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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업·농촌에서 희망을 찾다] <11>농촌에서 찾는 회복의 가치 '치유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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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청년농부, 농업으로 희망 전하려 치유농업 선택
체험+치유+관광 결합한 치유관광농업으로 확장

이동우 청년농부. 본인 제공
이동우 청년농부. 본인 제공

경북 상주시에서 블루베리 농사(4천958㎡)를 짓고 있는 청년농업인 이동우(32) 씨는 학창시절 왕따와 학교폭력을 당했다. 그 경험이 그를 치유농업으로 이끌었다. 치유농업은 농업에 치유와 돌봄 서비스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다양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심리적·신체적 건강 증진을 도모한다.

이동우 청년농부. 본인 제공
이동우 청년농부. 본인 제공

◆삶의 탈출구로 선택한 농업

이동우 씨의 부친은 그가 중학교 때 귀농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늦은 시간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자신은 죽어도 농사 만은 짓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래서 실업계 고등학교 토목과로 진학했다.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자격증 준비에 매진하던 중 여름방학이 됐고 4대강 사업의 일환인 낙동강 공사 현장으로 실습을 나가게 됐다. 그곳에서 본인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아버지 연배의 기술자들을 만나게 됐는데 퇴직 이후를 준비한다고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것을 보고 '과연 나는 저 나이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하는 혼란에 빠지게 됐다.

얼마 안 돼 할아버지의 감자 수확을 도우러 나갈 일이 생겼고 그때 난생 처음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게 됐다. 농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많이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최소 노력한 만큼은 먹고 살겠다 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는 어릴 때부터 워낙 겁이 많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그는 17살의 나이에 어쩌면 도피에 가까운 마음으로 농업을 선택하게 됐다. 이후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입학해 전문적인 지식도 습득했다.

공무원이 돼 안정적으로 살길 바랬던 부모님은 이런 그를 말렸다. 하지만 그에게 농업은 단순한 직업 차원이 아닌 삶의 탈출구였기에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지지도 큰 도움이 됐다.

이동우(오른쪽) 씨는 상주시교육청과 학업중단 예방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청소년들을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 제공
이동우(오른쪽) 씨는 상주시교육청과 학업중단 예방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청소년들을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 제공

◆학교폭력 피해자 돕거자 치유농업 입문

농사라는 것이 한번 심으면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농업 시작 단계에서 작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대학교 현장실습 때 용접을 하다 눈을 다친 경험을 떠올렸고 눈 건강에 좋은 블루베리가 제격이다 싶어 재배하게 됐다. 그게 2016년의 일이다.

3년 후에는 체험농장을 오픈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1년 후 운영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힘든 시기였지만 체념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청년농업인 기반구축 사업'을 통해 체험시설을 보강하고 환경도 깨끗하게 정비했다. 이렇게 재정비의 시간을 거쳐 2021년 재오픈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학교폭력 관련 기사를 접하게 됐다. 한 초등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어른들은 선한 말을 하는 악마다'란 글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 문장이 그의 가슴에 콕 들어와 박혔다. 그 또한 학창시절 왕따와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면서 이제 이 문제는 더 이상 과거의 자신 이야기에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했다. 그가 치유농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이유다. 농업을 통해 비슷한 아픔을 가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농업이 본인에게 희망이 됐듯 그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2022년 치유농업을 시작하게 됐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은 할머니(왼쪽)에게 이동우 씨 치유농장은 활력은 주는 공간이다. 본인 제공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은 할머니(왼쪽)에게 이동우 씨 치유농장은 활력은 주는 공간이다. 본인 제공

◆체험+치유+관광 결합한 치유관광농업으로 확장

처음 치유농업을 접했을 때는 장애인이나 환자 등 특정 대상 중심의 프로그램이 많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 경북농업기술원의 치유농업시설운영자 교육을 받게 됐고 치유농업의 대상이 일반인까지 확대되고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발전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특히 농업과 돌봄·복지·치유 서비스를 결합한 네덜란드의 '케어팜' 사례는 그가 지향하던 가치와 맞닿아 있었기에 롤모델로 삼기에 딱이었다.

