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4시 일하며 부지런한 70대, 장기기증으로 3명 살리고 하늘의 별
추락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7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3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4일 경북대병원에서 정대순(73) 씨가 가족의 동의로 간장과 신장(좌·우)을 기증하고 3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고 22일 밝혔다. 정 씨는 지난달 13일 마을회관 지붕을 수리하던 중 추락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뇌사상태에 빠졌다. 유족에 따르면 정 씨는 "삶의 끝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떠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존중해 마지막 순간에도 아름다운 일을 하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경북 봉화군에서 3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정 씨는 밝고 쾌활한 성격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렸고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과수원과 양계장 일을 시작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일과를 할 정도로 부지런했다. 정 씨의 아들은 "사랑하는 아버지, 부지런함으로 가족을 이끌어주셨던 모습은 저희에게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며 헌신하셨던 아버지를 존경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습니다. 고생 많으셨고 이제는 편히 쉬시길 바랄게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늘 솔선수범하여 타인을 돕던 기증자 정대순 님과 생명나눔을 동참해 주신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사랑의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증원은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5-04-22 09:44:49
대구 천내중, 전교생 247명 대상 '생명존중교육활동' 실시
대구 달성군 천내중학교(교장 이혜경)는 최근 전교생 247명을 대상으로 생명 존중과 나눔을 위한 교육 활동을 실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11일 열린 교육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생생스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이 강연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나눔의 가치를 더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이윤정 생명나눔강사는 "학생들들이 생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며 "한 명의 학생이라도 생명존중과 기부의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이번 강연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혜경 천내중 교장은 "생명존중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과 타인의 생명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2025-04-14 13:27:14
뇌졸중 아빠 대신 가장 역할한 60대 엄마…생명 살리고 하늘의 별 됐다
안타까운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6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꺼져가는 생명에 숨결을 불어넣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8일 대구가톨릭병원에서 허 씨가 가족의 동의로 간장을 기증하고 영면에 들었다고 10일 밝혔다. 허 씨는 지난 2월 28일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료진의 치료에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허 씨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이대로 누워있다가 삶이 끝나기보다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기증을 결심했다. 대구에서 2남 5녀 중 여섯째로 태어난 허 씨는 조용하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적극적으로 돕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허 씨는 3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대신해 섬유 공장과 자동차 부품 공장, 요양보호사 등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등산을 좋아했던 허 씨는 주말에 산에 오르고 퇴근 후에는 반려견과 산책을 즐겼다. 허 씨의 아들 장재웅 씨는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잘해드리지 못했던 게 미안하다"며 "아버지도 뇌졸중으로 고생하시다가 5년 전에 떠났는데 어머니마저 떠난 게 믿어지지 않는다. 하늘나라에서 아버지와 함께 편히 쉬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허곡지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기증자와 유가족의 사랑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희망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04-10 10:24:03
진실 드러난 군경의 민간인 학살… 대구·경북 곳곳에서 희생자 확인
한국전쟁 전후 대구경북 지역에서 민간인들이 경찰과 군 등에 의해 불법적으로 희생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 사이 권력 기관이 주민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학살한 사건들이 70여 년 만에 밝혀진 것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8일 서울에서 열린 제104차 회의에서 대구경북 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들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날 결정된 사건 가운데 대구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은 1946년 10월부터 1950년 7월까지 대구에 거주하던 민간인 7명이 좌익 협조 혐의로 경찰과 국군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계곡과 중석광산, 화원면 본리리 부채골 등에서 희생됐으며, 가해 주체는 대구 경찰 등으로 밝혀졌다. 경북 영천에서는 1947년 3월부터 1951년 2월까지 민간인 45명이 좌익활동 혐의로 각 지서 경찰에 연행된 뒤 임고면 아작골과 자양면 벌바위 등지에서 희생됐다. 이 사건에서는 신청된 46명 가운데 1명의 희생 경위는 확인 불가로 판단됐다. 경주와 청도 사건에서는 한국전쟁 발발 전 주민 27명이 경찰과 우익청년단 등에 의해 경주·청도 일대에서 총살되거나 마을에서 살해됐다. 희생자 대부분은 20대(53%)와 30대(29%)였으며, 남성(96%)이 대부분이었다. 여성 1명도 포함됐다. 포항·안동·영양에선 1949년 2월부터 1950년 10월 사이 주민 14명이 좌익협조 혐의로 군경에 의해 포항시 구룡포읍 삼정2리 공동묘지와 흥해읍 예수골, 칠곡군 다부동, 영양군 입암면 골짜기 등에서 희생됐다. 가해 주체는 포항·영양 경찰서 소속 경찰과 국군으로 드러났다. 경산과 울진에선 1949년 3월부터 1950년 12월 사이 민간인 4명이 좌익 협조 혐의로 경산 진량면 평사동, 압량면 현흥초교 인근, 울진 신림리 등에서 경찰과 국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들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유족을 위한 실효적인 피해구제 법률 제정과 국가 및 지자체의 공식 사과, 피해회복 조치, 추모사업 지원, 역사기록 반영, 평화·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2025-04-09 09:47:45
['낙오의 벼랑 끝'에 선 다문화 중·고생] '낯선 한국에서 명문대 진학', 김알리나의 성공기
