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환 기자 rehwa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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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취한 채, 경찰 폭행한 대구시교육청 간부급 공무원 체포

    술 취한 채, 경찰 폭행한 대구시교육청 간부급 공무원 체포

    대구시교육청 간부급 공무원이 술에 취한 채 경찰관들을 폭행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공무집행방해 및 폭행 혐의로 대구시교육청 공무원 5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오후 10시쯤 대구 중구 남산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주취 소란을 피우던 도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고 함께 있던 다른 경찰관의 팔을 깨문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경찰서로 이동된 뒤에도 다른 경찰관을 발로 차거나 소란을 피운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자세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한 뒤에 A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2025-11-27 12:13:56

  • 시·군·구 협의회 '지방정부의 날' 제정 촉구…조재구 협의회장

    시·군·구 협의회 '지방정부의 날' 제정 촉구…조재구 협의회장 "주민·지방 중심 기념일 필요"

    민선8기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방의 위상 강화를 위해 '지방정부의 날' 제정을 정부와 정치권에 공식 요구했다. 협의회는 보령 머드테마파크에서 열린 제2차 공동회장단 회의에서 기념일 신설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을 맡은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을 포함해 울산 서동욱 남구청장, 최진봉 부산 중구청장 등 기초·지자체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협의회는 현재 기념일인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이 중앙정부 중심으로 운영됐고, 명칭 변경 등이 반복되며 정체성이 흐려졌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새 기념일 제정을 위한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먼저 기념일 명칭을 '지방정부의 날'로 변경하고, 날짜는 최초 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진 6월 27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행사 추진은 행정안전부와 지방 4대 협의체, 광역 및 기초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책임지자는 내용도 덧붙였다. 조재구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은 "새로운 지방자치 30년을 시작하는 이 시기에 형식적인 기념이 아니라 주민과 지방이 중심이 되는 기념일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논의를 계기로 실질적 자치분권 실현과 지방권 개헌의 동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5-11-26 18:10:20

  • 대구 남구, 지방자치 혁신대상 교육혁신 대상 수상

    대구 남구, 지방자치 혁신대상 교육혁신 대상 수상

    대구 남구(구청장 조재구)가 '2025 지방자치 혁신대상' 교육혁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지역 내 미군기지를 교육자원으로 전환한 '글로벌 앞산캠프'가 높은 혁신성과 공공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전국 기초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우수 정책을 선보이며 11개 부문에서 경쟁을 벌였다. 남구가 발표한 '글로벌 앞산캠프'는 오랫동안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 관내 미군기지를 교육 혁신 플랫폼으로 재해석한 점이 특징이다. 남구청은 주한미군과 관내 학교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군사시설을 체험·학습 공간으로 전환했다. 캠프에 참여한 초·중학생들은 캠프 워커와 캠프 헨리 등 미군 부대 내에서 미군·카투사로부터 생활영어를 배웠다. 프로그램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86점으로 매우 높았다. 특히 '지역의 구조적 한계를 교육혁신의 기회로 바꿨다'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글로벌 앞산캠프는 지역의 제약을 혁신의 기회로 만든 모범 사례"라며 "앞으로도 지역 고유자원을 활용한 '남구형 혁신' 정책을 발굴해 주민이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5-11-26 18:10:07

  •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중구협의회 공식 출범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중구협의회 공식 출범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중구협의회(회장 김귀현)가 지난 25일 중구청 대강당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출범식에는 대행기관장인 류규하 중구청장을 비롯해 자문위원과 지역 기관·단체장 등 80여명이 참석했고, 협의회장 이·취임식도 함께 진행됐다. '국민과 함께 만드는 평화 공존과 번영의 한반도'라는 목표로 출범한 제22기 대구중구협의회는 김귀현 회장을 중심으로, 직능대표 35명, 지역대표 5명 등 40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들 위원은 향후 2년간 지역 내 통일 의견 수렴과 평화통일 기반 조성에 적극 나설 것을 다짐했다. 김귀현 회장은 "지역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협의회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25-11-26 11:14:48

  • 봉산문화회관 관장 내정자 '겸직규정 위반 의혹' 해소…'위반 없어'

    봉산문화회관 관장 내정자 '겸직규정 위반 의혹' 해소…'위반 없어'

    대구 서구청이 봉산문화회관 신임 관장 내정자의 겸직 규정 위반 의혹(매일신문 11월 16일 등)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위반 사항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5일 서구청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신임 관장으로 내정된 A씨에 대한 감사 결과, 지방공무원법에서 규정하는 '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에 해당되는 내용이 없다고 전날 의회사무국에 통보했다. 지난 3일 A씨가 신청한 의회사무국 정책지원관 직책에 대한 면직 신청은 이날 수리됐다. 앞서 A씨는 지난 2023년 7월 1일부터 서구의회사무국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봉산문화회관 공연에 참여해 수당을 받는 등 겸직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감사 결과 A씨는 2019년과 2022년 작곡한 두 곡을 올해 5월과 6월에 각각 극단 측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구청은 A씨가 정책지원관으로 근무하기 이전에 작곡했던 곡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저작권료를 받았을 뿐, 공연 지휘나 예술 감독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영리 및 겸직 업무의 경우 반복적으로 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A씨의 경우 일회성이라고 판단했고 의회에서 근무할 당시에 작곡한 것도 아니다"며 "지난해와 올해에 대구아리랑 축제 참가한 것은 대가를 받지 않고 당일 안전 관리를 위해 재능 기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혹이 해소됨에 따라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은 A씨를 조만간 신임 관장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26일 (A씨의) 임명식이 진행되고 바로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며 "겸직과 관련 부분은 재단 측과 근로자 간의 계약 문제라 대외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감독할 수 있다. 봉산문화회관은 지적을 많이 받은 부분도 있어서 구청 차원에서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2025-11-25 15:51:15

