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나 기자 dun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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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소년원, 자립 꿈꾸는 청소년에게 장학금 전달

    대구소년원, 자립 꿈꾸는 청소년에게 장학금 전달

    법무부(장관 정성호) 대구소년원(읍내중고등학교)은 장학금 수여식을 열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9일 열린 장학금 수여식에서 재학생 2명과 졸업생 1명은 각각 15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가정의 보호 없이 생활하거나, 성실하고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준 학생들이다. 이번 장학금은 ㈜아트앤허그(대표 이재경)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아트앤허그는 위기 청소년의 건강한 자립을 지원하고, 친환경 재활용 콘텐츠를 개발하는 대구의 사회적기업이다. 장학금을 받은 A군은 "응원해 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었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우근 대구소년원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소년을 꾸준히 지원하는 업체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며 "이번 장학금이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했다.

    2026-07-10 14:32:13

  • [낙선공약집] 패자 부활 없는 공약?… 다시 살펴볼 방법 '0'

    [낙선공약집] 패자 부활 없는 공약?… 다시 살펴볼 방법 '0'

    표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낙선 후보의 공약이 행정에 반영돼 사업으로 이어졌고, 낙선자 스스로 공약을 실현한 사례도 등장했다. ◆ 패배한 공약의 귀환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되고, 경주시는 낙선한 국회의원 후보들의 낙선 공약을 재검토했다. 낙선 후보들의 공약 37개를 모두 시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한 끝에 17개 사업을 장·단기로 나눠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발전에 여야가 따로 있지 않고, 낙선자 공약 가운데도 좋은 정책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 중 하나가 학교급식 지원센터였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종복 후보의 아이디어다. 센터는 지난 2023년 준공을 마친 뒤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서 나온 먹거리를 학교 급식소로 보내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지역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이다. 이 사업으로 학생 2만1천632명과 학교 84곳이 혜택을 보고 있다. 남해군, 광명시 등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 통합과 협치를 내세우며 낙선 후보의 공약을 수용하는 사례는 적잖다. 선거에서 패한 후보의 공약도 지역에 필요한 정책이라면 행정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낙선 후에도 지역을 위해 공약을 지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진군수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는 "군민이 낸 혈세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핸드폰으로 곧장 확인하고, 정책 살피기와 민원제기가 가능한 'AI 대전환 행정'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 21일 '군민 소통·참여 AI 플랫폼'이 공개됐다. 김 전 의장이 낙선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약을 지킨 셈이다. 재정자립도는 물론이고, 타시군과 비교했을 때 고령화 정도는 어떠한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 우려를 살피기 위해 나라장터를 통해 군과 계약을 맺은 업체까지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 낙선자의 정책은 어디로? 이처럼 낙선 공약의 '다시보기'는 결코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니다. 다만 낙선 공약의 패자부활전은 쉽지 않다. 낙선 공약은 선거가 끝나는 즉시 삭제돼서다. 선거 운동 기간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모든 공약이 공개되지만, 선거가 마무리된 후에는 당선자의 공약만 누리집에 남는다. 그나마 각 시당이 발표한 공약의 밑그림은 볼 수 있지만, 세세한 공약 내용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 일반 주민들이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향후 선거에 나설 정치인도 낙선 공약을 참고하기가 곤란한 셈이다.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는 "혹여 집으로 배송 오는 실물 선거공보를 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선거 운동 기간에만 누리집에 정보를 공개한다"며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에, 향후에도 낙선자 공약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술계 차원에서 자료를 정리해 공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약다나와'는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이민정치연구단, 한국정당학회에서 제작한 공약 비교 누리집이다. 2006년 이후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수집해 AI 기반 비교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후보 공약을 요약해 보여주는 방식인 만큼, 공약 원문을 그대로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낙선 공약도 지역 자산" 전문가들은 당선자뿐 아니라 낙선자의 공약까지 체계적으로 정리·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아직 대구에서는 낙선 공약을 정리하자는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시민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약인 만큼, 좋은 정책이라면 누가 제안했는지와 관계없이 현장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약이 정리돼 있어야 당선자들이 이를 검토하고 시정에 반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도 공약 정보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당선자의 공약조차 일반 시민이 찾아보기 쉽지 않고, 시의원이나 구의원 공약은 더욱 그렇다. 정보공개청구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선거를 계기로 드러났던 지역의 문제를 다시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차원에서 어렵다면 지방자치단체가 공약을 정리해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에 사는 시민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서비스다"고 조언했다.

    2026-07-10 13:46:00

  • [낙선공약집] 선거는 끝났지만, 문제는 남았다

    [낙선공약집] 선거는 끝났지만, 문제는 남았다

    선거는 도시의 고민과 주민들의 불편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간이다.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문제들까지 정책의 언어로 번역돼 시민들 앞에 제시된다. 지역이 어디에서 불편을 겪고 있고,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문제 목록'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했고, 그 과정에서 돌봄과 민생, 교통, 생활환경 등 크고 작은 의제들이 공론장 위로 떠올랐다. 지방선거의 승부가 끝난 지 한 달. 누군가는 당선증을 받아 들고 시정과 구정을 이끌게 됐고, 누군가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정치 무대 뒤편으로 물러났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의 공약은 현실이 되지만, 낙선자의 공약은 기억 속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낙선 공약에도 지역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유아 진료비 본인부담금 면제와 조부모 돌봄수당 등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한 해법이 나왔고, 골목 마을버스와 의료 셔틀, 독거노인 집수리 서비스처럼 생활밀착형 제안도 쏟아졌다.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장애인과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으려는 시도도 잇따랐다. 매일신문은 2026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의 공약을 한 달여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개표 결과와 함께 묻혀버린 제안들 속에 대구가 놓치고 있는 의제는 무엇인지, 세 편의 기사에 걸쳐 살펴봤다. 지방선거는 끝났고, 승자와 패자도 가려졌다. 당선자는 취임과 함께 공약을 시정에 옮기기 시작했고, 낙선자는 정치 무대 뒤편으로 물러났다. 선거가 끝나면 낙선자의 공약도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았지만, 때로는 당선자가 언급하지 않은 문제를 낙선자가 먼저 끄집어내기도 했다. 비록 선택받지 못한 공약일지라도 그 안에는 도시가 풀어야 할 과제가 담겨 있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의 공약집을 다시 펼쳐봤다. 개표 결과와 함께 묻혀버린 제안들 가운데, 여전히 유효한 문제 제기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이번 기사는 낙선 후보들의 공약을 후보별로 나누지 않았다. 대신 공약이 던진 문제의식에 주목해 주제별로 묶었다. 누가 제안했는가보다 어떤 과제를 제기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선거는 끝났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은 여전히 대구에 남아 있다. ◆ 양육비와 돌봄 공백 해법 대구의 출생아 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인구동향조사 잠정 결과를 살펴보면, 모든 시도에서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역시 합계 출산율은 전년도보다 7% 증가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맞벌이가 일상화되면서 돌봄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가족 내 손자녀 돌봄 현황과 정책 방안을 연구한 결과,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평균 돌봄 시간이 주당 26시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돌봄 공백 해소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줄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영향으로 2026 지방선거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6세 미만 영유아의 병원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모두 면제해, 부모의 의료비 걱정을 덜어주겠다는 약속이 제시됐다. 자녀 돌봄에 참여하는 조부모와 친인척에게도 최대 30만원을 지급하고, 아동수당에 대구로페이 2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대구아이행복수당'도 논의됐다. 또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해 신생아 돌봄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 나왔다. 또 아이가 성인이 되면 정부와 보호자, 대구시가 공동으로 모은 돈을 건네는 '우리아이자립펀드'도 제안됐다. 장성한 청년이 스스로 돈을 모을 수 있도록, 최대 5년간 3천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단디채움공제'도 논의됐다. ◆ 무너진 경제, 소시민 보호로 경제 분야에서는 시민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제시됐다. 먼저 자영업자에게 7일의 병가와 2일의 회복 기간을 부여하고, 하루 약 8만 2천560원의 병가비를 직접 지원하는 공약이 제안됐다. 1인 사업자나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종사자들은 아파도 생계 때문에 일을 멈추기 어렵다. 가게 문을 닫는 순간 수입이 끊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4년 49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 준비위원회'가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59.8%는 "병가를 신청한 적이 없거나 병가 제도가 없다"고 했다. 병가가 있어도 사용하기 어려운 노동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또 소상공인의 부담 중 하나인 전기료 인하 방법도 모색했다. 동해안의 원전 에너지와 연계한 차등 요금제를 도입해, 대구 시민들의 전기 요금을 15~20%가량 인하하겠다는 계획이다. ◆ 도시의 승부수… 대형 프로젝트 국가 기관과 대규모 문화·관광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공약도 제시됐다. 대법원과 국제기구 산하 AI 관련 기관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형 테마파크와 복합리조트를 건립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을 수 있는 '랜드마크'가 없다는 비판에서 나온 구상이다. 도심 속 혐오시설 이전 문제도 거론됐다. 수성구 만촌동 명복공원을 외곽으로 이전하고, 기존 부지에는 공원과 문화시설 기능을 결합한 복합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제안됐다. 명복공원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확장이 필요한 데다가, 주변 주민들이 이전을 바라는 혐오시설로 꼽혀 20년 넘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지속가능성과 농업인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정부 정책에 발맞춘 대구식 대책이 주를 이뤘다. 생활폐기물을 매립지에 바로 묻지 못하고 소각, 재활용 등 1차 가공 과정을 거친 뒤 남은 물질만 매립할 수 있는 '직매립 금지'가 오는 2030년부터 시행예정인 가운데, 발 빠르게 준비를 마치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탄소 흡수 기능이 뛰어난 친환경 소재를 식재하는 공약도 덧붙였다. 또 농식품부 시범사업으로 예정된 농업재해공제에서 농민이 부담해야 하는 자부담 비율을 크게 낮추는 계획도 나왔다. 농업인들의 자금 부담을 줄여 민생을 안정화하겠다는 의도다. 당선되지 못한 공약이라고 해서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제안은 현실성이 부족할 수 있고, 어떤 정책은 이미 다른 형태로 추진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공약들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과 지역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선거는 끝났지만, 돌봄과 민생, 도시 경쟁력, 환경을 둘러싼 질문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26-07-10 13:45:00

