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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석민] 미주천인혈(美酒千人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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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춘향전'은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잘 표현해주는 고전소설이다.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탐관오리 변학도의 악행을 비판하면서 지은 한시 '금준미주(金樽美酒) 천인혈(千人血)'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말로 풀어보면 이렇다. '금 항아리의 아름다른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怨望)하는 소리 높더라.'

인간의 본질(本質)이 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글로벌 투자은행 시티는 한국 개인 투자자의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포함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손실액을 387억달러(약 55조원) 규모로 추정했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부양 정책에 맞춰 돈 좀 벌어보려던 개미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렸을지 감(感)조차 잡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 등 증권사들과 한국거래소는 5월 말 출시된 삼성전자·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수수료(手數料)로 두 달 만에 무려 1천200억원 가까이 번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재명 정부의 해외 투자금 국내 증시 회귀 정책 덕에 올해 2분기에만 수수료 수입이 9천432억원으로 1분기 대비 60.7% 급증했다. 증권사들의 상반기 평균 급여만 1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개미의 피눈물을 즐기며 돈 잔치를 벌인 이재명 정부 버전 '변학도'가 있었다. 실제로 정부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밀실(密室)에서 초고가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이 일부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미래에셋 측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강력 부인하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결제 내역 공개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도박장(賭博場)으로 만들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레버리지 ETF를 졸속 도입한 이재명 정부는 개미 투자자의 피눈물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주역인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을 여전히 중용(重用)하고 있다. 쏟아지는 '데라'(도박장을 개설하고 받는 일종의 수수료) 폭탄을 주체하지 못해서인지 초고가 술잔치 논란까지 터졌다.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은 이럴 때 요구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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