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환 기자 rehwa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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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인법 시행 10년… 분절된 서비스·신청주의로 사각지대 낳는다

    발달장애인법 시행 10년… 분절된 서비스·신청주의로 사각지대 낳는다

    발달장애인 수가 꾸준히 늘면서 우리 사회는 복지 울타리 구축에 나섰다. 2015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 시행이 그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제도 마련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 가정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발달지연 치료를 위해선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장애 진단이 가능한 의사를 만나는 데에만 수년이 소요되고 있다. 각종 복지서비스 바우처에 책정된 지원금은 수요와 동떨어져 있다. 신청주의에 기반한 지원책은 사각지대를 끊임없이 낳고 있다. ◆ 발달장애 수요 대비 부족한 인프라 의료계에서는 발달장애의 조기 개입 최적기를 유아기로 본다. 이 시기를 놓치면 언어 구사 능력이나 사회성 발달이 현저히 떨어진다. 장기적으로는 치료비·돌봄비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발달장애 진단에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태진(9·가명) 군 역시 장애 진단을 받기까지 3년이 훌쩍 넘게 걸렸다. 어머니 박희원(44·가명) 씨는 "아들한테 발달지연이 있는 것 같아 대학병원에 문의하니 3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초진을 받지 않는 병원도 있었다"며 "어렵게나마 의사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기다린 시간에 비해 진료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고 털어놨다. 발달장애 중 자폐성 장애 진단을 위해선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진단을 담당할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에 따르면 전국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4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실제 대구 한 대학병원에 자폐성 장애 초진을 문의한 결과 대기기간이 무려 4년에 달했다. 전문의 수는 정체된 반면 진단을 기다리는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만 18세 미만 발달지연 아동은 2019년 6만8천748명에서 지난해 14만4천169명으로 5년 사이 두 배 이상 폭증했다. 환자 수가 매년 늘어나는 만큼, 지역별로 거점 역할을 할 의료기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8월 발달장애인법 개정을 통해 각 시·도마다 1곳 이상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을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거점병원은 환자에게 전문 코디네이터를 배정하고 예약부터 진료 등 도움을 연계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13곳의 거점병원이 운영 중이지만, 대구는 여전히 지정에서 제외되어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사회성 훈련과 여가 활동을 지원하는 주간활동센터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성인 발달장애인은 월 132~176시간의 바우처로 해당 센터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 시간 동안 부모는 잠시나마 돌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지역에 42개소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대기 인원이 적지 않다. 지역 한 주간활동센터장은 "이용을 희망하는 부모들이 많아도 사회복지사 한 명당 발달장애인 1~2명을 전담하다 보니 인력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며 "지금도 대기자가 3명인데 모두 받아드리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구에는 1만여명의 성인 발달장애인이 있지만 이들을 위한 평생교육센터는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대 내에 있는 평생교육센터는 30명 정원에 3년만 다닐 수 있고,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북구 소재 센터 등도 비슷한 수준이다. 북구 평생교육센터 관계자는 "구청으로부터 예산을 받기 때문에 구민들만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매년 센터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 현실과 거리가 먼 지원책 우리나라는 발달장애 아동이 성장 초기에 필요한 치료를 놓치지 않도록 '발달재활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언어·청능치료 등 조기 개입으로 발달지연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바우처로 주어지는 지원금이 실제 치료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발달재활서비스는 2009년 도입 당시 월 14만~22만원 수준에서 16년이 흐른 현재 17만~25만원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에만 지원하고 있다. 희원 씨는 "20만원 정도의 바우처를 받고 있는데 40~50분 수업 한 번에 많게는 8만원이 들어간다. 바우처 금액에만 의존하면 한 달에 2~3번밖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원 금액이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서 자부담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고 말했다. 보호자가 직장을 가거나 휴식할 수 있도록, 낮 돌봄을 맡아주는 주간이용시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면 한 달에 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자녀 돌봄으로 심신이 지친 부모를 위한 심리상담은 상담사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상담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사례도 있다.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 신예나(39·가명) 씨는 "정신과 진료를 받다가 상담서비스가 있다길래 넘어왔는데, 상담사분들의 역량이 의사와 비교할 수 없었다"며 "개인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으려 갔지만 '잘못됐다'며 훈수를 뒀고, 따지는 모습에 상처를 받아 다시는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신청주의에 가로막힌 복지의 벽 각종 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가 신청주의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발달장애인법은 관련 복지 지원 및 서비스를 스스로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의 보호자가 신청하지 못할 경우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대신 연계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의 '2023년 대구시 성인 발달장애인 가족의 복지실태 및 지원방안'에 따르면 복지서비스 정보 습득 경로 중 '행정기관'을 통한 경우는 8.9%에 그쳤다. 대부분은 다른 장애인 부모나 단체를 통해 '입소문'으로 정보를 접하고 있었다. 대구 한 주간활동센터장은 "현재 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는 아는 사람들만 바우처로 이용하고 있는 구조"라며 "뒤늦게 센터를 찾아온 부모들에게 여러 서비스들을 안내해 드리면 '이런 게 있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각종 복지서비스가 분절되어 있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가령 발달장애인 부모 상담 신청은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능하고, 부모 교육지원은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찾아야 한다. 지난 2016년부터 시행된 발달장애인 '개인별 지원계획'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발달장애인 가정이 발달장애지원센터에 신청하면 기관이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적은 저조하다. 이재숙(동구4) 대구시의원에 따르면 대구에서 개인별 지원계획이 수립된 누적 건수는 835건이다. 지난 7월 기준 대구시 발달장애인이 1만3천571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6.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1977년 제정된 '랜터만법'을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정하면서 관련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3년에 한 번씩 진단·치료·상담계획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나운환 대구대 재활상담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부처별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서비스를 받는 게 쉽지 않다"며 "반면 미국과 영국, 독일 등 국가의 경우에는 부처가 다르더라도 일선 서비스 창구를 통합시켰는데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2025-11-13 16:25:46

  • 마라톤 도중 교통사고로 숨진 60대, 장기기증으로 5명에 '생명나눔'

    마라톤 도중 교통사고로 숨진 60대, 장기기증으로 5명에 '생명나눔'

    마라톤 연습 도중 교통사고를 당한 60대 남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5명의 목숨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9월 19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김남연(62) 씨가 폐와 간, 신장(양측), 안구를 기증하면서 5명의 목숨을 살렸다고 13일 밝혔다. 같은 달 14일 김 씨는 새벽에 마라톤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돼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가 이어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 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흙으로 돌아가는데 생명나눔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2009년에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고, 가족들은 김 씨의 바람대로 기증을 결심했다. 경북 성주군에서 3남 3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김 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일찍 일을 시작해 도로 정비 시공부터, 공사 현장 일용직 등 일을 했다. 최근에는 산불 지킴이(공공근로)와 건설 현장 근무자로 근무했다. 김 씨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성실하고 주변을 두루 잘 챙기는 성격을 지녔다. 수화 자격증을 취득해 주변 청각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가 하면, 동물을 사랑하며 반려견 3마리와 함께 생활했다. 김 씨는 매일 새벽 4시쯤 집에서 나와 17㎞를 2시간 동안 달리며 마라톤 연습을 했다. 60살이 넘은 나이에도 마라톤 전 구간을 3시간 45분 안에 들어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연습했다. 김 씨의 형 김홍연 씨는 "남연아,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멋진 생각을 한 것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생명나눔을 하고 떠난 너를 보니 자랑스럽구나.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몸으로 가서 숨을 쉬고 빛을 보게 하니, 너의 뒷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모든 걸 주고 갔지만 모든 걸 가진 내 동생아. 고맙고, 하늘에서 편히 쉬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남연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11-13 13:01:54