낯선 한국 교육에 녹아들면서 당당히 대학 입시의 관문을 통과한 학생이 있다. 달성군 현풍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언어학과에 진학한 김알리나(19) 양이 그 주인공이다. 다문화 학생으로서 녹록지 않았던 중등교육의 장벽을 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그의 성공기를 직접 들었다. 2017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온 알리나 양은 입시 성공 비결로 학교의 발 빠른 관심을 꼽았다. 부모가 모두 해외 국적일 경우 지원 가능한 '외국인 전형'을 1학년 때부터 알게 되면서 대학을 꿈꿨다. 알리나 양은 "학교에서 외국인 전형으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선 생활기록부가 일관성 있어야 한다고 얘기해줬다"며 "일찍 전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알리나 양은 러시아어와 한국어, 영어까지 구사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언어에 소질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깨달음은 언어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열망으로 이어지면서 고려대 언어학과를 목표로 삼았다. 학교에서 열리는 언어 관련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여했고, 그 노력은 생활기록부에 차곡차곡 쌓였다. 진로가 잡히자 학교에서도 관심을 더욱 드러냈다. 외국인 전형에 가산점이 될 수 있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전체 1~6급)을 권했고 알리나 양은 5급이라는 높은 등급을 받았다. 명문대 진학이 학교와 선생님들의 노력만은 아니었다. 알리나 양은 서툰 한국어로 중등교육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한국말이 들리지 않으면 선생님의 발음에 집중하며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집에서는 하루 3시간씩 교과서를 번역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부족한 내신 성적을 관리하기 위해 찾은 학원에서는 좌절감도 느꼈다. 알리나 양은 "한국인들이 많은 학원에서는 개별 지도가 아니라 진도를 나가는 데 집중했다"며 "친구들은 모두 이해하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어 능력부터 더 키우자고 판단하면서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 학생들이 많아지는 만큼 학교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학생들이 혼자 길을 찾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대학 희망 여부를 묻고, 방향이 정해졌다면 어떤 전형이 적합한지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직 교사들도 학생들의 진학 여부가 학교 측의 역할과 역량에 달려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백지혜 현풍고 교사는 "학생들이 희망하는 대학이 있다면 현실적인 진학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며 "교사가 어떤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5-04-02 15:03:30
['낙오의 벼랑 끝'에 선 다문화 중‧고생]<3편> 꿈의 디딤돌을 놓아주자
다문화 중·고등학생들이 학업의 벽 앞에서 주저앉는 이유로는 부족한 지원책들이 꼽힌다. 교실에 투입되는 이중언어 강사들은 한계가 뚜렷하고, 학습 지원은 한국어 교육에 그치면서 교과 과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급증하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회 진출의 문턱 앞에 선 이들에게 세밀하고 실질적인 디딤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trong〉◆ "수업 돕는다는 강사가 한국말이 부족해요"〈/strong〉 2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에서는 30명의 이중언어 튜터(강사)와 190명의 통역멘토링 강사들이 학교로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사와는 별도로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 옆에서 학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강사들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사의 한국말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부분을 긁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달성군 한 중학교에 다니는 드미트리(14·가명) 군은 "한국어를 못하는 러시아 강사가 교과서를 러시아로 번역해 주는 정도에 그친다"며 "학생 공부를 돕기 위해 왔다면 수업하는 교사의 한국말을 통역까지 해줘야 한다. 실력 면에서 강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도움을 받지 못한 친구들이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학생이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적합한 강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대구 한 고등학교 교감은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강사를 찾는 데 몇 달이 걸린 적도 있다"며 "어렵게 찾더라도 학교와 집이 멀면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언어 지원은 다문화 중점학교 내에 설치된 '한국어 학급'이 있지만, 중·고교는 4개교에 그치고, 그마저도 달서구와 달성군 일부 지역에 쏠려있다. 교내에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는 '한국어 집중 배움 과정'과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 등은 학교 차원의 신청이 선행돼야 지원이 가능하다. 중등교육에서 학업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수업에 어려움을 겪지만 교과 과정 지원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 대구시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숙제 지도 ▷학습지 교사 방문 ▷기초학습 지원 등은 대상이 초등학생까지다. 이 중에서도 기초 학습 지원은 지난해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확대됐을 뿐 중·고생은 또 한번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학 멘토링이 지원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시교육청과 한국장학재단, 대학이 구축한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대학생에게 학습 지도와 정서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대학 시험 기간이 겹칠 경우 수업의 흐름이 끊기는 등 지속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다문화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교육활동 지원비는 학업을 이어가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부터 여가부는 교육 급여를 받지 않는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의 중학생과 고등학생에게 각각 연 50만원, 6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 한 가족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학생들이 지원을 받지만 교재 구입부터 독서실, 학원비 등에 지출하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다문화 학생들은 가정에서 교육 지원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다방면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trong〉◆ "교실 내 강사 한국어 능력 필요"〈/strong〉 전문가들은 외국인 강사의 언어 역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등교육의 학업 난이도가 까다로운 만큼 교과 과정의 지원도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언경 대구가톨릭대 한국어다문화전공 교수는 "강사들이 학교에서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의 진도를 이해하면서 통역을 해야 하는데 단어만 전달되면 수업이 겉핥기식이 된다"며 "모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강사로 채용하기보다 한국어능력시험(토픽)과 같은 객관적인 잣대로 이들의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사들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학교 내에서 단기간 채용이 아닌 상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에서는 이중언어강사가 한 번 배치되면 전일제로 7개월, 통역멘토링 강사들은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영태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연구위원은 "강사들이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니 적응이 어렵고 수업 준비도 완벽하지 않다"며 "독일과 핀란드 등 유럽의 다문화 선진 국가에서는 중도 입국자들이 많아지면서 강사들이 학교에 상주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오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생들에 대한 지원이 한국어 교육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교과 과정 전반으로 넓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중등교육은 학업 부담이 커지는 시기라서 주요 과목 학습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윤은경 대구사이버대 한국어다문화학과 교수는 "은퇴한 교사들은 수업 내용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서 이들을 투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의 다문화 고등학생 맞춤형 교과서 개발도 주목할 만하다. 