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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푸른나무(188)-도전과 응징(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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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씨, 제가 재미있는 얘기하나 해줄께요. 국민학교 삼학년 때던가. 오전수업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판자촌 언덕길을 땀 뻘뻘 흘리며 올라갔죠. 요즘처럼 더운 날씨였어요. 위쪽에서 자전거가 쏜살같이 내려오대요. 피할 짬도 없이 나는 자전거에 부딪혔죠. 배달꾼아저씨가 어디 다친데는 없냐며 쓰러진 나를 일으켜줍디다. 코피가 터졌어요. 아저씨가 목에 걸친 수건으로 코피를 닦아주고 휴지로 콧구멍을 막아줬어요. 이 돈으로 학용품 사고 뭘 사먹으라며 주머니에서 돈을 꺼냅디다. 오백원이었어요. 당시엔애들이 만질 수 없는 큰돈이었죠. 나는 돈을 받자 너무 기뻐 아픈 줄도 몰랐어요. 당황해하던 아저씨가 재빨리 자전거를 몰고 가버렸어요. 나도 절뚝거리며 신나게 집으로 달렸죠. 집에 와서 보니 무르팍이 까져 피가 나데요.물론 씻었죠. 그 나이 땐 물로 씻으면 피가 멎는 줄 알았어요"경주씨가 말한다."그 돈으로 풍선껌을 샀겠군요"

간호사가 웃으며 말한다.

"물론이죠. 부모님껜 얘기도 않고 그 돈을 나혼자 몰래 썼죠. 먼저 풍선껌을 샀어요. 문방구에 가서 갖고 싶던 색연필 케이스도 사고. 연초록 형광연필을 그때 처음 써봤죠. 책가방에 감춰두고 집에선 일체 쓰지 않았죠"경주씨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누가 내게 돈도 주지 않았다. 돈을 주고 뭘 사먹어 본 적이 없다. 아우라지에는 상점이 없었다. 유천리까지 한참 나가야 상점이 있었다. 아니면 나룻배타고 여량으로 나가야했다. 경주씨가 계속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싶다.경주씨가 손목시계를 본다. 가봐야겠다고 말한다. 의자에서 일어난다. 간호사가 경주씨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한다. 마씨는 보호자가 없으므로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전화도 없어요. 산목동에서 며칠전 집을 옮겼죠. 온주시 나가는 쪽에 비닐하우스 한 동을 얻었죠. 장애자 여섯분과 비닐하우스 생활을 해요""힘드시지 않아요?"

"힘들지요. 그러나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경주씨가 말한다. "시우씨 퇴원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일주일, 아니 열흘. 그럼 목발 짚고 보행이 가능할 겁니다""그때쯤 전화내겠어요"

경주씨가 나를 본다. 손을 흔든다. 병실에서 나간다.

채리누나가 문병을 오기는 이튿날이다. 주스통을 들고 왔다. 검정 투피스를 입었다. 여전히 수척한 모습이다. 쌍침형이 떠오른다. 채리누나 보기도겁이 난다. 채리누나는 쌍침형의 애를 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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