  • 영화 마녀·소방관 참여 김창민 감독…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영화 마녀·소방관 참여 김창민 감독…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영화 '구의역 3번 출구' 등을 연출한 김창민 감독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를 기증하면서 4명의 소중한 목숨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일 강동성심병원에서 김창민(40) 감독이 심장 간, 신장(양측)을 기증한 뒤 영면에 들었다고 11일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투병을 이어오다 이달 7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김 씨가 깨어나길 희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 상태가 안 좋아졌고, 마지막 가는 길에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김 감독은 2016년 '그 누구의 딸', 2019년 '구의역 3번 출구'를 연출했다. 또한 '대장 김창수'(2017), 마녀·마약왕(2018), '소방관'(2024)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화팀으로 참여했다. 서울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씨는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었다. 어릴 적부터 음악과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는 영화 제작 일을 시작하면서 작화팀, 각본, 연출 등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아들아, 영화로 너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했고, 이제야 너의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게 됐는데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떠나는구나. 너의 이름으로 영화제를 만들어 하늘에서라도 볼 수 있게 할 테니, 하늘에서는 편하게 잘 지내렴. 사랑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창민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 생명나눔 실천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11-11 15:21:05

  • "저도 장애가 있는 것 같아요" 문제아 낙인에 무너지는 부모들

    발달장애 자녀를 평생 돌봐야 한다는 숙명을 맞닥뜨린 부모들은 신체적·정신적 소진을 경험하고 있다.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부모 393명 가운데 36.1%가 우울감을 겪고 있다. 자녀의 등교부터 치료, 식사까지 모든 일과를 부담하는 부모들은 정작 자신들의 삶은 지워져 가고 있다고 말한다. 휴식 등 여가 생활은 사치가 됐고 잠시의 쉼도 허락되지 않는 일상 속에 몸과 마음은 무너진 지 오래다. ◆ 죄인 취급 받으면서 등원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는 이태진(9·가명) 군의 어머니 박희원(44·가명) 씨는 평생 처음으로 화병을 얻었다. 발달장애아를 키운다는 이유로 마주한 차가운 시선과 무심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다. 특수 어린이집이 많지 않은 경남에서 거주했던 희원 씨는 일반 원생들이 있는 곳에 아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태진 군이 낮잠을 자지 않는다며 '문제아'로 낙인을 찍기 시작했다. "일반 아이들 사이에서도 낮잠을 안 자는 원생들이 있잖아요. 교육기관이라면 그런 아이들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폐라는 이유로 저희는 항상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태진 군이 5살이 되면서 들어간 유치원에선 더욱 상처가 컸다. 단체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지적을 받았고 상담에서도 항상 '아이가 문제'라는 말뿐이었다. 결국 희원 씨는 2년간 아들의 유치원을 네 번이나 옮겼다. 이 과정에서 한 유치원에선 입학이 어렵다고 통보를 하기도 했다. "다시 전화가 와서 입학이 가능하다고 태진이를 받아주긴 했지만 그때 느꼈어요. 발달장애 아이는 언제든 거부될 수 있다는 점을요."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태진 군은 초대받지 못한 원생이었다. 단체로 움직이는 체험활동도 쉽지 않았다. 견학을 하루 앞두고 유치원에서 '태진이가 같이 가는 건 조금 위험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던 것. 급기야 사고가 발생 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강요했다. 학교에서 10년 가까이 교사로 교단에 섰던 희원 씨로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경우라도 학부모에게 서명을 요구하는 교육기관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선생님들이 이끌어주면 잘 따르는 아이라고 정중히 말씀했습니다. 견학은 갈 수 있었지만, 안전문제 발생 시 부모에게 서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당황스럽고 서글펐어요." 서러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견학을 마친 아들을 데리러 간 희원 씨에게 한 교사가 '발달장애 검사를 시켜봤냐'며 쏘아대기 시작했던 것. 태진 군이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교사는 아동학대와 같은 말을 이어 나갔다.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숨이 막히면서 너무 모욕적이었어요. 태진이는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그 말을 계속 듣고 있어야 했을까요…" 며칠 뒤에는 급식실에서 태진 군이 노래를 부른다며 직접 와서 눈으로 확인하라는 연락이 왔다. 희원 씨는 하는 수 없이 찾아갔으나 아들은 영어 알파벳 노래를 흥얼거릴 뿐이었다. 소란을 피우지도, 다른 원생들의 식사를 방해하지도 않았지만 교사는 지도가 어렵다며 답답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한 희원 씨는 이제는 잘못이 없어도 먼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속이 많이 상했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였어요. 부모는 죄인이 된 것만 같습니다. 태진을 비롯한 아이들이 정상 아이들과 섞여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오면 좋겠어요." ◆ 돌봄으로 정신과 약물 복용 "제가 여자인지도 남자인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어요." 신예나(39·가명) 씨의 하루는 자폐성 장애를 앓는 첫째 딸 김지원(6·가명) 양의 일상에 맞춰 돌아간다. 지원 양은 매일 새벽 5시쯤 잠에서 깬다. 남편과 둘째가 아직 잠든 시간이라, 딸에게 '조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예나 씨의 하루 첫 일과다. 주말에는 가족의 숙면을 위해 딸을 차에 태우고 목적지 없는 운전을 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와도 휴식은 꿈도 꾸지 못한다. 지원 양의 경우 혼자 노는 시간이 전혀 없다. 사소한 놀이라도 함께 하자고 요구하기 때문에 예나 씨는 책 한 장을 펼칠 틈이 없다. 딸이 자폐성 장애를 진단받은 이후로 외식과 같은 나들이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식당을 가면 지원이가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종아리에 알이 생길 정도로 돌아다니다 보니 민폐일 것 같아서 밥은 항상 집에서만 먹일 수밖에요." 예나 씨는 한때 방송작가로 일하며 나름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다. 그러나 딸의 치료를 위해서 일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저희가 경기도에 살았는데 지원이 치료센터가 있는 서울을 오가야 했어요. 왕복 3시간 넘게 걸리니까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도 어렵고, 온전히 딸한테만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돌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개인 시간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혼자 여행을 갈 수 있을까', '남편과 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불가능하다는 생각뿐이다. 올해는 지원 양의 특수학교 입학을 위해 경기도 생활을 정리하고 연고도 없는 대구로 내려와야만 했다. 수도권에서는 발달장애 특수학교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보내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학교에 보내도 마음이 자유롭지 않아요. 아이가 있는 교실에 제가 있는 것 같은 마음이에요. 혹시 '지원이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하면서 온종일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매일 받아보는 알림장을 확인하는 일도 긴장의 연속이다. '오늘은 지원이가 많이 울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거듭된 불안은 결국 병이 됐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작은 일에도 심장이 뛰었다.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정상 발달인 둘째의 학부모 모임에서도 마음이 움츠러든다. 대부분 대화 주제가 자녀 이야기이다 보니, '장애아의 엄마'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면서 의기소침해졌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하자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지원이와 제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고 저도 장애인이 된 것 기분이에요." 예나 씨의 가장 큰 두려움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다. 지원 양이 학령기를 벗어나 성인이 됐을 때,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앞으로 지원이는 저하고 계속 지지고 볶으면서 살겠죠. 제 바람은 단 하나예요. 딸이 스스로 라면 한 그릇을 끓여 먹고, 쓸 돈을 직접 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제 꿈입니다."

