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화랑가 긴 겨울잠

화랑가의 겨울잠이 길다. 봄시즌이 성큼 다가오는데도 아직 대구 화랑가는동면에서 쉬 깨어나고 있지 않다.1, 2월이 미술계의 비수기이기는 하나 통상 3월을 즈음해 한해를 여는 기획초대전등을 화랑별로 서서히 갖기 시작하는 것이 예년의 예. 그러나 올봄엔상당수의 화랑들이 전시회를 갖지 않고 관망할 자세이며, 일부 화랑은 개관휴업 또는 폐관의 우려마저 보이고 있다.

3월에 열릴 예정인 신춘 기획 초대전은 대구의 30여개 화랑중 맥향화랑의 강호은전(서양화), 동원화랑의 사석원전(서양화), 송아당화랑의 신석필전(서양화), 대백프라자갤러리의 {차용부 사진전}, 단공갤러리의 들꽃전, 에스갤러리의 김영렬전(서양화), 민갤러리의 전용환전(조각), 기림갤러리의 강행복전(판화), 신미화랑의 {44인 초대 그림전}등 10회정도에 그친다. 4월엔 봉성갤러리의 강정영전(서양화), 맥향화랑의 배성환전(서양화), 동원화랑의 김일해전(서양화)등이 계획돼 있을 뿐이다.

지난 해 개관이후 대형 기획전을 활발히 가졌던 시공갤러리를 비롯 벽아갤러리나 동성방화랑등 비교적 규모가 큰 화랑들과 봉산동 문화거리의 대다수 화랑들이 아직 봄전시회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이 상설전만 열고 있는 상태이다. 보통 전시회 2-3개월전에 기획을 하는 관행을 두고 볼때 이중 상당수는봄전시회 준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작년에 너댓개의 기획초대전을 가지는등 의욕을 보였던 문화거리의 I화랑은 올해는 기획 초대전을전혀 갖지 않고 상설전만 하겠다는 입장이며, 신년초에 기획전을 가졌던 J화랑도 관망하며 기획전을 자제하겠다는 태도이다. 적지않은 화랑들은 아예 올해는 돈 안드는 대관전 위주로 화랑운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뿐만 아니라 일부 화랑들은 상당 기간 전시활동이 전무,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공화랑을 비롯 예지화랑,천상화랑,선화랑등 일부화랑들은 5-6개월 내지 1년가까이 전시회를 전혀 갖지 않고 있으며, 평소 문을 닫고 있는 때가 많아 일각에서는 {문닫은 것이 아니냐}는 소문들이 나돌고있기조차 하다. 이중엔 개관 1년내외의 화랑들도 있어 미술계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전시 시즌을 앞두고 화랑들이 이처럼 {봄 추위}를 타는 것은 요 몇년간 계속된 미술시장의 경기침체가 주원인. 90년대 들어서부터의 불황 바람에 억지로버텨오던 화랑들이 실명제 회오리가 몰아친 지난 해를 고비로 기진맥진한데다 올들어 전반적인 경기회복의 장미빛 전망이 아직 미술시장에는 적용되지않고 있다는데서 의욕상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더구나 지난 해 의욕적으로기획 초대전을 가졌던 화랑들의 거의 대부분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적자를 본 것이 타산지석(?)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시회를 하면 할수록 그만큼 빚이 늘어난다}는 불황기의 징크스로 인해{전시회를 안 갖는 것이 버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화랑 관계자들은 풀이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