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페루 북부 어부들은 수년에 한 번씩 성탄절 무렵 찾아오는 따뜻한 해류를 엘니뇨(El Niño: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라고 불렀다. 원래 적도 태평양에 부는 무역풍은 따뜻한 표층수(表層水)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보낸다. 동쪽 페루 연안의 표층수가 밀려간 자리에는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심층수(深層水)가 솟아오른다. 이런 거대한 순환으로 태평양은 열 균형을 유지하고, 페루 앞바다는 세계적 어장이 됐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밝혀내지 못한 이유로 무역풍이 약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서쪽으로 밀려가던 따뜻한 바닷물이 중앙·동태평양으로 퍼져 태평양 전체 해수면이 평소보다 훨씬 뜨거워진다. 그 결과 엉뚱한 곳에 비구름이 생기면서 가뭄과 폭우 지역이 뒤바뀐다. 태평양 해류 변화, 즉 엘니뇨 때문에 폭염, 가뭄, 홍수, 태풍 등 기상이변이 생긴다.
물론 엘니뇨는 인류가 기록을 시작하기 전부터 있던 기상현상이다. 19세기에 이름이 붙여졌을 뿐이다. 문제는 엘니뇨가 발생하는 지구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산업혁명 이전 약 280ppm이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30ppm 안팎으로 높아졌다. 온실가스가 가둔 열의 대부분을 바다가 흡수해 왔지만, 최근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며 완충(緩衝)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바다가 뜨거울수록 대기로 전달되는 열과 수증기가 많아지고, 같은 엘니뇨라도 기상이변 강도는 과거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슈퍼 엘니뇨'가 등장했다.
강한 엘니뇨는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이 데워 놓은 지구에서 발생한 슈퍼 엘니뇨는 훨씬 파괴력이 큰 기상이변을 낳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강한 엘니뇨가 세계 식량 가격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고, 유럽 경제분석기관들은 '기후 인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지구가 끓는 시대"라고 했다. 위성(衛星)으로 태평양을 실시간 관측하고, 슈퍼컴퓨터로 엘니뇨를 예측하지만 결코 기상이변을 막지 못한다. '하나뿐인 지구'를 외치지만 인간의 탐욕은 멈추지 않는다. 결국 혹독한 대가는 미래 세대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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