기초적인 한국어 소통은 가능하면서 수업 이해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국어와 수학, 사회, 과학 등 과목을 쉬운 한국어로 제공한다는 목적이다. 현재 개발이 끝난 상태로 올해 심의·승인을 거쳐 내년부터 배포할 계획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중등교육에 대해 더 강화돼야 하는 것도 맞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다문화 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한국어 교육센터도 대구에 생겼다. 학생들의 출발선이 같아지기 위해선 결국 한국어인데, 다방면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맞춤 지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5-04-02 14:59:11
[취재현장-임재환] 숫자가 늘었다고 함께 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험지도 받기 전에 OMR 카드에 한 번호로 줄 세우고 자는 학생이 넘쳐납니다!" 취재 초기에 만난 대구 한 중학교 교사는 다문화 학생들의 시험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니 문제를 읽으며 답을 고를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교사의 발언은 다문화 중·고등학생들을 한 달 가까이 만나면서 '증언'으로 다가왔다. 중학교 2학년을 앞두고 초등 수학의 사칙연산에서 헤매는 학생을 만나면서다. 곱셈과 나눗셈을 푸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국 기초 부진으로 분류됐고 재시험 세 번 만에 간신히 통과했다. 영어도 겨우 알파벳을 외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 학생은 기자에게 "한국어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다른 나라 언어를 어떻게 외우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국에서 3년 넘게 학교를 다녀도 언어 장벽에 막혀 옥편까지 구매한 학생도 있었다. 교사의 판서를 사진으로 찍어 공부하고 싶다던 그 절박함을 잊지 못한다. 학생들이 학업 부진에 허덕이지만 지원 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국어와 수학 등 교과목 공부를 돕는 기초 학습 지원은 지난해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확대되는 것에 그쳤다. 학업 난이도가 한층 까다로워진 중등교육에 지원이 닿지 않는 데 의문을 가졌다. 교실에서 학생들의 모국어로 공부를 돕는다는 이중언어 튜터(강사)들도 제 역할을 못 했다. 당시 기사에 담지 못했지만 "강사가 교사의 한국어도 알아듣지 못하는데 이중언어라는 이름을 붙이면 되겠냐"는 학생의 분노도 있었다. 학교로부터 맞춤형 지원을 받으며 대학 관문을 통과한 학생은 극히 일부였다. 한 고3 수험생은 다문화 가정으로서 '사회배려자 전형'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혼자서 파악했다. 서툰 한국어로 대학 모집 전형을 번역하는 데 온종일 시간을 쏟기도 했다. 외국인 전형으로 입시 전략을 세운 이 학생은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학교에서 알려 주는 게 올해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했다. 주 6일 공장에 다니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지원할 여력은 없었다. 한 다문화 학생의 어머니는 월 230만원 수입으로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생계에 급급한 처지여서 교육 정보를 귀동냥할 여유조차 없었다. 학생들이 처한 현실과는 달리 정부는 이들을 '미래 인재'로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학생들과의 동등한 출발선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위 사례들을 비춰 봤을 때 이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학생들은 정부가 보장한 동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실에서는 '같이' 있지만 배움은 '따로'였다. 가까운 미래에 다문화 중·고등학생들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이미 대구·경북에서는 2019년 3천21명이었던 학생 수가 지난해 8천315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등교육 진학을 앞둔 초등학생 수도 지난해 기준 1만691명이나 된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학생 수만큼 교육에서 방황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중등교육의 학업 성취도가 이들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학업 격차는 단순한 성적 차이를 넘어 미래의 경제적 불평등과 낙오로 이어질 수 있다. 다문화 학생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다. 저출산으로 감소하는 한국인들을 대신해 이들이 진정한 '역군'으로 자리 잡으려면, 그 가능성이 결정되는 중등교육에서의 진짜 디딤돌이 필요하다. 학생 수가 늘어난다고 하여 이들이 동등한 출발선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학습 지원이라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2025-03-30 13:28:02
['낙오의 벼랑 끝'에 선 다문화 중‧고생]<2편> 교육 소외로 방황하다
카자흐스탄 출신 아이딘(13‧가명) 군은 지난 겨울방학 내내 수학 과목의 '정수와 유리수', '수직선' 단원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친구들이 40분 만에 풀어내는 수학 20문항. 아이딘 군은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성적도 고작 30점. 아이딘 군은 "수학 푸는 방법을 익히려고 해설지를 봐도 어렵다. 중학교에선 다른 과목들도 공부해야 하는데 지금 부모님 수입으로는 학원을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들은 학교 안팎에서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다. 생계를 위한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면서 배움의 문턱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strong〉◆ 경제적 현실을 마주한 다문화 학부모 "학원 못 보내요"〈/strong〉 아이딘 군처럼 해외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온 뒤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2019년 456명이었던 중도입국‧외국인 학생 수가 지난해 1천228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부모의 언어‧경제 지원 한계로, 이들의 학업 부진 문제가 더욱 크게 불거질 전망이다. 김춘수 대구가톨릭대 한국어다문화전공 교수는 "한국 교육을 접하면서 살아온 국내 출생 학생들과 달리 중도입국‧외국인의 경우 언어부터 새롭게 배워야 한다. 문화도 낯설어 학교 적응이 어렵고 학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자녀를 돕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아이딘 군 어머니 나탈리아(53‧가명) 씨는 학원비 이야기에 연거푸 한숨을 내뱉었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벌어 들인 월 230만원의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그는 "남편은 취업이 안 되는 비자라서 혼자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학원비로 매달 20만~30만원 지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2021년)에 따르면 다문화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300만원 미만이 49.3%로 절반에 이른다. 100만원 미만도 10.2%나 된다. 