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없어 투표를 하지 못하는 초유(初有)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권자들은 대기표를 받아든 채 무작정 기다려야 했고, 투표 마감 시각을 오후 10시로 연장한 곳도 있었다. 결국 중앙선관위는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선관위가 내놓은 부족 사태 원인은 '예상을 웃도는 높은 투표율'이다. 이게 사과인지 해명인지 변명인지 과실 자백인지 도통 모르겠다.
이번 선거 사전투표율은 지선 역대 최고치인 23.51%였다. 3일 투표율도 높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게다가 이날 시간대별 투표율도 지난 지선 때보다 높았다. 그런데 서울 송파구의 경우 유권자의 고작 50%에 해당하는 투표지만 인쇄해 비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긴급하게 이송한 수량마저 고작 '50장'이었다.
2022년 대선에선 코로나 확진자 투표용지를 소쿠리 등에 담아 옮기는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선 투표용지를 손에 든 유권자들이 식사까지 하고 돌아오는 '투표지 반출(搬出)' 사태도 발생했다. 간부 자녀 특혜 채용 비리도 있었다.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인내심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선거를 요구하고 나섰고, 더불어민주당도 '부실 선거관리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선관위는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실상의 '성역(聖域)'이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지위는 정치적 중립을 위한 방어막이지, 책임을 삭제하는 면죄부가 아니다. 그러나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 거부, 내부 비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을 반복하며 사실상 무소불위 기관이 됐다. 더는 선관위의 '재발 방지' 약속을 믿을 수 없다.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 전수조사와 함께 직무 유기 및 선거법 위반 관련 엄정한 수사, 국정감사 등은 물론 미흡하면 특검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선관위의 선거관리 역량과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전면 점검하고 재발 방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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