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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초대석-김영수] 슬픈 국민의힘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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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TV조선 고문·전 영남대 교수

김영수(TV조선 고문, 전 영남대 교수)
김영수(TV조선 고문, 전 영남대 교수)

몰락은 예정된 운명이라고 한다. 6·3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지면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구 선거를 이겨도 그럴 거다. 전국에서 완패하고 대구만 이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실은 선거 결과를 보지 않아도 이미 그렇다. 선거는 시작도 안 됐는데 이 정당의 선거 이야기는 대구를 못 벗어나고 있다. 벌써 대구 지역당 신세다. 언론만 그렇게 취급하는 게 아니다. 서울, 경기는 후보 구하기도 어렵다. "수도권에는 예수님이 나오셔도 안 될 판"이라고 한다. 대구·경북만 미어터진다. 후보자들도 이미 다 아는 것이다. 대구마저 잃는 건 그저 명백한 파산선고일뿐이다. 천불이 난다. 국민의힘 이야기다.

정말 기막힌 건 알고도 지는 길을 고집하는 거다. 그냥 정치적 자살이다. 선거가 목숨인 민주 정치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불가사의다. 장동혁 대표는 선거에 져도 잃을 게 없다는 건가? 그렇지 않고는 이 모순을 이해할 수 없다. 새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장 대표는 당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그 걸림돌이 먼저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동훈 전 대표,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당에서 쫓겨났다. 지방선거 공천도 될 사람부터 컷오프다. 당장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보라. 말로는 승리를 외치지만 숙청에 가깝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3월 6일 공개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 조사를 보면, 보수 진영에서는 한동훈, 장동혁이 모두 4%로 가장 높다. 하지만 지지층이 다르다. 성향별로 '매우 보수적'인 집단에서는 한동훈 5%, 장동혁 20%다. 장 대표가 압도적이다. 2월 6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장 대표의 역할 수행에 대한 국민 평가가 긍정 27%, 부정 56%였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만 보면 긍정이 57%, 극보수자는 66%나 됐다. 하지만 약보수자는 37%, 중도층은 19%에 그쳤다. 요컨대 장 대표의 주요 지지 기반은 극보수자에 치우쳤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협소한 지지만으로 당권을 유지하는가? 지난해 8월 당 대표 선거에 실마리가 있다. 당시 경선 룰은 여론조사 대 당원투표 비중이 2대 8이었다. 김문수 후보와 대결한 장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4대 6으로 졌지만, 당원투표는 53대 47로 이겨 대표에 선출됐다. 당원의 지지 7%를 더 받아, 국민 지지율 격차 20%를 넘어선 것이다. 선거에 참여한 권리당원은 35만여 명, 표차는 겨우 2만에 불과했다. 이렇게 극소수 당원이 당권의 향방을 결정했다.

그런 사례가 또 있다. 지난 2월 초, 당내에서 장 대표 사퇴가 빗발치자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재신임이나 사퇴를 요구하면, 곧바로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오세훈 서울시장 등 비판의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당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25%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장 대표는 당원 투표에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이게 오늘날 국민의힘이 정치적 자살극을 벌이는 진짜 원인이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완패하면 사정이 다르다. 누구라도 TK 지역정당으로 전락한, 만년 루저 정당을 지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역설이 있다. 그럴수록 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이 순수해질수록, 당성이 강할수록 누구에게 유리할까? 그러자면 비상계엄을 비판하거나 당 개혁을 외치는 걸림돌은 치워야 한다. 특히 중량감 있는 인사가 선거에서 살아 돌아오는 건 반갑지 않다.

한마디로 국민의힘은 지금 자가면역질환에 걸렸다. 이 병은 자기 몸을 지키는 면역체계가 정상 세포를 적으로 오인하고 죽인다. 국민의힘은 왜 이 지경까지 왔나. 12·3 비상계엄은 '구국의 결단'이 아니다. 그런데 그 부스러기를 먹고 탄생한 당 지도부가 이제 스스로를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위기의 기원은 더 멀다. 1987년 민주화 이래 보수층 일부는 민주주의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병이 도져 지금 말기에 이른 것이다. 슬픈 일이다. 지금 TK 주민의 마음 한편은 천불이 날 것이고, 다른 한편은 슬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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