생계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상황에서 사교육비 지출은 꿈만 같다. 여성가족부는 다문화 학생들의 학업을 돕고자 '교육활동지원비'를 지급하고 있다. 교재 구입과 학원비 등에 쓰이지만, 초·중·고등학교별로 연 40만~6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나탈리아 씨는 최근에도 생계의 굴레에 좌절했다. 모국어(러시아어)만 쓰는 아들을 한국인이 많은 중학교에 보내는 데 이사 비용만 수천만원이나 됐다. 그는 "보증금만 1억원이라는 말에 원하는 학교로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모의 소득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장오 강남대 교수가 다문화 중고생 11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부모 월 소득이 200만~300만원인 학생의 교육 성취 욕구가 100만~200만원 구간보다 높았다. 김경민 대구한의대 다문화복지한국어학과 교수는 "다문화 학생들의 학업 격차에 경제적 배경은 하나의 요인"이라며 "복지 프로그램들의 접근성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trong〉◆ "아이들 공부 돕고 싶은데, 뭐부터 알아봐야 할까요"〈/strong〉 방대한 교육 정보를 손에 넣는 것도 쉽지 않다. 베트남 국적 어머니인 프엉투이(38) 씨는 한국 교육에 대해 전혀 모른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 준희(16‧가명) 군의 학업을 지난 8년간 지켜봤지만, 수시로 변하는 교육 제도를 따라가는 게 어렵다. 올해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된다는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뭐예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내년이면 고등학생인데 고교학점제를 몰랐다. 정보를 몰랐던 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오랜 한국 생활 덕분에 엄마들 모임에서 교육 정보가 오가는 것은 눈치챘다. 그러나 자신의 정보 부족으로 주눅 들기 일쑤였다. 그는 "내가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는데 과연 모임에 낄 자격이 있는지 걱정이다. 마치 큰 벽이 있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부모 상당수는 학업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자녀의 진학 및 진로에 관한 정보 부족'으로 고충을 호소하는 다문화 학부모는 37.6%에 달한다. 프엉투이 씨는 교육 정보의 창구로 학교를 꼽았다. 그는 "학교에서 오는 정보는 '해가 될 만한 게 없다'는 믿음이 있다. 작은 소식부터 학업 관련된 모든 것들을 안내받고 싶다"고 말했다. 〈strong〉◆ 진학‧입시에 기댈 곳 없는 학생들〈/strong〉 다문화 학생들이 경제적 빈곤과 교육 정보 갈증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대학 입시가 코앞인 수험생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 중국인 가정의 지영(17‧가명) 양은 지역거점국립대 진학을 목표로, 요즘 대학 모집 요강을 살핀다. 하지만 적합한 수시 전형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다문화 가정 자녀로서 '사회배려자 전형'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지영 양은 "입시 준비생들이 모인 채팅방에 들어가서 정보를 얻는 게 전부"라며 "대학과 전공을 정한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만 급해지고 있다"고 했다. 경제적 현실에 막힌 다문화 학생들에게는 진학 컨설팅과 같은 사교육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카자흐스탄 국적의 아스카르(18‧가명) 군은 "외국인 전형에서 필요한 서류들과 어느 수준의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며 "혼자 찾아봐도 어려운 한국말이 많아서 번역에 시간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 정보에 목 마른 학생들의 학교 밖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다문화가족센터 내 '진학컨설팅'은 부족한 예산 탓에 1대1로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 대구 한 가족센터 관계자는 "대학 입시는 1대1로 진행되는 게 제일 좋은데, 전문 강사를 부르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단체로 상담을 진행한다"며 "예산이 몇 년째 동결된 상태인데 늘어나는 교육 수요에 맞춰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5-03-23 16:29:00
['낙오의 벼랑 끝'에 선 다문화 중‧고생] "학교 밖에서도 교육 사각지대…교육기관이 앞장서야"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정보 부족으로 교육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부와 학교, 대학이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주 다문화행정복지센터 대구지부장은 "월 수입이 200만원인 가정에서 매달 30만원이 넘는 학원에 자녀를 보내기가 힘들다"며 "사교육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중고생들의 학업 격차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요 과목인 국어와 영어, 수학이라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낯선 교육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통합된 정보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방대한 정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접근이 어렵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장인실 한국다문화교육학회장은 "교육열이 높은 한국 학생‧학부모와 달리 다문화 가정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교육의 기초부터 학습 방법, 대입 준비까지 설명하는 동영상을 자료실에 올려놓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요즘 학생들이 영상을 쉽게 접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학 입시는 교사들의 관심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학교의 적극성이 필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민석 대구가톨릭대 한국어다문화전공 교수는 "학생들의 입시 여부는 학교의 교장‧교감의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며 "입시 제도 자체를 설명하는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한다. 정보 취득을 도움을 주면 학생들이 대학에 관심이 생기고, 진로와 진학에 대한 기대감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김동일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원장은 "교육과 입시의 문을 열어줄 정책들이 굉장히 시급하다"며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진학하면 학위를 갖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방향을 설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5-03-23 15:01:30