  • 대구 중구,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 및 추진계획 용역 완료보고회 개최

    대구 중구,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 및 추진계획 용역 완료보고회 개최

    대구 중구(구청장 류규하)는 지역 지속가능 발전 기본전략 및 추진계획 수립 용역 완료보고회를 개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보고회는 지난 4월부터 진행된 전문가 워크숍, 주민설명회 등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의 중장기 발전 비전과 기본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구는 '지속가능 발전 기본법'에 따라 20년 단위의 기본 전략과 5개년 추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용역은 구정 전반에 적용될 지속가능 발전 정책 체계의 틀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보고회에서 제시된 최종안은 연말까지 내부 검토와 '중구 지속가능 발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후에는 분야별 세부사업을 구정 전반에 연계하고, 정책 실행과 성과 관리 정책평가 체계를 구축한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지속가능발전은 미래세대를 위한 핵심 가치이자 지역 경쟁력의 기반"이라며 "이번 기본 전략과 추진계획이 환경과 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중구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2025-11-25 13:46:57

  • 대구 중구, 폐업 업소 간판 철거로 안전사고 조기에 차단

    대구 중구, 폐업 업소 간판 철거로 안전사고 조기에 차단

    대구 중구(구청장 류규하)는 폐업 업소 간판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올해 35개 업소 간판 52개를 무상 철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정비는 폐업·이전 등으로 장기간 방치돼 낙하 위험이 크거나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간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중구청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누적 330여개의 폐업 간판을 철거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폐업 간판 정비는 주민 안전과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한 필수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지속 확대해 깨끗한 도심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5-11-25 13:46:48

  • 16년간 어머니 간병한 40대, 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하늘의 별 됐다

    16년간 어머니 간병한 40대, 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하늘의 별 됐다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를 16년간 간호했던 40대 여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9월 6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에서 이지원(45) 씨가 심장과 폐, 간, 신장(양측)을 기증하면서 5명의 목숨을 살렸다고 25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8월 12일 극심한 두통을 느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이 씨의 자녀들이 엄마가 다른 생명을 살리고 간 천사로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씨는 조용하고 낯을 가리는 편이었으나, 밝은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돕는 사람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디자인 회사에 다녔고, 결혼 후에 1남 1녀의 자녀를 키웠다. 2007년부터는 친정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16년 넘게 간호를 하기도 했다. 이 씨의 남편 서준혁 씨는 "사랑하는 나의 아내 지원아. 하늘에서 우리 걱정하지 말고 편히 잘 쉬고, 그동안 우리 가족을 위해 너무 고생했어. 너의 사랑 오래오래 기억할게. 정말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주신 기증자 이지원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에 감사드린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기증자와 유가족의 사랑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희망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11-25 11:11:09

  • '양로원의 변신', 대구시 한파 취약노인 보호 '겨울안심쉼터' 운영

    '양로원의 변신', 대구시 한파 취약노인 보호 '겨울안심쉼터' 운영

    대구시가 올 겨울 한파에 노출된 취약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양로원을 활용한 겨울 안심쉼터를 운영한다. 기존 한파 대응이 경로당·복지관 등 낮 시간 이용시설에 머물렀다면, 이번엔 생활시설을 보호공간으로 전환해 24시간 운영하는 첫 사례로 주목된다. 대구시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동절기 취약노인 보호·지원 대책'을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쉼터는 서구 영락양로원을 활용해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운영된다. 쉼터 대상자는 난방기 고장, 화재 위험, 주거 취약 등 긴급보호가 필요한 만 65세 이상 취약 독거노인이다. 보호 기간은 1회 최대 15일로 난방과 이불, 의류, 간편식 등이 지원된다. 식비 일부만 본임 부담이다. 쉼터에 입소하는 취약 독거노인에겐 개인위생·건강관리·심리상담 등 기초생활지원과 여가 및 안전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응급상황 발생 시 119 및 병원과 신속히 연계하고, 보호 종료 후에는 가정 복귀와 사후관리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쉼터 운영과 함께 한파 기간 취약노인 3만여명을 대상으로 안전 확인 체계도 강화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제공 인력 2천134명을 투입, 1인당 15명씩 배정해 전화로 안전 여부를 확인한다.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직접 현장 방문 방침을 세웠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도 마련했다. 1만5천여 가구에 설치된 활동감지기와 화재감지기, 응급버튼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 징후 발생 시 자동 119 신고 체계가 가동된다. 이외에도 취약노인 9천500명에게 이불과 내의 등 한파용품을 지원하고 경로당에도 한파 쉼터 난방비를 제공하기로 했다. 결식 우려가 있는 노인들에겐 도시락과 밑반찬을 배달하는 등 다각적인 보호 대책을 꾸렸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존 한파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과 복지관 등 시설은 이용시간이 제한적이었다면 양로원을 활용한 쉼터는 24시간 빈틈 없이 보호활동을 할 수있다"며 "이번 겨울 시범사업을 진행 후, 개선해 향후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25-11-24 16:53:04

  • 대구 중구 청라국민체육센터, '2025년 우수 공공 체육시설' 최우수상 수상

    대구 중구 청라국민체육센터, '2025년 우수 공공 체육시설' 최우수상 수상

    대구 중구(구청장 류규하)는 청라국민체육센터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한 '2025년 우수 공공 체육시설 선정 공모'에서 체육관형 부문 최우수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공공 체육시설 운영 활성화를 위해 전국 250여개 시설을 대상으로 경영관리와 운영 활성화, 시설관리 등 3개 부문을 평가했다. 총 11개 평가지표에 대해 정량·정성 평가를 진행하면서 15개의 우수시설을 선정했다. 지난 2021년 개관한 청라국민체육센터는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체육 복합시설을 갖췄다. 실내체육관과 헬스장, 탁구장 등이 조성됐고 태양광 패널도 설치해 친환경 운영에 힘쓰고 있다.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데에는 효율적인 경영관리와 체계적인 시설 운영,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 등이 높게 평가받았다. 고객서비스 향상과 주민 참여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도 우수사례로 꼽혔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전국 최고 수준의 공공 체육시설로 인정받아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최적의 시설 환경과 다양한 체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많은 주민들께서 편리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대표 생활체육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2025-11-24 15:01:10