  • [낙선공약집] 개표와 함께 사라진 동네 공약들

    [낙선공약집] 개표와 함께 사라진 동네 공약들

    "동네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공원 옆 주차난을 해결해 달라", "휠체어를 씻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대구시의 시정을 이끌 '시장'이 누구일지도 중요하지만, 각 구군을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시의원과 기초단체장의 공약도 쉽게 볼 게 아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민들의 일상과 맞닿은 제안들이 적지 않았다. 대형 개발사업이나 광역 현안처럼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더 절실한 문제들이었다. 이런 제안들은 선거가 끝나면 가장 먼저 잊힌다. 지역 전체를 뒤흔드는 현안이 아닌 만큼 관심도 적고, 낙선자의 공약이라면 행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번 기사에서는 대구 9개 구·군 시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이 내놓은 생활밀착형 공약을 모아봤다. 후보가 어느 정당 소속인지, 어떤 선거에 출마했는지보다는 공약이 제기한 지역의 문제에 주목하고자 이름만 표기했다. ◆ 사회적 약자까지 품은 중구·북구 중구에서는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일상 불편을 해결하려는 공약들이 눈에 띄었다. 김혜진 후보는 골목과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중구형 마을버스' 도입과 중저가 공공 실버타운 확충을 공약하며 교통·노인 주거 문제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교통 공약은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오영준 후보의 공약과도 맞닿아 있었다. 오 후보 역시 12개 동을 촘촘히 연결하는 '중구형 마을버스'를 도입해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가 나란히 같은 해법을 내놓았다는 점은 중구의 교통 공백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구 석혜영 후보는 누구보다 동네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주민의 힘을 빌려 만드는 '베리어프리 동네지도' 정책 등 생활 속 이동권 개선 공약을 내세웠다. 이뿐만 아니라 보건소 내에 휠체어를 씻을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해 휠체어 관리를 돕는 정책도 덧붙였다. 또 석 후보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각 알림 스마트 초인종 지원을 약속했다. 비슷한 정책은 북구에서도 등장했다. 북구 최우영 후보는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구를 위해 화재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가구별 IoT 안전 플랫폼' 설치를 제안했다. 기존 안심홈 사업은 1인 가구 여성이나 한부모 가정 등 주거 안전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각종 치안 및 잠금장치를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후보들은 대상자를 넓히는 동시에, 장애인도 치안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내놨다. 또 북구에서는 주민이 직접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방식의 공약이 제시됐다. 김규학 후보는 동마다 주민이 참여하는 '1동 1현안 신속민원단'을 구성해 생활 불편을 빠르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거창한 사업보다 작은 민원을 신속히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약이다. ◆ 남구·서구, 구 맞춤형 공약 남구 이정현 후보는 경사가 많은 남구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어르신들이 아이들의 등하교를 돕는 '대구형 워킹 스쿨버스' 도입을 제안했다. 아동 안전과 노인 일자리, 공동체 회복을 함께 겨냥한 공약이었다. 이도겸 후보는 늘어나는 노령 인구를 위해 어르신 영정영상 촬영 지원과 함께,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위한 동물병원비 지불보증 부담 완화 등을 약속했다. 행정이 미처 살피지 못했던 생활 영역을 정책 대상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위한 정책은 다른 구군에서도 볼 수 있었다. 동구 양희 후보는 동물 보건소를 설치하고 동물의 공영장례비를 지원하겠다는 독특한 공약을 내놨다. 동구 박동규 후보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공약을 내놨다. 동구 인구의 약 3분의 1이 65세 이상인 가운데,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가 잇따르며 면허 반납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박 후보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자에게 일회성 보상 대신 지속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복지카드 도입을 약속했다. 도근환 후보는 특정 도로와 시설을 직접 지목하며 주민 불편 해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그는 아양로 노상주차장 26면 전면 무료화와 강촌육교 철거를 공약으로 내걸어, 특정 도로와 시설을 직접 지목하며 주민 불편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서구에서는 재개발과 도시정비 사업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생활환경 개선에 집중한 공약도 있었다. 이주한 후보는 두류네거리에 횡단보도를 재설치해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어린이 보호구역에 방호울타리를 추가로 설치해 아이들의 등하교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 독거노인 맞춤형 수성·달서구 수성구에서도 대규모 개발보다 생활밀착형 공약이 제시됐다. 황기호 후보는 화랑공원 일대 주차난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고, 김삼조 후보는 천을산과 욱수골 등산로의 유지 관리를 다짐했다. 특정 공원과 생활권을 대상으로 한 '핀셋형' 공약이었다. 늘어나는 독거노인 인구에 대한 해결책도 나온다. 2023년 기준 대구광역시 노인등록통계에 따르면, 대구 전체 노인(46만2천548명) 중 독거 노인은 10만9천18명으로, 전체 노인의 23.6%에 달했다. 이 중 80세 이상이면서 1인 가구인 이들의 숫자는 3만1천621명에 달하는 등 독거노인의 수가 상당한 상태다. 이에 따라 수성구의 박정권 후보와 달서구의 김성태 후보는 '그냥 해드림 센터'를 설치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형광등 교체나 수도 고장 등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즉시 무상으로 해결해 주는 도시를 꿈꿨다. 또 달서구 차우미 후보는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청소를 지원하는 '깔끔이 청소 서비스'를 통해 독거 노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 교통과 일상복지 잡은 달성·군위군 달성군에서는 교통 취약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공약이 눈길을 끌었다. 김소형 후보는 거점 병원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맞춤형 '효도 의료 셔틀' 운행을 제안했다.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군 지역 고령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군위군에서는 신공항과 관광단지 조성 등 대형 개발사업이 선거판을 주도했지만, 일상 복지에 집중한 공약도 있었다. 정유석 후보는 치매안심센터 야간 운영과 초등 돌봄 야간 연장을 약속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맞벌이 가정과 돌봄 부담을 안고 있는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었다. ◆ 당선자는 인프라 집중 흥미로운 점은 당선자와 낙선자가 바라본 지역의 시선 차이다. 낙선 후보들이 마을버스, 공원 주차난 등 주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파고든 반면, 당선자들은 도시 경쟁력 강화와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마을 단위' 대중교통 정책이 다수 나온 중구에서 승기를 쥔 건 인프라 확충 공약을 내놓은 이들이었다. 공영주차장 500대 확보 및 1천여 대 추가 조성, 대경선 원대역 조기 완공 등을 교통 관련 주요 공약이 당선으로 이끌었다. 또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개발 지원'이라는 다소 거시적인 산업 육성 공약도 핵심이었다. 또 당선자들은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거시적 방향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달서구의 경우 대구시 신청사의 차질 없는 완공, 중구는 스마트 시티 완성 등의 개념이 등장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선거 결과와 함께 사라진 생활밀착형 공약들은 지역 주민들이 무엇을 불편해했고, 후보들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봤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기록으로 남았다.

    2026-07-10 13:45:00

  • [두나의 두발 산책] 도심 곁에 펼쳐진 거대한 무덤숲… 불로동 고분군

    [두나의 두발 산책] 도심 곁에 펼쳐진 거대한 무덤숲… 불로동 고분군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7m의 높이, 너비는 20m에 달하는 봉분 앞에 서면 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거대 봉분은 하나가 아니다. 높이 4~7m의 봉분이 이곳저곳에서 솟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 ◆ 봉분 사이를 걷는 시간 여행 분묘를 구경할 수 있도록 돌과 흙길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길을 따라 1시간 정도를 걸으면 봉분들을 얼추 모두 구경할 수 있다. 낮 시간대 방문객은 거의 없어서, 앞장서서 날듯이 걷는 새들을 따라 봉분 사이사이를 걸었다. 봉분 너머에는 대구 시내가 보인다. 봉분과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 높게 솟은 아파트가 나란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국가 지정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는 셈이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기에, SNS에서는 '셀프 웨딩 사진' 촬영지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이곳에는 300기 이상의 분묘가 모여 있다. 무덤 중 일부는 가족묘로 보이기도 한다. 40대 여성과 함께 어린이로 추정되는 인골들이 함께 나와서다. 크기 별로 다른 묘를 한참 구경하며 걷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난다. 중간중간 일반 무덤처럼 보이는 작은 무덤은 봉분이 아니다. 이장이 예정된 일반묘가 섞여 있어 산책로를 따라 걸을 때 유의해야 한다. 무덤을 피해 깔린 돌을 따라 걸었다. 잘 깔린 길이 아니기 때문에,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일부 구간은 높은 턱으로 돼 있어 편안한 복장과 신발을 갖춰야 한다. ◆ 권력이 잠든 언덕 봉분들은 어떤 연유로 이곳에 옹기종기 모이게 됐을까. 이 무덤들의 주인은 5세기 무렵 의 삼국시대의 지배 세력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근처에는 평리동과 비산동을 지배하던 달구벌 세력 등 여러 세력이 알력 다툼을 하던 때였다. 이들 중 일부가 생전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고, 내세에서도 권력을 유지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높디높은 봉분을 쌓았을 것이다. 구경할 수 없는 그 속은 어떨까. 지면 아래로 깊게 땅을 파고, 그 안에 돌을 쌓아서 축조한 '수혈식 석곽형'으로 이뤄져 있다. 벽면은 마치 정교하게 만든 벽돌을 쌓아 올린 듯 정돈된 모습이었다. 시신뿐만 아니라 화려한 말 장식과 귀고리가 종류별로 묻고, 무기와 생선도 함께 넣어 무덤 속을 채웠다. 이 역시 무덤 주인의 권세를 보여주는 증거다. ◆ 외로운 소나무… 이젠 없네 봉분 사이에 우뚝 선 '나 홀로 나무'는 고분군의 대표 볼거리다. 봉분 주변으로 무리를 지어 식재된 소나무들과 따로 떨어져, 봉분 사이에 홀로 자리 잡았다. 이 나무의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 동호회원들이 종종 방문하기도 했다. 이 나무는 지난해부터 시름시름 앓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돼 사시사철 푸르러야 할 소나무가 붉게 물들었다. 다른 나무에 병을 퍼뜨릴 위험이 커서, 결국 올해 나무를 베어내야 했다. 나무가 있던 곳에는 나무 밑동과 솔방울 더미만 남아 있었다. 한평생 외로이 서 있는 나무는 더욱 외로운 흔적을 남긴 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불로동 고분군을 시작으로, 대구 동구의 볼거리를 돌아볼 수 있는 힐링 로드도 준비돼 있다. 팔공산 둘레길의 6코스에 해당하는 곳이다. 고분군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해 봉무정 독좌암까지 이르는 7.2km 산책길이다. 나비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나비공원과 경주 최씨의 집성촌인 옻골마을, 만보산책로 등 단산지를 둘러싼 산책로다. 중간중간 휴식지와 화장실도 준비돼 있어 부담 없이 걸어보기 좋다. 사람의 키를 몇 배나 넘는 봉분과 도심의 아파트가 한 화면에 담기는 풍경은 불로동 고분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이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봉분 사이를 거닐다 보면, 1천500년의 시간이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래된 무덤들은 오늘도 도심 한복판에서 묵묵히 대구의 시간을 지키고 있다.