    2025-11-11 15:19:02

  • 물에 뜨기까지 6년, 병원은 늘 긴장의 연속…발달장애 가족이 살아내는 하루

    물에 뜨기까지 6년, 병원은 늘 긴장의 연속…발달장애 가족이 살아내는 하루

    자녀에게 발달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순조롭게 받아들인 부모는 없다. '오늘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다짐하며 치료실을 전전하지만,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매번 좌절한다. 부모들은 칫솔질 같은 일상 과업을 가르치는 데에만 수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언제 발현될지 모르는 자녀의 돌발행동으로 하루에 수십번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깥 세상보다 집 안을 택하면서 독박 돌봄과 고립이 뒤섞인 채 살아간다.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주돌봄자 개인 시간은 주중 하루 평균 3.5시간에 그쳤고 주말에는 2.9시간으로 줄어든다. 평생 돌봄이란 굴레 속에서 한발 짝도 벗어나기 힘든 것이 발달장애가정의 현실이다. ◆ 수영장 물에 익숙해지는 데 6년 자유형 50m에 1분 38초, 100m에 3분 32초. 자폐성 장애 수영선수 김시혁(16) 군의 레이스 기록이다. 어머니 권은정(47) 씨는 아들의 발달지연 개선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일찌감치 수영을 배우게 했다. "시혁이는 자폐예요. 운동하면 혈액 순환으로 뇌혈관에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또 피부에 물이 닿으면 인지 능력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수영을 택했죠." 처음엔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시혁 군은 6살 무렵부터 수중재활을 시도했지만 울음을 멈추지 않자 수업에서 거부당했다. 그때부터 은정 씨는 '물에만 익숙해지면 좋겠다'는 한 가지 바람으로 동네 목욕탕을 전전했다. 손님이 끊긴 마감 시간대에 "단 30분만이라도 아이와 들어가게 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한 달간 목욕탕에서 물과 익숙해진 이후 다시 수영장을 찾았으나 시혁 군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수영장 특성상 작은 소리가 크게 울렸고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 그렇게 7개월 동안 시혁 군은 은정 씨 목을 안고 물에 떠 있기만 했다. 수영복 등 물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 하나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아들을 위해 은정 씨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수영안경 색깔이 검정, 분홍, 파랑 등 다양한데 혹시 세상이 다르게 보여서 힘들어하는 건가 싶어 투명한 것으로 바꿨어요. 수모는 천이나 실리콘을 거부해서 반 코팅 우레탄 제품을 찾아줬고 수영복도 길이를 바꿔가며 맞췄습니다. 수영에 익숙해지는 데 6년이 걸렸어요." 시혁 군이 특수학교에 다닌 지도 어느덧 7년. 은정 씨의 마음은 늘 불안하다. 매일 교실에 들어간 모습을 눈으로 보고 오지만, 뒤돌아서면 '오늘 하루도 무사하기만'이라는 바람이 절로 생긴다. 은정 씨는 아들과 집 밖을 나서면 허리를 굽힐 일이 많다. 하루는 시혁 군이 엘리베이터에서 크게 뛰면서 작동이 멈춘 날이었다. 온몸에서 땀이 난 은정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시혁이는 크게 흥분하면 소리를 질러요. 어릴 때는 사람들이 '아이니까'라며 이해해 주었는데 이제는 덩치가 커져서 돌발행동을 보일 때마다 빨리 숨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어요. 마트를 가거나 줄을 서서 기다릴 때면 눈치가 많이 보여서 여전히 힘듭니다." 캠핑을 즐기는 가족이지만 온전히 그 시간을 누려본 적이 없다. 잠시 고개를 돌리면 시혁 군이 다른 텐트로 가서 고기를 집어 먹는 경우가 잦아서다. 동대구역 등 기차를 탈 때도 과자를 먹고 부스러기를 흘리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은정 씨는 아들이 지나간 장소에선 환경미화원처럼 청소하고 있다. 영화관은 집 밖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면에 집중하기 때문에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어서다. 그럼에도 아들의 돌발행동을 대비해, 언제든 빠르게 나갈 수 있도록 출입문 앞에 좌석을 잡는다. 발달장애 자녀 부모들은 아이가 자라는 게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두렵다고 말한다. 나이에 맞는 새로운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은정 씨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의 인중에 수염이 나자 그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자폐성 장애는 자기주도적이지 않아요. 면도하는 법을 알려줘도 왜 하는지 모릅니다. 시혁이에게 가르쳐야 할 게 많은데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제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 치과 치료도 성인 4명이 붙어야 김종길(48) 씨는 아들 민재(15) 군이 세 살 무렵, 어린이집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며 자폐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대구 북구 칠곡에 살던 종길 씨는 동네에 있는 모든 치료실 센터를 갔지만 돌아온 대답은 모두 '자폐로 보인다'는 소견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 자폐를 염두에 둔 부모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자폐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어요. 발달이 늦더라도 치료를 받으면 일반 아이들처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매달 50만원가량 치료비를 냈었죠." 아들이 자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종길 씨 부부는 4년이 지난 뒤에서야 장애인으로 등록하게 됐다. 매달 수십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였다. 학교 입학 전에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상동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벽지를 뜯어 입에 넣었다가 뱉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특정 행동이 잠잠해지면 곧바로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어느 날부터는 엄마 화장대 위를 화장실처럼 여기며 대변을 보기 시작했다. 돌발행동을 하는 탓에 병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비염이 심한 민재 군은 이비인후과를 자주 가야 했지만, 중학생이 된 뒤로는 몸집이 커지면서 집에서 버티는 날이 더 많아졌다. "민재가 어릴 때는 제 무릎에 앉혀서 힘으로 제어하며 진료를 봤어요. 지금은 155㎝에 60㎏만큼 자라서 통제가 안 돼요. 진료를 보는 와중에 의사 선생님 다리를 세게 걷어차기도 합니다. 콧물이 보여도 참다가 중이염이 되면 그제야 병원으로 갑니다." 치과 진료를 위해서는 성인 남자 4명이 민재 군을 침대에 눕혀 묶어야만 했다. 주사 바늘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마취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며칠 전에는 뇌전증으로 대학병원을 갔는데 MRI나 피를 뽑아야 했어요. 이렇게 병원을 가야 할 때면 '검사라도 잘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2~3일 전부터 엄청 긴장돼요." 어머니 이주희(40) 씨는 오후 2시쯤 하교하는 민재의 돌봄을 전담하다시피 한다. 한때는 바깥 세상을 보여주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자 했다. 그러나 민재 군이 홀로 돌아다니는 아찔한 모습을 본 뒤로는 집 밖을 나서는 빈도가 크게 줄었다. "대로변에 있는 편의점에 있었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나갔어요. 차들이 쌩쌩 오가는 도로 중간에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무서웠습니다. 혼자 숨어버리기도 하는데 잊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외부활동은 최소화합니다." 이 때문에 종길 씨 부부는 불가피하게 외출할 경우 민재 군에게 조끼를 입히고 있다. 조끼에는 발달장애인이라는 설명과 부모 연락처가 쓰여 있다. 종길 씨 부부는 첫째 민재 군에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둘째 아들에게 한없이 미안함이 크다. 가족끼리 외출하더라도 둘째가 원하는 곳보다 모든 일정이 민재 군에게 맞춘다. "둘째가 캠핑장처럼 체험 활동하는 곳에 가보고 싶어해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민재를 데려가는 게 어려워요. 똑같이 소중한 아들들인데 아픈 첫째를 많이 돌봐야 하다 보니 둘째 욕구를 못 들어줘서 항상 미안합니다."