법무부, 미등록 이주 아동 임시 체류 자격 부여 '구제대책' 3년 연장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 아동과 그 부모에게 한시적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구제대책'의 시행 기한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대책이 연장되면서, 이주 아동 가정은 건강보험 등 각종 혜택을 지속해서 받을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지난 20일 '국내 장기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방안'을 2028년 3월 31일까지 연장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교육부와 이주민 단체들이 제도 연장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국내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 부모가 낳거나 데려온 자녀들을 말한다. 외국인등록번호조차 없는 이들은 보통의 아이들이 속한 교육‧복지 울타리에서 번번이 제외된다. 정부의 양육 수당과 보육비 지원이 닿지 못하고,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일반 국민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의 병원비를 부담하게 된다. 앞서 법무부는 2022년 2월부터 이들의 생활권 보장을 위해 체류 자격을 한시적으로 부여해 왔다. 6년(경우에 따라 7년) 동안 한국에 체류하고 국내 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아동은 D-4 비자를, 부모는 G-1 비자를 받았다. 제도 시행부터 이날까지 체류 자격을 받은 이들은 2천713명(아동 1천205명‧부모 1천508명)이다. 법무부는 이번에 대책을 연장하면서 요건을 충족한 아동이 체류 자격을 받으면, 이들의 형제자매에게도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부모들에 대해선 자녀 교육과 양육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조건을 부과했다. 안정적인 가족생활 보장과 동시에 제도 악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외국인 청소년이 국내에서 취업·정주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신청일 기준 만 18세 이상 24세 이하로, 18세 이전까지 7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면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경우 구직‧연수(D-10), 취업(E-7-Y) 체류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초‧중‧고 과정 중 어느 하나의 교과 과정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사회통합프로그램 5단계 과정을 이수하면 동일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대구에서 거주하는 기니 출신 나바야(38‧가명) 씨는 "딸 두 명이 체류 자격이 없어서 건강보험 미적용으로 병원비를 감당하는 게 어려웠고, 항공기를 타고 여행을 갈 수도 없었는데 제도 연장이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앞으로도 국내 성장 기반을 두고 있는 외국인 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통합 정책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3-21 12:18:58
['낙오의 벼랑 끝'에 선 다문화 중‧고생]<1편> 한국어 장벽에 부딪쳐 '학업 절벽' 마주한다
중등교육은 사회 진출을 앞두고 진로를 탐색하는 분기점이다. 학업 성취도가 미래를 결정짓는 이 시기에, 다문화 중‧고생들은 부족한 한국어로 학업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생김새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실 내 차별도 뒤따른다. 생계가 급한 부모들은 자녀의 학업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 결국, 교과 과정을 못 따라가는 이들은 학업에 손을 놓는다. 〈strong〉◆'한국어를 익히는 것도 힘든데 교과 과정 따라가는 건 꿈〈/strong〉' 해외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청소년 시기에 한국으로 온 학생들은 한국어에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중등교육에 발을 들인 학생들은 높아진 교육 과정에 중심을 못 잡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 2021년 한국 땅을 밟은 카자흐스탄 출신 아스카르(18‧가명) 군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지금 한국어 실력으로는 수업 진도를 따라가는 게 버겁기만 하다. 국어 수업에서 고전‧장편소설이 나오면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문단마다 쏟아지는 어휘를 하나라도 놓치면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없고, 하교 후 2~3시간씩 번역해야 한다. 아스카르 군은 옥편까지 구매했지만 지난 학기 국어 내신은 7등급(전체 9등급)에 머물렀다. 그는 "국어는 한 작품으로 수업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특히 모르는 한 개 단어가 전체의 핵심 주제와 관련이 있으면 큰 일"이라며 "흐름을 못 따라가면 수업을 안 들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한국어가 부족한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 이중언어튜터(강사)와 통역멘토링 강사들이 배치되고 있다. 이들은 교실에서 학생의 모국어로 학업을 지원한다. 학교 공모 신청으로 강사들이 채용되는데, 아스카르 군은 3년 반이 넘도록 해당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한국어는 암기가 중요한 사회탐구영역에서도 걸림돌이다. '윤리와 사상'에서 고대‧현대 사상가들의 이름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아스카르 군은 교사의 판서를 메모하는 습관부터 생겼다. 한국 학생들보다 더 많은 필기 시간이 필요하지만 교사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스카르군은 "한국어는 모국어가 아니라 기억에서 빨리 사라진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으면 칠판에 적힌 내용들을 찍고 싶을 정도다"고 말했다. 한국어는 학습 참여에 결정적인 요인이다. 2023년 한남대 대학원 논문에 따르면 다문화 중학생 1‧2학년들은 한국어 능력이 뛰어날수록 학습 참여도가 높았다. 언어 장벽에 막힌 학생들은 학업 부진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업 부진은 대학 진학 포기로 이어진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다문화 학생들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40.5%로 전체 국민(71.5%)보다 31%포인트나 낮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어 공부가 세밀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영태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연구위원은 "한국어의 네 가지 영역은 쓰기와 듣기, 읽기, 말하기"라며 "이 중에서 쓰기와 읽기는 학업에 영향을 미치는 문해력과 직결된다. 한국어 수업을 하더라도 촘촘하게 성과를 측정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strong〉◆'친구들이 엄마 나라로 가라고 해요', 차별과 편견이 자욱한 교실〈/strong〉 언어 장벽은 친구들과도 사이를 갈라 놓는다. 서툰 한국어는 교우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인종 차별과 편견 문제로 불거진다. 국가인권위원회 학교생활차별실태조사(2019년)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청소년 약 18%가 언어 폭력과 따돌림 등 차별을 겪었다. 지난달 만난 캄보디아 가정의 스렁사브리(16) 군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한국어 발음 연습에 몰두했다. 3년 전 겪었던 마음의 상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말을 더듬거리는 어머니로부터 한국말을 배우다 보니 버벅거리게 됐고, 친구들이 흉내를 내면서 놀렸다"고 말했다. 급기야 친구들은 스렁사브리 군의 어머니가 캄보디아 국적이라는 것까지 캐냈고 괴롭힘 정도는 더 심해졌다. 책상에 '너희 나라로 가라'는 낙서부터 '우리와 피부 색깔이 달라' 등 모욕적인 말까지 들었다. 스렁사브리 군은 "고등학교에 다른 지역의 학생들도 새롭게 올 텐데, 다문화 학생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말을 최대한 천천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골적인 따돌림이 있는가 하면 철저한 무관심으로 고립되기도 한다. 아스카르 군은 한국에서 3년 반 동안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다. 학교에 머무는 8시간 동안 그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한국어가 부족한 탓에 번역기로 대화를 이어가자 친구들은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는 "휴대전화에 한국 친구 연락처가 하나도 없다"며 "교회에서 만난 2~3명의 친구가 전부지만, 다른 지역에 있어 잘 보지도 못한다"고 했다. 원활하지 못한 교우 관계는 학교 부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15~17세) 62.6%가 학교 부적응 이유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경북 포항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한국 학생들이 다문화 학생들을 따돌리거나 무관심으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며 "고립된 피해 학생은 학업 의지가 줄다가 학교에 오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고명숙 이주와가치 대표는 "한국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시를 받으면 학생들이 큰 상처를 받는다. 교내에서 인권 교육이 필요하고, 감수성이 쌓이면 차별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5-03-20 18:58:00