    2026-07-10 13:11:00

  • [MZ 연구소] 스트레스 녹이는 '톡도독' 소리… MZ 손안의 장난감

    [MZ 연구소] 스트레스 녹이는 '톡도독' 소리… MZ 손안의 장난감

    말랑이, 클리커, 왁뿌볼. 이름만 들어선 당최 무슨 물건인지 알 수 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MZ세대가 손에서 놓지 않는 물건이라는 점이다. 초등학생들뿐만 아니라 20대 초 성인들도 이 장난감에 푹 빠져있다. 버튼을 누르고, 물컹한 액체를 주무르고, 왁스를 와드득 깨뜨리는 단순한 행동. 손끝에서 느껴지는 자극 하나에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보고만 있어도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 '촉감 놀이'는 어느새 하나의 취향이자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자리 잡았다. 말랑말랑한 촉감을 자랑하는 덕에 '말랑이'라는 이름을 얻은 장난감이다. 만두 모양이거나 속이 다 보이는 물컹한 액체, 버터 등 생김새는 다양하다. 불쾌하지 않은 과일 향이나 빵냄새가 나는 제품도 있다. 이들 제품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묘한 촉감을 즐기는 게 유행이다. 왁뿌볼은 말랑이보다 조금 더 발전한 형태의 제품이다. 말랑이 겉 부분을 딱딱한 왁스로 감싸고, 손으로 눌러 왁스를 부수며 노는 장난감이다. 와드득 왁스가 부서지는 촉감과 함께, 숨겨진 말랑한 촉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왁뿌볼이 취향에 맞았다면, 클리커도 마음에 쏙 들지도 모른다. 클리커는 키보드 타자를 떼어 놓은 것처럼 생긴 장난감이다. 3~4개의 타자는 톡톡 소리를 내며 빛을 발한다. 클리커는 열쇠고리로 제작돼서, MZ세대의 가방에 매달린 '필수 아이템'이 됐다. 클리커 위 장난감은 마음에 드는 것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장식이 어떤 모양인지에 따라 키캡을 누르는 느낌도 달라져서, MZ들은 하나하나 신중하게 골라 나만의 키캡을 만든다. 이들 장난감은 동대문 완구시장에서 시작해 전국 각지로 번졌다. 대구에서는 칠성시장 완구거리와 동성로를 중심으로 판매된다. 대부분의 제품이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촉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포장돼 있어, MZ세대는 여러 제품을 만져보며 자신만의 '최애 촉감'을 찾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MZ세대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직접 이들을 만지거나, 이들을 만지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한다.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ASMR)를 제공하는 유튜버들은 앞다투어 관련 영상을 제작한다. 마이크 가까이에 왁뿌볼과 클리커를 대고 만지는 소리를 녹음해 업로드한다. 유행은 한순간에 등장한 건 아니다. 이들이 MZ의 마음을 사로잡기 전에는 슬라임이 있었다. 슬라임은 길게 늘어나는 점액질에 구슬이나 반짝이를 섞어 만지는 장난감이다. 이뿐만 아니라 음식 모양의 클레이도 함께 섞어 새로운 촉감을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놀이가 가능해, 오랜 기간 MZ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에게 촉감 놀이는 단순한 장난감 놀이를 넘어, 잠시 복잡한 생각을 잊고 마음을 환기하는 작은 휴식이 되고 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말랑함과 바스락거림, 톡톡 튀는 소리처럼 아주 사소한 감각이 MZ 세대를 위로하고 있다.

    2026-07-10 12:30:00

  • [두나의 두발 산책] 소금·고등어·피아노까지 실려 왔다… 사문진에 남은 낙동강 역사

    [두나의 두발 산책] 소금·고등어·피아노까지 실려 왔다… 사문진에 남은 낙동강 역사

    오늘날 대구를 찾는 수많은 이들은 기차역에 내리거나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목적지로 향한다. 저마다의 손에는 선물과 짐이 한가득 들려 있고, 멀리 있는 이에게 물건만 따로 보낼 땐 택배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됐다. 철도와 도로가 없던 옛날에는 그 많은 물자를 어떻게 실어 날랐을까. 답은 낙동강 물길에 있다. 당시에는 소금과 온갖 짐을 가득 실은 장사배들이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흐르다 '사문진 나루터'에 닻을 내렸다. 이곳을 통해 들어온 풍부한 물자는 대구를 넘어 영남 지역 전체를 먹여 살렸다. ◆ 낙동강이 살린 영남 나루터 일대인 '화원동산'의 역사는 신라 시대부터 시작된다. 당대 아름다운 휴양지로서도 이름을 날려서다. 신라 경덕왕은 화원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홉 차례나 이곳에 들렀다. 그 이름을 따 과거에는 '구례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현재는 구라리로 불린다. 신분이 높은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무덤인 고분 역시 다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문진은 영남 교통의 중심지로 우뚝 서게 된다. 사문진 나루터로 들어온 짐의 5분의 2는 대구 시내의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나머지는 다시 낙동강을 타고 가 부산 등으로 옮겨졌다. 당시에는 까마득하게 멀던 고령군 다산면의 농산물도 대구에서 즐길 수 있었다. 조정에서도 그 중요함을 알았다. 조선시대 1446년부터 약 40년 간은 무역 창고지 '화원창'으로 불렸다. 성종 3년에는 대일 무역의 중심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공예품도 드나들었다. 쌀과 콩, 쇠가죽과 소금, 석유, 성냥이 사문진 나루터에 내렸고, 성냥과 무명, 인견, 면직물과 약재도 함께 들어왔다. 내륙에서는 보기 어려운 미역이나 다시마, 고등어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나루터였다. ◆ 사문진에 내린 '귀신통' 이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피아노다. 사문진 나루터는 한국 최초의 피아노를 실어 나른 곳이다. 1900년 선교사인 사보담 부부는 미국에서 보낸 피아노를 부산 낙동강에서 받은 뒤, 사문진으로 날랐다. 피아노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20명의 인부가 동원됐다. 이들은 깔개와 밧줄, 망치로 받침대를 만들어 그 위에 피아노를 단단하게 고정했다. 받침대의 튀어나온 이음새 부분을 너나 할 거 없이 나눠 든 뒤, 대구까지 걸어서 옮겼다. 처음 피아노를 마주한 인부들은 기이하다며 수군거렸다. 여기저기 부딪히고 흔들릴 때마다 '쨍' 하는 악기 소리가 울려 퍼져서다. 처음 보는 형태의 물건이 스스로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고, 인부들은 '귀신통'이라고 불렀다. 쉬는 시간이 찾아오자, 한 인부가 호기심에 건반을 눌러봤다가 큰 소리가 나자 아연실색하며 도망친 일도 있었다. 들어온 피아노는 전도와 교육에 활용됐다. 선교사 부부가 박자에 맞춰 찬송가의 반주를 연주하면, 대구 시민들은 노래를 부르며 신앙심을 다졌다. ◆ 다시 흐르는 사문진 기나긴 역사가 이어지다가, 발길이 뜸해진 건 기차가 개통하면서부터다. 한동안 계속 외면받다가, 최근 깊은 역사가 재발굴되면서 관광지로 떠오르게 됐다. 사문진 곳곳에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조형물이 세워졌다. 이제는 사라진 나룻배 대신 유람선이 마련됐다. 운행 시간에 맞춰 표를 구매하면 누구나 배를 타고 낙동강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유람선 탑승지 옆에 마련된 광장에는 피아노를 형상화한 분수대를 마주할 수 있다. 피아노 아래로 떨어지는 시원한 물은 검은색과 흰색 건반을 따라 흘러가며 더위를 식힌다. 나루터와 피아노에 얽힌 이야기는 '화원역사문화체험관'에 고스란히 남았다. 실제로 시민들이 이고 지며 옮겼던 피아노 역시 온전히 남아 관객들을 마주하고 있다. 이날 무더위에 화원동산과 나루터를 구경하느라 지쳤을 이들이 여기저기에 앉아 역사를 둘러보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나루터 한쪽에 자리한 '사문진 주막촌'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옛 주막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이곳은 저렴하고 맛깔스러운 한식부터 뜨끈한 라면, 시원한 막걸리까지 맛볼 수 있어 나들이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짐을 보관했을 나루터의 평평한 물가는 시민들의 나들이터가 됐다. 이들은 사문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잔디밭에 돗자리를 폈다. 도시락을 싸 온 뒤 나눠 먹거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화투를 치는 이들도 보였다. 세월이 흘러 강을 오가던 장사배는 사라졌지만, 사문진 나루터는 여전히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웅장하게 울려 퍼지던 귀신통 피아노 소리는 분수대의 시원한 물줄기로 재탄생했고, 짐을 툭툭 내려놓던 곳은 평화로운 돗자리 명당이 되었다. 역사 공부와 휴식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장소, 이번 휴일에는 낙동강의 숨은 옛이야기를 찾아 사문진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2026-07-03 14:28:00

