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재(43) 씨와 채송화(27) 씨는 각각 경주와 포항에서 농사를 짓는 청년농업인이다. 이 둘의 또 다른 공통점은 체험과 교육을 결합한 '농촌교육농장'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교육적 요소로 활용해 아이들에게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전하는데 힘쓰고 있다.
〈청년농부 함용재〉
서울 출신인 함용재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94년 가족과 함께 경주로 이주했다. 이 때부터 부친이 농사를 지었고 본인은 2016년부터 경주시 산내면에 있는 폐교 우라분교에서 '경주에너지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주제로 아이들에게 친환경적인 삶의 가치를 전달하는 곳이다. 벼를 이용한 음식 체험, 햇빛·바람과 같은 에너지투어, 그리고 탄소중립을 이해하는 목공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2019년부터는 자가 및 임대농지 2만3천140㎡(7000여 평)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쌀과 밀, 그리고 관행농으로 들깨와 팥도 재배하고 있다.
◆체험농장+교육
함용재 씨는 군대 재대 후 인도와 남인도 공동체마을에서 수년간 생활하며 학생들을 만나왔다. 이렇게 쌓은 경험으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아버지가 운영하던 경주 농촌유학센터에서 생활교사로 활동했다. 농촌유학센터는 도시 아이들이 일정 기간 농촌에 머무르며 지역 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방과 후엔 센터에서 농촌생활을 하는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중간 형태다. 2012년부터 4년간은 경주시농업기술센터 체험농장 육성사업을 통해 체험농장도 병행했다.
그러다 학교 교과과정의 주제를 농작물과 농촌자원으로 풀어내는 농촌교육농장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농장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프로그램을 독창적으로 끌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 그렇다고 바로 개설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농촌교육농장 교사양성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때문에 그도 2014~2015년 이 과정을 수료하고 나서야 기존 운영하던 체험농장에서 농촌교육농장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교육농장 주제를 에너지와 환경으로 삼은 것은 동일본 대지진(2011년)과 경주 지진(2016년) 영향이 크다. 기후변화, 온실가스 증가가 기상이변 강화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시 자연재해 빈도 및 강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현재 농장에선 재난가방을 준비하고 응급 대처를 배우는 '지진에서 살아남기', 전기가 없을 때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전기 없이 여름나기', 한 달에 한번 산속 분교로 캠핑하는 '달마다 가출', 유치원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아빠하고 나하고'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농장 운영에는 대안학교 교사였던 아내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배우자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만났다"며 "결이 같은 사람을 만나 삶의 의미를 같이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참 행운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태·교육 가치 전달까지 확장
농촌교육농장의 문을 열었지만 수월하게 흘러간 것 만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수년간 청소년 대면 교육을 할 수 없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란버스법 후폭풍으로 체험학습에까지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노란버스법은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에 노란색으로 도색한 어린이 통학버스만 이용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현장체험학습 이동도 이에 포함됐다.
이 때 손을 내밀어준 곳이 농촌진흥청과 경북농업기술원, 경주시농업기술센터다. 비대면으로 농촌 프로그램을 전달할 수 있는 키트 개발·제작에 대한 지원을 해줘 농장 유지가 가능했다. 이런 힘든 기간을 지나자 지난해에는 기쁜 일도 일어났다. 경북농업기술원-경북교육청-대구교대 간 3자 업무협약을 통해 농촌교육농장을 통한 농업교육(방과후학교, 돌봄교실)의 틀이 마련된 것이 그것이다.
