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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잡으려 급하게 연 문…레버리지가 삼킨 동학개미와 국장[매일뭐니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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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ETF 리밸런싱發 숏감마 구조가 증시 변동성 진원지
레버리지 쏠림에 코스닥 소외 지속…개미 이탈 가속
대책 마련 지지부진…그 사이 피해는 투자자 몫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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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하루가 멀다 하고 널을 뛰고 있습니다. 올해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7회, 사이드카는 35회 발동됐습니다. 26년 동안 13회에 그쳤던 서킷브레이커의 절반 이상이 올해에 몰렸고 사이드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6회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달 29일 97.99까지 치솟으며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은 그 진원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지목합니다.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것은 지난 5월 27일입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에 국내 투자자들이 몰리자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겠다며 문을 열어준 것이 출발이었습니다. 서학개미 자금을 붙잡아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도입 속도는 이례적으로 빨랐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월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금융위원회에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법령상 근거조차 없던 상품이 5개월도 지나지 않아 시장에 나왔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시행령과 규정을 서둘러 손질했고 업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변동성의 진원지로는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이 지목됩니다. 2배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보유 중인 현물과 선물 비중을 줄여야 합니다. 주가 하락이 추가 매도를 부르고, 그 매도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자기강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비정상적인 변동성 확대는 기업의 펀더멘털 변화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숏감마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손실은 개인 계좌에 쌓이고 있습니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5월 27일 2만7775원에 상장된 뒤 지난달 22일 4만4000원까지 올랐지만 이달 13일 1만4915원까지 떨어졌습니다. 3주 만에 66.1% 폭락한 것입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15.37% 하락한 13일 하루에만 이 상품 투자자는 31.46%의 손실을 봤습니다. 5월 27일부터 6월 12일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의 93%가 개인이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간 투자자들의 선택이었지만 문제는 그 여파가 상품을 사지 않은 투자자들에게까지 번진다는 점입니다. 투자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만 몰린 가운데 리밸런싱이 지수를 흔들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가 함께 출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전체의 투자 저변을 넓히기보다 일부 종목으로 쏠림만 심화시킨 셈입니다. 실제 코스닥 지수는 지난 5월 27일 1133.13에서 이달 8일 장중 778.70까지 밀리며 10개월 만에 800대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이미 등을 돌렸습니다. 개인은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코스닥에서 10조3759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이어온 매수 우위가 올해 처음 깨졌습니다.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종에는 상장 이후 13조8163억원의 개인 자금이 몰렸습니다. 코스닥의 2024년과 지난해 개인 순매수액을 합친 13조4868억원보다 많습니다. 두 달도 안 돼 코스닥의 2년치 개인 매수세를 빨아들인 셈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지친 개미들이 증시 자체를 떠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0일 105조5757억원으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개인이 빠지면 시장은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3246억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지수 하단을 받친 것은 개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개인마저 지난 8일부터 순매도로 돌아섰습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가 시장을 지지하고 있으나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대출 규제, 투자자 예탁금 감소 등을 감안하면 개인의 순매수 여력이 무한정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번 꺾인 투자심리를 되돌리는 일은 훨씬 어렵습니다. 변동성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 자체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같은 뉴스라도 훨씬 더 나쁘게 해석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기관마저 변동성을 이유로 진입을 꺼리는 상황에서 개인까지 발을 빼면 지수를 받쳐줄 주체가 사라진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주 1회꼴로 발동하는 시장에선 펀더멘털 개선 논리만으로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없다"며 "변동성 축소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책임론이 불거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논평을 내고 파생상품이라는 꼬리가 증시라는 몸통을 흔드는 '왝 더 독' 현상이 일상이 됐다며 김용범 정책실장의 경질을 요구했습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 변동성 확대와 시장 왜곡을 우려했지만 정책실의 지시를 거스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죽하면 금융감독원장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고개를 숙였겠느냐"며 "정책실이 밀어붙이고 금융당국이 굴복한 것이 청와대발 관치 금융의 실체"라고 주장했습니다.

시장은 애가 타는데 정부는 여전히 회의만 돌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관계자를 비공개로 만나 의견을 듣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금감원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는 이르면 16일 열립니다. 15일 금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간담회를 열고 회의를 잡고 보고를 준비하는 사이 개미들의 계좌는 하루가 다르게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수시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방향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기본 예탁금 상향, 사전교육 강화, 레버리지 배수를 1.5배로 낮추는 방안, 일일 등락률과 하루 회전율 제한 등이 거론됩니다. 그러나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상장폐지는 강제 청산 과정에서 평가 손실이 확정돼 투자자 피해가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해 적법하게 출시한 상품을 한 달 반 만에 거둬들이는 것도 부담입니다.

예탁금을 올려도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한 대형 증권사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고객 4만4558명 중 예탁금이 5000만원을 넘는 고객이 76.9%에 달했습니다. 기본 예탁금 1000만원의 5배를 이미 갖춘 투자자들이라 문턱을 조금 높이는 것으로는 수요를 막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규제를 강화하면 자금이 해외 레버리지 상품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우려됩니다.

문제의 뿌리는 상품 구조 자체에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100개 기업, 400여개 종목으로 자금이 분산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2개 기업에 16조원이 몰려 있습니다. 쏠림이 극심한 구조에서 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대책이 나오든 상품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서둘러 문을 열어준 데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환율을 잡겠다고 연 문이 증시를 흔들고 개미를 몰아냈습니다. 정부가 대책을 논의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계좌는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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