  • [취재현장-임재환] 발달장애인 아버지의 절규

    [취재현장-임재환] 발달장애인 아버지의 절규

    "제가 취재에 응한 건 테이저건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 달간 발달장애 가정을 취재하면서 한 아버지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다. 하루에 열댓 번씩 돌발행동을 하는 딸을 진정시키려면 테이저건이라도 쏴야 한다는 짙은 호소였다. 내용이 극단적이라 기사엔 못 담았지만, 자녀를 눈으로 보고서야 그 말이 돌봄에 지친 아버지의 절규였음을 알 수 있었다. 최중증 발달장애로 태어난 딸은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난폭하게 변했다. 100㎏이 훌쩍 넘는 몸무게로 왜소한 아버지를 쉽게 제압하곤 했다. 충동적으로 집 밖으로 뛰쳐나가 실종되는 일은 허다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고개를 숙이는 건 오롯이 아버지의 몫이었다. 지적과 자폐 스펙트럼을 포괄하는 발달장애는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서 완치의 개념이 없다. 그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의 장애를 인지한 순간부터 돌봄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아동기에는 '괜찮아지겠지' 기대하며 치료실을 전전하지만,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매번 좌절한다. 칫솔질 같은 일상 과업을 익히는 데에도 수년이 걸리고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둔 가정은 아우성이 더욱 컸다. 46세 자폐 아들을 둔 70대 노모는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겨질 자식 생각에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자녀가 오래도록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가장 보편적 소망일 텐데, 발달장애 가정은 그와 정반대였다. 아들이 하루라도 먼저 눈을 감아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다는 그 비통함을 결코 잊지 못한다. 이 비극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대변한다. 하지만 정책과 제도는 발달장애 가정의 절박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발달장애인법은 복지 지원 및 서비스를 보호자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녀에게 눈을 뗄 수 없는 현실에서 신청주의에 기반한 지원책들은 서류로만 존재할 뿐, 가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설령 어렵사리 지원을 받아도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 지원 자격을 소득과 나이로 제한하면서 끊임없이 사각지대를 낳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바우처 금액은 자부담을 요구하면서 경제적 궁핍을 부추긴다. 지원 체계가 가동되지 않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발달장애인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25만5천150명이던 발달장애인은 지난해 28만672명으로 약 10%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장애인 수가 1만여 명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발달장애인의 증가세가 유독 두드러진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발달장애 관련 지표가 악화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반가운 신호였다. 최근에는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도 처음 가동됐다. 다만 정책이 선언에 머물지 않으려면 테이블 논의보다 현장에서의 탄탄한 사례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해법이 있다. 미국은 학교에서 장애아교육법에 의한 개별화 교육계획부터 졸업 이후 재활법에 의한 고용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발달장애인에게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정하면서 관련 서비스도 연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원을 찾으러 다니는 구조에서 지원이 먼저 찾아가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신청주의에서 발굴·연계주의로의 전환은 물론, 국가책임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듭나야 한다. 발달장애 가정은 오늘도 홀로 돌봄 전쟁을 치르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테이저건이 필요하다는 아버지의 한마디는 사회를 향한 마지막 구조 신호였을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국가가 이 신호에 응답해 주길 바란다.

    2025-11-23 14:27:39

  • 아들 생일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 당한 50대,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아들 생일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 당한 50대,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아들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던 50대 남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4명의 목숨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14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노승춘(55) 씨가 심장과 폐, 간, 신장을 기증하면서 4명을 살리고 영면에 들었다고 19일 밝혔다. 노 씨는 같은 달 10일 교통사고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사고 다음 날 아들의 생일이었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가족들은 평소 노 씨가 장기를 기증하고 떠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고,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또한, 노 씨의 손자는 선천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태어났는데, 그 때문에 기증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노 씨는 밝고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했고, 가족들을 먼저 챙기는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노 씨의 아내 윤정임 씨는 "힘들어도 내색 하나 없이 가족 생각만 하던 당신 정말 고맙고, 너무나 많이 사랑해요. 당신이 지키고 싶어 했던 우리 가족은 이제 내가 지켜줄 테니 맘 편히 잘 지내요"라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사랑을 나눠준 기증자 노승춘 님과 기증자 유가족의 숭고한 생명나눔에 감사드린다. 그 사랑과 행복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혀 다시 기증자 유가족에게도 희망으로 전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11-19 14:43:41

  •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이정수 서울대 교수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이정수 서울대 교수 "가상자산,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우리 모두 생각해봐야"

    "가상자산은 지원의 대상일까요? 규제의 대상일까요?" 가상자산이 단순한 투기 시장이 아니라, 규제와 제도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금융 질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7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가상자산의 역사와 변화하는 규제 환경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가상자산의 역사를 관통하는 시점을 세 개의 해로 구분했다. 첫 번째로는 비트코인 창시자로 불리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블록체인에 기반한 전자거래 시스템을 세상에 선보인 2008년을 꼽았다. 이 교수는 "2008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해였는데, 사토시는 당시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 속에서 기존 질서에 기대지 않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제시했다"며 "중앙화된 화페 질서에 대한 문제의식이 비트코인을 탄생시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전환점은 부동산과 주식 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청년층을 중심으로 코인 열풍이 번졌던 2017년이다. 기성세대는 '가치 없는 자산에 청년들이 휩쓸린다'고 우려했지만, 청년층에게는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새로운 통로로 받아들여졌다. 세 번째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2021년이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당시 미국이 돈을 풀면서 해결했는데, 화폐 가치가 떨어졌고 투자자산 중 하나인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비대면 환경 확산도 가상자산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2023년 이후부터는 국내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됐다. 권도형의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자산에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또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논란은 같은 해 5월 공직자 가상자산 신고 의무화로 이어졌다. 이듬해에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거래소가 투자자의 자산을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해킹·시세조작 등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관련법을 제정하면서, EU의 암호자산시장법(MICA)을 참고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기존 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며 "미국은 가상자산 상당수를 증권으로 간주하고 감독기구가 이원화돼 우리와 상황이 달랐다. 반면 EU는 우리와 유사한 자본시장 법제를 갖추고 있어 가장 현실적인 참고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를 미국으로 꼽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인정하면서 한국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을 지원해야 하는지,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있다. 가상자산이 정말 금융의 역할, 즉 '자원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11-18 13:07:10

  • "진실화해위 3기 조속히 발족하라… 진상 규명 더 미룰 수 없다"

