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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김수용] 늦출수록 비싸지는 연금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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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정책을 만들거나 고칠 때 첫 근거는 수치(數値)다. 뭔가 부족하거나 남아돈다는 것은 숫자로 드러나고, 이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 바로 정책이다. 물론 정책, 특히 정치적 판단의 결과물은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다분히 국민의 정서적인 영역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표심(票心)이다. 숫자와 표심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추를 맞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정책으로 교정할 수 있다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묘수가 발휘되기는 쉽지 않다. 대선·총선·지선에다 보궐선거·재선거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판에 단지 숫자가 표심을 이기기는 어렵다.

연금 문제가 그렇다.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정한 '65세' 기준은 그대로인데, 기대수명은 2024년 기준 83.5세다. 단순 계산으로도 평균 18년가량 노후 급여에 의존하는 구조다. 제도는 바꾸지 못했고 수급(受給) 기간만 늘다 보니 재정이 버틸 수 없다. 2025년 24조원대이던 기초연금 지출은 2050년 58조원, 2065년 67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정부의 의무지출은 전체 예산의 54%를 넘어 2029년에는 55% 후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 의무지출이 늘수록 다른 정책에 쓸 돈은 줄어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 증가 속도가 주요 20개국 중 가장 빠를 것으로 본다. 일본이나 독일의 2~3배에 이른다. 일본과 독일은 20년 전부터 숫자를 읽어 낸 뒤 정책적 대응을 준비했다. 법정 연금 수급 연령을 올리고, 기대수명과 재정을 반영한 연금 자동조정장치도 도입했다. 일본은 70세까지 고용 기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연금과 노동시장을 함께 움직였다.

한국도 정책의 선택지는 이미 나와 있다.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上向)하면 2065년까지 재정을 최대 600조원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상향 속도에 따라 재정 절감 효과는 203조원에서 603조원까지 차이가 난다. 이는 노인 기준을 유지할 때 추가 부담해야 할 재정이기도 하다. 물론 숫자로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연령 기준을 늦추는 순간 현재 수급자와 미래 수급자 사이에 불이익이 발생한다. 정책 변화가 곧바로 소득 감소로 연결된다. 정부가 기초연금 개편을 논의하면서도 '65세'는 건드리지 않는 이유다. 재정 필요와 유권자 정서가 충돌해서다. 그래서 지급 방식을 조정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꼭 필요한 계층에 보다 넉넉하게 지급하자는 것이다.

기초연금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공무원연금은 2025년 기준 10조원가량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 건강보험과 노인 의료비 지출도 급증하고 있다. IMF는 2025년부터 2050년까지 한국의 연금 지출 증가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GDP의 41.4%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주요 선진국 평균(약 12%)의 3배 수준이다. 방향은 정해져 있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손봐야 한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겠지만 노인 기준도 바꿔야 한다.

변수는 시간이다. 지금 조정하면 완만하게 갈 수 있지만, 미루면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연금은 한번 손대면 수십 년을 간다. 1년의 지연(遲延)이 수십조원 차이를 만든다. 65세는 더 이상 경제적 기준이 아니다. 기대수명과 노동 현실이 바뀐 만큼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선택을 늦출수록 비용은 커지고, 부담은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눈앞의 표심에 기대어 개혁 속도를 늦추는 것이 바로 포퓰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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