  • [MZ 연구소] 봄동 다음은 마늘쫑 비빔밥… 제철 음식 쫓는 젊은층

    [MZ 연구소] 봄동 다음은 마늘쫑 비빔밥… 제철 음식 쫓는 젊은층

    '제철 코어(Core)' 유행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특정한 시즌에 즐길 수 있는 먹거리나 장소, 활동을 뜻하는 말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할 수 없다는 '희소성'이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초 제철코어의 대표 주자는 봄동 비빔밥이었다. 이 유행은 2008년 방영된 '1박2일'의 다시 보기 영상에서 출발했다. 강호동이 "배추가 고기보다 맛있다"며 허겁지겁 비빔밥을 먹는 영상이 18년 만에 역주행해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직전에 유행했던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가 비싼 가격과 물량 부족으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그 다음 유행주자가 됐다. 봄동은 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고, 레시피가 간단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어 더욱 선호됐다. 손질한 봄동에 고춧가루와 간단한 양념을 해 밥과 비비면 끝이다. 다만 봄동은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게 됐다. 다음 유행주자로 꼽힌 것이 '마늘종'이다. 철을 맞은 마늘종은 다른 때보다 연하고 맛이 있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특히 "국산 마늘종은 지금이 아니면 먹지 못한다"는 문구가 유행에 불을 붙였다. 이번에도 간단하고 어렵지 않은 레시피가 유행했다. 한 번 데친 마늘종에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과 간장, 다진마늘을 적당히 버무려 무침을 만든다. 그 이후 밥을 넣어 달걀과 함께 비벼 먹으면 된다. MZ들은 평소에 좋아하던 유튜버의 레시피를 따라, 재료를 적당히 계량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김을 싸서 먹거나 애호박 무침과 같은 반찬을 함께 비비는 레시피도 유행을 탔다. 맛을 본 이들은 모두 "이런 유행이 계속되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두쫀쿠나 버터떡, 탕후루 등 유행 디저트류는 자주 섭취할 시 건강에 좋지 않아서다. "불닭볶음밥 먹으려다가 마늘종 비빔밥을 먹었다. 중독성이 있어 자주 해 먹을 거 같다"거나 "재료를 구하기 쉽고 속도 편안한 한식 유행이 자주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제철 콘텐츠를 즐기는 자신을 SNS에 전시하는 일도 눈에 띈다. 만든 음식을 예쁜 접시에 담아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박박 긁어먹은 그릇을 인증하며 '완밥'했다는 태그를 달아 공유한다. 완밥은 남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극적인 디저트 열풍 뒤에 찾아온 건강하고 무해한 한식 붐, 그리고 이를 놀이처럼 소비하는 SNS 문화의 결합은 반갑기만 하다. 봄동과 마늘종이 지나간 자리에 또 어떤 건강한 제철 식재료가 MZ세대의 식탁을 채우며 '완밥' 인증샷을 이끌어낼지, 다음 유행 주자가 벌써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6-07-03 13:30:00

  • [데이터로 보는 세상] 158만 건 범죄 속 일정한 패턴… 숫자로 본 대구·경북 범죄

    [데이터로 보는 세상] 158만 건 범죄 속 일정한 패턴… 숫자로 본 대구·경북 범죄

    범죄는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발생하는 시간과 장소에 일정한 경향과 뚜렷한 특징이 있다. 검찰청이 집계한 2024년 범죄 통계에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했던 범죄의 모습이 숫자로 담겨 있다. 범죄의 발생 특징과 수사가 시작되는 계기, 대구·경북의 범죄 현황을 함께 살펴봤다. ◆ 밤엔 폭행, 낮엔 절도 기승 2024년 범죄 양상을 분석한 결과, 범죄는 야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전체 범죄 발생 건수가 가장 높은 시간대는 밤 9시부터 11시 59분 사이로, 총 10만7천733건이 발생했다. 저녁 6시부터 8시 59분 사이 시간대가 그 뒤를 이었다. 범죄 유형에 따라 발생 시간대 달라지기도 했다. 살인, 성폭력, 폭행 등의 강력·폭력 범죄는 전체 추이와 마찬가지로 밤 9시~11시 59분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음주 운전은 이 시간대에만 무려 3만4천592건이 적발돼,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절도 범죄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낮에 주로 발생했다. 오후 3시에서 5시 59분 사이가 2만9천686건으로 가장 많았다. 점심시간 무렵인 정오에서 2시 59분 사이(2만7천786건)에도 상당했다. ◆ 거주지까지 파고든 성범죄 폭행과 상해 같은 물리적 충돌 범죄는 주로 노상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일어났다. 폭행 사건의 경우 노상(3만5천879건)이 주 무대였다. 유흥접객업소도 1만683건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다. 성폭력 범죄는 실내에서 주로 벌어졌다.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아파트·연립·다세대(4천693건)와 단독주택(2천204건) 등 거주지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도박과 마약 범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 수사 물꼬 튼 '피해자 신고' 이들 범죄는 어떻게 적발됐을까. 전체 158만3천108건의 사건 중 수사를 시작하게 된 가장 압도적인 계기는 단연 신고였다. 총 60만2천19건이 신고를 통해 수사로 이어졌으며, 이 중 49만3천168건이 피해자 본인의 직접 신고였다. 그 다음으로는 '고소'(38만9천285건)와 '진정/탄원 투서'(28만7천112건)가 주요 수사 단서로 작용했다. 폭력 범죄의 경우에는 양상이 조금 달랐다. 피해자나 타인의 신고가 14만7천304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경찰에 적발되는 '현행범'(2만2천619건)도 다른 범죄에 비해 두드러지게 많았다. ◆ 대구 치안 '양호'… 사기·음주 복병 지역별 범죄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172만9천975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인구가 많은 경기와 서울, 부산이 다른 지역보다 범죄 발생 건수가 많았다. 대구의 경우는 어떨까. 대구의 2024년 총 범죄 발생 건수는 7만5천261건에 달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8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의 경우, 대구는 3천184.1건으로 전국 평균 범죄율인 3천377.7건보다 다소 적었다. 이 중 형법범은 4만9천491건이었다. 재산 범죄인 사기(1만9천46건)와 절도(9천657건)가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강력범죄(폭력) 중에서는 폭행(5천465건)의 비중이 컸다. 특별법범의 경우 2만5천770건을 차지했다. 특히 도로교통법 위반인 음주운전(4천428건)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3천433건), 그리고 무면허 운전(1천232건) 등 교통 관련 범죄가 주를 이뤘다. ◆ 경북, 음주운전 비상 경북은 인구가 더 많은 만큼, 총 범죄 발생 건수도 경북(8만4천492건)이 대구보다 약 9천 건 더 많았다.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 역시 경북이 3천337.8건으로 대구보다 다소 높았다. 재산 범죄의 경우 경북이 대구보다 잦았던 반면, 절도와 폭행 사건은 경북이 대구보다 적었다. 또 경북이 대구에 비해 교통 관련 범죄에 훨씬 취약한 모습 보였다. 음주운전의 경우 경북이 6천828건으로 대구보다 약 2천400건이나 많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역시 경북이 대구보다 약 300건이나 잦았다. 범죄 대응의 완성은 결국 예방이다. 범죄가 모이는 시간과 장소를 꼼꼼히 분석해야 가능한 일이다. 2024년 범죄 통계는 치안의 수준을 비추는 거울이자, 앞으로 언제 어디서 순찰차 경광등을 더 밝혀야 할지 알려주고 있다.

    2026-07-03 13:26:00

  • 대구문화유산돌봄센터, 국가유산 화재 대응훈련 실시

    대구문화유산돌봄센터, 국가유산 화재 대응훈련 실시

    대구문화유산돌봄센터(사단법인 공산문화유산연구원)는 화재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태고정에서 소방훈련을 실시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훈련은 국가유산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마련됐다. 실제 화재를 가정해 119 신고, 드론을 활용한 화재 상황 확인, 인명 대비 등의 훈련이 이뤄졌다. 이날 대구강서소방서와 달성군청, 태고정 관계자 등이 함께해 재난 시 초기 대응 역량을 점검했다. 조영화 센터장은 "국가유산은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드론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한 실전형 훈련과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국가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대구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의 복권기금과 대구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는 사업이다. 9개 구·군의 385개소의 국가유산을 관리하고 있다.