    국가로부터 직·간접적인 폭력과 인권침해를 겪은 피해자들이 진상 규명을 위한 '3기 진실화해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속한 출범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 상당수가 고령에 접어든 상황에서 증언이 더 늦기 전에 기록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후보 시절 3기 진실화해위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는 오는 18일 진실화해위원회·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3기 진실화해위 조기 발족을 위한 집회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2021년부터 조사를 실시한 2기 진실화해위는 올해 5월 활동이 만료됐다. 피해자 단체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삼청교육대 등 국가의 관리 아래 있던 시설에서 인권침해를 겪고도 진실화해위 접수 기간을 넘겨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는 500명 이상이다. 단체는 피해자 상당수가 이미 사망했거나 고령에 접어든 만큼, 진실을 뒷받침할 증언이 사라지기 전에 3기 진실화해위가 서둘러 출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가 나서서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많은 피해자들이 심리적 고통을 겪으면서 스스로 서류를 구비하거나 조사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946년 대구에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던 '10월 항쟁도' 유족도 후속 기구 출범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경북 현대사의 최대 비극으로 불리는 10월 항쟁은 당시 30명이 사형을 선고받았고, 한국전쟁 전후까지 수천명이 적법절차 없이 희생당했다. 유족회에 따르면 2기 진실화해위 동안 유족 100여명 중 80명이 '진실 규명' 결정을 받은 상태다. 1949년 청도에서 총살당한 김영호(1925년생) 씨의 아들 김정섭(78) 씨는 "아직 진실 규명 결정을 받지 못한 이들이 많다. 억울한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남지 않도록 3기 진실화해위가 조속히 출범해서 진상 규명을 신청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11-17 15:40:47

  • "중증화 막으려면 골든타임 지켜야…발달장애 조기 진단·평생돌봄의 과제"

    발달장애 가정에서 반복되는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사건은 부모의 돌봄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복지서비스 강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정부는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예산을 확대했고 최중증을 대상으로 1대1 지원 사업도 마련했다. 최근에는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을 위해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도 처음 가동됐다. 그럼에도 발달장애인 가정들이 지원제도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조기 개입으로 발달장애 출현율을 낮추는 방안부터, 복지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치료 골든타임 위한 조기 진단 체계 구축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에 따르면 발달장애는 조기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언어와 사회성 발달이 현저히 뒤처진다. 치료의 '골든타임'이 존재하나, 현실은 발달지연을 인지한 부모가 의사를 만나 진단받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의 평균 대기기간은 최장 532일에 달한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의료계에서는 발달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의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 진단까지 소요 시간이 짧아지면 조기 치료가 가능해지고, 그만큼 장애의 중증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양동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 이사장은 "자폐성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소아정신과 의사는 전국에 400명 남짓이다. 이 가운데 8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며 "반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경우 2천600여명에 달하지만 진단이 불가능해 치료만 맡고 있다. 진단 가능한 의사가 많아지면 오래 기다리는 발달장애 가정을 줄이고,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 또 중증으로 악화하는 사례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유아 건강검진 법제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국민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입소 시에만 서류 제출이 의무화되어 있다. 의료계에선 언어 발달 초기이면서 사회적 상호작용 발달을 확인할 수 있는 생후 '18개월'과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36개월' 등 2번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경우 모자보건법에 따라 생후 6개월과 3세 시점에 건강검진을 의무화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영유아 건강검진은 발달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소아 20만명 중 6~8% 정도는 건강검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제화를 통해 위험 요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의 예약부터 진료 등 각종 도움을 연계할 지역의 거점병원이 조속히 지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3년 관련법 개정으로 각 시도에 1개 이상의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을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간 여러 차례 거점병원 신청 공모가 있었으나, 대구는 지난 9월 마감된 공모까지 단 한 곳의 의료기관도 신청하지 않았다. 손순희 대구시장애인부모회장은 "대구는 발달장애인 수가 많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대학병원들과 거점병원 관련해서 논의해봤지만 소극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자체와 대구 시민이 함께 관심을 갖고 병원들과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상생을 위해선 지원책 손봐야 발달장애인 가정을 위한 각종 복지 제도들이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소득으로 지원을 제한하는 현행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활동지원사가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장애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차상위 계층 초과 시 매달 최대 약 10만원의 자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성인을 위한 주간이용시설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하면 월 20만원을 내야 한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서비스 소득 기준 등으로 제한하는 건 행정편의주의적이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보면 많은 시간을 쓸수록 자부담이 늘어나는데, 이 자체가 부담스러워서 서비스 이용을 못하는 가정도 있다"며 "서비스 지원 자격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발달장애 가정이 처한 사회적 환경' 등 정교한 기준을 적용해야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령기를 벗어난 성인에게 지원책이 확대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언어·청능치료 등을 지원하는 발달재활서비스는 만 18세 아동까지만 지원하고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보낼 수 있는 주간활동센터와 주간이용시설의 경우 대기 인원이 많고, 일부 시설은 면접 이후 입소를 거부하고 있다. 황수경 소아신경과 전문의는 "아동기에는 치료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으나, 성인이 되면 많은 지원제도가 끊기고 있다. 성인의 경우에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특수치료의 경우 비용이 비싸고 그 책임을 가족이 부담하고 있다"며 "성인기에 맞는 돌봄과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가족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돌봄자 부재 시 이용할 수 있는 긴급돌봄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만 한다. 예컨대 보호자가 치료·입원을 하게 되면 진료확인서 등이 필요한데 이는 긴급성을 본질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발달장애 가정은 긴급·응급 상황에 서류를 뗄 시간도 없다. 그런 여유가 있다면 긴급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라며 "현행 긴급돌봄서비스는 제도의 취지랑 맞지 않다. 긴급복지지원법처럼 우선 지원해 주고, 대상이 안 됐다면 이후에 취소되는 것처럼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촘촘한 국가책임제로 거듭나야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4월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공언했다. 그 일환으로 최근 보건복지부는 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해 촘촘한 돌봄 체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진정한 국가책임제로 거듭나기 위해선 사례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발달장애인마다 생애주기별 욕구에 맞춘 지원계획 수립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발달장애인센터에서 개인별 지원계획이 수립 중이지만 지원 물량은 현저히 적은 상황이다. 나운환 대구대 재활상담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치료부터 고용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 개인별 지원계획은 사회복지사 손에서 이뤄지고 있다. 부모들이 지원책을 체감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미국처럼 학교에서 장애아교육법에 의한 개별화 교육계획부터 졸업 이후 재활법에 의한 개별화 고용계획까지 세우는 탄탄한 사례관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명시된 복지서비스의 신청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부모 393명 가운데 50%(1·2 순위 합산)가 복지서비스 이용 시 '어떠한 서비스가 있는지 몰라서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공공요금 감면이나 세제 혜택 등 간접지원을 받는 데 그치는 실정이다. 특히 자녀의 발달장애 발견 이후 복합적인 문제를 경험하는 부모들에게 일원화된 '원스톱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지아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부연구위원은 "발달장애인 부모 상당수가 정보망 안에 포함되지 않으면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의 부모는 여러 기관을 거치는 과정에서 스스로 지원을 포기한다"며 "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첫 장애 진단 시점부터,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정보와 안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령 장애등록 시 주민센터에서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찾아가는 상담서비스'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도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교육부터 고용, 복지 등 서비스가 제각각이라 한 번에 지원받기 어렵지만 현실은 부모가 모든 걸 감당하고 있다"며 "부모가 찾아오면 필요한 서비스를 한눈에 안내해 줄 수 있는 원스톱 지원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발달장애인 돌봄의 국가책임제를 국정과제에 포함한 것은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추진하겠다는 약속이다"며 "활동지원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의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작업도 계속해 나갈 것이고, 개인별 지원계획과 관련해선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사례를 관리하면서 지원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최중증을 담당하는 활동지원사에게는 가산급여를 제공하고 있고, 더 잘 연계할 수 있도록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2025-11-16 15:16:01

