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심각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민생 현장의 비명이 결코 과장이 아님이 수치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146~147로 OECD 평균(100)보다 47%나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38개 회원국 중 스위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미국(94), 영국(89), 독일(107), 일본(126) 등 주요 선진국을 모두 제쳤다. 한국 국민의 밥상 물가가 3년 연속 OECD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엄중한 민생 위기다.
한국의 물가 구조도 지극히 기형적이다. 가계 최종 소비(HFC) 물가지수는 85로 OECD 평균을 밑돌고 교통, 문화, 주거 물가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식음료(147)를 비롯해 의복·신발(137), 교육(110) 등 의식주와 생활에 필수적인 품목의 가격만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전체 물가 지표의 착시 뒤에는 생계형 필수 품목의 '살인적 고물가'가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체감물가를 잡기 위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대형마트·전통시장 할인 확대, 비축 물량 조기 방출, 수입 농축산물 할당관세 확대 등을 논의 중이다. 라면 등 가공식품 유통사들의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고,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가공식품 원가 분석 및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대다수 대외 충격을 잠시 늦추는 미봉책(彌縫策)일 뿐이다.
한국의 식료품 물가가 유독 높은 근본 원인 중 하나는 47.9%에 불과한 낮은 식량 자급률과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전량 수입 의존 구조, 그리고 영세한 영농 규모에 따른 낮은 생산성에 있다. 무엇보다 농산물 구매 가격의 절반(49.2%)을 차지하고 일부 품목은 70%를 웃도는 후진적 다단계 유통 구조도 문제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폭리를 감당해야 하는 왜곡된 유통망을 혁신하는 일이야말로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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