그는 "농촌교육농장은 기후변화와 온난화 그리고 식량자급의 시대에 농업의 의미를 미래세대에 전달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며 "청년농업인들의 역할 또한 이제 생산과 가공, 농촌관광을 넘어 농업에서 생태·교육적 가치를 전달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을 향해선 "농업은 사람과 사람, 공동체와 개인, 자연과 농업적인 활동 모두가 맞아 떨어져야 결실을 볼 수 있는 분야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며 "농촌자원을 청년 특유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재탄생시켜려는 노력과 어떤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합해진다면 농촌에서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농부 채송화〉
채송화 씨는 7년차 농부다. 20살 때부터 고향인 포항 흥해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현재는 수도작(벼농사)을 비롯해 시설 딸기 재배, 영농대행, 드론방제, '양백597'이란 이름의 농촌교육농장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농촌교육농장 운영은 올해로 3년차를 맞았다.
일찌감치 진로를 농업으로 잡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분야인 농업으로 자신의 의식주를 거뜬히 감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드론, 스마트팜, 체험농장 등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비전도 그 확신을 굳히는데 한 몫 했다. 그는 "과거에는 농업이 전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기술과 결합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도전할 용기와 꾸준함이 있다면 농촌은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산·체험·교육 '원스톱'
처음엔 순수하게 1차 생산 농업으로 시작했다. 벼와 딸기를 재배하며 생산에 집중했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소득 변동이 크고 가격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되는 것을 수차례 경험하면서 단순 생산과 판매를 넘어 체험형 농업으로의 전환을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 딸기 수확 및 딸기모찌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생산 중심 농장에서 체험농장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었다.
체험농장은 순조로웠지만 뭔가 아쉬운 게 있었다. 농장에 온 아이들이 딸기를 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딸기는 어떻게 자라요? 농부는 어떤 일을 해요?"라는 질문을 그에게 쏟아내는 것이었다. 그때 농업이 체험을 넘어 교육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수확이나 만들기 체험 위주가 아닌 작물의 생육과정 설명, 식생활 및 농업 직업 이해 교육까지 확장하며 교육농장의 형태로 발전시켜나갔다. 동시에 경북농업기술원 등의 늘봄교사양성 교육과 6차 산업교육 및 농촌교육농장 컨설팅을 거치며 전문성도 높여나갔다.
그는 "앞으로 농촌은 생산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교육과 휴식, 경험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며 "특히 농촌교육농장과 같은 체험형 농업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적 지원체계 있어야
채송화 씨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이 되기 위한 사회적 선결과제를 네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안정적인 기반 마련이다. 농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와 초기 시설 투자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판로와 소득 안정이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판매가 안정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려우므로 지역 단위의 공동 브랜드화, 온라인 직거래 시스템 지원, 계약재배 확대 등 실질적인 유통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는 교육과 네트워크다. 농업은 경험이 중요한 산업이기에 처음 시작하는 청년에게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 현장 컨설팅, 청년농 네트워크 등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다. 마지막으로 농촌을 '일하는 곳'이 아닌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문화, 보육, 교육 환경이 함께 갖춰질 때 가능한 일이다.
그는 "기술과 아이디어, 그리고 청년이 함께 한다면 우리 농촌은 충분히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며 "청년들이 농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일회성 지원이 아닌 기술 교육, 기반 마련, 판로 연결까지 이어지는 지속적인 지원체계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경북농업기술원, 농촌교육농장 100여곳 육성·운영>
'농촌이 교실이다'.
체험과 학습을 결합한 농촌교육농장이 새로운 농업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과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농촌교육농장은 단순 체험 위주의 활동이 아니라 교육 목표와 프로그램을 갖춘 운영 방식이라는 점에서 일반 농촌체험과 차별화된다. 경북에는 현재 100여 곳 정도 있다.
경북농업기술원은 2007년부터 농촌교육농장 육성 및 전문 강사 양성에 힘써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농촌교육농장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경북형 농업·농촌 늘봄학교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경북도교육청 및 대구교육대학교와 협력체계를 통해서다.
차혜지 경북농업기술원 치유농업팀장은 "농촌교육농장은 농업·농촌을 매개로 학생들과 지역을 연결하는 살아 있는 교실"이라며 "학생들이 농업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전문성과 현장성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인에게는 새로운 소득 기반을, 농촌에는 활력을 더하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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