  • 발달장애인법 시행 10년… 분절된 서비스·신청주의로 사각지대 낳는다

    발달장애인법 시행 10년… 분절된 서비스·신청주의로 사각지대 낳는다

    발달장애인 수가 꾸준히 늘면서 우리 사회는 복지 울타리 구축에 나섰다. 2015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 시행이 그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제도 마련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 가정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발달지연 치료를 위해선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장애 진단이 가능한 의사를 만나는 데에만 수년이 소요되고 있다. 각종 복지서비스 바우처에 책정된 지원금은 수요와 동떨어져 있다. 신청주의에 기반한 지원책은 사각지대를 끊임없이 낳고 있다. ◆ 발달장애 수요 대비 부족한 인프라 의료계에서는 발달장애의 조기 개입 최적기를 유아기로 본다. 이 시기를 놓치면 언어 구사 능력이나 사회성 발달이 현저히 떨어진다. 장기적으로는 치료비·돌봄비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발달장애 진단에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태진(9·가명) 군 역시 장애 진단을 받기까지 3년이 훌쩍 넘게 걸렸다. 어머니 박희원(44·가명) 씨는 "아들한테 발달지연이 있는 것 같아 대학병원에 문의하니 3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초진을 받지 않는 병원도 있었다"며 "어렵게나마 의사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기다린 시간에 비해 진료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고 털어놨다. 발달장애 중 자폐성 장애 진단을 위해선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진단을 담당할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에 따르면 전국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4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실제 대구 한 대학병원에 자폐성 장애 초진을 문의한 결과 대기기간이 무려 4년에 달했다. 전문의 수는 정체된 반면 진단을 기다리는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만 18세 미만 발달지연 아동은 2019년 6만8천748명에서 지난해 14만4천169명으로 5년 사이 두 배 이상 폭증했다. 환자 수가 매년 늘어나는 만큼, 지역별로 거점 역할을 할 의료기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8월 발달장애인법 개정을 통해 각 시·도마다 1곳 이상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을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거점병원은 환자에게 전문 코디네이터를 배정하고 예약부터 진료 등 도움을 연계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13곳의 거점병원이 운영 중이지만, 대구는 여전히 지정에서 제외되어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사회성 훈련과 여가 활동을 지원하는 주간활동센터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성인 발달장애인은 월 132~176시간의 바우처로 해당 센터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 시간 동안 부모는 잠시나마 돌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지역에 42개소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대기 인원이 적지 않다. 지역 한 주간활동센터장은 "이용을 희망하는 부모들이 많아도 사회복지사 한 명당 발달장애인 1~2명을 전담하다 보니 인력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며 "지금도 대기자가 3명인데 모두 받아드리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구에는 1만여명의 성인 발달장애인이 있지만 이들을 위한 평생교육센터는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대 내에 있는 평생교육센터는 30명 정원에 3년만 다닐 수 있고,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북구 소재 센터 등도 비슷한 수준이다. 북구 평생교육센터 관계자는 "구청으로부터 예산을 받기 때문에 구민들만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매년 센터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 현실과 거리가 먼 지원책 우리나라는 발달장애 아동이 성장 초기에 필요한 치료를 놓치지 않도록 '발달재활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언어·청능치료 등 조기 개입으로 발달지연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바우처로 주어지는 지원금이 실제 치료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발달재활서비스는 2009년 도입 당시 월 14만~22만원 수준에서 16년이 흐른 현재 17만~25만원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에만 지원하고 있다. 희원 씨는 "20만원 정도의 바우처를 받고 있는데 40~50분 수업 한 번에 많게는 8만원이 들어간다. 바우처 금액에만 의존하면 한 달에 2~3번밖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원 금액이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서 자부담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고 말했다. 보호자가 직장을 가거나 휴식할 수 있도록, 낮 돌봄을 맡아주는 주간이용시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면 한 달에 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자녀 돌봄으로 심신이 지친 부모를 위한 심리상담은 상담사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상담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사례도 있다.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 신예나(39·가명) 씨는 "정신과 진료를 받다가 상담서비스가 있다길래 넘어왔는데, 상담사분들의 역량이 의사와 비교할 수 없었다"며 "개인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으려 갔지만 '잘못됐다'며 훈수를 뒀고, 따지는 모습에 상처를 받아 다시는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신청주의에 가로막힌 복지의 벽 각종 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가 신청주의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발달장애인법은 관련 복지 지원 및 서비스를 스스로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의 보호자가 신청하지 못할 경우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대신 연계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의 '2023년 대구시 성인 발달장애인 가족의 복지실태 및 지원방안'에 따르면 복지서비스 정보 습득 경로 중 '행정기관'을 통한 경우는 8.9%에 그쳤다. 대부분은 다른 장애인 부모나 단체를 통해 '입소문'으로 정보를 접하고 있었다. 대구 한 주간활동센터장은 "현재 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는 아는 사람들만 바우처로 이용하고 있는 구조"라며 "뒤늦게 센터를 찾아온 부모들에게 여러 서비스들을 안내해 드리면 '이런 게 있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각종 복지서비스가 분절되어 있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가령 발달장애인 부모 상담 신청은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능하고, 부모 교육지원은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찾아야 한다. 지난 2016년부터 시행된 발달장애인 '개인별 지원계획'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발달장애인 가정이 발달장애지원센터에 신청하면 기관이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적은 저조하다. 이재숙(동구4) 대구시의원에 따르면 대구에서 개인별 지원계획이 수립된 누적 건수는 835건이다. 지난 7월 기준 대구시 발달장애인이 1만3천571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6.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1977년 제정된 '랜터만법'을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정하면서 관련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3년에 한 번씩 진단·치료·상담계획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나운환 대구대 재활상담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부처별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서비스를 받는 게 쉽지 않다"며 "반면 미국과 영국, 독일 등 국가의 경우에는 부처가 다르더라도 일선 서비스 창구를 통합시켰는데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2025-11-13 16:25:46