    2025-11-10 15:21:55

  • [벼랑 끝 가족들: 발달장애 돌봄의 굴레] <1> 잃을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사랑, 발달장애 가족의 현실 기록

    [벼랑 끝 가족들: 발달장애 돌봄의 굴레] <1> 잃을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사랑, 발달장애 가족의 현실 기록

    선천적 요인 또는 성장 과정의 발달지연으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의 지원체계가 과제로 떠올랐다. 전체 장애인 수가 감소하는 추세 속에 발달장애인만큼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돌봄 주체는 그 부모로 인식되고 있다. 자녀의 인지·의사소통 어려움으로 일상의 작은 결정부터 넓게는 생애주기별 과업까지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다. 성인 발달장애를 둔 가정의 불안은 더욱 깊다. 부모들도 이미 노년의 문턱에 놓이면서 홀로 남겨질 자식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평생 돌봄' 굴레 속에서 신체적·정신적 소진을 경험한 부모들은 금방이라도 가정이 무너질 것 같다고 말한다. ◆ 급증하는 발달장애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발달장애는 크게 지적과 자폐 스펙트럼으로 구분된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의료계는 한 가지 요인보다 유전·환경 등 여러 원인에 의한 복합적인 장애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적장애와 자폐 스펙트럼장애 모두 유전적 취약성, 염색체 이상, 뇌 발달 및 연결 이상, 신경전달물질 조절의 불균형 등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뚜렷한 발병 원인을 찾지 못한 새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통계데이터포털에 따르면 2021년 25만5천150명이던 발달장애인은 지난해 28만672명으로 약 10%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장애인 수가 1만여 명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발달장애인의 증가세가 유독 두드러진다. 발달장애 아동의 출현율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18세 미만 전체 장애아동 중 발달장애 비율은 2021년 68.5%에서 지난해 74.8%까지 치솟았다. 장애 진단을 받아도 사회적 시선·거부감으로 장애인 등록을 미루는 부모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발달장애 규모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기부터 발현하는 발달장애는 전 생애주기에 걸쳐 지속된다. 언어장애를 동반하는 대다수 발달장애인들은 소통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자기표현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과 사회적 자립이 어렵다. 30세 이후부터는 신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조기 노령화를 겪는다. 대구 한 소아신경과 전문의에 따르면 발달장애 가운데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 뇌전증(간질) 유병률이 정상 발달인 대비 40배 높다. 이외에도 퇴행성 신경질환과 파킨슨병, 치매 등 건강상 문제도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발달장애인은 다른 장애 유형보다 가족 돌봄과 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연구원)의 전수조사를 살펴보면, 발달장애인 2천649명 중 51.6%(1천368명)가 하루 5시간 이상 가족의 돌봄을 받고 있었다. ◆ 발달장애인 부모 상당수가 돌봄 부담 발달장애인 돌봄을 수행하는 경우는 부모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연구원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1천300명의 주돌봄자 가운데 부모의 비율이 78.6%에 달했다. 형제·자매의 경우 6.9%에 그쳤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발달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 발달장애 평균 발견 시기는 7.3세로, 자폐성의 경우 3.1세로 나타났다. 대구 남구 대명3동에서 자폐성 장애 자녀를 돌보는 최태선(76·가명) 씨도 마찬가지다. 아들 상훈(46·가명) 씨가 3살 무렵, 호명 반응이 없고 언어 구사가 안 된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여든을 눈앞에 둔 태선 씨는 그런 상훈 씨를 40년이 넘도록 돌보고 있다. 학령기 이후에는 돌봄 부담이 극심해졌다. 만 18세 이전에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상훈 씨가 졸업한 뒤로 줄곧 집에만 있어서다.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서비스원)이 발달장애인 부모 3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령기 대비 성인기에 돌봄 시간이 늘어났다는 비율이 41.6%로 절반에 가깝다. 수시로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것 또한 가족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도전적 행동은 자해 또는 위협, 물건 파손 등으로 나타나는 발달장애의 대표적 증상이다. 한 조사에서는 일주일에 1~2회 이상 도전적 행동을 보인다는 응답이 7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전적 행동은 상훈 씨처럼 자폐성 유형에서 더 많이 관찰되고 있다. 위협의 모습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상훈 씨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머니를 힘으로 밀치고 있다. 특정 관심사나 사물에 대한 집착 또한 발달장애의 증상 중 하나다. 상훈 씨는 전축과 같은 '옛날 라디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때문에 태선 씨 집 안 곳곳에는 라디오가 허리춤까지 쌓여있었다. 거실에만 40개가 넘고 창고에는 줄잡아 100여개가 뒤엉켜 있었다. 그럼에도 상훈 씨는 수시로 어머니에게 새 라디오를 구해달라고 요구한다. 태선 씨는 "고물상을 찾아서 개당 2~3천원씩 사왔지만 워낙에 옛날 라디오라 이제는 구하는 것도 어렵다"며 "아들한테 '새로 살 수 없으니까 있는 것들로 쓰자'고 해도 자폐라 이해를 못 한다. 그럴 때면 하루에 2시간밖에 안 자고 울어버리는데, 울음소리가 너무 커서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 돌봄 한계에 직면한 부모들 성인이 되면 취업과 사회 활동을 통해 부모로부터 자립하는 것이 일반 가정의 모습이나, 발달장애 가정에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지난 2022년 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1천300명 가운데 취업한 비율은 20.3%에 그친다. 이마저도 보호작업장(30.9%)이나 근로사업장(9.3%) 등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비중이 높다. 자폐성 장애인 성수(32·가명) 씨를 돌보고 있는 김선희(64·가명) 씨도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아들을 보면 막막함이 자욱하다. 성수 씨는 8년 전만 해도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문서 파쇄'와 같은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1년도 안 된 시점에 다른 발달장애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선희 씨는 아들을 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선희 씨는 주말도 가리지 않고 매일 새벽 대구 달서구에서 1시간 가까이 차를 몰고 달성군 현풍으로 가고 있다. 아들이 집에만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뇌전증이 올 수 있어서다. 발달장애 자녀의 건강에 많은 시간을 쏟는 부모들은 정작 본인 몸 관리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원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주돌봄자 104명 중 자신의 질병·건강을 챙길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비율이 63.4%로 절반을 크게 웃돌았다. 선희 씨도 무릎 연골에 석회가 생겨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40일간 보행이 어렵다는 말에 병원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선희 씨는 "남편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있다. 제가 걷지 못하면 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서 수술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너무 아플 때면 잠시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평생 돌봄'의 굴레 속에 놓인 부모들은 정신적 어려움도 크게 호소하고 있다. 연구원 조사 결과, 심리상담을 고려한 발달장애인 보호자 489명 중 35.2%가 우울증·불안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한 이들도 268명에 달했다. 선희 씨는 "너무 힘들어서 아들과 차를 타고 저수지를 다녀오기도 했다"며 "우리가 구조되지 않게끔 사람이 없는 시간을 생각해서 물에 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다시는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뉴스에서 발달장애인과 동반 자살했다는 내용을 보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2025-11-09 15:30:39

