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쩍쩍 갈라진 집... 언젠가 무너질까 매일밤 선잠 [재난 이후, 끝나지 않은 고통(3)]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지 어느덧 8년. 땅을 뒤흔들며 생명을 위협했던 강진은 멈췄지만, 지진을 온몸으로 경험한 이들의 삶은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벽에 균열이 가득한 아파트에 머무는 주민들은 오늘 하루만이라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며 잠을 청한다. '언제 또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사회로 복귀하지 못한 채 고립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에 손주도 못 부릅니다" 지난달 16일 찾은 북구 흥해 한미장관맨션. 4개동으로 지어진 이 아파트 단지는 지진 피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외벽 타일은 깨져 내부 콘크리트가 훤히 보였고, 떨어지는 잔해를 막기 위해 보행로에는 안전 그물망과 비계가 설치돼 있었다. 지진이 발생하고도 이곳에서 거주하는 윤성일(76) 씨는 매일 밤 잠드는 것이 두렵다. 22평 남짓한 집 내부 벽지를 걷어내면 곳곳에 균열이 가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벽면 타일도 깨져 샤워기를 틀면 물이 뒤쪽 안방으로 스며든다. 침대와 베개가 축축하게 젖는 것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비가 많이 올 때면 1초에 한 방울씩 빗물이 떨어질 정도로 집에 누수가 생겨요. 빗물이 외벽 사이로 계속 들어가면 내구성이 약해질 텐데 무너지지 않을지 걱정하면서 삽니다." 더욱 암울한 건 제대로 된 보수 공사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균열이 간 아파트에 장비를 사용한 대규모 시공을 했다가 오히려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윤 씨가 할 수 있는 건 임시방편에 가까운 시공이 최선이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실리콘으로 외벽 틈을 메우며 버티고 있다. "제가 2층에 사는데, 저희 집만 실리콘을 발라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빗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니까 3층부터 5층까지 다 막아야 누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윤 씨가 거주하는 2층 위로 모두 빈집이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전 층 실리콘 시공 비용 50만원을 혼자서 부담해야 했다. 평온했던 일상도 지진을 겪으면서 송두리째 바뀌었다. 오후 8시에 눈을 붙여 9시간의 숙면을 취했지만, 지금은 오전 2~3시면 눈이 떠진다. '지진이 또 발생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제 눈으로 직접 땅이 흔들리고 차가 넘어질 듯한 장면을 봤어요. 자다가 하루에 3~4번은 바닥이 파도처럼 울렁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내는 빗소리만 들어도 잠을 못 자서 정신과 약까지 먹고 있습니다." 한때는 손녀들을 집으로 초대해 밥을 먹이며 소소한 행복도 누릴 줄 아는 삶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붕괴 위험이 도사리는 이곳에 데려올 수도 없다. "우리도 불안한 이 집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을 어떻게 들이겠어요. 명절에 오면 외식 한 번 하고 돌려보내고 있어요." ◆ "또 지진이 나면…3층에서 뛰어내리렵니다" 한미장관맨션에서 약 250m를 걸으면 채희수(66·가명) 씨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이 나온다. 그는 지진 이후 거실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진으로 거실 바닥이 움푹 꺼졌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그 깊이가 더 심해지고, 8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걸을 때마다 '쿵쾅'거리는 소리도 확연히 커졌죠. 아내는 위험하다며 거실 한가운데를 피해서 가장자리로만 다니라고 늘 당부합니다." 채 씨의 집을 수평기로 측정해 본 결과, 거실과 방 3곳 모두 바닥이 왼쪽으로 기운 모습이었다. 막내아들 방은 책장이 침대 쪽으로 쏠려 있어 채 씨는 매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남은 선택지는 대비하는 것뿐이다. 채 씨는 집에 하중이 가지 않도록 대리석 식탁과 테이블을 모두 가벼운 나무 소재로 교체했다. 돌로 된 소파도 패브릭 소재로 바꿔야만 했다. 무거운 가전제품은 꿈도 꾸지 못한다. 3대 효자 가전으로 불리는 건조기도 집 균열에 무리를 줄까 봐 끝내 사지 않았다. TV 선반 역시 바닥에 두지 않고 실리콘으로 벽에 부착해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들을 집에 두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살아가는 데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바닥에 두지 않아요." '한 번 지진이 났던 곳에 또 안 난다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일상을 잠식했다. 채 씨는 자녀들의 돌반지와 귀중품, 가족사진, 통장 등을 한 곳에 모아두었다. 유사시 빠르게 챙겨나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채 씨의 집은 3층.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온 가족은 비상 탈출 요령도 미리 정해두었다. "지진이 나면 먼저 이불을 밖으로 던지고, 베개를 꼭 안은 채 남은 이불로 몸을 감싸고 뛰어내리기로 했어요. 실제로 그럴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지진을 겪고 나니 저희는 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그럴 여력은 없다. 7천만원을 호가했던 집값은 지진 이후 5천만원으로 떨어졌다. "옆동에 같은 평수가 5천만원에 내놔도 안 팔리고 있습니다. 저희보다 조금 작은 평수는 2천만원까지 내려앉았어요. 지진 피해가 있는 집에 누가 살려고 오겠습니까?" 채 씨를 비롯해 주민들은 전파 판정과 함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는 바람뿐이다. 앞서 포항시는 전파 판정을 받은 공동주택들을 매입하고 보건소와 트라우마센터 등을 지었다. "저는 언젠가 이 집이 무너질 거라 봐요.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 더 무서운 겁니다." ◆ 트라우마로 일상이 무너졌다 같은 달 14일 찾은 북구 흥해읍 '포항트라우마센터'. 지진을 경험한 최호연(46) 씨와 김윤자(63) 씨는 매일같이 이곳을 찾고 있다. 