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법위원회는 2012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1915년 오스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을 부인하는 자를 처벌하는 법률(Boyer법, 평등·시민권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부정 금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불필요하고 비례적이지 않은 공격이며, 역사적 논쟁은 학계와 공론장의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국가가 형벌로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위 결정에서는 처벌법에 사용된 용어들의 모호성도 지적되었다. 무엇이 역사적 사실을'부인'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악의적 축소·경시'인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지극히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논리는 역사는 의회의 다수결이나 판결문으로 고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국가가 특정 역사 서사를 절대적 진리로 강제하는 순간 민주주의의 기초인 사상의 자유는 붕괴한다는 법철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사적 사실을 법으로 규정하고 이에 반하는 표현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학계에서 '기억입법'또는 '역사입법'으로 불리면서 오랫동안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역사는 새로운 사료의 발견과 끊임없는 재해석을 통해 발전하는 학문인데 법률에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하는 것 자체로 학자와 언론인, 대중은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학문적 탐구와 비판적 담론은 경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수많은 역사가 증명한다. 주자성리학의 교조주의가 사문난적을 만들었던 조선에서 정조의 문체반정으로 인한 사상검열은 <열하일기>의 저자 연암 박지원으로 하여금 반성문을 쓰게 만들었다. 비판적 지성과 실용적 학문이 억압당한 조선은 자정능력을 잃었고 정조 사후 삼정문란의 세도정치를 거쳐 망국의 운명을 맞는다. 유신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비방할 경우 처벌했던 긴급조치로 인한 민주주의의 후퇴는 산업화의 위대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정권의 어두운 현대사로 기억되고 있다.
법이 역사의 재판관이 될 수 있는가. 2005년 프랑스의 저명한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위한 자유' 선언을 발표하고 국가가 법으로 역사의 진위를 판정하는 행위를 강력히 비판했다.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부당하다는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이를 국가 형벌권의 칼날로 해결하려는 접근법은 명백한 한계와 위험성을 안고 있다. 5·18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부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법이 개입하게 되면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허위사실이나 왜곡된 주장이 공론장의 자정작용을 통해 걸러지는 것이 아니라 사법적 공방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특정 역사적 사건에 대한 비판을 법으로 금지하기 시작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적 사건을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정치적 시도가 잇따를 수 있다. 결국 역사가 '정치적 승자의 전유물'이 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가장 문제인 것이다.
악의적 가짜뉴스와 극단적 혐오 표현은 용납되면 안된다. 그러나 정치적 궤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쪽은 '처벌받아야 할 범죄'로 규정되고, 다른 한쪽은 '사회적 약자의 저항' 또는 '정당한 역사적 분노'라는 프레임을 묵인한다면 대중은 법의 형평성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편의 분노는 정당하고, 저들의 분노는 혐오"라는 진영 논리만 심화시키게 된다. 2008년 광우병 사태에서 보았듯 한국 사회는 옳든 그르든 다수파의 주장에 동조하는 전체주의적 분위기에 휩쓸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역사를 성역화하고 이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 하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집권세력의 이데올로기적 정당성 확보라는 정치적 목적과 결부된다. 5·18 민주화 유공자 명단이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흔한 공청회 한번 없이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넣은 개헌안의 국회 통과를 시도했던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역사는 신화나 교리가 아니다. 끊임없는 회의주의적 시각, 객관적 검토, 그리고 반론의 가능성이 완벽히 보장될 때 역사는 학문과 지성으로서의 생명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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