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홍콩 '샤프피크'의 경치가 아름답다 해서 추천받은 사이완 파빌리온~샤프피크~팍탐아우 코스로 갔다가 샤프피크 정상에 다다르기 전에 탈진에 다다를 뻔한 적이 있다. 겨우 정상에 도착한 뒤 내려가는 길도 너무 길어서 중간에 평지 길로 비축한 체력을 다 쓰고 나서야 겨우 홍콩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오전 시간을 푹 자고 나서야 몸이 회복됐다.
시간이 중요한 여행에서 반나절을 날릴 정도의 강행군이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이때의 경험이 '움직임은 즐거운 행위'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체력을 한 번 끝까지 밀어붙여 본 경험이 생기니 세상을 버티는 게 좀 쉽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물론 살면서 어떤 파도가 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붙여 준 경험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제도권 체육 교육에 있어서는 실패자다. 체육 과목을 초, 중, 고교 내내 '미'를 벗어난 적이 없는(그것 또한 필기시험이 아니었으면 더 밑으로 떨어졌을) 처참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 워낙에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데다 모든 동작이 느려서(오락실이나 컴퓨터로 하는 게임도 손이 느려서 아예 손도 못 댄다) 항상 '찐따'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지적 능력은 어느 정도 되는 애가 신체적 능력은 평균에 한참 못 미치니 결국 10대의 가장 중요한 소속 사회인 '또래집단'에서 항상 하층에 속했다.
자신의 능력치가 타인보다 떨어진다는 게 지표로 드러나면 그 자체로도 자존감 저하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특히 그 능력치가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의 중요한 지표라면 더더욱. 나는 끝내 자존감을 키우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 이런저런 운동을 '찍먹'해 보며 느낀 게 있다. 신체 능력은 개인의 좌절을 넘어서는 시간을 주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피트니스센터에서 PT를 받으면 코치들이 '내가 죽겠다' 싶을 때까지 시키는 이유다. 그 좌절을 넘어서는 시간이 충분하고 그에 대한 격려가 주어지면 신체적 능력이 '가'를 받을 아이가 '양'이나 '미' 정도는 올라온다는 게 내 경험이다. 초등학생 때 수영을 배울 때 나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화섭이를 봐, 꾸준히 나오니까 늘잖아"라고 공개적으로 말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영영 물에 못 떴을 것이다.
어찌 됐건 '신체적 능력 함양'에 있어 나는 끝내 제도권 체육 교육의 실패자로 남았다. 나 같은 사람이 학부모가 돼서 학교를 포함한 교육 현장과 사회에 복수라도 하는 걸까. 내 또래의 사람들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시점이 되자 체육대회나 체험학습 과정에서 학부모의 민원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결국 제도권 체육 교육 또한 공교육 붕괴 흐름에 예외는 아님을 보여 주는 사례다. 학교가, 또래집단이 주는 좌절의 상처가 깊고 크기 때문에 이를 저어하는 학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들도 알 것이다. 좌절이 막는다고 막아지던가. 차라리 한 번 겪고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게 학부모의 역할이겠지만 당장 상급 학교로의 진학이 걸려 있고, 학부모조차 좌절의 극복 경험을 전달해 줄 수 없거나 두려워하는데 방법이 없다.
학교가 학생 개인의 상처까지 보호해 주기에는 그곳은 너무나 큰 집단이고 학생들은 너무 많다. 그러니 각자도생의 마음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부모가 '몸빵으로' 지키려 하는 것일 터.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입맛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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