지진으로 생긴 불안과 공포심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서다. 최 씨는 "하루 일과를 트라우마센터에서 시작한다. 재난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센터의 민감 소실 장비를 이용하면 몸에 쌓인 불안감이 조금은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2019년 개소 이후 등록 회원은 3천892명이다.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약물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고위험군은 201명으로 전체의 5.16% 규모다. 지진 당일 집을 알아보던 최 씨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진이 났을 때 무너질 듯한 소리가 잊히질 않는다. 차량들의 경적음 소리에 깜짝 놀라고 휴대폰 진동에도 심장이 철렁인다"고 말했다. 2018년 4월부터 공황장애 판정을 받은 최 씨는 하루에 3번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있다. 언제 발작이 올지 몰라 운전대도 잡지 못하게 되면서, 야심 차게 계획한 야채·과일 장사도 수포가 되었다. 긍정적이었던 김 씨 또한 지진을 경험하면서 평온을 잃었다. 지진에 대한 악몽이 날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김 씨는 "하루는 지진이 발생해 대피하는 꿈을 꿨다. 정신을 차려 보니 식탁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며 "침대에서 잠을 잤는데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대구고법은 지난 5월 12일 포항시민 49만여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지진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라는 점은 인정되나, 과실을 입증할 만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주민 1인당 최대 300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도 '0원'으로 뒤집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대법원 상고와 관련해서 대법관 출신의 변호인을 선임해서 대응 중"이라며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적극 대응하면 최선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25-08-29 07:30:00
중졸 이후 40년간 공장서 일한 가장, 장기기증으로 4명 살렸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평생을 공장에서 일했던 50대 가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4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8일 의정부 을지병원에서 손범재(53)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양쪽 폐, 간을 기증하면서 4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28일 밝혔다. 손 씨는 지난달 7일 일을 마치고 잠시 쉬던 중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성실하고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손 씨가 장기기증을 통해 어디선가 살아 숨 쉴 거라는 믿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손 씨는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직업 훈련원을 거쳐 공장 생활을 시작했다. 쇠를 깎고 자르는 선반 작업과 도장이라는 힘든 공장 일을 하면서도 늘 밝은 표정이었다고 한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나서서 도움을 건네기도 했다. 베트남 출신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2명의 딸을 둔 다문화 가정의 가장이었던 손 씨. 그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캠핑과 여행을 다녔고, 집안일을 함께하는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아내 오정원 씨는 "은하 아빠, 애들 돌보고 나 도와주느라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까 천국에서는 꽃길만 걷고 행복하게 살아. 애들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잘 키울게. 꼭 지켜봐 줘. 사랑하고 고마워"라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주신 주신 기증자 손범재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에 감사드린다"며 "기증자와 유가족의 사랑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희망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08-28 09:59:50
14개월 젖먹이 손녀를 산사태로 떠나보낸 할머니 [재난 이후, 끝나지 않은 고통]
"매일 제 옆에서 자던 손녀 채윤이 사진을 매일 봐요." 최희영(60) 씨는 2년 전 경북 영주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로 생후 14개월 손녀 이채윤 양을 떠나보냈다. 시간이 흘렀지만 손녀에 대한 그리움은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고 그날의 기억은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비가 쉴 새 없이 쏟아지던 2023년 6월 30일 새벽. 최 씨는 남편과 잠을 뒤로 하고 집 안으로 스며든 빗물을 퍼내고 있었다. "마실 수 있는 지하수에 빗물이 섞이면 안 되니까 뜬눈으로 지켜봐야 했어요. 염소도 키우고 있었는데 비를 맞으면 안 되니 돌봐야 했고요." 집 안팎을 오가기를 반복하던 오전 4시 40분쯤 큰아들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엄마! 채윤이가 깔렸어!"라는 절규였다. 폭우로 산의 지반이 약해지면서 무너져 내린 토사가 최 씨의 집을 덮쳤고 큰아들 방부터 붕괴됐다. 그 방에서 자던 채윤이는 외벽이 무너지면서 쏟아진 잔해에 깔렸다. 토사가 끊임없이 떠내려온 탓에 온 가족이 달려들어도 채윤이를 꺼낼 수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2시간 만에 구조했지만, 채윤이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채윤이는 최 씨가 처음 맞은 손녀였다.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었기에 채윤이는 최 씨의 일상이었다. 밭을 갈 땐 등에 업고 밥도 직접 먹이며 키웠다. "엄마 아빠보다 제가 밥을 떠주면 더 잘 먹었어요. 저만 보면 엉덩이를 들썩이며 아장아장 달려와 안기기 바빴던 손녀였어요." 할머니에게 깊은 애착을 느낀 채윤이는 항상 최 씨 옆에서 잠들곤 했다. 하지만 산사태가 발생한 그날 밤만은 달랐다. 