  • [벼랑 끝 가족들: 발달장애 돌봄의 굴레] <1>살아 있는 한 돌봄은 끝나지 않는다…최중증 자폐 딸과 아버지의 24시간

    [벼랑 끝 가족들: 발달장애 돌봄의 굴레] <1>살아 있는 한 돌봄은 끝나지 않는다…최중증 자폐 딸과 아버지의 24시간

    지난 9월 22일 오전 9시 30분쯤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 김나현(23·가명) 씨가 돌봄 센터로 향하기 전부터 아버지와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나현 씨는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만의 언어로 목소리를 높이며 온몸으로 차량 탑승을 거부했다. 도보로 10분 거리인 센터에 도착하는 데 꼬박 30분이 걸렸다. 센터에 도착하고도 곧잘 들어가는 날이 없다. 2주 전에는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알아달라는 듯이, 휴대전화를 던져 수리비만 53만원이 나왔다. 이처럼 나현 씨는 매일 아침마다 아버지 수범(53·가명) 씨와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 최중증 자폐로 태어난 아이 2002년생인 나현 씨는 엄마 뱃속에서 나온 순간부터 여느 아기들과 달랐다. 눈동자가 한곳으로 몰려 있었고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는 일이 없었다. 두 살 터울인 동생이 '엄마', '아빠'를 또렷하게 발음하는 것과 달리 나현 씨는 3살이 다 되도록 옹알이조차 못했다. 결국 그 해에 '최중증 자폐' 진단을 받았다. 학교에 가는 길도 험난했다. 일반 학교의 교문이 열렸던 날은 입학식 하루뿐이었다. 신입생들이 모인 운동장에서 산만하게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본 담임교사가 "왜 이런 아이를 학교에 보냈냐"고 말했던 것이다. 결국 자신처럼 지적·자폐성 등 발달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성인 전공반까지 14년을 보내도 개선은 보이지 않았다. 몸만 커졌고 정신연령은 여전히 만 4세에 머물렀다. 나현 씨는 하루에 반나절 이상 휴대전화를 들여다볼 정도로 스마트폰에 집착하고 있다. 아버지에게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달라', '동영상을 틀어달라'는 요구를 끝없이 쏟아낸다. 디지털 기기에 서툰 수범 씨가 잠시라도 머뭇거리면, 잠들기 전까지 같은 말을 수백번 되풀이한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난폭하게 돌변한다. 지난달 중순에는 달리던 차 안에서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아버지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운전대를 잡은 수범 씨가 멈춘 동영상을 해결해 주지 않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가족 휴대전화를 낚아채고 들여다볼 만큼 집착이 심했어요. 진료 중이던 의사 선생님 전화기를 뺏은 적이 있었죠. 그걸 던져 부수기라도 할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인지 능력이 부족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지난해 10월 눈앞에서 유방암으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으나 나현 씨는 여전히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외갓집에 머물렀다는 기억만 남았다. 수시로 수범 씨에게 "외할아버지!"라고 말하며, 외갓집에 가고 싶다는 뜻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납골당으로 데려가 "이제 엄마는 이 세상에 없어"라고 숱하게 얘기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 수범 씨는 하는 수 없이 하루에 많게는 3번씩 외갓집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 제압 어려울 만큼 불어난 체중 나현 씨는 특수학교 성인 전공반에서 보낸 2년간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돌봄 부담을 견디기 버거웠던 가족이 기숙사에 보냈던 것.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주말마다 체중은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나현이는 욕구 해결이 안 되면 폭력성을 보이다가도, 음식을 주면 진정돼요. 기숙사에서 이걸 알고 계속 음식을 건넸던 것 같아요." 60㎏ 안팎이었던 체중은 2년 만에 102㎏로 늘었다. 56㎏에 불과한 수범 씨의 두 배에 가까운 무게다. 왜소한 아버지가 자신을 제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껏 알아차린 나현 씨는 행동에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어김없이 찾은 외갓집. 센터에서 점심을 먹고 왔음에도 나현 씨는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생라면 한 봉지를 뜯어 먹고는 라면을 끓여 달라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활동지원사가 제지해도 소용이 없었다. 나현 씨는 팔을 휘두르거나 냄비를 던지려 하며 맞섰다. 결국 힘으로 제압하고 뜨거운 라면을 2분도 채 되지 않아 비워냈고, 다시 생라면을 꺼내 씹어 삼켰다. 이 모든 일은 불과 30분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졌다. 음식 앞에선 제어가 어렵다. 편의점에서 눈에 띄는 건 집어 들자마자 입에 넣고 있다. 딸의 체중이 늘면 안 된다고 판단한 수범 씨는 본가 냉장고와 라면이 놓인 선반에 자물쇠를 두 개나 걸어 잠갔다. ◆ 한눈팔면 실종에 경찰 신고 자폐성 장애는 충동과 욕구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잦다. 나현 씨도 마찬가지다. '버스 타기'에 강한 집착을 보이면서 누군가의 통제가 없으면 홀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도 활동지원사가 잠시 화장실을 간 틈을 타 홀로 사라졌다. 수범 씨가 위치 추적 앱을 켜고 쫓아갔지만 이미 730번 버스를 타고 칠곡경북대병원 방면으로 떠난 뒤였다. 나현 씨의 휴대전화에는 착신음이 요란하게도 울렸으나 수화기를 귀에 갖다 댈 줄을 몰랐다. 결국 실종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게 됐다. 이렇게 지난 10일간 경찰을 부른 횟수만 3번에 달한다. "경찰은 사건이나 사고에 매달려야지, 실종 신고 담당하라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승객들이 가득한 버스도 멈춰 세워야 하고, 나현이 한 명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붙들려 있는 건지 너무 죄송한 마음입니다." 돌봄의 손길도 쉽사리 유지되지 않는다. 나현 씨는 지난 1년간 활동지원사만 여럿 돌려보냈다. 과체중에다 예측 불가능한 돌발행동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서다. "지금 활동지원사도 지인을 통해 수소문하면서 구했어요. 최중증이라서 다른 발달장애인보다 많이 힘들어하시는데, 이분마저 그만두면 앞으로 새롭게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온전히 제 몫으로 오는 건 아닌지 미래가 무섭습니다." 더 큰 문제는 수범 씨도 이미 중장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세상을 떠나면 나현 씨가 의지할 곳은 여동생밖에 없다. 그러나 동생은 언니의 반복되는 말과 행동에 이미 지친 상태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결국 시설 또는 센터에서 남은 생을 보내야 하는 현실이지만, 폭력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장애인거주시설 등에서 거부당한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수범 씨는 딸의 미래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이거 하나입니다. 제가 나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해요. 그런데 저는 당뇨도 있고 성한 곳이 없어요. 제 명이 언제까지 따라줄지 알 수 없다 보니 우리에게는 미래라는 것이 없어요."

