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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타인의 시간(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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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무슨 꽃을 좋아해?]소영이는 아이스 콘을 먹으며 불쑥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소영의 등에다장미, 하고 썼다. 그것은 소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었다. 그러자 소영이의눈이 놀라움과 기쁨으로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그것이 재미 있었던지 소영이가 즉시 내 등에다 화답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번갈아 등을 빌려 주었다.-다음달 언니 생일 때 꼭 장미꽃 선물해 줄게.

-소영이 집엔 장미꽃이 많니?

-응, 많어. 색깔 별로 다 있어.

-그럼 오늘 한송이 꺾어 줄래? 언니 책상 위 화병에 꽃이 다 시들어 버렸거든.

-알, 았, 어. 이따 저녁 먹고 갈게.

병신. 지나가던 아저씨가 힐끗 돌아볼 때 소영이가 삐죽하며 속살거렸다.어떤 아주머니는 숫제 우리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수담 놀이를 계속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작은 오빠는 안방문을열어 놓고 문앞에 내놓은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하루 종일 저렇게책만 보고 있으면 눈도 아풀텐데, 작은오빠는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주무시는지 방 가운데 기척없이 누워 계셨다. 요즘 아버지의 모습을보고 있으면 도무지 아버지 같지 않다는 느낌을 지워 버릴 수가 없었다. 사람이 경우에 따라 그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누렇게 오갈든 얼굴에 볼품없이 들피진 아버지는 꼭 우멍한 눈만 살아 있는 송장 같았다. 요즘엔 퇴행의 징후마저 보여 약이나 죽을 잡수시게 하는데도 작은오빠는 진땀을 빼고 있었다. 몇번이나 어르고 추슬러야 겨우 입을 쩍 벌리고 받아먹을 자세를 취하는 어버지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진 않았었다. 정기적으로 병원도 들르셨고 결코 우리들 앞에서 아버지로서의 품위나 미소를 잃지않으셨다. 어머니의 죽음은 우리 집안을 한 순간에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왜 그런, 어머니답지 않은 행동을 저질렀을까. 매사에 침착하고 꼼꼼하고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널 만큼 신중하던 어머니가 아니던가.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어머니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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