밤새 빗물을 퍼내느라 집 안팎을 오가야 했고, 곁에 두면 잠든 아이가 깰까 봐 큰아들 방에 재운 것이었다. 최 씨는 채윤이를 어렵게 손에 안았다. 큰며느리가 임신 8개월 차에 코로나19에 걸렸고 태동이 느껴지지 않아 급히 출산했다. 팔삭둥이로 태어난 채윤이는 자가 호흡이 어려웠다. 결국 기도 삽관된 채 헬기를 타고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진 뒤에서야 생명을 이어갔다. "죽어가던 손녀를 간신히 살려냈는데…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는 게 지금도 믿을 수가 없어요. 큰아들 부부 사이에 다시 손자가 태어났지만 이 아이를 봐도 채윤이가 자꾸 떠올라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손녀를 잃은 뒤 최 씨 가족은 무너졌다. 큰아들은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남편은 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하고 있다. "채윤이를 잊어보려고 휴대전화에 있는 사진을 지워보려 했지만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보고 싶을 때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더 두려워요." 산사태 원인이 폭우였기에 최 씨는 이제 가랑비만 내려도 숨이 막히고 불안에 휩싸인다. 이틀 전에도 갑자기 쏟아진 비에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담벼락이 무너지지는 않을지 걱정돼 수시로 집을 나갔다가 들어왔다. 대가족이 살던 집도 붕괴되면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 가족은 옛날부터 다 같이 지냈어요. 그런데 집이 사라졌고 그만한 규모의 주택을 다시 마련할 형편도 못 되다 보니, 결국 첫째·둘째 아들 부부도 다 따로 흩어져 살게 됐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25-08-27 15:37:53
물살에 휩쓸린 아버지, 아들 이름만 목놓아 불렀다 [재난 이후, 끝나지 않은 고통(2)]
지난달 23일 찾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2길. 100년 가까이 평화롭던 이 마을은 2년 전 여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초토화됐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2023년 6~7월 예천군에는 731㎜의 비가 내렸다. 평년 연간 강수량이 978㎜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간 하늘에서 내릴 물의 4분의 3이 한 달 사이에 쏟아진 셈이다. 유광호 감천면 벌방리 이장은 "산사태로 마을 25가구 모두 피해를 입었고, 그중 6가구는 전파되면서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이 마을은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동시에 수해복구 흔적의 모습이 보였다. 비포장도로는 차량이 다닐 수 있을 만큼 정비됐고, 외벽이 부서진 집들도 일부 수리를 거쳐 제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마을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아 있다. 경북 산사태로 숨진 29명 가운데 실종자 2명이 이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이들은 지금도 사무치는 아픔 속에 살아가고 있다. ◆산사태에 하천으로 떠내려간 '부자' 벌방2길에 장대비가 쏟아진 건 2023년 7월 15일 토요일 자정을 넘긴 시각. 아버지와 함께 유류 납품 업체를 운영해 온 김창우(36·가명) 씨는 주말이면 서울 본가로 향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해외에서 들여온 수입 설비를 설치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으로 예천에 남았던 것. 서울에 있는 아내와 통화하던 김 씨는 예사롭지 않은 빗줄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집 밖을 나섰다. "집 앞 하천이 걱정돼서 나가 보니 이미 범람해 발목까지 물이 차 있었어요. 창고에 있는 전기 설비들이 비를 맞으면 안 되니까 아버지를 깨워야겠다고 생각해서 들어가려 했죠. 그런데 삽시간에 물이 불어 무릎까지 잠겼습니다." 곧장 아버지와 함께 집을 나선 김 씨. "아버지 비가 정말 많이 온다"라고 말하던 순간이었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나무와 돌덩이, 흙더미가 굉음을 내며 덮쳤고 두 사람은 집 앞 하천으로 휩쓸렸다. 평소 잔잔하기만 했던 하천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성난 파도로 변해 있었다. 김 씨와 아버지는 속수무책으로 휘몰아치는 물살에 휩쓸려 300m 가까이 떠내려갔다. 이후 하천은 두 갈래로 갈라졌고, 김 씨는 수심이 얕은 쪽으로 아버지는 깊은 물가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두 사람의 운명은 갈렸다. "아버지께서 샌드위치 패널을 붙잡은 채 떠내려가셨는데 제 이름을 목 놓아 부르셨어요. 새벽이라 어두워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만 들렸던 그때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산사태로 쏟아진 잔해에 무릎과 다리가 찢긴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상처 부위를 절개할 만큼 큰 수술이 진행됐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했다. 그럼에도 머릿속엔 오직 하나의 바람뿐이었다. 패널이 뗏목 역할이라도 해 아버지가 살아 있기를. 김 씨를 비롯한 가족 모두 예천으로 내려왔지만 군·경·소방의 수색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기적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인력 1만9천10명과 보트·헬기 등 장비 5천52대가 투입된 수색은 68일간 이어지다가 중단됐다. 실종자가 유실됐을 가능성과 집중 수색에도 흔적을 찾지 못한 점, 가족이 수색 종료를 받아들인 점 등이 고려됐다. 누적 수색 거리는 총 1천972㎞.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하는 낙동강 전체 길이인 510㎞를 4번 오간 셈이다. "소방대원이 그러더라고요. 집 앞 하천에서 낙동강까지 떠내려갔다면 강 폭이 너무 넓어 찾기 어렵다고요. 차라리 매몰됐으면 수색 반경이라도 정해진다고 하던데…저는 결국 아버지 시신조차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가족을 잃어버린 슬픔은 일상 곳곳에서 찾아온다. 둘이서 하던 유류 납품 업무를 혼자서 떠안을 때마다 늘 아버지가 생각난다. 사망이 아닌 '실종'이었기에 이후 행정 절차도 복잡했다. "토사가 덮쳐 폐차해야 할 차량부터 통장까지 모두 아버지 명의였습니다. 아버지가 실종됐으니까 서류 업무가 진행이 안 되는 거예요. 