    2026-07-01 13:58:51

  • 대구는 고립, 경북은 질병… 노년 건강의 두 얼굴 [데이터로 보는 세상]

    대구는 고립, 경북은 질병… 노년 건강의 두 얼굴 [데이터로 보는 세상]

    대구와 경북 지역 노인들의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운대학교가 질병관리청 '2023년 지역사회건강조사'를 활용해 대구, 경북, 부산 지역 65세 이상 노인 16,931명의 건강 실태를 분석한 결과, 대도시와 광역·농촌 지역 간의 뚜렷한 건강 격차가 확인됐다 ◆활동적인 경북의 아이러니 경북 노인들은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몸을 많이 움직였다. 주간 신체활동량은 평균 328.06분으로 조사 지역 중 가장 높았다. 친구·이웃과의 교류 수준을 의미하는 사회적 관계망 점수 역시 19.70점으로 가장 높았다. 논밭일·마을 공동체 문화·경로당 중심 생활 등 농촌 특유의 생활 방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경북 농촌 지역에서는 "집에만 있는 날이 거의 없다"는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밭일을 하고, 이웃 집에 들르고, 마을회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생활 자체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된다. 하지만 경북 노인들의 질병 경험은 더 많았다. 의사 진단을 받은 질병 경험 점수는 0.79점으로 조사 지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건강지식 수준은 7.51점으로 가장 낮았다. 몸은 가장 많이 움직이는데, 정작 만성질환 예방이나 관리에 필요한 정보 접근성은 떨어지는 셈이다. 연구진은 농촌 지역 특유의 의료 접근성 한계를 원인으로 꼽았다. 읍·면 지역은 의료기관이나 보건 자원이 부족하고, 디지털 정보 접근도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혼자 운동 안 한다"… 대구 노인의 고립 반면 대구 노인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주간 신체활동량이 평균 184.61분으로 조사 지역 중 가장 낮았다. 사회적 관계망 점수 역시 16.96점으로 가장 낮아, 친구나 이웃과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특유의 '혼자 사는 노년' 풍경이 데이터에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대구에 사는 80대 채양금 씨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혼자 나가기 귀찮다"며 "아는 사람이 없으니 집에만 있게 된다"고 말했다. 경북 농촌처럼 자연스럽게 몸을 쓰고 사람을 만나는 구조가 약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그럼에도 대구 노인들의 '건강 자신감'은 더 높았다는 점이다. 스스로 평가한 주관적 건강 수준은 대구가 2.86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신건강 지표 역시 가장 양호했다. 안전벨트·헬멧 착용 등 안전의식도 대구가 더 높았다. 연구진은 대구의 촘촘한 의료 인프라와 보건 정보 접근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 "운동하라"보다 "함께 나오게 하라"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노인 건강 문제를 단순히 개인 습관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같은 노년이라도 어떤 지역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건강의 모습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대구에는 '운동 모임 기반 커뮤니티'를, 경북에는 '찾아가는 건강교육'을 각각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구는 운동 부족과 사회적 고립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사람을 밖으로 나오게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운동하세요"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 함께 걷고 모일 수 있는 관계 중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개인에게 운동을 권고하거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 내에서 이웃과 함께 어울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사회적 단절을 해소하면서 활동량을 늘리는 '관계 중심의 개입'이 대구 노인 건강 증진의 핵심 과제다 반대로 경북은 이미 활동량은 충분한 만큼, 만성질환 예방과 건강문해력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연구진들은 이미 끈끈하게 교류하고 있는 기존의 대인관계망을 활용해 마을 네트워크 자체를 하나의 '건강증진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의료 인프라가 닿기 힘든 농촌(읍·면)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정 시설로 노인들을 부르는 대신, 노인들의 생활 터전으로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건강증진 서비스'와 '방문형 마을 기반 건강상담'이 필수적이다

    2026-06-27 17:22:00

  • 1시간마다 울리는 기록 알림... MZ의 새로운 일기장 [MZ 연구소]

    1시간마다 울리는 기록 알림... MZ의 새로운 일기장 [MZ 연구소]

    "로그 남길 시간. 이번 시간의 순간을 남겨주세요". 한 시간마다 전화기를 붙잡고 사진을 찍는 MZ들을 본 적 있는가. 목숨처럼 여기는 핸드폰으로 이곳 저곳을 찍는 모습은 익숙해도, 이토록 자주 핸드폰을 드는 일에 의문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별다른 특별한 일이 없어도, 알림이 울리면 허겁지겁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은 '셋로그'에 있다. 셋로그는 지난 4월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 앱이다. 한 시간마다 자신의 일상을 찍어 올리는데, 단순 사진이 아니라 2~4초의 짧은 동영상으로 기록한다. 영상과 함께 아주 간단한 메모와 사진을 찍은 시간이 저장된다. 이 영상을 '로그'라 부른다. 사진은 때와 장소가 아닌 오로지 '시간'을 기준으로 기록된다. 가령 오후 2시에 로그를 남기기 위해서는 오후 2시부터 2시 59분 사이에 영상을 기록해야 한다. 이 시간을 넘기면 로그를 남길 수 없고, 고장난 티비마냥 회색 노이즈가 낀 화면이 기록된다. 그러니 한 시간에 한 번씩 꼭 놓치지 않고, 어떤 사소한 거라도 찍어서 올려야만 '예쁜 로그'를 남길 수 있다. 혼자서도 기록할 수 있지만, 보통 함께 로그를 기록할 그룹을 만든다. 그룹에 초대될 경우, 같은 시간대에 일상을 공유한 친구들의 사진이 세로로 나란히 배열된다. 또 그룹원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는 '대화방'도 열려서, 사진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일상 영상에는 '하트'를 남기며 서로 교류하기도 한다. 그룹으로 기록할 경우 컨셉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오전 8시부터 무지개 색깔로 기록하자고 합의한 뒤, 주변 사물에서 무지개 색을 찾는 놀이다. 혹은 손하트와 같이 특정 포즈로 매번 사진을 찍어 로그의 통일성을 주는 경우도 있다. 매시간 꼼꼼하게 기록한 뒤, 이 기록을 재차 공유하는 것까지 유행의 완성이다. 하루 동안 기록한 로그를 분할 화면으로 만들어 새로운 영상으로 만들어낸다. 이 영상을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 게시한다. MZ세대의 기록법은 점점 짧아지고, 더욱 잦아지고 있다.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장에 몇 줄 적던 기록은 SNS 게시물로, 다시 몇 초짜리 영상으로 바뀌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오늘을 기록하게 될지 알 수 없다. 겉으로 보면 매시간 휴대전화를 꺼내 드는 일이 다소 번거롭고 유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한 순간만 남기기보다 흘러가는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해해 본다면, 셋로그 열풍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까지 붙잡아 두려는 새로운 세대의 기록 방식인 셈이다.

    2026-06-27 15:13:00

  • [두나의 두발 산책] 폐역이 된 경산 삼성역, 문학은 남아 숨쉰다

    [두나의 두발 산책] 폐역이 된 경산 삼성역, 문학은 남아 숨쉰다

    10분마다 한 번씩 요란한 소리를 내는 기차가 지나간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근처에 심겨진 나무들은 몸을 떨며 나뭇잎을 떨어뜨렸다. 기차의 굉음이 잦아들고 나면,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 시골 동네는 다시 고요해진다. 외지인들이 찾아오던 벚꽃 철마저 지나간 지금, 삼성역의 풍경은 더욱 쓸쓸하고 조용하다. 이제는 사람이 내리지 않는 폐역이 돼서다. 사람 소리 대신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이곳에는 한 소설가의 삶이 묻어 있다. ◆ 귀향의 시작, 삼성역 "삼성, 홈의 그 하얀 현관 앞에서 나는 무심코 호주머니를 뒤지어 차표를 꺼내보았다". 이동하 작가의 '우울한 귀향'은 삼성역에서 시작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막막함에 시달리다 귀향을 결심한 주인공 윤의 혼잣말이다. 유년시절 전쟁을 겪은 주인공은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기에 이른다. 이후 윤은 고향 경산에서 과거를 반추한 뒤, 다시금 고향을 떠나며 정신적 성장을 이룬다. 주인공의 삶은 지역 작가 이동하와 떼놓을 수 없다. 이동하 작가의 고향도 이곳이어서다. 그는 삼성역 주변 조용한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태어난 건 일본이지만, 워낙 어린 시절 일본을 떠나 경산을 고향이라 여겼다. 이를 기념하는 문학비는 삼성역 바로 옆 샛길에 터를 잡았다. 여름날의 무성한 풀숲 속에서 문학비는 오늘도 오가는 열차를 마주보고 서 있다. '향토 출신 작가'라는 이동하 작가의 수식어는 그를 지역의 자랑거리로 여기는 경산의 애정 어린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 기차는 떠나도 문학은 남고 이곳에서 겪은 이야기는 고스란히 소설이 됐다. 초등학교까지 도보로 10분 거리인 작은 시골동네의 풍경은 '우울한 귀향'의 배경이 됐다. 초등학교 시절 겪은 6.25 전쟁과 대구로 이사 간 이야기,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은 '장난감 도시'에 오롯이 담겼다. 여러 장편소설을 쓴 이동하 작가의 첫 시작은 1966년 신춘문예였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단편소설 '전쟁과 다람쥐'를 펴내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백여 편에 달하는 단편을 꾸준히 써내며 문학가의 삶을 이어갔다. 또 새로운 문학가가 탄생하도록 힘을 썼다. 목포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 30년 가까이 지망생들을 가르쳤다. 각종 문학 협회의 자리를 도맡고, 지역 사회에서 문학 강의를 이어 나가기도 했다. 그가 소설적 영감을 얻었을 곳을 돌아보고자 모교인 남천초등학교까지 천천히 걸었다. 인도와 차도 구분 없이 잘 깔린 도로 위에는 자동차를 보기 어려웠다. 눈높이보다 낮은 담장 너머, 온갖 식물이 자라고 있는 주택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화려한 도심의 소음 대신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주인인 곳, 경산 삼성역과 남천면의 골목길들. 비록 주인공 윤의 귀향은 '우울'했을지 몰라도, 그 우울을 딛고 피어난 이동하의 문학은 이곳 경산의 고요한 풍경 속에 오래도록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세 번의 반성, 세 명의 성현 역과 지명도 쉬이 넘길 수가 없다. 삼성(三省)이라는 한자에는 '세 번 되돌아보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하루 세 번 자기가 한 일을 반성하라는 뜻의 고사성어 '삼성오신(三省五身)'과 같은 한자다. 경산에서 '삼성'이라고 하면 보통 삼성현(三聖賢)을 떠올리지만, 삼성역과는 한자가 다르다. 삼성현은 경산이 낳은 세 명의 현인으로 원효와 설총, 일연을 의미한다. 원효는 신라 671년에 통불교를 제창하고, 불교의 대중화에 힘쓴 한국불교사상 가장 위대한 고승 중 하나로 꼽힌다. 설총은 신라 중대의 문장가로, 한글 창체 전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 사용된 '이두'를 집대성했다. 꽃나라를 다스리는 화왕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미(美)보다는 바른 도리를 더 가까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 고대 신화와 설화를 모두 모아 엮어낸 '삼국유사'의 아버지 일연도 경산에서 났다. 그는 민중들의 입과 입을 타고 내려오는 한민족의 뿌리를 기록하는 동시에, 당대 사람들의 삶과 세계관을 꼼꼼하게 남겼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록했던 세 성현의 발자취 위에 또 하나의 문학적 숨결이 더해졌다. 세 번의 반성과 세 명의 성현을 품은 땅, 경산에는 우리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깊고 단단한 문장들이 남았다.