['낙오의 벼랑 끝'에 선 다문화 중‧고생] 대구경북에 다문화 중고등생들 급증…'한 학급에 몇 명은 꼭 있어요'
대구경북에서 다문화 중고생들의 학업 부진 해소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저출산으로 줄어드는 한국 학생들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이지만, 까다로워진 중등교육에서 학업 성취도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교육부와 교육통계서비스 등에 따르면 대구 다문화 중·고등학생은 2019년 896명에서 지난해 2천337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북도 2천125명에서 5천978명으로 치솟았다. 중·고교의 전체 학생은 줄고 다문화 학생은 크게 늘었다. 대구의 경우 2019년 0.7%였던 다문화 학생 비중이 지난해 1.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북도 1.6%에서 4.7%로 3배가량 늘었다. 전국의 다문화 중·고생 비율이 2.9%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북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다문화 중·고생들이 급증하면서 교실 내 풍경도 달라졌다. 학급에서 외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수업을 듣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달성군 한 중학교 다문화 학생 드미트리(14‧가명) 군은 "우리 학교는 6년 전에 외국인이 없었고 친누나가 다문화 학생 첫 기수였다"며 "지금은 한 학급을 제외하고는 3명 정도는 꼭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달성군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구 지역 중·고교 20곳에 확인한 결과, 이들 학교 모두 다문화 학생이 재학 중이었다. 가까운 미래에 다문화 중고생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중등교육 진학을 앞둔 초등생 수가 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다문화 초교생은 대구가 3천855명, 경북은 6천83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낮은 학업 성취도가 문제다. 학업 부진으로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잦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학교를 그만둔 전국이 다문화 고교생 293명 중 68명이, 그 이유로 '학업'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중·고생 급증 흐름과 함께 교육 체계가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과 과정이 한층 더 까다로워지는 중등교육에서 학업 성취도 별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정민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고등학교 중등교육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전 단계의 학업 성취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학습 공백이 안 생긴다"며 "교육 과정에서 배제하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쏟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5-03-20 18:14:00
['낙오의 벼랑 끝' 다문화 중‧고생] 기초부진에 빠진 성민이…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덧셈을 배웠다
지난 2월 11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달성군 논공읍 산자락 인근 20년이 다 된 가정집. 패널로 만들어진 이 집에서 10년 넘게 사는 성민(14‧가명) 군이 타일이 깨진 계단을 오르며 문을 열었다. 25평(83㎡) 남짓한 내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소주병들이 빼곡하게 담긴 쓰레기봉투들이었다. 성민 군은 고개를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가 다 마신 것들이에요." 방으로 들어간 성민 군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 한 권을 꺼냈다. 그런데 어디선가 담배를 피운 듯한 냄새가 난다. 옆방으로 눈을 돌리자 아버지의 전용 재떨이에 담배꽁초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30개비가 넘는 담배꽁초는 아버지가 떠난 지 6시간이 지나도 냄새가 자욱한 이유를 대변해줬다. 책상이 없는 방에서 덩그러니 놓인 침대 하나가 책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하지만 생소하고 낯선 어휘들이 많아 읽히지 않는다. 성민 군은 "교과서에 있는 글들은 더욱 안 읽힌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난해 중1이 되면서 차이를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국적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성민 군은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다. 올해 중학교 2학년으로 학업에 더욱 전념해야 할 때지만 녹록지 않은 환경이 그를 가로막고 있다. 부모의 무관심과 언어 장벽 속에서 한국 친구들처럼 교과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힘에 부친다. 성민 군은 초등 수학에서 진작에 뗐을 사칙연산에서 헤매고 있다. 곱셈과 나눗셈을 만나면 골똘히 들여보다가 이내 곧 머리가 지끈거린다. 수학 풀이의 기본인 셈법에만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지난해 기초부진 학생으로 분류됐다. 성민 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배운 덧셈과 뺄셈도 숫자가 많아지면 어렵다"며 "기초 수업을 듣고 재시험만 3번을 치면서 겨우 통과했다"고 말했다. 문해력 부족은 국어와 수학뿐만 아니라 영어도 발목을 잡았다. 성민 군의 영어는 겨우 알파벳을 외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과서에 적힌 한국어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다른 나라의 언어를 익히는 것은 더욱 벅차다. 부모님은 학업 부진에 빠진 아들에게 관심을 쏟지 않았다. 이혼한 어머니는 경남 창녕 자동차 공장으로 갔다. 여름과 겨울 방학 때 한 번씩 보는 것을 제외하면 안부 메시지를 남기는 게 전부다. 오전 8시에 집을 나선 아버지는 오후 10시가 가까워져서야 돌아왔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술잔을 기울이곤 그대로 잠이 들었다. 성민 군은 그런 아버지와 마주 앉아 학업이나 진로를 논의해 본 적이 없다. 최근에는 아들의 학습 지원마저 거절했다. 교육복지사가 돌봄을 받지 못하는 성민 군에게 1대1로 학습을 돕는 대학멘토링을 연결하려 했지만, 아버지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한 것이다. 성민 군을 담당하는 최보영(가명) 교육복지사는 "다문화 학생들이 교육 당국과 부모로부터 소외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복지사는 "중‧고교에는 외국에서 들어온 학생들이 많다. 이들이 수업을 따라가는 건 꿈 같은 이야기"라며 "중간‧기말 고사 때 한 번호로 줄 세우고 잠을 자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매일신문은 지난 한 달간 성민 군을 포함해 다문화 중‧고생 12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복수 응답(1~3순위)을 통해 ▷교육(입시) 정보 취득 어려움(83%) ▷한국어 구사 어려움(58%) ▷교과 과정 지원 부족(58%) ▷경제적 빈곤(50%) ▷부모 무관심(41%)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 안팎의 다문화 실태와 문제, 해법을 담은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현장 관계들과 전문가들이 털어놓는 교육 환경의 현주소도 짚었다.
