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올 2분기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천억원을 기록하며 세계 시총 상위권 기업들을 압도하며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역대급 실적 발표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 6.92% 하락했고, 코스피 지수도 큰 폭으로 밀렸다. '사상 최대 실적'이 오히려 차익실현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 삼성전자, 엔비디아 넘어선 신기록
삼성전자는 7일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89조4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천810.3%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17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3% 늘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였던 84조1천606억원을 6.2% 웃돌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삼성전자는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43조6천억원의 2배가 넘는 이익을 거뒀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영업이익 합산액 82조9천억원도 넘어섰다.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성과다. 엔비디아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약 535억달러, 애플은 약 509억달러 수준으로, 원화 환산 기준 각각 80조원 안팎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2분기 영업이익은 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성과급 충당금을 감안하면 실제 이익은 더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 부문에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지급에 합의했다. 1분기와 2분기 성과급 충당금을 합하면 약 17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를 제외하기 전 기준으로 보면 2분기 영업이익은 106조원 이상, 사실상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연 셈이다.
실적의 핵심은 역시 반도체였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D램과 낸드 등 범용 메모리까지 수요가 급증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하면서 메모리 가격도 가파르게 뛰었다. 세계 최대 수준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메모리 호황기 최대 수혜를 입었다. 6세대 HBM인 HBM4 양산 출하와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도 실적 개선을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 주가는 6% 하락, 그 이유는?
문제는 주가였다.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지만 주가는 오히려 급락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 6.92% 하락했다. SK하이닉스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반도체 대형주 전반이 코스피 하락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매물이 쏟아졌다.
시장의 '눈높이'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증권가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이었지만, 최근 반도체 랠리를 타고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더 높아져 있었다는 것. 성과급 충당금을 제외하면 100조원대 영업이익이라는 해석이 가능했지만, 시장은 그 이상의 성적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실적에 대해 "실망스러웠다. 시장 전망치는 그간 70조원에서 100조원 사이 움직이다가 오늘 자로 84조원이 된 것인데, 이날 발표치는 전망대로 나온 수준"이라며 "그렇다 보니 DX나 파운드리 부문 적자가 여전히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개인적으로는 다행, 안도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시장은)이번 실적을 '셀온'(매도) 이벤트로 접근하는 시각이 단기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급락을 글로벌 반도체 업황 둔화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증시 특유의 과열된 수급, 높은 상승률에 따른 차익실현, 레버리지 상품 확대가 맞물리며 한국 시장에서만 낙폭이 과도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삼성전자가 2019년 이후 분기 실적 발표에서 16차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그중 10차례는 발표 당일 주가가 하락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이런 반응은 투자자들이 호실적을 오히려 위험 회피 신호로 받아들이고 투자를 늘리지 않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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