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수송선 귀환합의 배경

북한에 억류돼 있던 우리측 쌀수송선 '삼선비너스호'의 송환협상이 완전타결됨에 따라 선원 21명과 선박이 13일 일단 무사히 귀환길에올랐다.이번 실무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진촬영 사건의 성격규정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된 양측간의 이견이었다는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정탐행위라는 사실을 우리측이 인정할 것을 끝까지고집한 북한측의 완고한 태도와 '개인적인 실수'로 북측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우리측의 현격한 입장차이 때문에 한때 협상이 큰 벽에 부딪혔던 것.우리측은 따라서 '정탐행위 인정 불가'입장에 따라 항해사가 북한의 법을어기고 사진촬영을 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쌀의 계속적인 인도를 보장하면서 배수의 진을 친 것.북한측이 이같은 우리측 전문을 검토하고 선원과 선박을 돌려보내겠다는통보를 하루만에 해옴으로써 협상이 타결된 것은 더이상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실익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남한의 쌀지원이 중단돼 있는데다 남북경협의 속도조절도 충분히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획적인 정탐행위'주장을 굽히지않고 협상을 결렬시키기에는 큰 부담을 느꼈을 법하다.

북한측이 지난 8일 3차회담 불응사실을 통보해 온 전금철명의의 전문에서우리측의 사죄및 재발방지 약속 보장과 함께 쌀지원을 성실히 이행해 달라는요구를 빼놓지 않은데서이같은 입장을 충분히 엿볼수 있었다는게 정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이 이 문제를 쟁점화하고 나온 것은 사진촬영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최근 우성호 미송환, 안승운목사 납북사건등으로 남한의 국내여론이 악화되면서 대북쌀지원중단의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겨냥한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이와 무관치 않다.

때문에 우리측이 이석채차관명의의 전문에서 "1차 북경협상에서 합의된 쌀협력사업은 계속적으로 이행될 것"이라고 약속한 대목이 북한측의 태도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말해 북한측은 이번 사건을 통해 앞으로도 우리측의 나머지 미인도분쌀의 순조로운 지원을 보장받음으로써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상황에서 더이상 파국으로 몰아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기를 원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북경 합의에 근거, 사회안전부장 백학림명의로 쌀을 싣고 오는 남측 선원의 신변안전보장 각서를 '휴지'로 만들경우 체제의 신뢰도에 스스로 흠집을 남기게 되고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도 고려치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것.

핵협상타결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우려를 표명하고 조기송환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문제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일단 억류선원과 선박이 송환됨으로써 이번 사건이 일단락되기는했지만 쌀지원과정에서 잇따라 불거져 나온 악재로 인해 쌀지원 결정에 부정적인 국민감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정부로서는 억류선원 송환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그리고 양측간 합의사항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쌀을 계속 지원할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이번 사건을계기로 쌀지원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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