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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이전'만으론 부족…지방 살리려면 투자·고용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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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사례서 드러난 '본사 이전' 한계
실질 기여 기업에 추가 감면…제도 실효성이 관건

대구 달성군 상공에서 바라본 대구제2국가산업단지 예정 부지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달성군 상공에서 바라본 대구제2국가산업단지 예정 부지 모습. 매일신문DB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역대 정부가 내놓은 기업 지방 이전 정책은 번번이 '반쪽짜리' 성과에 그쳤다. 본사 주소만 지방으로 옮긴 뒤 세제 혜택은 챙기고 핵심 인력과 실제 경영 기능은 수도권에 남겨두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기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오는 7월 세법 개정에서 기업의 지방 투자·고용 실적에 따라 법인세와 재산세를 추가로 감면해주는 방안을 내놓기로 한 것은 이 같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정면으로 인정한 결과다.

◆본사 간판만 지방으로…핵심 인력은 서울에

정부는 법인세·재산세 감면 기준을 '지방으로 이전했는지'에서 '지방에서 실제로 기업 활동을 하는지'로 바꿀 방침이다. 지방 이전 기업으로 한정됐던 법인세·재산세 감면 혜택을 투자, 고용, 연구개발(R&D)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기업 활동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을 비롯해 '형식적 이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포스코홀딩스가 대표적 사례다. 2022년 지주사 출범 후 본사 주소지를 경북 포항에 뒀지만 전략기획 등 핵심 인력 수백 명의 근무지는 서울을 유지했다. 여기에 포스코홀딩스가 포항에 있는 미래기술연구원 본원보다 더 큰 수도권 거대 분원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역사회에선 "알맹이 없는 껍데기"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수도권 집중 구조다. 우수 인력과 금융, 물류, 고객 기업, 연구 인프라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단순 세제 감면만으로 기업의 핵심 기능 이전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월 30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이 3월 30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제주의 마음을 듣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소 이전은 사기"…정책 틀 바꾼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이재명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 대통령은 3월 30일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지방으로 본사를 옮기면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이 있었는데 주소만 옮겨놓고 혜택만 받는 경우가 실제 있었다"며 "형식만 취하고 혜택만 보는 건 사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그걸 활용한 기업을 욕할 건 아니다. 제도를 그렇게 설계한 것이 문제"라며 정책 설계 단계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실에 전달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실제 인력 규모나 시설, 장비가 얼마나 이전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해 세제 혜택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도 성장촉진지역이나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최대 15년간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낙후지역은 10년 전액 면제 후 5년간 50% 감면, 지방 광역시는 7년 전액 면제 후 3년간 50% 감면이 적용된다. 공장·부지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도 패키지로 제공된다.

정부는 여기에 추가 인센티브를 얹기로 했다. 지방에서 신규 채용을 늘리거나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면 기존 감면 혜택 외에 추가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지방에 이미 자리잡은 기업에도 혜택 범위를 넓힌다. 지금까지는 인구감소지역 기업이 지역 주민을 채용할 경우 지방소득세 일부를 공제해주는 수준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지방 이전 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세제 지원까지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요금 체계에 반영해 발전소가 밀집한 영호남 등 지방으로 기업 이전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세밀한 기준 설정이 관건"

다만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만으로 균형발전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대철 대구정책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역대 정부마다 각종 세제 혜택을 내걸었지만 그 유인 효과가 충분했다면 지금 같은 비수도권 경제 상황이 이어졌겠느냐"며 "경북도와 구미시가 SK하이닉스 유치에 적극 나섰지만 기업이 결국 수도권을 택한 핑계는 우수 인력과 기술·연구 인프라 확보의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단순 세제 지원만으론 한계가 있지만 투자·고용 실적 중심으로 혜택 체계를 바꾸는 건 과거보다 진전된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말 파격적인 수준의 지원을 하거나, 2차 공공기관 이전 때 연관 산업 생태계까지 함께 옮기는 방식 등 국가 성장 전략과 지역 산업 육성을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활동 실적을 어떻게 측정하고 검증할지도 과제로 꼽힌다. 투자·고용·R&D 확대를 조건으로 추가 감면 혜택을 줄 경우 기준이 모호하면 또 다른 형태의 편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서대구 산업단지. 매일신문 DB
서대구 산업단지.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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