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괄시.침체 벗고 유럽의회 권력 행사"시동"

그동안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던 유럽의회가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점차 효력을 발휘하면서 강력한 힘을 얻고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에는 EU위원회를 통제할수있는 3가지 권한을 유럽의회에 주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발빠른 역외국가들의 로비스트들은 브뤼셀이외에도 유럽의회가 개최되는룩셈부르크, 스트라스부르등으로 기반을 옮기거나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애완동물 복지문제} {수단의 인권문제} {언론의 자유} {외계인 존재가능성}. 언뜻 보기엔 전혀 연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주제들은 지난달 유럽 의회에 상정된 법안의 제목들이다. 12개 회원국에서 선출된 총 5백18명의의원들로 이루어진 유럽의회는 이 법안들을 가지고 심각한 논의를 벌였다.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유럽의회는 전문성 결여, 기구의 비효율성등으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12개 회원국에서 선출된 유럽의회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것 자체가 용이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회원국들사이의 미묘한 이니셔티브(주도권)확보 경쟁으로 유럽의회는 매달 브뤼셀,룩셈부르크, 스트라스부르를 전전하며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이에따라 의원수와 맞먹는 수의 통역요원과 사무처 요원들은 물론 수t에 달하는 관련 서류들도 3개도시를 옮겨다니는 입장이다. 아직 EU(유럽연합)형성 2년째인만큼 과도기적 양상이지만 이로인한 막대한 경비 소요는 회원국 납세자들의 심기를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더욱이 금년 6월에는 독일통일후 맞이하는 첫 유럽의회 의원 선거가 실시돼현 5백18명 정원에서 5백67명으로 늘어나게 되고, 만약 내년에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의 EU가입이 승인될 경우 의원수는 6백39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과도기적 상황이 계속된다면 극심한 혼란이 일어날 것은 뻔해 회원국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회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을 보이는데는 유럽의회를 탓하기만은 어려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EU회원국 정부들은 자국의 퇴물 정치인이나 2류급 인사들을 유럽의회로 보내왔다. 유럽의회의존재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브뤼셀의 EU위원회와 상원격인 회원국장관회의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왔다. 따라서 유럽의회로서는 EU위원회의 독주에 제동을 가하고 싶어도 전혀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유럽의회의 초라한 위상은 EU법에 "EU위원회는 유럽의회의 감사와 권고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라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EU위원회로부터 냉대를 받아온데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회원국 국민들 사이에서 비선출직인 EU위원회의 지나친 독단적권력행사로 부정적 여론이 일기 시작하면서 뜻밖의 과실을 얻고 있다. 여기에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점차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유럽의회의 권한도강화되고 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유럽의회에 EU위원회를 견제 또는 통제할 수 있는 3가지의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EU위원회 위원장 승인 거부권},EU의 행정부격인 EU위원회 {위원전체에 대한 불신임권}, 복잡하기는 하지만 회원국 장관 회의와 협의하에 {EU 법안 인준권}등이 바로 그것으로 유럽의회가 이를 적절히 사용할 경우 명실상부한 EU최고의 권력기관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회원국들의 중요 정치인들도 6월의 유럽의회의원선거에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따라서 회원국 국민들은 유럽의회에 완전한 힘을 실어주기에 앞서 의회의 자체 변신노력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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