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구 서구 평리동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던 20대 주민 A씨가 이웃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당시 이웃이 탄 엘리베이터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수십 차례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해에도 층간소음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등 주민과 갈등을 이어왔고 분쟁이 해결되지 않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갈등이 단순 민원을 넘어 폭행과 협박, 흉기 위협 등 강력 사건으로 번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반복되는 소음 분쟁을 중재할 제도적 장치는 상담과 권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매일 4건씩 층간소음 신고
층간소음 갈등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17일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대구 지역 층간소음 관련 콜센터 민원 접수 건수는 2022년 784건에서 지난해 1천14건으로 29%가량 늘었다.
경찰에 접수되는 층간소음 신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구경찰청에 접수된 층간소음 신고는 1천306건으로 하루 평균 약 4건에 달했다. 올해 역시 이달 13일까지 이미 640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반복되는 층간소음 분쟁이 단순 말다툼을 넘어 이웃 간 범죄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폭행과 흉기 위협 등 극단적인 충돌로 이어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경산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차량을 이용한 특수상해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아래층 주민과 말다툼을 벌이던 B씨는 차량으로 이웃을 수차례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피해 주민은 발가락이 차량 바퀴에 깔리면서 전치 4주 상당의 상해를 입었다.
갈등 끝에 흉기를 들고 이웃을 위협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경산 한 공동주택에서는 60대 여성 C씨가 미리 준비한 길이 30㎝ 상당의 흉기를 이웃 주민 몸에 갖다 대며 "찔러 죽인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구 남구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던 주민이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이웃의 목 부위를 수차례 밀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 갈등 중재 권고 수준에 그쳐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분쟁이 범죄로 번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중재할 제도적 장치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분쟁 해결을 위한 행정기관 역시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상담과 현장 대응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분쟁 예방과 조정을 위한 '층간소음관리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가 단순 생활 불편을 넘어 범죄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자 공동체 차원의 중재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위원회 설치 대상을 70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빌라 등 소규모 공동주택에는 갈등을 중재할 별도 기구조차 없는 실정이다.
특히 소규모 노후 공동주택은 층간소음 대응의 대표적인 제도 사각지대로 꼽힌다. 차음 성능이 떨어지는 오래된 공동주택일수록 분쟁 발생 가능성이 크지만, 현행 제도는 이러한 주거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권근 대구시의원(달서구5)은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세대 규모 기준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다가구주택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층간소음은 결국 이웃 간 갈등으로 번지는 만큼, 소규모 공동주택이라도 위원회가 구성되면 대화와 중재를 통해 분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 산하 '이웃사이 층간소음센터'(센터) 역시 현장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센터는 1차적으로 상담을 거쳐 현장 소음을 측정하고 기준 초과 시 소음을 유발한 세대를 찾아 중재에 나선다. 다만 해당 세대가 중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사실상 권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센터의 현장 대응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영남권의 경우 소음 측정에 나서는 인력이 4명에 불과해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층간소음 민원이 급증할 경우 외부 용역이나 기간제 근로자 등을 활용해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센터에 민원을 넣어도 현장 방문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층간소음에 피해를 호소하시는 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층간소음 분쟁 조정 절차를 반영하고 있다"며 "또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 과정에서 700세대 미만 공동주택이 자발적으로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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