실종자에 한해 인정 사망 처리 절차가 끝나기까지 6개월이나 걸렸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아내, 지금도 찾아요…" 김 씨와 같은 벌방2길에 거주 중이던 이승호(65·가명) 씨는 2년 전 산사태로 실종된 아내를 아직도 찾고 있다. 운전 도중 나뭇가지에 무언가 걸려 있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 차에서 내려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이 씨의 집은 산 끝자락에 있었던 탓에 산사태의 피해를 정면으로 맞았다. "집 옆 과수원에 비 피해가 있을 것 같아서 나왔는데,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났어요. 그래서 손전등으로 비춰봤더니 회오리바람이 불면서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평생 일군 터전이 사라진 것도 참담했지만 더 큰 문제는 아내가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휴대전화도 두고 나온 탓에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산사태로 뒤덮인 토사를 손이 닳도록 치워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날이 밝으면서 투입된 굴착기 수십 대가 흙더미를 치워도 아내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 씨는 아내의 실종 소식을 듣고 수원에서 내려온 두 아들과 꼬챙이를 손에 쥔 채 마을 곳곳을 헤집었다. 당국의 수색이 끝난 뒤에도 이 씨의 머릿속에는 '아내가 하천을 따라 떠내려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마을 초입부터 낙동강 하류까지 움직인 것도 수십 번이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이 씨는 아내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사과 농사를 생업으로 삼았던 그는 아내와 함께 약을 치고 사과를 따며 노후를 보낼 줄 알았다. 이제는 홀로 남겨진 이 마을에서 비가 오는 날이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저에게 안 돌아와도 되니까, 어딘가에서 살아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같은 하늘 아래 숨이라도 쉬고 있다면 그것으로 됩니다." 이 씨는 현재 거주 중인 임시조립주택도 내년 7월이면 나가야 한다. 가지고 있는 돈이 넉넉하지 않아 인근에 조성 중인 이주단지로 들어갈 형편도 못 된다. "아내 실종과 관련해 받은 보상금이 총 8천만원인데 재난으로 잃어버린 사과 농사 장비를 다시 마련하느라 이미 다 써버렸어요. 매년 1천만원 남짓 벌어 겨우 먹고사는 처지라 이곳을 나가면 갈 곳이라곤 과수원 농막뿐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25-08-27 15:37:40
신분증 발급 시 장기기증 희망등록 안내…"제도 안착 위해 교육과 홍보 시급"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안내문에 적힌 홈페이지 또는 가까운 보건소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쯤 대구 서구청 1층 민원실. 여권 창구를 찾은 민원인에게 공무원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안내하며 이같이 말했다. 접수대 옆에는 '한 사람의 기증이 최대 9명을 살릴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모(72) 씨는 "마음속으로 장기기증은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구청에서 안내해주니 그 가치를 알게 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받은 안내문을 집에 가서 차분히 읽어보고 가족들과 논의 후 등록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발급 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안내받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시행 초기라 제도를 숙지하지 못한 일부 기관이 있었고, 민원인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려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기기증 희망등록 안내는 전국 5개 기관에서 이뤄진다.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동사무소 3천596곳과 여권 업무를 맡는 구청(257곳), 운전면허증 관련 경찰서(906곳)와 면허시험장(27곳), 선원신분증을 취급하는 지방해양수산청(11곳) 등이다. 신분증 발급 외에 재발급이나 갱신 시에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지난 2023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달 21일 시행됐다. 일상에서 생명나눔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행 첫날 면허증을 발급하는 지역 한 경찰서의 경우, 관련 공문을 받지 못해 제도가 시작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공무원 대상으로 장기기증 교육이 깊이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분증을 발급하는 한 공무원은 "직원들이 영상으로 두 차례 교육을 받긴 했지만, 민원인들이 상세하게 물어보면 '홈페이지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고 안내할 수밖에 없다"며 "심도 있는 교육을 건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원현 계명대 동산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에서 장기기증 교육을 맡을 인력은 충분하다"며 "국민이 신분증을 발급받을 때 한 번쯤 기증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설명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관련 공문을 각 지방경찰청과 시군구에 보냈지만, 하부까지 전달이 안 된 곳도 있는 것 같다"며 "모든 기관이 인지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내년부터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수가 조정과 홍보 계획 등을 담은 5개년(2026~2030년) 종합계획을 9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 장기기증 관련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현행법상 장기기증이 가능한 뇌사자는 지난해 3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483명에서 17.8% 감소한 수치다. 장기 수급 불균형으로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의 대기 기간은 더 길어지고 있다. 조혈모세포와 안구 등을 제외한 장기 이식 대기자는 올해 4월 30일 기준 4만595명으로, 평균 대기시간이 2천193일(약6년)에 달했다.
