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이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강하게 흔들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운송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석유류 가격은 물론 서비스와 공업제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중동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가 이어질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대 1.6%포인트(p)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KDI는 이번 유가 급등의 본질을 산유국 감산이나 경기 회복이 아닌 '원유 수송 차질'로 규정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시장 불안이 급격히 확대됐고, 두바이유 가격은 한때 배럴당 170달러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높은 중동 의존도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에 집중돼 있어 공급 차질이 곧바로 에너지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KDI에 따르면 원유 운송 위험을 나타내는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 지수는 올해 3월 기준 평시 평균의 8.5배까지 급등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보고서는 같은 폭의 유가 상승이라도 원인이 '운송 불안'일 경우 국내 물가 충격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두바이유가 10% 상승할 때 운송 불확실성이 배경인 경우 국내 석유류 가격은 2.69%p 상승했다. 일반적인 수급 요인에 따른 상승폭인 2.00%p보다 약 30% 높다.
소비자물가 파급력은 더 뚜렷했다. 운송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시 소비자물가는 0.20%p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치인 0.11%p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근원물가다. 통상 유가 상승은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운송 불확실성이 원인인 경우 유가가 10% 오르면 근원물가도 0.10%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제조업과 물류, 서비스 비용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시나리오별로 올해와 내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국제유가가 2분기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한 뒤 하반기 들어 90달러, 87달러 수준으로 완만히 안정된다. 이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p, 내년에는 0.9%p 추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배럴당 105달러 안팎의 고유가가 연말까지 지속되는 경우 올해 물가는 1.6%p, 내년에는 1.8%p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고유가 장기화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물가 불안을 구조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경고다.
유가가 빠르게 안정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충격이 다소 완화됐다. KDI는 유가가 2~4분기 각각 95달러, 85달러, 80달러 수준으로 내려갈 경우 내년부터 물가 불안이 상당 부분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번 분석에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정책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 대응책의 효과도 일부 확인됐다. KDI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0.8%p 낮추는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확대된 유류세 인하 조치 역시 물가를 0.2%p 끌어내린 것으로 추산됐다.
마창석 KDI 연구위원은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4월 소비자물가가 3% 중반까지 올랐을 것"이라며 "향후 최고가격제 종료 시에는 유류세 인하를 주된 수단으로 활용하며 연착륙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이 여전히 매우 불확실해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도 고유가 장기화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DI는 오는 13일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시나리오별 물가 영향과 통화정책 방향을 추가로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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