    2026-06-26 14:00:00

  • [창간80년, 격동 80년] 북으로 향하던 총구, 결국 서울로… '실미도 사건'의 전말

    [창간80년, 격동 80년] 북으로 향하던 총구, 결국 서울로… '실미도 사건'의 전말

    "청와대로 가자." 총을 든 남자들이 버스 기사를 위협하며 출발을 재촉했다. 북한 무장공비도, 범죄 조직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비밀리에 길러낸 북파공작원들이었다. 1971년 8월 완전무장한 채 서울 한복판으로 향한 이들의 행렬은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훗날 '실미도 사건'으로 불리게 된 이 비극은, 사실 3년 전 청와대를 노렸던 북한의 1.21 사태에서 시작됐다. ◆ 보복 위해 비밀부대 결성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해 대통령을 살해하려는 1.21 사태 이후, 정부는 보복을 결심했다. 결심은 빨랐다. 그 해 4월 중앙정보부장(현 국가정보원장) 김형욱은 북한으로 보낼 특수공작원을 키우고자 실미도에 북파목적의 특수부대인 684부대를 창설했다. 소리 소문없이 재빠르고 사나운 '오소리' 마냥 북한에 침투하라는 의미로 '오소리 공작대'라 불리기도 했다. 만에 하나 일을 그르쳤을 때 꼬리를 자르기 위해, 가난한 민간인 31명을 부대원으로 택했다. 상당한 봉급과 장교급 대우를 약속받은 31명은 3개월 간의 훈련을 위해 실미도로 모여 들었다. 기밀 유지를 위해 이들에게 가짜 군번을 부여했고, 북파 임무에 대한 설명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영종도 옆 작은 실미도에 모인 이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등 뒤에서 총을 쏘곤 했다. 가혹한 훈련을 버티지 못해 뼈가 부러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교육대장의 지시에 따라,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한 동료를 구타하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7명의 부대원이 사망했다. ◆ 갈 곳 잃은 '오소리' 부대원 약속한 3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침투 작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되는 등 화해정국으로 돌아서서다. 미국 역시 남과 북의 갈등을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당시 닉슨 정부는 중국과 핑퐁 외교를 펼치며 평화 분위기 조성에 힘을 쏟고 있었다. 이 가운데 북파공작원의 파견 사실이 알려지면,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북과 대립해야 할 위험이 컸다. 그러나 부대는 해체되지 않았다. 부대원의 존재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휴가나 가족과의 교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들은 섬 안에 방치된 채 3년 4개월이란 시간을 보냈다. 약속했던 봉급과 대우는 받지 못했고, 군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점점 열악해졌다. ◆ 북 아닌 서울로… 실미도 탈출 축적됐던 분노는 1971년 8월 23일에 폭발했다. 부대원들은 숨겨 뒀던 소주를 나눠먹다가 들킨 것이 계기였다. 비인간적 대우를 견디지 못한 부대원들이 총을 들었다. 결국 섬에 주둔해 부대원들을 관리하던 기간병 18명이 총격 중 숨졌다. 부대원들은 기간병의 시체를 뒤로하고 섬을 빠져나갔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고발하겠다는 일념으로 부대원들은 서울로 향했다. 민간인들이 타고 있던 버스를 탈취해 한창 가던 중, 군과 경찰을 마주했다. 지금의 서울 동작구 대방동 일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조여드는 포위망에 방도를 찾지 못한 부대원들은 수류탄을 터뜨렸다. 귀청이 떨어질 만큼의 굉음이 터진 뒤, 살아 남은 건 4명의 부대원뿐이었다. 사건에 휘말려 경찰 2명과 민간인 6명도 목숨을 잃었다.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기밀 사수에 나섰다. 생존자 4명에게 "사건에 대해 함구하면, 월남전에 보내주겠다"며 회유에 나섰다. 언론에는 공군 산하의 특수범들의 폭동이라고 알려, 진실을 왜곡했다. ◆ 탈출 결말은 비극… 전원 사망 약속은 또 지켜지지 않았다. 다음 해 3월 10일, 입을 걸어 잠갔던 생존자들은 모두 사형당했다. 또 이들에 대한 처분은 비공개 군사 재판으로 처리해 입단속을 시켰다. 부대원들이 사형당하는 그 순간에도 결국 가족들은 소식을 전해 듣지 못했다. 어느덧 30년이 넘게 흐른 2006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실미도 사건을 파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 날의 진실이 드러났다. 위원회는 사망한 부대원들의 유해를 찾아 신원 조회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도 서울 침입 뒤 살아남았던 4명의 사형수의 유해는 끝내 찾지 못했다. 국가는 이들을 만들었지만, 그 필요가 사라지자 존재마저 지우려 했다. 실미도 사건은 단순한 폭동도, 우발적인 참극도 아니었다. 남과 북의 갈등이 만들어낸 국가폭력의 결과였다. 오랜 세월이 흘러 묻혀 있던 진실은 드러났지만, 희생자들이 겪어야 했던 시간까지 되돌릴 수는 없었다.

    2026-06-26 13:37:00

  • 전세 가고 월세 온다… 거래 3건 중 2건이 월세 [데이터로 보는 세상]

    전세 가고 월세 온다… 거래 3건 중 2건이 월세 [데이터로 보는 세상]

    임차인은 월세 부담을 줄이고, 집주인은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두 가지 장점을 기반으로, 전세는 오랜 기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임대 형태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이제 그것도 옛말일까. 최근에는 월세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며 전세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당연하게 여겨지던 전세는 왜 힘을 잃고 있을까. 최근 5년간 대구의 임대차 거래 흐름을 통해 변화를 들여다봤다. ◆ 전세 대신 월세 택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을 통해, 최근 5년간 대구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 거래 중 전·월세 비중을 분석했다. 대구 지역의 전월세 거래 수 자체는 늘어나는 추세였다. 지난 2021년 거래량은 6만2천180건에서 2025년 7만7천974건으로 늘었다. 전세 거래량은 2022년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월세 거래량이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며 전체 임대차 거래 규모를 키우는 모양새다. 대구의 경우 월세 비중은 2021년 약 50.3%에서 2025년 약 65.8%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1년에는 전세 거래가 3만911건, 월세가 3만1천261건으로 거의 대등한 수준이었다. 2024년까지도 월세 비중은 57.8%으로, 4년간 증가율은 고작 7% 수준이었다. 상황이 반전된 건 2025년이었다. 월세 비중은 65.8%로 크게 상승해, 임대 거래 3건 중 2건이 월세였다. 실제로 맺어진 거래는 5만1천288건에 달했다. ◆ 무너지는 전세 신뢰 월세 거래의 증가는 전국적 흐름이다. 월세 비중은 2021년 약 42.8%에서 2025년 약 62.8%로 지난 5년간 약 20%p 급증했다. ▷울산 ▷대전 ▷제주와 같은 주요 특광역시는 월세 비중이 70~80%대에 육박하며, 전세 소멸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전세 소멸의 이유로는 전세사기 두려움, 전세금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2022년 말 '빌라왕 사기'가 소멸을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무자본으로 임차인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다른 빌라를 사고, 그 집에 또 임차인을 들여 새 주택을 구매하는 방식의 사기 수법이다. ◆ 지역마다 다른 월세 비중 대구 9개 구·군 별로 맺어진 월세 거래의 비중도 달랐다. 거래량이 100여 건에 불과한 군위군을 제외하고, 이들 거래를 분석해봤다. 조사 결과 월세 비중이 높은 곳은 남구 (76.6%), 달성군 (71.6%), 중구 (68.6%) 순이었다. 대구에서 월세 거래의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수성구였다. 하지만 동시에 월세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난 장소로 꼽혔다. 2021년 수성구 월세 비중은 38.9%였지만 2025년 58.1%로 19.2%p나 증가했다. 월세 증가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구로, 5년간 13.3%p 증가하는 데 그쳤다. ◆ 보증금 흐름으로 본 전세 시장 대구 지역의 전세 시장은 어땠을까. 다른 지역에 비하면, 대구는 전세보증금이 저렴한 편이었다. 2025년 기준 서울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약 4억3천23만 원인 반면, 대구는 약 2억1천78만 원으로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다른 특광역시와도 비교했을 때 보증금은 낮았다. 울산은 2억2천750만원, 부산은 2억1천992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간 전세보증금은 큰 변화를 맞지 않았다. 2021년 2억1천631만원에서 2025년 2억1천78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2023년에는 1억9천464만원으로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구·군별로는 전세보증금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이 중구였다. 2억6천만원 선에서 3천700만원 가량 감소했다. 그 뒤를 이은 수성구의 경우 3억1천만원의 보증금을 자랑했으나, 2025년 2억9천만원 선으로 하락했다. 되려 서구와 군위, 남구는 전세 보증금이 상승한 지역으로 꼽혔다. 특히 서구의 경우 1억 513만원에서 1억 8천만원으로 보증금 상승액이 가장 큰 곳이다. 평리뉴타운 등 신축 아파트 늘어난 영향으로 추정됐다. 한때 '내 집 마련 전 단계'로 여겨질 만큼 익숙한 전세제도, 이대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의 변화는 이미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 주택 보유자와 임차인, 거래를 고민하는 시민들 역시 달라지는 흐름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6-06-20 17:00:00

