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공대(MIT) AI 사용 연구위원회가 학생들이 AI에 의존해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을 포기하는 '인지적 항복(cognitive surrender)' 현상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5개월간의 연구 끝에 MIT는 생성형 AI가 학생들 사이에서 '인지적 항복'을 유발하고 있으며, 조금만 어려움을 겪어도 챗봇에 먼저 손을 뻗는 행태가 고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같은 의존이 학생들에게 "학습했다는 착각"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MIT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6%가 대형언어모델(LLM)을 매일 사용한다고 답했으며, 90%는 AI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학습 고립 현상도 짚었다. 학생들이 교수 상담이나 동료 학습 대신 챗봇에서 답을 구하면서 사회적 학습 관계가 끊기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실제 학습 능력을 갉아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스톡홀름대와 홍콩대 연구진이 중국 중·고등학생 2만6천811명을 30개월간 추적한 결과, AI 도입 후 숙제 점수는 18% 상승했지만 AI 사용이 금지된 월별 시험 점수는 6개월 만에 20% 하락했다.
고등학교·대학 입시와 같은 고부담 시험에서는 2년 경과 시점에 점수 하락폭이 18~24%까지 벌어졌다. 특히 공부를 잘하는 최상위권 학생일수록 AI로 인한 성적 하락폭이 더 컸다.
연구진은 학습 손실의 핵심 원인으로 '노력의 전가(effort displacement)'를 꼽았다. 학습 손실의 약 80%가 과제를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로 끝내는 행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MIT가 지난해 발표한 별도 연구에서도 챗봇을 글쓰기 보조 도구로 이용한 사람들은 에세이를 쓴 지 불과 몇 분 뒤 자신이 쓴 내용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에 참여한 나탈리야 코스미나 MIT 연구원은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억 네트워크를 사실상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미국 주요 대학들은 AI 활용 교육을 확대하는 흐름이다. 시안 베일록 다트머스대 총장은 "AI가 세상을 규정하는 시대에 AI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하는 대학은 존재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명확한 제한선을 긋는 대학들도 있다. 시카고대는 일부 필수 사회과학 과목에서 AI 사용을 금지했고, 이 대학 로스쿨은 1학년 수업에서 휴대전화·태블릿·노트북 사용도 막았다.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로스쿨은 학점 평가 과제의 구상부터 초안 작성·수정·편집까지 AI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전문가들은 AI 사용을 무조건 제한하기보다 사용자가 판단 근거를 다시 검토하도록 의도적 지연이나 비교 대안을 제공하는 '인지적 마찰 설계(Cognitive Friction Design)'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MIT AI 연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개별 과목 단위의 정책 대응으로는 부족하며 대학 전체 차원의 교육 환경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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