2025-08-26 15:00:48
올해 3월 영남권 8개 시·군을 덮친 산불은 공식 통계를 작성한 1987년 이래 가장 큰 피해를 냈다. 불길이 삼킨 면적만 10만4천㏊로 축구장 약 14만개와 맞먹는다. 피해액은 1조818억원으로 종전 2022년 동해안 산불 피해액 2천261억원보다 4.8배 많았다. 대피하지 못한 주민 27명과 화마와 싸우던 진화대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재난은 유형을 가리지 않고 순식간에 삶의 풍경을 뒤바꾼다. 평화롭던 마을은 전쟁터처럼 변하고,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이재민'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단 한 번의 재난은 많은 이들의 시간을 멈춰 세웠다. 지하주차장을 덮친 폭우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매일 그곳을 찾아 눈물을 쏟는다. 산사태로 아내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남편은 2년이 지난 지금도 나뭇가지에 무언가 걸려 있으면 차에서 내려 눈으로 확인한다. 한때 손주들을 집에 불러 소소한 행복을 누렸던 노인은 지진 이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균열이 가득한 집에 더는 들일 수 없어서다. 전 재산을 들여 마련한 장비를 산불로 잃은 잠수사는 이제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며 생계를 잇고 있다. 재난이 남긴 상처는 눈에 보이는 피해를 넘어 트라우마로 굳어졌다. 언제 닥칠지 모를 또 다른 위협에 시달리며 불안감이 일상을 잠식했고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재난피해 회복수준실태조사'에 따르면, 재난 피해자 102명 가운데 54.9%가 불안 증세를 호소했다. 앞으로 재난피해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예고돼 있다. 기후변화로 자연재난의 위력은 거세지고, 이태원 참사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재난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를 기점으로 재난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지만, 피해 규모를 온전히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재난 안전과 대응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은 부족하다. 잦은 이동은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마저 떨어뜨리며 재난 대응을 위협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지난 한 달간 태풍과 산사태, 지진, 산불 피해자 21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재난으로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어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재난 제도의 빈틈과 해법을 담은 시리즈를 6회에 걸쳐 보도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25-08-21 15:07:21
[재난 이후, 끝나지 않은 고통] (1) 태풍으로 멈춰버린 시간
2022년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거센 물살이 포항 남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3곳을 덮쳤다. 불과 100m 떨어진 냉천이 상류 저수지에서 쏟아져 나온 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범람한 탓이었다. 이 사고로 주민 8명이 목숨을 잃었다.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유족들의 상처는 조금도 아물지 않았다. 최근 사고 책임자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마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유족들의 상흔은 더욱 깊어졌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났다. 당시 사고의 기억과 트라우마 등을 짚었다. ◆생사를 가른 안내방송 지난달 26일 만난 유족들은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가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며 울분을 쏟아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많은 물을 방류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오르는데도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주민들에게 차량을 빼라고 한 점 등이 명백한 책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월 농어촌공사와 관리사무소 관계자에게 무죄 또는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포항 냉천 유가족협의회 이모 대표는 "구속영장만 두 차례 청구됐고 검찰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징역 4년을 구형한 사건인데, 무죄가 나온 건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것"이라며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포항시에 방류 사실을 통보해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어떻게 판사가 단정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의 무죄 판결로 김은숙(55) 씨는 마음을 크게 다쳤다. 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다. 태풍 힌남노가 지하주차장을 순식간에 집어삼킨 날. 빛조차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아들 주영(당시 15세)이를 떠나보낸 뒤 은숙 씨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던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힌남노 태풍은 사고 전날부터 폭우를 쏟아냈다. 9월 5~6일 사이에 하루 최대 541㎜의 비가 내렸다. 20년 만에 기록한 최대 강우량이었다. 비가 걷잡을 수 없이 퍼붓던 오전 6시쯤. 은숙 씨는 아파트 관리실 방송 소리에 잠에서 깼다.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차량을 급히 지상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다급한 안내였다. 출입구에서 가장 먼 구석에 차량을 세워뒀던 은숙 씨. 주영이를 조수석에 태우고 함께 출입구 경사로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먼저 도착한 주민들이 차량을 빼내려 몰려들면서, 주차장은 뒤엉켜버렸고 은숙 씨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르던 순간, 흙탕물이 차량 앞유리를 강하게 내리치며 주차장 안으로 밀려들었다. 물이 순식간에 허리까지 차올랐고, 은숙 씨는 아들과 함께 차에서 내려야 했다. "차량 출입구로는 파도처럼 물이 몰려와 나갈 수 없었어요. 지상으로 올라가는 문들도 물살에 막혀 열리지 않았고요." ◆눈앞에서 아들과의 이별 지상으로 향하는 길이 막히자 은숙 씨는 하는 수 없이 차량 위로 올라갔다. 정전으로 캄캄해진 주차장에선 아들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아 목소리로만 생사를 가늠해야 했다. 빗물은 계속 쏟아졌고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은 천장 아래 30㎝ 남짓한 에어포켓뿐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서서히 물이 차오르면서 은숙 씨는 천장에 달린 전기선을 붙잡고 버텼다. 물은 턱밑까지 차올라 숨조차 내쉬기 힘든 순간, 주영이가 은숙 씨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엄마, 미안해요. 그리고 엄마 사랑해요." 은숙 씨도 끝이 될지 모를 인사를 건넸다. "주영아, 엄마가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 천국에서 만나자." 물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자 은숙 씨는 천장에 입을 맞대고 흙탕물을 마셔가며 숨을 이어갔다. '하나님, 그냥 이대로 저를 데려가주세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만큼 견디기 버거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구조대가 물을 퍼내기 시작하면서 다시 에어포켓이 생겼고 은숙 씨는 비로소 입을 열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외친 건 아들의 이름이었다. "주영아!" 하지만 주차장은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했다. "주영이를 포함해 주차장에 있었던 사람들 7명 모두…하늘나라로 가셨더라고요." 차가운 물에 오래 잠겨 저체온증이 찾아오고 손에서 힘이 빠져가던 순간, 보트를 탄 소방대원들이 내려왔고 은숙 씨는 14시간 만에 구조됐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내내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남편에게서 '주영이가 천국을 갔다'는 말을 들은 은숙 씨는 그 자리에서 울부짖었다. ◆1년 365일을 아들 생각…비만 오면 트라우마 은숙 씨에게 주영이는 누나들과 10살 넘게 터울이 나는 늦둥이 막내아들이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키가 177㎝까지 자란 주영이는 늘 "엄마는 내가 지켜줄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든든하던 아들을 눈앞에서 떠나보낸 뒤, 은숙 씨 가족의 고통은 지금도 여전하다. 