2025-03-20 17:19:28
교육‧복지 울타리 밖 '미등록 이주아동'…체류자격 구제대책은 이달 말 종료
7년 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온 알리나(10대·가명)는 올해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데 애를 먹었다. 체류 자격 없는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가 입학의 문을 두드렸다가 거부 당한 학교만 4곳에 달한다. 알리나는 "학교들은 서류에 문제가 있다며 거절해왔다. 검정고시를 치려 해도 같은 이유로 신청조차 못했다"며 "한국에서 대학원 박사 과정까지 하고 싶다는 꿈이 있는데, 고교 입학조차 안 돼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서류 없는 존재'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학교 입학을 거부당하거나, 건강보험이 없어 비싼 병원비를 감당해야 한다. 법무부가 마련한 임시 구제대책도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어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위한 상시 체류 자격 부여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등록 이주 아동, 교육‧복지‧의료 혜택 못 누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출입국관리시스템에서 공식 집계된 18세 이하 미등록 이주 아동은 모두 3천434명이다. 대구의 경우 대구시교육청이 83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국내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 부모가 낳거나 데려온 자녀들을 말한다. 부모의 '미등록 외국인 신분'이 대물림되는 이들은 서류 상에도 존재하지 않아 유령 아동으로 불린다. 외국인등록번호조차 없는 이들은 보통의 아이들이 속한 교육‧복지 울타리에서 번번이 제외된다. 정부의 양육 수당과 보육비 지원이 닿지 못하고, 신분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도 개통할 수 없다.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일반 국민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의 병원비를 부담하고 있다. 알리나는 "4년 전부터 발가락 마디에 있는 뼈가 튀어나와 걸을 때마다 통증이 심한데, 아버지가 요로 결석 치료비로 150만원 내는 걸 보고 아파도 참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내에선 어려움이 더욱 크다. 여행자보험이 불가능해 수학여행 등 행사를 앞두고 눈치를 보는 아동들이 많다는 것이 이주민 단체의 설명이다. ◆임시 체류 구제대책 이달 말 종료…연장 되나?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이었던 법무부 구제 대책은 이달 31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대로 대책이 끝나면,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학교에서 충분한 학습권 보장을 받지 못하고, 의료보험과 각종 지원 혜택에서도 제외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앞서 법무부는 2022년 2월부터 미등록 이주 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임시 체류자격(D-4 비자)을 한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장기체류 아동의 인권 침해 지적과 함께 법무부에 체류자격 심사 제도 마련을 권고한 데 따른 조치였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6세 이전에 한국으로 들어온 아동은 6년 이상 국내 거주 시 체류자격이 주어진다. 6세 이후에 한국에 들어온 경우 7년 이상 국내에서 거주하고 학교를 다니거나 졸업하면 된다. 이달 말 구제 대책 종료 소식에 미등록 이주 아동을 둔 가정들은 걱정이 앞선다. 거주 기간이 짧아 신청 자격조차 얻지 못했던 이들은 더욱 낙담하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기니 출신 나바야(38‧가명) 씨는 "딸 두 명은 나이가 어려 체류자격을 신청할 수 없었다. 병원 갈 때마다 한 명당 최소 4만원씩 내야 했다. 아이가 왜 비자가 없냐고 물어보면 부모로서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주민 단체들은 홍보 부족과 미등록 기간에 따른 범칙금 부담으로 구제 신청하지 못한 아동들이 많다며 제도 상시화를 촉구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시행 첫 달부터 지난 1월까지 임시 체류자격을 받은 아동은 모두 1천163명이다. 이주민 단체가 추산하는 전체 미등록 이주 아동(1만~2만명)의 약 10%에 불과하다. 법무부 통계를 적용해도 3분의 1 수준이다. 고명숙 이주와가치 대표는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고등학교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고,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더라도 보험이 안 돼서 선생님들로부터 눈치를 받는다"며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면 체류 연장 걱정 없이 교육을 받고,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기관도 법무부에 제도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법무부에 구제 대책의 연장을 적극 요청하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교육부 등 관계 기관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후 충분한 검토를 거쳐 이달 안에 구제 대책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3-11 17:33:00
김동연 "이재명, 2심서 당선 무효땐 상당히 지장 있을 것"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심 선고에 대해 "만약 당선 무효형이 나온다면 상당히 지장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지사는 28일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당내에서 단단한 지지 기반을 통해서 끌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지지도, 최근의 상황을 놓고 볼 적에, 또 국민들의 도덕성이나 사법리스크에 대한 정서로 봤을 적에 만약에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나온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건 이 대표가 당당하게 맞서서 대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와 연대한 것에 대해선 "제가 갖고 있는 가치와 철학 때문에 깨지더라도 완주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 대표하고 연대를 했다"며 "당시 이 후보는 제가 지시한 것에 대해서 100%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그때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다 저에게 왔었다. 윤 후보하고 한 번 만나고 이 후보하고 세 번 만났다"며 "윤 후보는 '선배님 들어와서 이건 하시죠' 이렇게 얘기했고, 이 후보는 한 글자도 안 고치고 합의하고 사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력구조 개편의 개헌, 정치개혁, 경제의 틀 바꾸기, 교육 틀 바꾸기 또 공통 공약 함께 추진하는 것을 했는데 그런 것을 보면서 '단단한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지사는 자신이 이 대표보다 나은 점으로 "국민과의 공감 능력, 경제 전문가, 비전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머리"를 꼽았다. 자신의 1% 지지도 여론조사를 두고선 "야구를 좋아한다. 야구 플레이에서 1등 하는 팀이 우승하는 거 아니다"고 강조했다.
