·이란 간 공습과 반격이 수주 이상 지속될 경우 환율이 1470∼1500원을 오갈 것으로 전망하고, 이란 측 정유시설 타격 시 1490∼154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전쟁이 오래 이어지면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설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을 장기화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연평균 환율은 이미 1421.9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을 웃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1400원대 고환율이 뉴노멀로 굳어진 상황에서 1500원 선마저 뚫린다면, 물가·금리·소비 삼중고가 가계를 더 깊이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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