  • 마라톤 도중 교통사고로 숨진 60대, 장기기증으로 5명에 '생명나눔'

    마라톤 도중 교통사고로 숨진 60대, 장기기증으로 5명에 '생명나눔'

    마라톤 연습 도중 교통사고를 당한 60대 남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5명의 목숨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9월 19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김남연(62) 씨가 폐와 간, 신장(양측), 안구를 기증하면서 5명의 목숨을 살렸다고 13일 밝혔다. 같은 달 14일 김 씨는 새벽에 마라톤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돼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가 이어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 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흙으로 돌아가는데 생명나눔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2009년에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고, 가족들은 김 씨의 바람대로 기증을 결심했다. 경북 성주군에서 3남 3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김 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일찍 일을 시작해 도로 정비 시공부터, 공사 현장 일용직 등 일을 했다. 최근에는 산불 지킴이(공공근로)와 건설 현장 근무자로 근무했다. 김 씨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성실하고 주변을 두루 잘 챙기는 성격을 지녔다. 수화 자격증을 취득해 주변 청각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가 하면, 동물을 사랑하며 반려견 3마리와 함께 생활했다. 김 씨는 매일 새벽 4시쯤 집에서 나와 17㎞를 2시간 동안 달리며 마라톤 연습을 했다. 60살이 넘은 나이에도 마라톤 전 구간을 3시간 45분 안에 들어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연습했다. 김 씨의 형 김홍연 씨는 "남연아,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멋진 생각을 한 것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생명나눔을 하고 떠난 너를 보니 자랑스럽구나.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몸으로 가서 숨을 쉬고 빛을 보게 하니, 너의 뒷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모든 걸 주고 갔지만 모든 걸 가진 내 동생아. 고맙고, 하늘에서 편히 쉬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남연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11-13 13:01:54

  • 영화 마녀·소방관 참여 김창민 감독…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영화 마녀·소방관 참여 김창민 감독…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영화 '구의역 3번 출구' 등을 연출한 김창민 감독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를 기증하면서 4명의 소중한 목숨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일 강동성심병원에서 김창민(40) 감독이 심장 간, 신장(양측)을 기증한 뒤 영면에 들었다고 11일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투병을 이어오다 이달 7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김 씨가 깨어나길 희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 상태가 안 좋아졌고, 마지막 가는 길에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김 감독은 2016년 '그 누구의 딸', 2019년 '구의역 3번 출구'를 연출했다. 또한 '대장 김창수'(2017), 마녀·마약왕(2018), '소방관'(2024)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화팀으로 참여했다. 서울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씨는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었다. 어릴 적부터 음악과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는 영화 제작 일을 시작하면서 작화팀, 각본, 연출 등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아들아, 영화로 너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했고, 이제야 너의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게 됐는데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떠나는구나. 너의 이름으로 영화제를 만들어 하늘에서라도 볼 수 있게 할 테니, 하늘에서는 편하게 잘 지내렴. 사랑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창민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 생명나눔 실천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11-11 15:21:05

