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촉발한 고유가와 원자재 공급난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나프타와 에너지 가격 상승, 물류비 급등으로 경제 전반이 위태롭다. 비상 상황에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지만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가격을 짜맞추는 '담합(談合)'이 기승을 부린다. 올해 1분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7천억여원은 지난해 연간 부과액의 2배 수준인데, 전체 과징금의 98%가량이 담합에 쏠려 있다. 특히 서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재가 문제다. 설탕 가격을 4년 넘게 모의해 온 제당 3사는 물론,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전분당(澱粉糖) 업계의 담합 의혹 규모는 10조원대에 달한다. 국민들에게 전가된 부당 비용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어렵다.
기업들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을 말하지만 위기를 틈타 경쟁자와 손잡고 가격을 짜맞추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최근 가격을 일제히 올린 페인트 업계나 유가 상승기를 노린 정유사들에 대한 전방위 조사는 '비용 전가(轉嫁)형 담합'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반영한다. 정부가 과징금 부과 기준율 상향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라 담합 적발 시 매출액의 최대 18% 이상을 환수하고, 반복 위반 시 가중치를 대폭 높이기로 한 것은 '법을 위반해도 남는 장사'라는 비뚤어진 계산법을 깨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제도 강화로는 부족하다. 특정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끼리 장기간 은밀하게 카르텔을 유지하는 행태를 뿌리 뽑으려면 당국의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자진 신고나 내부 고발을 유도하는 제도를 보강해야 한다. 경제 주체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식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면 시장 신뢰는 무너진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공정 경쟁이라는 원칙을 결코 어겨선 안 된다.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담합 기술이 아니라 거센 파고를 함께 넘기 위한 상생의 정신이다. 정부와 사정 당국 역시 추호의 흔들림 없는 원칙으로 시장경제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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