    2025-11-09 15:30:29

  • [벼랑 끝 가족들] 끝나지 않는 돌봄, 멈춘 일상, 우리 사회는 이들을 품고 있는가?

    [벼랑 끝 가족들] 끝나지 않는 돌봄, 멈춘 일상, 우리 사회는 이들을 품고 있는가?

    지난 2023년 10월 24일 대구 남구 한 주택에서 발달장애를 앓던 39살의 남성이 살해됐다. 흉기를 휘두른 건 당시 62세의 친부였다. 이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양육에 헌신하면서 돌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급기야 아들은 뇌출혈로 뇌병변장애 1급까지 받았고, 본인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살인'이라는 범행을 저질렀다. 돌봄에 허덕이다 발달장애 자녀를 부모 손으로 숨지게 한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미옥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23년까지 매년 3건 정도의 발달장애인 자녀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아픈 자녀를 돌보다 벼랑 끝에 몰려 범행에 이른 사건들은, 발달장애 가정을 품지 못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제도와 행정은 돌봄의 무게를 가족에게 떠넘기면서 그들의 절규를 듣지 못했다. 현대 의학에서 발달장애는 완치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에 부모들의 돌봄은 숙명과도 같다. 국립재활원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부모 88.2%가 자녀의 56세까지 돌봄을 부담하고 있다. 발달장애 부모들이 극한의 상황에 몰린 현실은 지금도 여전하다. 바깥 생활에서 자녀가 타인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부모는 수십번도 더 고개를 숙인다. 46살 아들을 둔 70대 노모는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겨질 자식 생각에 잠도 제때 들지 못하고 있다. 자녀에게 손발이 묶이면서 개인의 삶을 포기한 지 오래다. 발달장애인을 혼자 둘 경우 낙상 등 사고 위험이 있어, 부모들은 지인 모임과 같은 일상은 사치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렇게 삶 전체를 가족에게 의지하는 발달장애인은 지난 7월 기준 대구에서만 1만3천751명. 지난 2022년에 1만2천452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사이 약 10%나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정부는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모들이 지원체계를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각종 복지서비스는 나이와 소득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고, 신청주의로 운영되면서 사각지대를 낳고 있다. 매일신문은 지난 한 달간 자폐와 지적을 포괄하는 발달장애인 일곱 가정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녀의 사소한 일상부터 넓게는 생애주기별 과업까지 맡으면서, 신체적·정신적 소진을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를 바탕으로 발달장애 지원체계의 허점과 해법을 담은 시리즈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2025-11-09 15:30:18

  • 선교사였던 김축복씨, 삶의 끝에서 장기기증으로 5명 살렸다

    선교사였던 김축복씨, 삶의 끝에서 장기기증으로 5명 살렸다

    선교사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베풀었던 50대 여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기증으로 5명의 목숨을 살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0월 3일 중앙보훈병원에서 김축복(59) 씨가 간과 신장(양측), 안구(양측) 기증하면서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고 7일 밝혔다. 지난 9월 19일 김 씨는 식사 도중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뇌사 판정을 받게 됐다. 가족들은 김 씨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기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 상태는 나빠졌다. 그러던 순간에 김 씨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서울시에서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씨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작성할 만큼 부지런했다. 결혼 후에는 1남 2녀의 자녀를 키우며 분식집을 운영했고, 10년 전부터는 선교사로 활동했다.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노인분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건넸고, 어려운 가정이나 보육원에 금액과 물품을 전달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김 씨의 딸 한은혜 씨는 "엄마, 9월 초에 얼굴 보자고 만나자고 했는데 바쁜 일정에 계속 다음으로 미루고 결국 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엄마는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살아가는 동안에 계속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하늘에서 우리 항상 내려봐 주고, 행복하게 잘 지내.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축복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11-07 11:56:40

  • 농작물까지 나눠주던 50대 삶의 끝에서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농작물까지 나눠주던 50대 삶의 끝에서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생전 남에게 나눔을 아끼지 않았던 50대 남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19일 안동병원에서 김익기(54) 씨가 심장과 폐, 신장(양측)을 기증하면서 4명의 목숨을 살리고 영면에 들었다고 5일 밝혔다. 김 씨는 같은 달 2일 집에서 씻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김 씨가 평소에도 남을 돕는 따뜻한 사람이었기에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4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김 씨는 밝고 성실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나서서 도움을 주고, 농작물을 심어 주변 이웃들에게 나눠줬다. 김 씨의 아들 김호용 씨는 "아버지,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위해 삶을 살다 가셨고,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해요.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늘에서 행복하시고 다음 생에도 또 만나고 싶어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자 김익기 님과 유가족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 다른 이를 돕기 위해 힘쓰신 기증자와 유가족을 위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함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5-11-05 09:34:29

  • 혼자서 아들 서울대까지 보낸 아버지…장기기증 이후 하늘의 별이 됐다

    혼자서 아들 서울대까지 보낸 아버지…장기기증 이후 하늘의 별이 됐다

    친구와 대화 도중 갑작스럽게 쓰러진 60대 남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생명을 나누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29일 가톨릭대은평성모병원에서 문주환(60) 씨가 폐를 기증하면서 한 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 조직기증으로 100여명의 환자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희망을 선물했다고 31일 밝혔다. 문 씨는 같은 달 9일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에 따르면 문 씨는 생전에 아들과 함께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신청했다. 항상 지갑에 희망등록 카드를 지니고 다니면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가족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를 살리는 아름다운 일을 하고 떠나길 원했던 문 씨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자 기증을 결심했다. 인천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문 씨는 다정하고 배려심이 많았다고 한다. 젊어서는 공장에서 일을 했고, 이후에는 노래방을 운영했다. 최근에는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김포시지회에서 장애인주차구역 단속과 교통 장애인을 돕는 일을 했다. 9년 전에는 아내가 떠나고, 아들을 홀로 키우면서 따뜻한 아버지였다. 취미나 여가가 없을 정도로 가족을 위해 헌신했고, 이러한 돌봄 덕분에 아들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문 씨의 아들 문동휘 씨는 "아버지, 갑작스럽게 떠나서 너무나 보고 싶어. 하늘나라에서 건강하고 재미있게 잘 지내고 조금만 기다려 줘. 다시 볼 순간을 기다릴게.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나눔을 결정해 주신 문주환 씨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 기증자와 유가족이 나누어주신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5-10-31 11:35:18

  • "가족 혼자 둘 수 없어 외출도 망설여… 영케어러 10명 중 4명 일상 제약"