눈만 감으면 주영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하루는 병원을 갔다가 주영이 뒷모습과 똑같은 학생이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었는데, 제 아들이 아니었어요. 주영이가 제 옆에 없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거죠." 생전 겪어보지 못한 트라우마도 생겼다. 비만 오면 또다시 침수가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머릿속을 뒤덮는다. 10시간이 넘게 지하주차장에 갇혀 있었던 기억 때문에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면 지금도 창문을 열어둔 채 지내고 있다. 숨이 막히는 느낌을 떨치기 위해서다. 은숙 씨는 아직도 아들을 떠나보낸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영이가 5살 때부터 여기서 살았는데, 남편은 아들과의 모든 추억이 이곳에 남아 있다며 떠나지 않아요.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저는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라고 방송한 아파트 관리사무실도 싫고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 추모관 찾으면 억장이 무너져 같은 아파트에서 아들 서보민(당시 22세) 씨를 떠나보낸 서모(58) 씨의 삶 역시 무너졌다. 서 씨는 당시 해병대를 전역한 지 5개월 된 아들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주차장이 물에 잠기기 직전 기적적으로 차를 타고 나온 서 씨와 달리, 보민 씨는 출입구에서 먼 곳에 세워둔 차량을 빼려다 끝내 나오지 못했다. "저와 아들이 탄 차가 바뀌었다면 운명도 달라졌겠죠. 아비로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너무 커서 살 수가 없습니다." 서 씨의 먹먹한 마음은 매년 태풍·장마철이 되면 더욱 깊어진다. 그럴 때면 옷장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며 인사를 건네곤 한다. "'보민아 아빠 회사 다녀올게'라고 얘기를 한 뒤에 집을 나서요. 3년이 지났지만 집안에 보민이의 물건들이 보일 때면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보민 씨는 지난 2023년 3월 의사자로 인정받았다.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찼을 때 자동차에 갇힌 운전자의 문을 열어주고 어르신들의 대피를 도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매달 아내와 보민이가 있는 추모관을 찾는 서 씨. 이곳에서 아들을 마주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눈물을 쏟고 있다. "훌륭하게 커서 장하고 고맙다고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요.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데, 추모관을 가면 그제야 실감해요. 보민이가 세상에 없다는 걸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25-08-21 15:06:08
"떠날 때 도움 되고 싶다"던 60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 살렸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6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6월 27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이훈(61)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와 간, 양쪽 신장을 나눴다고 7일 밝혔다. 이 씨는 같은 달 15일 잠을 자다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생전에 이 씨는 "내가 떠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하면 좋겠다"고 자주 이야기했고,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존중하고자 기증을 결심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씨는 회계 사무소 부장으로 근무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주편을 살피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따뜻한 성품까지 가졌다고 한다. 이 씨의 딸 유주 씨는 "아빠, 함께 하면서도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나눠 주셨지만, 마지막 이별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전해줘서 감사해요. 하늘에서도 늘 저희 지켜봐 주세요.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생명과 희망을 나누어 주신 기증자 이훈 님과 유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실 분들이 기증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사회에 따뜻함을 나누며 살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2025-08-07 18:45:41
장기기증 희망등록 의사 15.4% 감소…생명나눔 지표 악화
지난해 장기 기증 관련 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뇌사 기증자는 물론 장기 기증 희망등록자까지 줄어들면서, 이식 대기자들의 기다림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5일 국립 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펴낸 '2024년도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뇌사 장기 기증자는 3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83명에서 17.8% 감소한 수치다. 가족이나 친지 간에 이뤄지는 생존자 기증도 2천339명에서 1천980명으로 15.3% 줄었다. 그 결과 장기 등 이식 건수도 5천54건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생명나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7만563명으로 전년도(8만3천362명)와 비교하면 15.4% 감소했다. 장기 수급 불균형으로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의 대기 기간은 더 길어지고 있다. 조혈모세포와 안구 등을 제외한 장기 이식 대기자는 올해 4월 30일 기준 4만595명으로, 평균 대기시간이 2천193일(약6년)에 달했다. 인구 100만명당 뇌사 기증자 수를 의미하는 뇌사 기증률도 지난해 7.75명으로 전년보다 1.66명 감소했다. 이는 미국(49.7명), 스페인(47.9명) 등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한편 정부는 생명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8월 21일부터 신분증 발급 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안내하기로 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동사무소와 구청(여권), 경찰서·면허시험장(운전면허증), 지방해양수산청(선원신분증) 등에서 이뤄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기기증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수가 조정, 홍보 계획 등을 담은 5개년(2026~2030년) 종합 계획을 9월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8-05 18:10:04
"엄마 아들로 태어난 게 행운"…장기기증 후 하늘로 떠난 50대女
집에서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여성이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6월 30일 인하대학교병원에서 김소향(51) 씨가 간을 기증하면서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고 4일 밝혔다. 같은 달 11일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진 김 씨는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김 씨가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남을 도왔던 만큼, 마지막 모습 또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일을 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충청남도 당진에서 태어난 김 씨는 사람들을 이끄는 것을 좋아하고 밝은 성격이었다.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본인 것을 나눠주고, 불의한 것을 볼 때면 당당히 맞설 줄 아는 사람이었다. 김 씨는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심리학을 전공했다. 결혼 후에는 자녀를 키우다가 3년 전부터는 중·고등학교에 심리 상담 강의를 다녔다. 김 씨의 아들 유한주 씨는 "엄마의 아들로 태어난 게 저의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했어요. 늘 애정 표현 많이 해주셨는데 하늘에서는 행복하고 즐겁게 사세요. 감사하고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소향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08-04 11:34:02
