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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 사라지고 조합도 해산…기로에 선 대구 인증 브랜드 '쉬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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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국제안경전(DIOPS) 쉬메릭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선글라스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쉬메릭은 올해 출범 30년을 맞았지만, 오프라인 매장 철수와 지정업체 협동조합 해산으로 향후 운영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일신문DB
2016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국제안경전(DIOPS) 쉬메릭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선글라스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쉬메릭은 올해 출범 30년을 맞았지만, 오프라인 매장 철수와 지정업체 협동조합 해산으로 향후 운영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일신문DB

대구시 우수 중소기업 인증 브랜드인 '쉬메릭(CHIMERIC)'이 올해 출범 30년을 맞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모두 사라진 데 이어 지정 업체들이 만든 협동조합마저 해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관 주도 브랜드 사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구 '쉬메릭' 지정업체 협동조합 해산

대구시는 지난 2015년 6월 1일 설립된 대구쉬메릭사업협동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공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대구쉬메릭사업협동조합은 대구시 우수 중소기업 인증 브랜드인 쉬메릭 지정 업체 13개사가 공동 마케팅과 판매 활성화를 위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해산 사유는 휴면조합 지정 이후 1년 동안 활동 재개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구쉬메릭사업협동조합은 지난해 6월 20일 휴면조합으로 지정됐고, 이후 활동 재개 신청이 없자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해산명령 절차가 진행됐다.

대구시는 지난달 25일 현장조사를 통해 조합의 활동 재개 여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 상근 직원이 없어 관리에 어려움이 크고, 섬유산업 침체로 공동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조합원들의 활동 재개 의사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협동조합은 공동사업을 하면 장점이 있지만, 사업이 잘되지 않다 보니 필요성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쉬메릭 브랜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사업 조직이 사실상 기능을 잃고 문을 닫으면서 지역 공동브랜드 사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쉬메릭은 1996년 대구시 공동브랜드로 출범했다. 설립 초기에는 섬유·패션기업 중심 브랜드였지만, 이후 가구와 생활용품, 뷰티, 식품 등으로 업종이 넓어졌다.

2015년 대구기업명품관 쉬메릭 통합매장 개설과 온라인 쇼핑몰 구축, 협동조합 설립 등이 추진됐고, 2016년 브랜드 리뉴얼을 거치며 공동브랜드보다는 지역 우수 제품을 인증하는 브랜드 성격이 강해졌다. 하지만 2021년 대구기업명품관 내 마지막 오프라인 매장이 철수하면서 쉬메릭의 공동 판매 기반은 크게 줄었다.

대구시 우수 중소기업 인증 브랜드
대구시 우수 중소기업 인증 브랜드 '쉬메릭(CHIMERIC)' 로고. '꿈같은', '환상적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시메리크(chimérique)'에서 따온 이름이다. 매일신문DB

◆오프라인 철수한 쉬메릭, 온라인몰서 명맥 유지

쉬메릭은 오프라인 매장이 철수한 이후 운영 주관사인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을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쉬메릭 온라인 판매 매출액은 31억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쉬메릭 공식 홈페이지 매출만이 아니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G마켓 등 외부 온라인 판매 채널 매출을 합산한 수치다.

지난해 기준 쉬메릭에는 24개사가 1천131개 제품을 입점시켜 판매 중이다. 단순 평균으로 환산하면 제품 1개당 연평균 매출은 약 275만원이고, 하루 평균 매출은 8천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쉬메릭 선정위원회를 통해 인증 제품을 관리하고 온라인몰과 홍보 채널을 통해 제품 노출을 지원하는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은 "공식 홈페이지 매출은 전체 매출에 비해 크지 않고 특정 제품군의 매출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지원 예산 규모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공동브랜드 육성 사업 종료로 2019년부터 국비 지원이 끊기면서 국비 3억원과 시비 3억원 등 6억원 규모였던 예산은 이후 시비 중심으로 조정됐다. 민선 7기 당시 4억원 수준이던 지원 예산은 현재 시비 1억8천만원 규모로 줄었다.

대구시와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은 줄어든 예산 여건 속에서도 온라인 마케팅 지원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확대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쉬메릭 참여 기업들은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여전히 크다"며 "예산 여건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쉬메릭몰과 스마트스토어 리뉴얼을 통해 제품 정보와 재고를 정비하고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대구기업명품관 전경. 이곳에서 운영되던 쉬메릭의 마지막 오프라인 매장은 2021년 철수했다. 쉬메릭은 현재 온라인 판매와 우수 제품 인증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대구기업명품관 전경. 이곳에서 운영되던 쉬메릭의 마지막 오프라인 매장은 2021년 철수했다. 쉬메릭은 현재 온라인 판매와 우수 제품 인증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신문DB

◆30년 신뢰를 브랜드 경험으로

쉬메릭 브랜드 운영 실태는 대구시의회에서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출범 초기 지역 대표 공동브랜드로 주목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브랜드 정체성과 인지도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윤권근 대구시의원은 지난해 11월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쉬메릭 브랜드 운영 실태를 두고 "쉬메릭은 출범 초기 대구시민의 사랑을 받았고 전국 최초 사례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브랜드 가치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축산물부터 필터, 샤워기, 목공예품, 사무의자까지 제품군이 일관성 없이 확장되면서 인지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매년 1억8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품목을 늘리기보다 브랜드 콘셉트와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시대 흐름에 맞게 로고와 디자인도 개선해야 한다"며 "참여 기업 수를 늘리는 것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구 대표 브랜드로 다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은아 계명대 패션마케팅학과 교수는 쉬메릭이 30년 동안 지역 공동브랜드로 유지돼 온 배경에는 대구시와 지역민이 함께 쌓아온 신뢰와 애정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쉬메릭의 가장 큰 자산은 지역 공동브랜드라는 신뢰"라며 "이는 다른 민간 브랜드가 쉽게 갖기 어려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과제로는 상품과 브랜드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는 큐레이션과 콘셉트 강화가 꼽힌다. 현재처럼 상품을 카테고리별로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 경우 소비자가 브랜드의 매력과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 교수는 "쉬메릭은 이제 단순히 다양한 지역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공동브랜드에서 벗어나 명확한 콘셉트와 목적성을 가진 온라인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상품을 세부 콘셉트별로 재분류하고, 유사한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자 취향에 맞춰 큐레이션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점 브랜드 역시 대표 상품, 즉 시그니처 아이템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제품 자체에 대한 지원을 넘어 브랜드의 가치와 매력을 전달하는 콘텐츠와 브랜딩에 집중해야 쉬메릭이 대구를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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