    아픈 부모를 돌보는 아동·청년(영케어러) 절반 가까이는 가족을 혼자 둘 수 없어 외출을 주저하는 등 일상생활에 제약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의 굴레 속에서 삶을 잃어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중증장애 가정의 영케어러 지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케어러 210명 가운데 '아픈 가족을 집에 혼자 두기 불안해서 외출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36.2%(76명)에 달했다. 영케어러는 학업이나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가족의 간병과 집안 살림까지 맡는 아동·청년을 말한다. 앞서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만 18세 이상 34세 이하 영케어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신체장애와 감각장애, 발달장애 등 중증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영케어러들은 평균 20.2세부터 가족 돌봄을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돌봄을 제공한 기간은 평균 6.9년이었으며, 매일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는 비율이 51.8%로 절반을 웃돌았다. 가족 돌봄을 부담하면서 일상생활에 제약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 10명 중 3명은 학교 수업이나 직장 근무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돌봐야 한다고 답했다. 대구에서 거주하는 이은혜(11·가명) 양의 경우 알코올 의존증을 앓는 어머니로 인해 친구들과의 만남을 포기하고 집으로 향한다. 친구들과의 교류가 원만하지 않은 것이다. 영케어러 상당수는 정작 필요한 복지서비스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을 대신해 활동지원사가 가족을 돌보는 '활동지원서비스' 이용률은 38.1%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들 가운데 돌봄에 가장 필요한 지원은 '소득지원'(22.4%)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의료지원(17.1%), 간병지원(16.2%) 순으로 나타났다. 영케어러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개인시간 확보'(39.5)가 가장 높았다. 29년간 부모를 돌봤다는 한 조사 참여자는 "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은 비장애인 가정보다 공부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게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도와 대학 진학, 직업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돌봄에 많은 시간을 쏟으며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영케어러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 해법으로는 복지서비스와 돌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례관리가 제시되고 있다. 연구진은 "일부 기관에서 장애가정 영케어러들을 사례관리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간 지속되지 못하거나 단기 사업에 그치고 있다"며 "영케어러의 상황과 돌봄 대상 가족의 장애 특성에 맞춘 중·장기적이고 개별화된 사례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매일신문은 지난달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도움을 받아 '들리지 않는 SOS, 가족을 짊어진 아이들' 기획 기사를 4편을 보도했다.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돌봄에 쓰며 청춘을 반납한 가족돌봄청년들의 삶을 밀착 취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제도의 문제점과 해법을 담는 데 주력했다.

    2025-10-30 13:54:13

  • "학덕으로 휴머니즘을 심다"…서우 최재희 교수 서거 40주년 기념행사 열려

    칸트와 헤겔 등 독일 고전철학의 권위자이자 국내 철학계의 태두로 평가받는 서우 최재희 전 서울대 교수의 서거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지난 25일 경북 청도군 각남면 선영에서 열렸다. 이번 기념행사는 한국휴머니스트회 주최로 열렸으며, 고인이 남긴 철학적 유산과 인간 존엄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휴머니스트회는 휴머니즘 사상이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에 인문정신을 확산하기 위해 사회지도층 인사와 서울대 법대생들이 중심이 되어 창립한 단체다. 이날 행사에는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과 신영무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와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평생을 휴머니즘 실천에 헌신한 고인의 삶을 회고하고 존경의 뜻을 표했다. 서우 최재희 선생은 서울대 철학과 교수와 서울대 중앙도서관장, 한국철학회장, 한국휴머니스트회장 등을 역임했고 대한민국 학술원상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사후에는 '최재희전집'이 발간됐고, 그의 학덕을 기리는 서우철학상이 제정되어 매년 후학들에게 수여되고 있다. 장남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사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친을 기억해 주신 제자들의 정성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후손들 모두 학문에 헌신한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2025-10-28 14:54:36

  •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하늘의 별' 된 제맹순 씨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하늘의 별' 된 제맹순 씨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18년간 간호했던 70대 여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4명의 목숨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16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제맹순(76) 씨가 폐와 간, 안구(양측)을 기증하면서 4명을 살리고 영면에 들었다고 28일 밝혔다. 제 씨는 같은 달 11일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제 씨가 평소 다른 사람을 돕던 착한 사람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경북 성주군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제 씨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결혼 이후 가정주부로 생활하던 제 씨는 2008년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18년간 간호했다. 보육원 등에서의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만큼 나눔을 실천했다. 제 씨의 아들 김동훈 씨는 "엄마, 아직도 집 안의 물건들을 보면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몸은 떠나셨지만 엄마가 남긴 따뜻함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게요. 이제는 모든 아픔을 내려놓고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사랑해요. 엄마"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사랑을 나눠준 기증자 제맹순 님과 기증자 유가족의 숭고한 생명나눔에 감사드린다"며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10-28 10:43:42

  • 대구·경북 지역 재난 대응 역량 희비 엇갈렸다…대구 중구, 경북 영양·성주 하위권

    대구·경북 지역 재난 대응 역량 희비 엇갈렸다…대구 중구, 경북 영양·성주 하위권

    대구 중구와 경북 영양군·성주군 등이 재난 상황관리 훈련에서 전국 하위권에 머물며 지역 재난대응에 경고등이 켜졌다. 같은 대구·경북이라도 우수한 성적을 받은 곳도 있어, 지역 간 재난대응 역량 격차를 해소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재난 상황관리 훈련 결과'에 따르면, 전국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경북 영양군이 52.8점, 성주군이 53.7점으로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상주시(61.2점)와 영덕군(64.5점), 대구 중구(65.3점)도 하위 7, 8,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초지자체 중 최하점을 받은 곳은 부산 북구(48.7점)로 나타났다. 반면 대구·경북 내 상위권 지역은 구미시(100.7점)와 대구 수성구(100점)로 각각 전국 3위와 5위를 기록했다. 17곳 광역단체별로 보면, 대구의 올 상반기 재난 상황관리 훈련 점수는 97점으로 인천(100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경북은 90점을 기록해 6위를 기록했다. 재난 상황관리 훈련은 재난 발생 초기 단계에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 보고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재난 관련 기관 간 협조체계 구축과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위해 행안부가 주관하고 있다. 훈련 평가 항목은 ▷5분 이내 재난 상황 전파 메시지 수신 ▷10분 이내 재난 상황보고서 제출 ▷20분 이내 재난 문자 송출 등이다. 한병도 의원은 "재난대응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지자체별 취약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완 대책을 마련해 초기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10-28 10:38:05

  • 신장 공여 8년 대기…장기이식도 '수도권 쏠림'

    신장 공여 8년 대기…장기이식도 '수도권 쏠림'

    지역 간 의료 인프라 불균형과 뇌사 기증자 감소가 겹치면서 장기이식 체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방의 의료공백 속에 이식 수술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기증 감소로 대기 중 숨지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악화하는 장기이식 지표를 극복하려면 기증 희망등록 등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장기이식 10건 중 7건 수도권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관리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장기기증 수술 건수는 모두 7천51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진행된 이식 수술은 5천201건으로 전체의 69.2%를 차지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별로는 경남이 541건(7.2%)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산 510건(6.8%), 대구 428건(5.7%), 광주 253건(3.4%), 충남 116건(1.5%), 강원 87건(1.2%) 등의 순이었다. 경북에선 지난 5년간 단 한 건의 수술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간 장기이식 수술의 불균형은 수도권에 대형병원·전문 의료진이 몰려 있어서다. 이식 수술은 외과 전문의와 코디네이터 등 숙련된 인력이 동시에 투입돼야 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병원의 경우 응급 이식 수술 체계가 부재하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대구 한 의과대학 교수는 "장기이식 수술은 팀으로 이뤄지는데 경주나 포항과 같은 경북에는 그러한 의료체계가 없다"며 "장기이식이 워낙에 큰 수술이다 보니 가능하면 큰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지방에서 뇌사 기증자가 발생할 경우, 수도권 병원 의료진이 급하게 내려와 장기를 적출해 가는 경우도 적잖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장기이식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 기증자 감소…사망 환자 증가 기증이 가능한 뇌사자 감소로 장기이식 현장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리원에 따르면 2016년 573명으로 정점을 찍은 뇌사 기증자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397명까지 떨어졌다. 생명을 나눌 기증자가 줄면서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는 크게 늘었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는 2020년 2천191명에서 지난해 3천96명으로 1.4배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장기별 대기 중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신장이 1천676명(54.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간 1천117명(36.1%), 심장 142명(4.6%), 폐 88명(2.8%), 췌장 72명(2.3%) 순이었다.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2020년 3만5천852명에서 올해 8월 기준 4만6천935명으로 1.3배 늘었다. 장기별 대기 시간을 보면, 같은 기간 신장 이식 대기 일수는 2천222일에서 2천963일로 늘었다. 최장 8년 1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수준이다. 췌장 또한 1천391일에서 2천800일로 2배가 늘었다. 악화하는 장기이식 지표를 극복하기 위해선 인식개선 등 기증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식을 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장기기증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과 기증자 예우에 노력을 기울이고 기증 희망등록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5-10-23 19:21:45