◆ 대구대 ▷입학처 부처장 강선구 ▷기획조정팀장 김종구 ▷입학사정관팀장 김봉심 ▷장학복지팀장 이용욱 ▷연구지원팀장 이철환 ▷디지털혁신팀장 이정엽 ▷경영전략팀장 겸 홍보팀장 손대영 ▷IT·공과대학 행정실장 겸 소프트웨어중심대학사업단 행정실장 김영준 ▷재활과학대학 및 글로벌경영대학 행정실장 이응창
2025-07-29 16:58:27
영남이공대, 장애 인식 개선 '수어교실 프로그램' 운영
영남이공대는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재학생을 대상으로 '수어 교실 프로그램'을 열었다고 28일 밝혔다. 3주간 10회로 개최되는 수어교실은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주관하는 특별교육 과정이다. 보건과 복지, 상담 등 장애 관련 분야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직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학생들은 한국농아인협회 대구시협회 소속 전문 강사로부터 수어 기본 개념과 인사, 가족 소개, 학교 생활, 경제 활동과 손동작 등 소통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했다. 이재용 영남이공대 총장은 "수어 교실은 단순한 언어 교육을 넘어 장애인 등 타인과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배우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7-28 21:06:05
대구보건대, '2025 WURI 세계혁신대학랭킹' 전문대 2위
대구보건대학교가 세계혁신대학 순위인 '2025 WURI(World University Rankings for Innovation)'에서 국내 전체 전문대학 중 2위로 선정됐다고 28일 밝혔다. 실용 중심 고등직업교육의 글로벌 혁신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WURI(World University Rankings for Innovation)는 기존 대학 평가가 중시하던 논문 수와 피인용 지표가 아닌, ▷창의성(Creativity) ▷적용 가능성(Applicability) ▷사회적 기여도(Efficiency)를 중심으로 실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혁신성을 측정하는 세계 대학 순이다. 올해 평가에서는 전 세계 400여개 대학이 참가했고, 총 16개 부문에서 혁신성과를 비교했다. 대구보건대는 글로벌 종합 순위에서 216위를 기록, 국내 전문대학 가운데 높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부문별 랭킹에서 3개 부문인 ▷ESG Trend 부문 21위 ▷국제개방성 부문 43위 ▷지속가능한 재정운영 부문 44위를 차지하며 TOP 100위권에 선정됐다. 이 같은 성과는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실제 현장에서 기능하는 혁신적 교육 모델을 구축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는 것이 대학 측의 설명이다. 또한 이번 성과는 대구보건대가 교육부 '글로컬대학30' 선정 이후 추진해 온 혁신적 전략과 맞닿아 있다. 대학은 지역 의료·헬스케어 산업과 연계한 주문식 교육과정 운영과 전문기술석사과정 신설, 외국인 유학생 확대, 다문화 융합교육 활성화 등으로 교육 혁신을 추진해 왔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이번 성과는 우리 대학이 실천해 온 지역 기반 글로벌 혁신 전략의 성과이자, 대한민국 고등직업교육의 세계적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앞으로도 교육과 산업,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진정한 글로컬 혁신대학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2025-07-28 20:59:01
근무하다 추락한 두아이 아빠, 4명의 생명 살리고 하늘로
근무 도중 갑작스런 추락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 가장이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며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6월 6일 경상국립대학교병원에서 장상빈(44) 씨가 뇌사 상태에서 간과 신장(양측), 우측 안구를 기증하면서 4명을 살렸다고 28일 밝혔다. 장 씨는 피부와 뼈, 연골, 혈관 등 인체조직도 기증하면서 기능적 장애를 앓는 100여명의 환자에게 기적을 선물했다. 보안업체에서 15년 넘게 근무한 장 씨는 지난달 3일 공장의 시설 보안점검을 나섰다가 5m 높이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남을 도왔던 장 씨가 마지막 순간에도 누군가를 살리는 아름다운 일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정했다. 특히 5살 아들과 3살 딸이 "아빠가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경남 사천시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장 씨는 밝 활달한 성격이었다. 쉬는 날이면 아이들과 캠핑을 떠날 정도로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맡을 일에도 충실했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나섰다. 장 씨의 아내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아픈 사람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얘기해줬지만, 아이들은 저녁이 되면 아빠가 일하고 돌아올 것 같다고 말한다"며 "아빠가 즐겨 듣던 음악과 좋아하던 음식 등 하루에도 수십 번 넘게 아빠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너무나도 좋은 남편, 좋은 아빠였고 아이들 걱정은 하지 말고 하늘에서 편히 쉬어. 고마웠어. 사랑해"라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나눔을 실천해 준 기증자 장상빈 씨와 유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기증자와 유가족의 사랑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희망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07-28 12:06:50
'들리지 않는 SOS…' 기획보도 결실…돌봄청년 지원 조례 개정안 통과
매일신문의 '들리지 않는 SOS, 가족을 짊어진 아이들'(6월 12일 등) 기획보도 이후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제도 개선이 대구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관련 조례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지원 대상 범위가 확대되고, 정책 기반이 되는 실태조사도 의무화된다. 23일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김태우 대구시의원(수성구5)이 대표 발의한 '대구시 가족돌봄 청소년·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전날 제318회 임시회에서 문화복지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지원 대상 연령 확대다. 기존 조례는 연령을 '만 9세 이상~3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개정안은 9세인 하한 연령을 없앴다. 이에 따라 돌봄청년이라는 용어도 '돌봄아동청년'으로 변경됐다. 보다 많은 이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 시장의 책무도 대폭 강화됐다. 개정안은 돌봄아동청년을 체계적으로 발굴·관리하기 위해 3년마다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한 5년마다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시행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지속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도 다졌다. 이로써 지자체 차원의 독자적 사업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우 시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가족돌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적절한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례 개정안이 발의되는 과정에서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도 힘을 보탰다.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관계자는 "상위 법률인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만큼 지역 돌봄아동청년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올해 3월부터 대구시의회와 소통하고 조례 개정을 촉구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매일신문은 지난달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도움을 받아 '들리지 않는 SOS, 가족을 짊어진 아이들' 기획 기사를 4편을 보도했다.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돌봄에 쓰며 청춘을 반납한 가족돌봄청년들의 삶을 밀착 취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제도의 문제점과 해법을 담는 데 주력했다.