  • "저도 장애가 있는 것 같아요" 문제아 낙인에 무너지는 부모들

    발달장애 자녀를 평생 돌봐야 한다는 숙명을 맞닥뜨린 부모들은 신체적·정신적 소진을 경험하고 있다.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부모 393명 가운데 36.1%가 우울감을 겪고 있다. 자녀의 등교부터 치료, 식사까지 모든 일과를 부담하는 부모들은 정작 자신들의 삶은 지워져 가고 있다고 말한다. 휴식 등 여가 생활은 사치가 됐고 잠시의 쉼도 허락되지 않는 일상 속에 몸과 마음은 무너진 지 오래다. ◆ 죄인 취급 받으면서 등원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는 이태진(9·가명) 군의 어머니 박희원(44·가명) 씨는 평생 처음으로 화병을 얻었다. 발달장애아를 키운다는 이유로 마주한 차가운 시선과 무심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다. 특수 어린이집이 많지 않은 경남에서 거주했던 희원 씨는 일반 원생들이 있는 곳에 아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태진 군이 낮잠을 자지 않는다며 '문제아'로 낙인을 찍기 시작했다. "일반 아이들 사이에서도 낮잠을 안 자는 원생들이 있잖아요. 교육기관이라면 그런 아이들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폐라는 이유로 저희는 항상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태진 군이 5살이 되면서 들어간 유치원에선 더욱 상처가 컸다. 단체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지적을 받았고 상담에서도 항상 '아이가 문제'라는 말뿐이었다. 결국 희원 씨는 2년간 아들의 유치원을 네 번이나 옮겼다. 이 과정에서 한 유치원에선 입학이 어렵다고 통보를 하기도 했다. "다시 전화가 와서 입학이 가능하다고 태진이를 받아주긴 했지만 그때 느꼈어요. 발달장애 아이는 언제든 거부될 수 있다는 점을요."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태진 군은 초대받지 못한 원생이었다. 단체로 움직이는 체험활동도 쉽지 않았다. 견학을 하루 앞두고 유치원에서 '태진이가 같이 가는 건 조금 위험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던 것. 급기야 사고가 발생 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강요했다. 학교에서 10년 가까이 교사로 교단에 섰던 희원 씨로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경우라도 학부모에게 서명을 요구하는 교육기관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선생님들이 이끌어주면 잘 따르는 아이라고 정중히 말씀했습니다. 견학은 갈 수 있었지만, 안전문제 발생 시 부모에게 서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당황스럽고 서글펐어요." 서러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견학을 마친 아들을 데리러 간 희원 씨에게 한 교사가 '발달장애 검사를 시켜봤냐'며 쏘아대기 시작했던 것. 태진 군이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교사는 아동학대와 같은 말을 이어 나갔다.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숨이 막히면서 너무 모욕적이었어요. 태진이는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그 말을 계속 듣고 있어야 했을까요…" 며칠 뒤에는 급식실에서 태진 군이 노래를 부른다며 직접 와서 눈으로 확인하라는 연락이 왔다. 희원 씨는 하는 수 없이 찾아갔으나 아들은 영어 알파벳 노래를 흥얼거릴 뿐이었다. 소란을 피우지도, 다른 원생들의 식사를 방해하지도 않았지만 교사는 지도가 어렵다며 답답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한 희원 씨는 이제는 잘못이 없어도 먼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속이 많이 상했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였어요. 부모는 죄인이 된 것만 같습니다. 태진을 비롯한 아이들이 정상 아이들과 섞여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오면 좋겠어요." ◆ 돌봄으로 정신과 약물 복용 "제가 여자인지도 남자인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어요." 신예나(39·가명) 씨의 하루는 자폐성 장애를 앓는 첫째 딸 김지원(6·가명) 양의 일상에 맞춰 돌아간다. 지원 양은 매일 새벽 5시쯤 잠에서 깬다. 남편과 둘째가 아직 잠든 시간이라, 딸에게 '조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예나 씨의 하루 첫 일과다. 주말에는 가족의 숙면을 위해 딸을 차에 태우고 목적지 없는 운전을 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와도 휴식은 꿈도 꾸지 못한다. 지원 양의 경우 혼자 노는 시간이 전혀 없다. 사소한 놀이라도 함께 하자고 요구하기 때문에 예나 씨는 책 한 장을 펼칠 틈이 없다. 딸이 자폐성 장애를 진단받은 이후로 외식과 같은 나들이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식당을 가면 지원이가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종아리에 알이 생길 정도로 돌아다니다 보니 민폐일 것 같아서 밥은 항상 집에서만 먹일 수밖에요." 예나 씨는 한때 방송작가로 일하며 나름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다. 그러나 딸의 치료를 위해서 일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저희가 경기도에 살았는데 지원이 치료센터가 있는 서울을 오가야 했어요. 왕복 3시간 넘게 걸리니까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도 어렵고, 온전히 딸한테만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돌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개인 시간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혼자 여행을 갈 수 있을까', '남편과 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불가능하다는 생각뿐이다. 올해는 지원 양의 특수학교 입학을 위해 경기도 생활을 정리하고 연고도 없는 대구로 내려와야만 했다. 수도권에서는 발달장애 특수학교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보내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학교에 보내도 마음이 자유롭지 않아요. 아이가 있는 교실에 제가 있는 것 같은 마음이에요. 혹시 '지원이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하면서 온종일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매일 받아보는 알림장을 확인하는 일도 긴장의 연속이다. '오늘은 지원이가 많이 울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거듭된 불안은 결국 병이 됐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작은 일에도 심장이 뛰었다.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정상 발달인 둘째의 학부모 모임에서도 마음이 움츠러든다. 대부분 대화 주제가 자녀 이야기이다 보니, '장애아의 엄마'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면서 의기소침해졌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하자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지원이와 제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고 저도 장애인이 된 것 기분이에요." 예나 씨의 가장 큰 두려움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다. 지원 양이 학령기를 벗어나 성인이 됐을 때,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앞으로 지원이는 저하고 계속 지지고 볶으면서 살겠죠. 제 바람은 단 하나예요. 딸이 스스로 라면 한 그릇을 끓여 먹고, 쓸 돈을 직접 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제 꿈입니다."

