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65)

종업원이 냉면을 날라온다. 미미가 수저통에서 젓가락을 꺼낸다. 내게 젓가락을 준다. 먹자, 하고 미미가 말한다. 미미는 물냉면에 겨자를 탄다. 식초도 몇 방울 뿌린다. 젓가락으로 냉면가락을 섞는다. 나는 아무 것도 섞지 않았다. 미미는 냉면용 무김치를 먹는다. 나는 냉면만 먹는다. 건더기가 너무적다. 나는 금방 냉면을 먹어치운다. 남은 육수를 다 마셔버린다. 미미는 천천히 냉면을 먹는다. 나는 할 일이 없다. 냉면을 먹는 미미를 본다. 미미가입술을 오므려 냉면가락을 빨아들인다. 오렌지색 좁은 구멍 사이로 냉면가락이 빨려 들어간다. 쪼옥, 소리를 내며 꼬리가 구멍 속으로 감춰진다. -시우야, 좀 빨아 줄래? 그 짓을 하기 전에 인희엄마가 자주 그 말을 했다. 인희엄마가 편한 자세로 다리를 벌렸다. 내 머리를 가랑이 사이로 눌렀다. 젓갈냄새가 났다. 나는 숨이 막혔다. 털이 혀에 묻는다. 털 사이 그 좁은 구멍입구는 늘 축축했다. 그곳 살은 입술보다 부드러웠다.냉면을 먹고 나자 미미는 핸드백을 연다. 콤팩트와 입술연지통을 꺼낸다. 미미가 콤팩트의 작은 거울을 들여다 본다. 입술연지를 입술에 바른다. 오렌지색이다. 입술연지는 흘레할 때 수컷의 그것을 닮았다. 미미는 주름이 잡히지않게 입술을 옆으로 벌린다. 연지를 바른다.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부빈다."이제 가자. 시내로 들어가 영화나 볼까, 볼링을 한 게임 칠까"미미가 지친듯 말한다. 미미가 냉면값을 치른다. 냉면집 앞은 강변도로다.승용차들이 오고 간다. 한참 있다 버스가 온다. 미미가 손을 든다. 버스는그냥 지나간다. 세 번째 버스가 멈춰 선다. 미미와 나는 버스를 탄다. 앉을자리가 없다. 우리는 서서 간다. 버스는 강을 따라 간다. 강물이 낮 햇살을받아 반짝인다. 강변의 버드나무가 아까보다 더 푸르게 보인다. 먼 산이 아지랑이에 졸고 있다. 그 산들도 은은한 푸른 빛을 띠고 있다. 버스가 멈춰선다. 뒤쪽은 아파트 단지다. 몇 사람이 내린다. 미미와 나는 다른 자리에앉는다. 버스가 시내로 들어간다. 큰 건물들이 창 밖에 보인다. 간판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다. 미미가 버스 문으로 간다. 빨리 내려, 하고 미미가 말한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린다. 번화가로 걷는다. 사람들로 붐빈다. 제과점과커피전문점, 켄터키치킨점 앞에는 젊은애들이 많다. 끼리끼리 몰려 서 있다."시우 너한테 '포레스트 검프'를 보여주고 싶은데, 상영 극장이 없겠군. 작년에 벌써 끝났으니. 난 봤지만"

미미가 말한다. 볼링보다 영화가 낫겠다며 미미가 극장 앞으로 간다. 미미는입구에서 표를 산다. 극장은 삼층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