이후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전문적인 치유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갔다. 치유의 대상도 방문객에만 국한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로 넓혔다. 실제 치유농장 볏짚 인테리어 작업은 홀로 되신 친할머니와 마을의 또 다른 할머니들과 공동으로 진행했는데 이것이 공동체의 웃음과 활력을 만들어냈다. 이후 농장 방문객 증가로 마을에 생기도 넘치고 있다.

여기에 도축 위기에 놓였던 말, 장애가 있는 염소, 키우기 어려워진 토끼 등을 농장에 들여와 방문객들이 동물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노력들이 인정받아 그가 운영하는 농장 '파머스룸'은 2022년 경북농업기술원의 '치유카페 사업'에 선정됐다. 이는 치유관광농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농촌체험과 치유농업에 커피 등 식음료를 결합한 것이므로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하는 구조도 가능해진다. 2023년에는 상주교육청과 학업중단 예방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 식음료 개발도 하고 있다. 앞으로 연간 농장 방문객 10만명 유치가 목표다.

농장을 찾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이동우(맨 오른쪽) 씨가 치유 가드닝 교육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농장을 찾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이동우(맨 오른쪽) 씨가 치유 가드닝 교육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다양한 농업 교육 통해 방향성 설정

11년 차 농부인 이동우 씨는 그간 청년농업인 기반구축 사업과 농촌치유카페 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이는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그가 더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육'이다. 상주농업대학, 신규농업인 교육, 가공 교육, 마케팅 교육, 교육농장 과정, 식음료 개발 교육, 치유농장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경험하며 농업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올해는 상주농업대학의 양액재배과정을 수강한다.

그는 "농업도 다양한 방향이 있다"며 "제 경우 처음엔 구체적 계획이 없었지만 다양한 농업 교육을 받으면서 가치관에 맞는 농업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모든 교육이 개개인에게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지만 자신의 방향성과 맞는 교육을 받고 경험을 청취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후의 성장은 결국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지만 말이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을 향해선 "나에게 농업은 도피처였지만 지금은 삶의 전환점과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며 "저마다 어떤 계기와 스토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농촌은 참 괜찮은 선택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피력했다.

청년농업인 지원책과 관련해선 "후계농업인은 매출이 증가해도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받을 수 있지만 창업농은 일정 기준 이상이 되면 오히려 지원이 제한된다"며 "창업농 지원 사업들이 단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동우 씨 농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동물 교감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본인 제공
이동우 씨 농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동물 교감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본인 제공

〈경북농업기술원, 치유농업에 복지 기능까지 더해〉

빠르게 변화해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자연과의 연결을 통해 스트레스·우울·고립 등 정서적 문제를 치유하고 행복감을 느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치유농업'이다.

치유농업은 농작물 재배, 원예 활동, 농촌 자연환경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의 정서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 사회성 회복에 도움을 주는 사업 및 활동을 말한다. 특히 과학적 근거와 전문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단순 체험형 농업과 차별화된다. 최근에는 돌봄·복지 서비스와 연계된 신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은 2022년 전국 최초로 '치유농업센터'를 구축하고 치유농업시설 조성 지원, 프로그램 개발, 전문인력(치유농업사 및 치유농업시설 운영자) 양성 등에 힘써왔다. 그 결과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2026년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 사업장'에 경북지역 치유농장 7곳이 선정되며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앞으로는 치유농업이 지역사회 돌봄체계 속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사회복지기관과의 협력체계를 통해 대상별 맞춤형 서비스도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는 우선 경산시와 성주군 지역의 정신·발달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서비스를 본격 추진한다.

문의영 경북농업기술원 치유농업 담당자는 "치유농업이 농업인에게는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되고 지역사회엔 돌봄과 치유 기능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문인력 양성과 현장 중심의 프로그램 고도화를 통해 치유농업의 질적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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