    2025-11-11 15:19:02

  • 물에 뜨기까지 6년, 병원은 늘 긴장의 연속…발달장애 가족이 살아내는 하루

    물에 뜨기까지 6년, 병원은 늘 긴장의 연속…발달장애 가족이 살아내는 하루

    자녀에게 발달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순조롭게 받아들인 부모는 없다. '오늘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다짐하며 치료실을 전전하지만,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매번 좌절한다. 부모들은 칫솔질 같은 일상 과업을 가르치는 데에만 수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언제 발현될지 모르는 자녀의 돌발행동으로 하루에 수십번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깥 세상보다 집 안을 택하면서 독박 돌봄과 고립이 뒤섞인 채 살아간다.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주돌봄자 개인 시간은 주중 하루 평균 3.5시간에 그쳤고 주말에는 2.9시간으로 줄어든다. 평생 돌봄이란 굴레 속에서 한발 짝도 벗어나기 힘든 것이 발달장애가정의 현실이다. ◆ 수영장 물에 익숙해지는 데 6년 자유형 50m에 1분 38초, 100m에 3분 32초. 자폐성 장애 수영선수 김시혁(16) 군의 레이스 기록이다. 어머니 권은정(47) 씨는 아들의 발달지연 개선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일찌감치 수영을 배우게 했다. "시혁이는 자폐예요. 운동하면 혈액 순환으로 뇌혈관에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또 피부에 물이 닿으면 인지 능력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수영을 택했죠." 처음엔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시혁 군은 6살 무렵부터 수중재활을 시도했지만 울음을 멈추지 않자 수업에서 거부당했다. 그때부터 은정 씨는 '물에만 익숙해지면 좋겠다'는 한 가지 바람으로 동네 목욕탕을 전전했다. 손님이 끊긴 마감 시간대에 "단 30분만이라도 아이와 들어가게 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한 달간 목욕탕에서 물과 익숙해진 이후 다시 수영장을 찾았으나 시혁 군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수영장 특성상 작은 소리가 크게 울렸고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 그렇게 7개월 동안 시혁 군은 은정 씨 목을 안고 물에 떠 있기만 했다. 수영복 등 물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 하나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아들을 위해 은정 씨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수영안경 색깔이 검정, 분홍, 파랑 등 다양한데 혹시 세상이 다르게 보여서 힘들어하는 건가 싶어 투명한 것으로 바꿨어요. 수모는 천이나 실리콘을 거부해서 반 코팅 우레탄 제품을 찾아줬고 수영복도 길이를 바꿔가며 맞췄습니다. 수영에 익숙해지는 데 6년이 걸렸어요." 시혁 군이 특수학교에 다닌 지도 어느덧 7년. 은정 씨의 마음은 늘 불안하다. 매일 교실에 들어간 모습을 눈으로 보고 오지만, 뒤돌아서면 '오늘 하루도 무사하기만'이라는 바람이 절로 생긴다. 은정 씨는 아들과 집 밖을 나서면 허리를 굽힐 일이 많다. 하루는 시혁 군이 엘리베이터에서 크게 뛰면서 작동이 멈춘 날이었다. 온몸에서 땀이 난 은정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시혁이는 크게 흥분하면 소리를 질러요. 어릴 때는 사람들이 '아이니까'라며 이해해 주었는데 이제는 덩치가 커져서 돌발행동을 보일 때마다 빨리 숨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어요. 마트를 가거나 줄을 서서 기다릴 때면 눈치가 많이 보여서 여전히 힘듭니다." 캠핑을 즐기는 가족이지만 온전히 그 시간을 누려본 적이 없다. 잠시 고개를 돌리면 시혁 군이 다른 텐트로 가서 고기를 집어 먹는 경우가 잦아서다. 동대구역 등 기차를 탈 때도 과자를 먹고 부스러기를 흘리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은정 씨는 아들이 지나간 장소에선 환경미화원처럼 청소하고 있다. 영화관은 집 밖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면에 집중하기 때문에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어서다. 그럼에도 아들의 돌발행동을 대비해, 언제든 빠르게 나갈 수 있도록 출입문 앞에 좌석을 잡는다. 발달장애 자녀 부모들은 아이가 자라는 게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두렵다고 말한다. 나이에 맞는 새로운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은정 씨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의 인중에 수염이 나자 그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자폐성 장애는 자기주도적이지 않아요. 면도하는 법을 알려줘도 왜 하는지 모릅니다. 시혁이에게 가르쳐야 할 게 많은데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제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 치과 치료도 성인 4명이 붙어야 김종길(48) 씨는 아들 민재(15) 군이 세 살 무렵, 어린이집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며 자폐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대구 북구 칠곡에 살던 종길 씨는 동네에 있는 모든 치료실 센터를 갔지만 돌아온 대답은 모두 '자폐로 보인다'는 소견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 자폐를 염두에 둔 부모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자폐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어요. 발달이 늦더라도 치료를 받으면 일반 아이들처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매달 50만원가량 치료비를 냈었죠." 아들이 자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종길 씨 부부는 4년이 지난 뒤에서야 장애인으로 등록하게 됐다. 매달 수십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였다. 학교 입학 전에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상동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벽지를 뜯어 입에 넣었다가 뱉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특정 행동이 잠잠해지면 곧바로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어느 날부터는 엄마 화장대 위를 화장실처럼 여기며 대변을 보기 시작했다. 돌발행동을 하는 탓에 병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비염이 심한 민재 군은 이비인후과를 자주 가야 했지만, 중학생이 된 뒤로는 몸집이 커지면서 집에서 버티는 날이 더 많아졌다. "민재가 어릴 때는 제 무릎에 앉혀서 힘으로 제어하며 진료를 봤어요. 지금은 155㎝에 60㎏만큼 자라서 통제가 안 돼요. 진료를 보는 와중에 의사 선생님 다리를 세게 걷어차기도 합니다. 콧물이 보여도 참다가 중이염이 되면 그제야 병원으로 갑니다." 치과 진료를 위해서는 성인 남자 4명이 민재 군을 침대에 눕혀 묶어야만 했다. 주사 바늘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마취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며칠 전에는 뇌전증으로 대학병원을 갔는데 MRI나 피를 뽑아야 했어요. 이렇게 병원을 가야 할 때면 '검사라도 잘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2~3일 전부터 엄청 긴장돼요." 어머니 이주희(40) 씨는 오후 2시쯤 하교하는 민재의 돌봄을 전담하다시피 한다. 한때는 바깥 세상을 보여주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자 했다. 그러나 민재 군이 홀로 돌아다니는 아찔한 모습을 본 뒤로는 집 밖을 나서는 빈도가 크게 줄었다. "대로변에 있는 편의점에 있었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나갔어요. 차들이 쌩쌩 오가는 도로 중간에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무서웠습니다. 혼자 숨어버리기도 하는데 잊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외부활동은 최소화합니다." 이 때문에 종길 씨 부부는 불가피하게 외출할 경우 민재 군에게 조끼를 입히고 있다. 조끼에는 발달장애인이라는 설명과 부모 연락처가 쓰여 있다. 종길 씨 부부는 첫째 민재 군에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둘째 아들에게 한없이 미안함이 크다. 가족끼리 외출하더라도 둘째가 원하는 곳보다 모든 일정이 민재 군에게 맞춘다. "둘째가 캠핑장처럼 체험 활동하는 곳에 가보고 싶어해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민재를 데려가는 게 어려워요. 똑같이 소중한 아들들인데 아픈 첫째를 많이 돌봐야 하다 보니 둘째 욕구를 못 들어줘서 항상 미안합니다."

    2025-11-10 15: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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