  • 출근길도 함께…강아지 때문에 회사를 골랐다 [반려동물]

    출근길도 함께…강아지 때문에 회사를 골랐다 [반려동물]

    아침 9시 30분. 직장인 김나라 씨(30)가 집을 나선다. 남들보다 여유로운 출근 시간이라지만 아침은 늘 바쁜 법이다. 노트북 가방을 챙기느라 분주한 그의 뒤로 작은 발소리가 따라붙는다. 반려견 '나무'다. 목줄을 채워주자 기다렸다는 듯 꼬리를 흔들고 제일 먼저 현관 앞에 자리를 잡는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 김 씨의 출근길에는 늘 나무가 함께한다. 반려동물 1천500만 시대. 바야흐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시대다. 함께 밥을 먹고, 카페를 찾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반려동물과 함께 일하고 근무시간을 보내는 직장 문화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적인 여가 시간을 넘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업무 공간까지 반려동물과 공유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혼자 두고 출근할 생각하면 끔찍" 나무는 상주시 보호소에서 구조된 유기견 출신이다. 어미개와 함께 논에서 발견된 뒤 보호소를 거쳐 새 가족을 만났다. 추정 생일이 4월 5일 식목일이라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도 '나무'로 지었다. 어릴 때 가족을 만난 덕분에 특별한 트라우마는 없지만 원래 성격 자체가 예민하고 겁이 많은 편이다. 보호자가 집을 비우면 밥도 먹지 않고 배변까지 참을 정도다. 김 씨가 현재 직장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입사 전부터 반려동물 동반출근이 가능한 회사라는 점을 알게 됐고, 나무를 오랜 시간 혼자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김 씨는 "상경해서 하루 종일 나무를 집에 두고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며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할 수 있다는 점이 입사를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하게 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죄책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 씨는 "나무를 혼자 두고 출근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회사에서도 계속 걱정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에게 반려동물과 함께 일하는 삶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다. "강아지를 위해 내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내 일을 위해 강아지를 희생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의미다"라며 "언젠가 나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더라도 혼자 두었던 시간 때문에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게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 직장견 나무의 하루 사무실에 도착한 나무는 가장 먼저 팀장 자리로 향한다. 매일 챙겨주는 간식을 얻어먹기 위해서다. 간식 타임이 끝나면 나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김 씨는 "사회생활 해보면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있듯 강아지도 마찬가지"라며 "우리 나무는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스타일"이라고 웃었다. 이어 "겁이 많은 편이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다른 강아지들과 달리 대부분 제 책상 옆에 앉아 쉰다"며 "회의를 하러 가거나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껌딱지처럼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가끔 심심할 때면 직원들에게 개인기를 보여주고 간식을 얻어먹기도 한다. 종이컵 노즈워크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무가 근무하는 회사에는 여러 직원들이 반려견과 함께 출근한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강아지도 있고, 나무처럼 보호자 곁에 머무는 강아지도 있다.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반려동물을 챙긴다. 외근이 생기면 대신 돌봐주기도 한다. 김 씨는 "업무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면 서로 맡아주겠다고 할 정도"라며 "아이 하나를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처럼 강아지 한 마리를 회사 전체가 함께 돌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배려와 책임으로 유지되는 동반출근 물론 반려동물 동반출근이 마냥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비반려인 직원도 있고, 동물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입사 전부터 동반출근이 가능한 회사라는 점이 충분히 공유돼 있었고 회사 자체가 반려동물 친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며 "다들 이해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반려인들이 배려에만 기대는 것은 아니다. 배변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외 배변을 시키거나 매너벨트를 착용한다. 간혹 배변 실수가 발생하면 사내 메신저를 통해 알리고 보호자가 즉시 처리한다. 김 씨는 "모든 사람이 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려인들의 책임도 중요하다"며 "동반출근 문화가 유지되려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수"라고 말했다. ◆ 반려동물도 가족… 직장 문화도 변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장 문화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동반출근뿐 아니라 반려동물 장례휴가, 돌봄휴가, 입양 지원금, 반려동물 생일 축하금 등을 운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사내에 반려동물 돌봄 공간이나 강아지 유치원을 마련하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조수현(26) 씨는 "예전에는 연봉과 복지만 봤다면 요즘은 반려동물 친화 여부를 따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복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업무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동물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김 씨 역시 이런 시선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지는 않을 수 있고 회사에서는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막상 지내보면 강아지들도 스스로 루틴을 만들고 인간과 공생하는 방법을 배워간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회사가 동반출근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만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직장 문화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6-06-20 13:45:00

  • 반려견 동반출근, 복지인가 민폐인가…갑론을박 일기도 [반려동물]

    반려견 동반출근, 복지인가 민폐인가…갑론을박 일기도 [반려동물]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오히려 예민한 사람처럼 보이는 시대가 온 걸까요" 동물 공포증(Zoophobia)을 앓고 있는 김모(35) 씨의 말이다. 대구 서구에 사는 김 씨는 어린 시절 개에게 물린 이후 지금도 동물만 보면 식은땀이 흐른다. 최근 반려동물 친화 문화가 확산되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그는 "길을 걷다가 강아지를 마주치는 건 이해한다. 산책을 하는 건 일상이고 잠깐 스치는 일이니까 괜찮다"며 "하지만 직장까지 동반출근한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숨이 턱 막힌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관련 문화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직원도 있고, 알레르기 문제나 소음, 위생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업무 공간은 공적인 장소인 만큼 개인의 반려동물을 함께 데려오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견도 나온다. 반려동물 동반출근 문화는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도입돼 왔다. 실제 미국 아마존과 구글 등 일부 기업은 반려동물 친화 정책을 운영하며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동반출근이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Dogs in the Workplace: Benefits and Potential Challenges' 연구는 반려견 동반근무가 직원들의 정서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생산성 저하와 집중력 분산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반려견 보호자가 업무 중 반려견의 행동에 신경 쓰거나 배변·산책 등을 위해 자주 자리를 비울 수 있고, 반려견이 사무실을 돌아다니거나 짖는 행동이 다른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반려인 직원에 대한 배려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개털 알레르기가 있거나 동물을 무서워하는 직원에게는 업무 공간 자체가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수백만 건의 개 물림 사고가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는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동반출근의 성패는 제도 자체보다 운영 방식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직원들의 충분한 동의와 사전 고지, 예방접종 관리, 배변 처리 규정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6-06-20 13:45:00

  • [MZ 연구소] 어떤 음식에나 찰떡 재료… 보라색 '우베'의 유혹

    [MZ 연구소] 어떤 음식에나 찰떡 재료… 보라색 '우베'의 유혹

    하루만 지나도 금세 새로운 유행이 등장하니, 따라가려 해도 쉽지 않다. 자녀나 손자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머쓱해지는 일이 어느덧 일상이 됐다. MZ 연구소는 이런 독자들을 위해 젊은 세대의 유행과 문화를 쉽고 친근하게 풀어 소개한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편집자 주) 젊은 층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재료로 '우베'가 떠오르고 있다. 우베는 보라색 참마로, 필리핀에서 자라는 마의 일종이다.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수천년 전부터 구황 작물로 소비됐으며, 최근에는 디저트 재료로 애용되고 있다. 우베는 일반 참마와는 조금 다른 맛과 향을 풍긴다. 담백한 데다가 견과류의 고소한 맛도 나고, 독특한 향이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우베를 갈아 만든 파우더를 음식에 넣으면 독특하고 선명한 보라색이 된다는 점도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한 카페를 찾아 우베 라떼를 먹어봤다. 우유 위 진하게 녹아든 우베는 몇 번 휘저으니 은은한 연보라색으로 바뀌어 눈이 즐거웠다. 처음 입에 머금었을 때는 고구마와 엇비슷한 맛이 났다. 끝맛은 국화와 비슷한 향이 난다. 은은한 향이 크게 거슬리지 않아, 우유와 섞였을 때 조화가 좋았다. 보라색은 그닥 식욕을 당기는 음식은 아니다. 그럼에도 왜 MZ세대는 우베를 사랑할까. 비밀은 색깔에 있다. 수많은 SNS 게시글 중 눈길을 끌려면 독특해야 해서다. 선명한 보라색 음식은 손쉽게 '좋아요'를 받을 수 있어 선호되고 있다. 실제로 SNS에는 우베 쿠키와 우베 아이스크림, 우베 푸딩 등을 인증하는 게시글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유의 연보라색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 화면이 화사하게 살아난다는 반응도 많다.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사진이 잘 나오는 음식'이라는 점도 우베 열풍을 키우는 이유로 꼽힌다. 그 덕에 우베는 미국 등 해외에서 '컬러푸드'로 먼저 유행한 뒤, 지난 4월부터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컬러푸드는 '알록달록한 음식을 다양하게 섭취하는 건강한 식단'이지만, 최근에는 '색깔이 선명해 눈길을 쉽게 끄는 음식'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우베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말차'의 다음 주자가 됐다. 프렌차이즈와 편의점, 카페에서는 우베 라떼와 우베 케이크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디저트뿐만 아니라 우베 막걸리, 우베 맥주까지 등장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제 언제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게 된 보라색 음료인 우베다. 낯설다고 무작정 멀리하지 말고,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2026-06-19 13:30:00