  • "장기기증, 마지막 소원" 30대 회사원 3명 목숨 살리고 하늘로

    길을 걷다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뇌사에 빠졌던 30대 회사원이 장기를 기증하면서 3명의 목숨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아주대병원에서 김문수(34) 씨가 심장과 신장(양측)을 기증하고 영면에 들었다고 23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8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족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 씨가 다른 생명의 몸에서라도 살아 숨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평소 내가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다른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문수는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 좋은 것 같다고 했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기증은 문수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난 김 씨는 밝고 성실한 성품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던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에는 전교 회장과 반장을 맡으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차량용 음성 인공지능(AI) 기업에서 근무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늘에서 뭐든지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문수 님과 유가족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리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생명나눔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로 기증자의 숭고한 나눔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10-23 11:47:23

  • 장기이식 10건 중 7건은 수도권에서 이뤄진다…경북은 0건

    장기이식 10건 중 7건은 수도권에서 이뤄진다…경북은 0건

    지방에서 뇌사 장기기증자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장기이식 수술의 70%가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인프라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장기이식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장기기증 수술 건수는 모두 7천51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진행된 이식 수술은 5천201건으로 전체의 69.2%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541건(7.2%)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산 510건(6.8%), 대구 428건(5.7%), 광주 253건(3.4%), 충남 116건(1.5%), 강원 87건(1.2%), 전북 76건(1.0%), 울산 57건(0.8%), 제주 27건(0.4%), 충북 17건(0.2%) 순이었다. 경북은 단 한 건의 수술도 이뤄지지 않았다. 장기이식 수술의 수도권 편중 원인으로는 대형병원과 전문 의료진이 서울·경기·인천 등에 몰려 있어서다. 장기이식 수술은 외과 전문의와 이식 코디네이터 등 숙련된 인력이 동시에 투입돼야 하지만, 대부분 지역 병원은 응급수술 체계를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대구 한 의과대학 교수는 "장기이식 수술은 팀으로 이뤄지는데 경주나 포항 같은 경북 지역에서는 그러한 의료체계가 없다"며 "장기이식이 워낙에 큰 수술이다 보니 가능하면 큰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가려 한다. 대구에서도 장기이식 수술이 가능하지만 수도권 빅5 병원으로 가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 뇌사 장기기증자가 발생하더라도, 수도권 병원의 의료진이 내려와 장기를 적출하고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면서 장기이식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미화 의원은 "일분일초가 중요한 장기이식 수술조차 지방의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수도권에 편중되고 있다"며 "정부는 지역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10-23 10:15:14

  •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 4년 만에 41% 증가…신장은 8년 이상 기다려야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 4년 만에 41% 증가…신장은 8년 이상 기다려야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가 4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악화하는 장기기증 지표를 극복하려면 인식개선 등 기증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가 2020년 2천191명에서 지난해 3천96명으로 1.4배 증가했다. 지난해 장기별 대기 중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신장이 1천676명(54.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간 1천117명(36.1%), 심장 142명(4.6%), 폐 88명(2.8%), 췌장 72명(2.3%) 순이었다. 연도별 장기이식 대기자 수도 2020년 3만5천852명에서 올해 8월 기준 4만6천935명으로 1.3배 늘었다. 올해 대기자 수의 경우 신장이 3만6천901명(78.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간 6천609명(14.1%), 췌장 1천602명(3.4%), 심장 1천271명(2.7%) 순으로 나타났다. 장기별로는 신장이 대기 일수가 가장 길었다. 신장 이식 대기 일수는 지난 2020년 2천222일에서 올해 8월 2천963일로 늘면서 최장 8년 1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췌장은 1천391일에서 2천800일로 무려 2배가 늘었다. 문제는 뇌사 장기 기증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 이식 대기 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016년 573명에서 지난해 397명으로 줄었다. 박희승 의원은 "장기기증 자체가 감소해서 이식을 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장기기증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과 기증자 예우에 노력을 기울이고 기증 희망등록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6일 악화하는 장기기증 지표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기증 활성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해외 기증 선진국처럼 '순환정지 환자의 장기기증'(DCD)이 가능해진다. DCD란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으로 심정지가 온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 사망으로 판단되면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이다. 뇌사자에 제한된 현행 장기기증 범위가 확대되는 셈이다. 정부는 또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의료계와 정부 기관 간의 논의가 활발해지도록 거버넌스도 구축한다. 이외에도 장기기증 희망등록 제고를 위해 등록 기관을 기존 462곳에서 2030년 904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2025-10-23 10:13:47

  • "가족 동의 없이 장기 이식 가능" 법안, 김예지 철회했다…'황당 음모론 탓'

    가족 동의 없이도 장기기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장기이식법) 개정안이 17일 철회됐다. 장기기증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온라인상에서 '강제 적출' 등 허위 정보 확산으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 탓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 철회는 정부가 전날 '장기기증 활성화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생명나눔 활성화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제도 개선의 흐름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이 대표 발의한 장기이식법 개정안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국회에 발의된 해당 개정안은 생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경우, 가족의 동의가 없더라도 생명나눔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가족 반대로 무산되는 장기기증을 줄이면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현행 장기이식법은 기증 의사를 밝혀도 가족이 거부하면 기증이 이뤄지지 않는다. 김 의원이 해당 개정안을 철회한 배경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허위 정보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가족 동의 없는 강제 장기 적출", "정신병원 강제 입원과의 연계" 등 본래 법안 취지와 어긋나는 주장이 올라오면서 불가피하게 철회를 결정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장기이식법 개정안에 대한 악의적이고 왜곡된 정보로 인해 장기기증을 신청한 분들과 그 가족들이 불안감을 느끼거나 신청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개정안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 철회는 정부가 기증과 이식 전반을 포괄한 첫 종합대책을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다. 전날 보건복지부는 '순환정지 이후 장기기증'(DCD)을 도입하는 내용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뇌사자에 제한된 현행 기증 체계를 확대하면서 장기기증 활성화에 힘을 보탰던 것. 지역의 한 의료진은 "장기기증은 무엇보다 본인의 의사 표명이 가장 중요하다"며 "범국가적으로 기증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과정에서 관련 개정안이 철회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2025-10-17 17: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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