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불과 두 달여 앞둔 2일,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시계는 국회라는 벽에 막혀 멈춰 섰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지난해 12월 3일)을 넘긴 지 정확히 120일째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정한 약속을 넉 달이나 어기며 전례 없는 '무법(無法) 상태'를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가 명시한 입법 개선 시한마저 무시한 국회의 늑장 대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도전이자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다.
가장 큰 혼란이 야기된 곳은 경북 경산시 제3선거구다. 서부2동을 중심으로 급격한 인구가 유입되면서 제3선거구 인구는 이미 법적 상한선(약 7만2천 명)을 훌쩍 넘긴 상태다. 산술적으로 제3선거구는 반드시 분구되어 의석이 추가되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회의 태만 속에 유권자들의 투표 가치는 타 지역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평가되는 위헌적 상황이 방치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중앙 정치의 게으름이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를 고사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전국적으로 터져 나오는 현장의 비명은 처절하다. 경기와 전북 등지에서도 선거구 변동 가능성 때문에 각 정당이 공천 심사조차 착수하지 못하는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경기장 규격'도 모른 채 운동장을 뛰어야 하고, 유권자들은 내 동네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선거'를 강요받는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은 결국 조직과 인지도를 갖춘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며, 참신한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기득권 수호의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생은 뒷전인 채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선거구 획정이라는 기본 규칙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여야의 모습에 국민은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이러한 냉소는 결국 투표율 저하라는 참혹한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낮은 투표율은 지방자치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지역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차대한 현안들을 정치적 공백 상태로 몰아넣는다. 경산의 임당 유니콘파크나 대임지구 개발처럼 지역 성장의 동력이 될 사업들이 정책적 대변인을 찾지 못해 표류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해묵은 구태를 끊어내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우선 선거구 획정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현재처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최종 결정권을 쥔 구조에서는 당리당략에 따른 지연이 반복될 뿐이다. 중앙선관위 산하 획정위원회의 안이 기한 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원안이 자동 확정되는 '패스트트랙' 도입이 시급하다.
기한 미준수가 재연된다면 이에 대한 강력한 페널티 도입도 필요하다. 법을 만드는 자들이 법을 우습게 여기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시한을 어긴 기간만큼 세비 동결이나 정당 보조금 삭감 등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의무는 방기한 채 권리만 누리는 국회에 더 이상 도덕적 호소는 무의미하다.
유권자는 엄격하게 심판해야 한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정쟁의 인질로 삼는 세력에 대해 투표로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치적 무관심은 나쁜 정치가 가장 원하는 토양이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풀뿌리이자 국가 균형 발전의 초석이다. 국회는 더 이상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120일간의 직무유기를 끝내고 즉각 선거구를 확정해 유권자에게 온전한 권리를 돌려주는 것만이 무너진 정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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