  • [두나의 두발 산책] 한국 안경산업의 산실… 대구 안경특화거리를 걷다

    [두나의 두발 산책] 한국 안경산업의 산실… 대구 안경특화거리를 걷다

    동그란 알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조형물이 반기는 이곳은 대구 북구의 안경특화거리다. 이곳은 한국의 안경 80%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안경 생산지다. 골목에 있는 소매 안경원은 약 4곳이다. '할인점'이라는 안내판을 단 가게들은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들었다. 10년 동안 소매 안경원을 운영한 A씨는 "예전에는 10여 곳의 소매점이 있었는데, 하나둘 문을 닫게 됐다"며 "30년 넘게 운영한 다른 가게들과 비교하면, 10년은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며 긴 역사를 설명했다. 특화거리라고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소매 안경원은 많지 않은 편이다. 특화 거리를 이끄는 핵심은 안경 공장이다. 안경 공장은 대로가 아닌 골목 안 공단 구석구석과 아파트형 공장 '아이빌' 속에 숨어 있다. 일반 시민들이 오가는 길목에는 안경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버스정류장 지붕과 가로등에는 주황색 안경이 걸려 있고, 안경 너머로 희번덕하게 뜬 눈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끈다. 인도 바닥에도 안경 그림이 새겨져 있어 이곳이 안경특화거리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언제부터 이 골목 곳곳에 안경이 깃들게 됐을까. 골목을 걸으며 그 역사를 되짚어봤다. ◆ 수입으로 시작한 안경 역사 한국에 안경이 등장한 건 임진왜란 전후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김성일 선생의 안경 그림을 통해 그 흔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중국과 일본과 교류하면서 안경을 당시 조선으로 안경을 수입해 왔다. 수요가 늘면서 조선에서도 자체 안경 제작에 돌입했다. 1767년 황윤석의 『이재유고』에는 친구 김이신이 "이것은 경주의 수정으로 만든 안경"이라며 귀한 수정안경을 선물한 기록이 남아 있다.질 좋은 수정이 많이 산출된 경주는 당시 특산물인 수정으로 만든 옥돌안경을 만들어냈다. 수정은 유리 렌즈에 비해 흠이 많아서, 사물을 뚜렷하게 보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안경은 신분이 높은 상류층만 착용할 수 있다고 인식되다가, 조선 말기에 이르러 대중화가 이뤄지기 시작한다. ◆ 한국 첫 안경 공장, 대구 북구에 그 흐름을 이어간 게 대구 북구였다. 1946년 3월, 한국 최초로 '국제세루로이드 공업사'라는 안경업체가 세워졌다. 김재수 대표는 일본에 작은 안경테 제조공장을 운영하다가, 태평양 전쟁을 맞아 어쩔 수 없이 공장의 문을 닫았다. 그는 일본에서 일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일본에서 쓰던 공장 기계와 재료들을 모조리 긁어와 고향인 경북 선산으로 옮겨왔다. 일본 정부에 '전쟁에 필요한 군수품을 만들겠다'는 말로 둘러댄 덕에 해낸 일이었다. 하지만 선산은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아 제대로 된 안경을 만들기엔 부족해, 예전만큼의 안경을 만들 수가 없었다. 김재수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적당한 땅을 물색했다. 이때 새로운 보금자리로 택한 것이 대구였다. 대구는 서울과 부산의 중심으로, 기찻길이 나 있어 전국 어디든 쉽게 유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다. 6.25 전쟁의 피해도 적어 공장을 꾸리기 적당했다. 그 덕에 후발주자도 나타나며, 대구 북구는 안경 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었다. 단순히 많이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도 샘솟았다. 1961년 안흥진 대표의 안흥공업사는 국내 최초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재료로 사용하는 안경을 찍어냈다. 가볍고 편안한 안경은 대중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 흥망성쇠 모두 겪은 안경산업 산업 개발에 속도가 난 건 박정희 정권과 만나서다. 품질 좋은 안경은 외화벌이 수단으로 제격이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안경은 대량생산되기 시작한다. 이미 해외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일본제 안경보다 저렴한 덕에 한국 안경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처음에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주로 수출하다가, 1960년대 말에는 미국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중국이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걸면서, 안경산업의 지위는 위태로워졌다. 위기를 직감한 정부는 2006년 이곳을 안경특구로 지정하고 새 활로를 찾기로 했다. 골목의 역사를 잇겠다는 의지였다. 안경골목에 밀집한 업체들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테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첨단 기술을 접목하기로 했다. 신소재 개발과 VR 등 IT 산업과의 만남도 시작됐다. 이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도 뒤지지 않는 고품질 안경을 개발하겠다는 큰 그림이다. 둥근 안경알 2개가 상징처럼 자리 잡은 골목. 자칫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조형물 안에는 한국 안경산업의 흥망성쇠가 숨어 있었다. 일본에서 들여온 기술로 첫발을 뗀 뒤 세계 시장을 누볐고, 거센 경쟁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변화를 멈추지 않은 역사가 있다. 과거의 영광과 위기의 시간을 모두 품은 안경특화거리는 오늘도 쉬지 않고 안경을 만들고 있다. 한국 안경의 다음 100년을 위해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로.

    2026-06-19 12:44:00

  • 45.6㎞ 끝에서 만난 이름 없는 묘… '한티 가는 길' 순례 [두나의 두발 산책]

    45.6㎞ 끝에서 만난 이름 없는 묘… '한티 가는 길' 순례 [두나의 두발 산책]

    돌아보는 길이 끝났다면, 이제는 비워내고 뉘우친 뒤 용서와 사랑으로 다시금 채우는 일이 남았다. '한티 가는 길'의 남은 구간은 총 4개다. 이 중 꼭 들러봐야 할 곳들 위주로 걸어봤다. ◆ 사기점 공소 첫번째와 두번째 구간을 이겨낸 순례자는 사기점 공소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은 두 번째 구간을 닫고, 세 번째 구간을 열고 있다. 공소는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기도하던 곳으로, 성당의 대체 공간이었다. 사제들은 여러 공소를 순회하며 가르침을 이끌곤 했다. 공소 근처에는 박해를 피해 온 천주교인들이 모여 살았다. 신나무골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사기점 공소도 옹기와 사기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했다. 만들기도 쉬운 데다가 재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 포졸이 들이닥치면 챙겨야 할 세간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이곳은 질 좋은 모래가 나와 사기를 굽기가 좋았다. '사기점'이라는 이름 역시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실제로 사기점 공소와 창평지 근처 땅은 붉고 무른 흙으로 이뤄져 있다. 걷는 이들이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밑으로 푹 빠질 정도로 고운 모래들이었다. 이 같은 역사를 이어받아, 현 가실성당 자리가 아닌 사기점 공소 자리에 본당을 세우려 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이 지역에 살던 양반들의 반대로 적당한 땅을 구할 수가 없었다. 사기점 공소에서 창평지를 둘러 나가며 시작되는 '뉘우치는 길'은 대부분 급경사다. 어려운 길을 헤쳐나가며 지금까지 인생에 있었던 굴곡진 일들을 반추하라는 의미다. 과거 있었던 행위를 반성하고, 더 나은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하는 산행이 시작된다. 구간과 구간을 잇는 숲길은 결코 쉽지 않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고개를 오르다보면 숨이 가빠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늦춘다. 얼굴로 달려들며 비명을 지르는 날벌레들은 그 꼴을 두고 보지 않는다. 벌레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장 큰 적은 역시 더위다. 줄줄 흐르는 땀은 눈앞을 흐리게 만든다. 벅벅 눈을 비비다가 따가움에 소리를 지를지도 모른다. 마시려고 가져온 물은 어느새 땀을 씻어내는 데 다 써버린다. ◆ 동명성당 구불구불 숲길과 임도를 반복해 걷다 보면, 반가운 도심을 만난다. 편의점과 3차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3구간의 종점인 동명성당에 도착한다.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라는 문구 뒤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작은 성당이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자그마한 공소였다. 반복되는 박해와 6·25 전쟁으로 공소의 흔적조차 사라지기 시작했을 때, 동명성당은 건축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문을 연 건 1979년이었다. 그 해 12월, 동명성당은 어엿한 '본당'으로 승격하게 됐다. 동명성당의 순례자의 집은 '한티 가는 길'을 걷는 이들에게 단비 같은 장소다. 물을 마실 수 있는 작은 카페는 물론이고, 예약 시 이용할 수 있는 숙소도 제공한다. 기나긴 1~3구간을 걷느라 퉁퉁 부은 발을 잠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 한티순교성지 삶을 돌아보고, 비우고, 뉘우친 이들은 끝내 한티순교 성지에 다다른다. 한티순교성지는 신나무골과 마찬가지로 신자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해발 600m 이상 높은 곳에 있다. 높은 산지는 포졸들의 눈을 피하기 쉬웠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산을 타고 올라오는 포졸을 눈치채기 쉬웠다. 게다가 한티는 대구와도 멀지 않았다. 먼저 붙잡힌 천주교인들이 대구 경상감영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어, 교인들은 대구와 한티를 바쁘게 오가며 옥바라지를 했다.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 신자들의 아늑한 은신처는 결국 발각됐다. 경신, 병인박해를 거치며 한티에서는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 앞서 신나무골 성지에 이장된 이선이 순교자가 경신박해 당시 목숨을 잃은 장소도 이곳이었다. 한티순교성지에 묻힌 순교자는 모두 37명, 이 중 신원을 밝혀진 이는 4명뿐이다. 나머지는 신원도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제대로 수습되지 않았다. 당시 포졸들은 닥치는 대로 신자들을 죽이고, 시체를 팔공산 자락에 방치한 채 떠났다. 결국 나중에 찾아온 다른 신자들이 순교 장소에 그대로 매장할 수밖에 없었다. 순교자들의 묘지를 보기 위해 마저 순례길을 걸었다. 조그마한 안내판이 다음 묘지로, 또 다음 묘지로 안내하고 있었다. 이름은 없고, 묘를 구분 짓게 하는 번호표와 십자가만이 묘를 지키고 있었다. 박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아기'라고 적힌 묘 앞에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종점에 다다를수록 순례를 마쳤다는 성취감에 들뜬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한티에서 마주한 이름 없는 십자가와 묘역은 그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순례길 내내 겪은 고통은 어느새 중요하지 않았다.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신앙을 지키다 숨진 이들의 삶 앞에서, 돌아보고 뉘우치며 사랑을 실천하라는 순례길의 가르침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왔다.

    2026-06-13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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