2025-01-29 21:25:28
"돈 없지?" 공깃밥만 시킨 아이 놀림 당하자 주인의 훈훈함
김치볶음밥을 사 먹는 친구들 사이에서 공깃밥만 주문한 학생에게 라면을 제공한 업주의 훈훈한 사연이 전해졌다. 2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치볶음밥 먹는 친구들 사이에서 공깃밥만 먹는 아이에게 라면을 준 사장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지난 주 예비 신랑 가게에 학생 세 명이 와서 두 명은 김치볶음밥을 먹고 한 명은 공깃밥만 시켰다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공깃밥을 주문한) 그 친구가 무료로 제공되는 우동 육수에 밥을 먹고 나머지 두 친구는 '넌 돈이 없으니까 그것밖에 못 먹지?'라고 비웃었다고 한다"며 "그걸 듣고 바쁜 와중에 예비 신랑이 라면을 하나 끓여 그 학생에게 먹으라고 줬다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30분 후 (배달) 주문이 들어왔는데 요청사항에 이렇게 적혀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며 가게로 접수된 배달 주문 전표 사진을 첨부했다. 주문자는 요청사항을 통해 "태권도 아들 라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주문자는 라면을 받은 학생의 부모로 추정됐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친구가 돈이 없어 못 먹으면 같이 나눠 먹자고 하지 않나.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어릴 때 친구랑 나눠 먹으라 배웠는데 요즘 문화를 잘 공감 못 하겠다" "사장도 부모도 대응을 잘했다" "이런 가게 장사 잘돼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25-01-29 20:52:28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 당시 승객이 직접 비상문을 열고 탈출한 것을 두고 승무원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항공사 직원들이 억울함을 내비쳤다. 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26분쯤 에어부산 BX391편에 탑승해 이륙을 준비 중이던 승무원은 기내 뒤편 주방 오버헤드빈(머리 위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목격한 뒤 관제탑에 상황을 보고했다. 뒷좌석 승객들 또한 짐칸(선반)에서 불이 났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승무원들은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연기가 거세졌고 진화에 실패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승객 일부는 비상탈출을 위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직접 문을 열고 탈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무원 대처에 불만을 드러낸 승객들의 인터뷰가 보도되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억울함을 내비치는 항공사 직원들의 글이 쏟아졌다. 에어부산 직원 A씨는 "속상한 마음에 댓글 단다. 승무원의 임무 1순위는 비상탈출과 탈출 대비 업무다. 비상 상황 발생 시 내·외부의 상황을 판단하고 탈출시켜야 한다"며 "만약 외부에서 난 불이라면, 엔진이 작동하고 있어 빨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면 어떡할 거냐. 애초에 승무원은 모든 승객을 대피시킨 후 마지막에 내릴 수 있다. 자기 목숨 걸고 뭉그적거렸을 리 없다. 강제로 연 문이 안전했으니 다행인 거지 절대 잘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에어부산 직원 B씨도 "(엔진이 작동한 상태였다면) 엔진에 빨려 들어갔을 수 있다. 슬라이드가 안 터지면 손님들은 매뉴얼대로 터뜨리는 방법을 모르니 그대로 추락했을 수도 있다"며 "불씨가 도어쪽으로 튀어 있어 여는 순간 슬라이드 속 가스와 함께 폭발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승객이 그냥 대뜸 승무원 지시 없이 문을 열어버린 건 항공보안법 위반"이라며 "어제 같은 상황은 승무원의 초기 화재진압과 기장님의 판단으로 탈출 방법을 정한다. 제발 마음대로 행동하고 영웅인 척 인터뷰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에어부산은 승객이 직접 비상문을 열고 슬라이드를 내렸다는 증언을 두고 "비상구열 착석 손님은 탑승 직후 승무원에게 비상탈출 시 비상구 개폐 방법에 대해 안내받고 승무원을 도와주는 협조자 역할에 동의해야만 착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탈출 시 승객이 직접 비상구 조작 및 탈출이 가능하다"며 매뉴얼에 따라 승무원이 비상구열에 앉은 승객에게 협조를 요청해 승객이 문을 연 것이라고 밝혔다.
2025-01-29 19:52:22
민주당 44%, 국힘 41%…차기 대통령은 이재명 36%, 김문수 17%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6%,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7%를 기록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물은 결과 민주당이 44%, 국민의힘은 41%로 집계됐다. 지난 1일 실시한 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 지지율은 4%포인트(p) 내렸고 국민의힘은 12% 올랐다. 이외에 조국혁신당은 4%, 개혁신당은 2% 지지율을 보였다.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36%, 김문수 장관 17%, 오세훈 서울시장 7%, 홍준표 대구시장 6%,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5% 순으로 나타났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김경수 전 경남지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부겸 전 국무총리 선호도는 각각 1%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전제로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50%,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탄핵 국면에서 정부와 여당을 발목잡기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동의한다' 응답이 51%,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6%였다. 이번 조사는 통신 3사 휴대전화 가상(안심)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9%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p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25-01-29 18:19:5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재개 신호에 호응하지 않고 동시에 핵대응태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 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하고 현행 핵물질 생산실태와 전망계획, 2025년도 핵무기연구소의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현지 지도에서 "위협과 새롭고 전망적인 안보위험성"에 대비하고 국가의 주권, 이익, 발전권을 담보하려면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가의 핵대응태세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 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며 변함없는 숭고한 의무이고 본분"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북한이 처한 안보 환경을 두고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가장 간악한 적대국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다만 '간악한 적대국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음으로써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 수위를 조절했다.
2025-01-29 17:28:07
故 오요안나 유족 "괴롭힌 가해자, 사과 없었다" 소송 제기
지난해 9월 숨진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유족 측이 고인을 괴롭힌 것으로 추정되는 직장 동료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28일 KBS에 따르면 고인의 유족 측은 지난해 12월 고인의 생전 전화 통화 내용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모아 직장에서 고인을 괴롭힌 것으로 지목된 직장 동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가해자와 회사 측으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유족 측은 매체를 통해 "다시 그 시점으로 가서 그 고통을 멈추게 막아주고 싶었다. 직장 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폭력이나 그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MBC는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메모를 갖고 있지 않다"며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메모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고인과 관련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 대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며 "MBC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는 물론 출연진의 신고가 접수됐거나 상담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도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오요안나는 28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오요안나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으로 2017년 JYP 13기 공채 오디션에 합격했고, 2019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이후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히면서 평일과 주말 뉴스 날씨를 맡았다. 다음 해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한 바 있다.
2025-01-29 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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