2025-07-23 21:18:27
김태우 대구시의원 '가족돌봄청년 지원 조례' 개정안 발의…"돌봄청년 지원 사각지대 줄인다"
가족을 돌보느라 학업과 사회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대구에서 한층 강화된다. 관련 조례 개정으로 지원 대상 범위가 확대되고, 정책 기반이 되는 실태조사도 의무화된다. 22일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김태우 대구시의원(수성구5)이 대표 발의한 '대구시 가족돌봄 청소년·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제318회 임시회에서 문화복지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지원 대상 연령 확대다. 기존 조례는 가족돌봄청년의 연령을 '만 9세 이상~3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개정안은 9세인 하한 연령을 없앴다. 이에 따라 보다 많은 돌봄청년들이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시장의 책무도 대폭 강화됐다. 개정안은 돌봄청년을 체계적으로 발굴·관리하기 위해 3년마다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조사 주기가 불규칙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한 5년마다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시행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지속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도 다졌다. 이로써 중앙정부 사업의 단순 수행을 넘어, 지자체 차원의 독자적 사업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우 시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가족돌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적절한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며 "맞춤형 사례 관리와 자립 지원을 통해 가족돌봄자들의 권리 보장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오는 28일 제3차 본회의에 안건 상정될 예정이다.
2025-07-22 13:20:37
지적장애 50대 여성, 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하늘의 천사로
어린 시절부터 지적장애 2급을 지녔음에도 남을 도우며 살아온 50대 여성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을 나누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2일 중앙대학교 광명병원에서 박영분(58)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21일 밝혔다. 박 씨는 간장과 신장(양측), 안구(양측)를 기증해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박 씨는 지난 6월 30일 장애복지센터에서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뇌사 상태에 빠졌다. 박 씨의 가족들은 '너무나 착하게 살아왔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가길 원했고, 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몸에 살아 숨 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서울에서 2남 5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박 씨는 어린 시절부터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활발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박 씨가 다니던 장애복지센터 관계자는 "영분 씨는 지적장애 2급이긴 했지만 대화가 잘 통하고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친구들을 돕는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간 따뜻한 사람이니까 하늘에서도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박 씨의 언니인 정민 씨도 "영분아, 따사로운 햇살같이 늘 웃음을 주던 밝은 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니 믿을 수가 없어. 좋은 일을 하고 갔으니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고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사랑을 나눠준 기증자 박영분 님과 기증자 유가족의 숭고한 생명나눔에 감사드린다.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07-21 09:13:13
시력 잃고도 장애인 돕던 20대, 3명 살리고 하늘의 별
2살 때 시력을 잃고도 장애인을 돕는 삶을 살아온 20대 청년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5월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이동진(28) 씨가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심장과 신장(좌·우)을 기증해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씨는 어버이날 아버지와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이 씨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좋은 일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부천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이 씨는 생후 9개월 만에 안구에서 암이 발견되면서 4년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두 살 무렵 시력을 잃었고, 유년기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중학교 2학년 시절에는 어머니가 심장 판막 수술 이후 돌아가시면서 시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지냈다. 이 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장애인들 취업에 도움을 주는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눈이 안 보여 많은 것들을 할 수는 없었지만, 가족들의 따뜻한 지지 속에서 밝은 성격으로 성장해 주변에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었다. 이 씨의 아버지 이유성 씨는 "동진아, 지금까지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엄마하고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지내.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 사랑해. 아들"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이동진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7-17 09:41:53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매년 10명 이상 경찰공무원 시험 합격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가 매년 10명 이상의 경찰공무원 시험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대구한의대에 따르면 해당 대학 경찰행정학과는 40명 정원의 소규모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경쟁률 30대 1 이상인 경찰 시험에서 매년 다수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학과의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실전 맞춤형 교육 시스템의 결과라는 것이 대구한의대의 설명이다. 신입생들은 입학 직후부터 ▷경찰학개론 등 이론 교육 ▷체포술·유도 등 실기 교육 등을 병행하면서, 경찰관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단계적으로 갖춰 나가고 있다. 현장 중심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과 교도소, 과학수사연수원, 대구사격장 등에서의 현장학습을 통해 실무 감각과 직업적 자긍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교수와 학생 간 1대1 멘토링 제도도 운영하면서 밀착형 진로 지도가 이뤄지고 있다.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은 "경찰 및 공직진출에 필요한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컬30과도 연계해 장학금과 해외 연수 또한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7-16 22:49:42
영남대, '기초과학 연구역량 강화' 후속 과제 선정…10억 투입해 연구인프라 고도화
영남대학교는 천연물 의료소재 핵심연구 지원센터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과학 연구역량 강화사업'의 후속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고 16일 밝혔다. 영남대는 이번 후속 과제를 기점으로 천연물 의료소재 핵심연구 지원센터의 연구 장비 운영 체계를 고도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로의 전환을 도모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국비 8억원을 포함해 총 10억원 규모로, 향후 3년간 추진된다. 영남대는 앞서 2019년 이 과제에 첫 선정된 이후, 지난 6년간 천연물 및 의료소재 분야에 특화된 연구지원, 장비 공동 활용, 전문인력 양성 등 다양한 활동으로 연구기반을 확장해왔다. 이번 후속 과제는 센터 운영의 안정성과 미래 성장기반 확보를 위한 핵심 단계로, 연구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내실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된다. 남주원 센터장(약학부 교수)은 "이번 후속 과제 선정을 통해 센터의 연구 인프라를 한층 고도화하고 자립적 운영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천연물 기반 의료소재 연구의 전문성과 실용성을 높여 바이오·의약학 분야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07-16 1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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